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31)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31화(231/251)
231화 혹시 카브리의 영주였나?
차박, 차박.
카브리 영지도 로벤투스와 비슷했다.
비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활기차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강현과 설기는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을 먹으며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첫날 즐거워하던 설기도 둘째 날이 되자 심드렁하게 변했다.
로벤투스 성보다는 크다고는 하나, 음식이 한정된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히려 로벤투스가 낫네.’
지난번에 여행할 때와 달랐다.
이는 카브리 영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로벤투스의 음식 수준이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강현의 역할이 컸다.
당연히 설기를 만족시키긴 힘들었다.
‘그렇다고 적게 먹진 않지만.’
길을 걷는 설기의 표정은 불만스러웠지만, 두 볼은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방금 산 꼬치가 입안에 가득 차 있는 것이었다.
“끼잉, 끼잉.”
앓는 소리를 내며 강현을 돌아보는 설기.
밥을 만들어 달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해 줄게. 조금만 참아.”
지금 머무는 방에는 취사할 수 있는 도구가 없었다.
그렇다고 저택의 주방에 함부로 드나들 순 없었다.
예의가 아니었다.
‘…마구간에 맡긴 마차에서 하는 건 더더욱 아니지.’
단호한 강현의 대꾸에 설기의 꼬리가 축 처졌다.
그런 설기를 보고 있던 강현은 영지 너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늑대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잘 쉬고 있나?’
병사들과 함께 오느라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눴다.
‘…아니, 잠깐만.’
강현은 다시 설기를 돌아봤다.
고개를 갸웃하는 설기.
“…혹시나 해서 묻는데. 늑대들 집으로 돌려보낸 거 맞지?”
“….”
움찔.
설기의 귀와 꼬리가 떨려왔다.
강현은 눈이 가늘어지자 설기가 뒷발로 목덜미를 긁었다.
그러고는 천진난만한 눈망울로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
하지만 강현은 속지 않았다.
“너, 그러다가 사람들의 눈에 띄면 어떻게 할려고?”
여기는 작은 마을이 아니었다.
큰 늑대들이 돌아다니면 병사들이 나설 거다.
그렇게 되면 늑대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었다.
강현의 말에 설기가 작은 앞발로 가슴을 두드렸다.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강현은 미심쩍은 눈으로 설기를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는 설기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돌려보내기도 그렇지.’
어차피 내일이면 사흘째였다.
늑대들이 없다면 설기는 새로운 늑대들을 구해 올 거다.
피해자만 양산하는 꼴이었다.
“…선물이나 챙겨 줘야지.”
하지만 어떤 걸 좋아할까? 설기와는 달랐다.
익은 음식은 야생의 늑대들에게 좋지 않았다.
강현의 혼잣말을 들었는지 설기가 머리를 붕붕 휘저었다.
“컹! 컹!”
“…걔들도 좋아한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설기.
그러나 가해자의 말을 함부로 믿을 순 없었다.
강현의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자 설기가 빙그르르 돌았다.
“컹! 컹컹! 컹!”
강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설기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갑자기 달리는 흉내를 내는 설기.
“일하는 동안.”
드러누워서 제 배를 두드리는 설기.
볼록하게 튀어나온 배.
빗방울이 통통 튀어 올랐다. 강현은 설기 배에서 시선을 떼고 해석을 이어 갔다.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고개를 끄덕인 설기가 벌떡 일어나더니 방방 뛰었다.
이건 이해하기 쉬웠다.
설기가 기분 좋을 때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좋았다고?”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인 설기가 다시 앞발로 가슴을 두드렸다.
자기 덕분이란 뜻.
강현은 의심을 풀지 않으면서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야생에서 먹이를 구하는 게 쉽지 않지.’
하물며 이곳은 더더욱.
지구에서야 늑대들이 먹이사슬 위에 있다고는 하지만, 이곳은 또 몰랐다.
‘…뜀새는 물론이고 숲에 있던 사슴에게도 질 것 같긴 하지.’
숲이 특별한 장소이긴 했지만, 이곳이라고 그런 생물이 돌아다니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음.”
강현은 턱을 괴었다.
“혹시 걔네 가족이 더 있었어?”
강현의 물음에 설기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 생활하는 동물이니 셋만 있을 리가 없었다.
‘고기를 넉넉히 사야겠네.’
