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33)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33화(233/251)
233화 오븐으로 하면 되겠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시 왔다.
나무들이 붉고 노란빛으로 물들어가고 밭 역시 황금빛으로 변해 있었다.
수확의 계절.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가 찾아오고 있는 것이었다.
분주해진 마을 사람들.
강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강현이 분주해진 이유는 마을 사람들과 달랐다.
“예, 예. 이쪽에 놔주시면 됩니다.”
커다란 탑차가 멈춰 섰다.
그리고 나오는 고깃덩어리들.
강현은 한쪽에 차곡차곡 쌓이는 고깃덩어리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곧 비닐로 포장된 고깃덩어리를 모두 꺼낸 인부 하나가 땀을 훔치며 말했다.
“어휴, 아무것도 없는데 뭘 하시려고.”
“잔치라도 열겠지. 조용하고 좋기만 한데 왜.”
옆에 있던 인부가 팔을 치며 말했다.
강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래도 저걸 다 먹으려면 적은 숫자로는 안 될 텐데?”
“예. 인원이 많다 보니 시끄러울 것 같아서 이런 곳으로 했어요.”
미리 생각해둔 변명을 말하자 인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야 뭐,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만큼 사 주면 고맙지.”
인부 하나가 힐끗 주변을 살폈다. 안에 영업용 냉동고와 냉장고가 있긴 하지만, 이만한 고기가 다 들어갈 양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말하는 건 오지랖이었다.
“날이 쌀쌀해졌다지만 금방 상할 테니 조심해.”
“예.”
강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인부들이 자리를 떠나갔다. 강현은 떠나는 차를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마당에 한가득 쌓여 있는 고기.
“많긴 하네.”
무려 소 네 마리를 잡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조차도 부족할 수도 있었다.
“일단 옮길까?”
“컹!”
강현의 말에 옆에 있던 설기가 힘차게 짖었다.
흔들리는 꼬리.
평소보다 들떠 보이는 설기.
단순히 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설기 옆에 있던 토리도 제 가슴을 두드렸다.
자신도 돕겠다는 뜻이었다.
“고마워.”
강현은 설기와 토리의 머리를 차례대로 쓰다듬었다.
그러자 이동장 안에 있던 루리가 방방 뛰었다.
“그래, 그래. 루리 너도.”
강현은 웃으며 루리의 머리도 쓰다듬었다.
얌전히 부리를 비비는 루리.
강현은 손가락으로 루리의 부리를 긁어 준 후 이동장에서 손을 뺐다.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었다.
‘오늘을 위해 준비했지.’
강현은 설기에게 하네스를 씌웠다.
뒤에 달린 건 바퀴 달린 카트였다.
숲에서는 쓰지 못하겠지만, 짐을 옮길 때는 유용했다.
고깃덩이를 싣는 강현.
설기가 실린 고깃덩이를 보더니 강현을 보며 짖었다.
“컹! 컹!”
더 올리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더 올리면 무너져. 갔다 와서 또 옮기자.”
무리하다가 카트가 망가지면 더 고생이었다.
강현의 말에 설기가 카트와 고기들을 번갈아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창고로 향하는 설기.
강현은 커다란 고깃덩이 두 개를 짊어졌다. 그러자 바닥에 있던 고깃덩어리 하나가 저절로 움직였다.
토리였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려던 강현이 멈춰 섰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새장 안에 있는 루리.
기대 섞인 눈빛.
“음, 루리는 여기 좀 지켜 줄래?”
끄덕끄덕.
날개를 푸드덕거린 루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경계했다.
그러나 강현에게는 귀엽게만 보일 뿐이었다.
피식 웃은 강현은 설기, 토리와 함께 이세계로 향했다.
* * *
싱그러운 숲의 냄새가 강현을 반겨 줬다.
지구의 숲과는 또 다른 향이었다.
제2의 고향.
‘…아니, 평창이 있으니 제3인가?’
하지만 진짜 고향인 서울에는 이런 느낌이 없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기지개를 켜던 강현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숲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마차.
저번에 설기와 늑대들이 끌었던 마차였다.
“오.”
강현은 마차를 확인하고 감탄했다.
마차에 화구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쪽은 장작이고, 여긴 가스를 연결하는 거구나.”
강현이 운동회 때 썼던 화로를 붙여 놨다.
생각보다 잘 만들어졌다.
성에 있는 장인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듣긴 했지만, 생각 이상이었다.
‘내가 가지러 가도 됐는데.’
강현은 란돌프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다.
곧 주변을 돌아봤다.
“아직 안 왔나 보네.”
오늘을 위해서 도우미를 불렀다.
아무리 강현이라도 이 많은 양을 혼자서 요리하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컹!”
고개를 돌리자 설기가 카트를 턱짓했다.
빨리 내리라는 뜻이었다.
“알았어.”
쓴웃음을 흘린 강현은 고기를 마차 안에 올렸다.
그렇게 카트가 비자마자 후다닥 달려가는 설기.
저렇게 들뜬 모습은 오랜만이었다.
“…내가 없으면 올리지도 못하는데.”
빨리 가도 의미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문 사이로 다시 빼꼼 고개를 내미는 설기.
“그래, 갑니다.”
강현은 고기를 마저 마차 위에 던지고 다시 지구로 향했다.
그렇게 다시 짐을 한가득 들고 왔을 때, 익숙한 얼굴이 강현을 맞이했다.
“스승님!”
반갑게 손을 흔드는 하만.
이제는 강현의 수제자라고 할 수 있었다.
오늘 부른 도우미가 바로 그녀였다.
그러나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뒤에 란돌프와 노아도 있었다.
“다들 어쩐 일이세요?”
강현이 놀라서 눈을 깜빡이자 하만이 미안한 듯 눈을 피했다.
“죄, 죄송해요.”
강현이 부탁한 건 하만뿐이었다.
그러자 란돌프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갑자기 마차를 쓴다길래 무슨 일인가 싶었지. 이런 일에 우릴 안 부르다니 섭섭하군.”
노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하만보다 신뢰할 수 없다는 건가.”
“아뇨.”
강현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여러분들은 바빠 보여서 방해하지 않으려고 했죠.”
강현의 말은 사실이었다.
둘은 최근 바빠서 숲에 잘 오지도 못했다.
강현의 말에 둘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설마 친구를 도울 시간이 없을까.”
“게다가 남의 일도 아니지.”
노아가 그리 말하면서 설기를 보았다.
“컹!”
맞장구치듯 고개를 끄덕이는 설기.
“자, 잠깐만요. 그, 그럼 전 한가해 보여서 부탁한 건가요.”
뒤에서 하만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모두가 못 들은 척 넘어갔다.
강현조차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실력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한가해 보였다는 것도 한몫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이들도 금방 올 걸세.”
“예?”
강현이 눈을 껌뻑였다. 둘이 끝이 아니란 말인가.
말이 끝나자마자 수풀이 흔들렸다.
“이놈의 숲은 왜 이리 넓은지.”
불평을 내뱉는 노인.
“로멘 님은 운동 좀 하셔야 해요.”
“그만하게. 안 그래도 자네 남편에게 지겹도록 들었어.”
한숨을 내뱉는 노인은 바로 로멘이었다.
그리고 로멘을 따라온 여인이 강현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제니퍼 씨!”
설마 그녀를 이 숲에서 볼 줄은 몰랐다.
“손이 더 필요하실 것 같아서 왔어요. 이런 일이 있으셨으면 진작 