가족들에게 돌아갈 때, 들고 가면 좋을 거다.
그렇다면 수고해 준 보상도 될 터.
고개를 끄덕인 강현은 설기와 함께 아녜스의 저택으로 돌아갔다.
* * *
약속한 사흘째.
아녜스는 충전이 끝났다면서 이동장을 돌려줬다.
미련이 철철 남은 눈으로.
마치 가족이라도 떠나보내듯 애절한 눈빛으로 강현의 손에 들린 이동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숨을 내쉰 강현이 미리 준비해 둔 주머니를 꺼냈다.
“이건?”
“선물입니다.”
아녜스가 주머니를 열어 보자 새까만 가루가 나왔다.
그와 함께 올라오는 익숙한 향.
바로 커피 가루였다.
강현은 거기다가 쓰던 모카포트까지 건넸다.
이동장이나 루리, 토리는 줄 수 없지만, 이 정도 선물은 언제든지 할 수 있었다.
“…굳이 안 줘도 되는데.”
말과 달리 아녜스의 뺨이 조금 붉어졌다.
기뻐하는 것이었다.
‘솔직하지 못하네.’
강현은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언제 숲에 한번 놀러 오세요.”
그때는 제대로 대접해 줄 수 있었다.
강현의 말에 아녜스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나면.”
조금 꺼리는 기색.
역시나 아버지인 로멘을 만나는 게 껄끄러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강현도 아녜스에 대해서 이해하기 시작했다.
“신년에 운동회라고 요정, 수인들과 작은 행사를 진행하는데, 선물도 있어요.”
“…음?”
아녜스가 흥미를 보였다.
“…선물이라면?”
“저런 거요.”
강현은 품을 뒤졌다.
‘여기 놓은 것 같은데. 아, 있다.’
작은 수첩.
수첩을 펼치자 푸른 깃털이 나왔다.
심드렁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아녜스의 눈동자가 떨려 왔다.
“파, 파프칸의 깃털?”
“아, 예.”
분명 그런 이름이었지.
월새라고도 불렸다.
아녜스가 깃털을 낚아챘다.
“…진짜잖아! 서적에서밖에 못 봤는데.”
깃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녜스.
곧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강현을 돌아봤다.
“이 귀한 걸 주머니에 대충 쑤셔 놨다고? 제정신이야?”
“…죄송합니다?”
본능적으로 사과를 건네는 강현이었다.
주머니에 쑤셔 넣은 게 아니라, 꾸겨지지 않게 수첩에 껴 놓고 다녔다.
하지만 아녜스는 눈에는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언제 언제 한다고?”
호흡까지 거칠어진 아녜스.
“…신년이요.”
“알겠어. 꼭 가지.”
아까와 다른 반응. 강현은 그러한 반응에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아녜스와 헤어진 강현이 저택을 나섰다.
* * *
마차를 끌고 밖으로 나가자 설기가 울음을 토했다.
“아우우우우우!”
곧 멀리서 회답하듯 늑대의 울음이 들려왔다.
그러고 기다리자 늑대들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후다닥 달려와서 설기의 앞에 차례대로 정렬했다.
“헥, 헥.”
마치 간식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늑대들.
개인지, 늑대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래도 다시 보니 반갑네.’
강현은 늑대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간지러운지 머리를 비비는 늑대들.
이제는 친근하게 느껴졌다.
“자, 갈까?”
“컹!”
“아우우!”
설기에 이어서 늑대들이 대답했다.
잠시 뒤.
하네스를 입은 늑대들이 마차를 끌기 시작했다.
잘 먹고 잘 쉰 덕분인지, 전보다 힘이 넘쳤다.
강현은 그런 늑대들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늑대들도 일을 시작했으니, 자신도 일할 차례였다.
“그럼 시작할까?”
강현의 물음에 조수, 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붉은빛 액체가 보글보글 끓었다.
안에는 각종 채소와 고기들이 들어 있었다.
고소한 향이 마차 가득 퍼져 갔다.
강현은 액체를 한 숟가락 떠먹어 보았다.
눈을 껌뻑이는 강현.
예상했던 맛과 조금 다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네.”
카레와 비슷한 향신료가 있어서 만들었는데, 역시나 카레와 같은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맛이었다.
‘제니퍼 씨에게 가르쳐 주면 되겠다.’
이거라면 만들기도 어렵지 않았다.
카레보다 매운맛과 신맛이 조금 강하긴 하지만, 이 또한 매력적이었다.
강현은 냄비를 옆으로 놓고 미리 펴 낸 밀반죽을 팬에 굽기 시작했다.
난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난을 굽고 있자 마차가 멈춰 섰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놀란 강현이 고개를 들자 침을 흘리는 설기를 볼 수 있었다.
냄새 때문에 더 달릴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애절한 눈빛.
웃음을 삼킨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식사하자.”
조금 이르긴 하지만, 상관없었다.
게다가 난은 먹으면서도 구울 수 있었다.
먼저 생고기를 꺼내서 늑대들에게 건넸다.
마차 옆에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하는 늑대들.
그 모습을 보던 강현은 난 위에 카레 소스를 부었다. 그리고 반으로 접었다.
굽긴 했으나, 말랑말랑해서 잘 접혔다.
‘난보다는 또띠아 느낌인가?’
그렇게 말은 난을 설기에 입에 넣어 줬다.
“…!”
“어때?”
“컹! 컹! 컹!”
마차 주변을 뛰어다니는 설기.
사흘 동안 마을 음식만 먹다 보니 충격이 더욱 큰 모양이었다.
“이제 만족해?”
“컹!”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설기.
기뻐하는 설기를 보며 강현도 난을 뜯어다가 카레에 찍어 먹었다.
짭조름하면서 신맛, 매운맛이 입안 가득 퍼져 갔다.
‘토리는 못 먹겠네.’
강현은 난만 작게 잘라서 토리와 루리에게 건네줬다.
야금야금 먹기 시작하는 둘.
둘의 입맛에도 맞는 모양이었다.
강현은 웃으며 다시 난을 입에 가져갔다.
* * *
다시 이틀이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멀리 익숙한 성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컹! 컹!”
반갑게 짖는 설기.
동시에 마차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루벤투스 영지에 다 온 것이었다.
‘여행도 끝이란 소리지.’
지난번 여행과 비교하면 짧은 여정.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강현은 혀를 빼고 달리는 늑대들을 보았다. 늑대들도 마지막이란 걸 알아챘는지, 내딛는 발에 힘이 들어갔다.
‘조금만 참아 줘.’
마차를 끄는 일도 곧 끝났다.
성이 가까워졌을 때, 강현은 마차를 세웠다.
“끼잉?”
의아하다는 듯이 돌아보는 설기.
아직 성까지 거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강현은 고개를 젓고는 늑대들을 보았다.
강현의 눈에는 귀엽게 보이지만, 다른 이들의 눈에는 다를 거다.
이 꼴로 성 가까이 다가갔다가는 난리가 날 거다.
“여기서부터는 둘이 끌고 가자.”
강현의 말에 슬쩍 성을 본 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네스를 풀어 주자 늑대들을 몸을 흔들었다.
사방으로 튀는 물.
강현은 그런 늑대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다들 고생했어.”
“아우우우!”
그러고는 안에 남아 있던 고기를 꺼냈다.
가족들도 챙겨 주라고 넉넉히 가져왔기에 양이 많았다.
“셋이 들기는 힘들 것 같네.”
강현은 그리 말하면서 설기를 돌아봤다.
“설기야, 네가 좀 도와….”
“컹! 컹!”
하지만 강현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설기가 어딘가를 보고 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늑대들 역시 잔뜩 경계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설기의 반응은 늑대들과 달랐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
경계보다는 반가움이 담겨 있었다.
곧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역시, 강현 자네로구먼!”
유쾌하게 웃는 사내.
란돌프였다. 강현의 얼굴에도 반가움이 떠올랐다.
“란돌프 씨!”
란돌프는 강현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걱정되어서 찾으러 갈 생각이었네. 카브리의 영주가 악마와 계약했다는 소문이 있어. 듣기로는 늑대들을 하수인으로 부린…. 응?”
그제야 란돌프의 시선이 강현의 뒤로 향했다.
“그르르.”
이빨을 드러내는 늑대들.
하지만 도적들 때와는 달랐다.
경계보다는 두려움이 짙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란돌프는 눈을 껌뻑였다.
“…강현. 자네, 혹시 카브리의 영주였나?”
란돌프의 질문에 강현은 저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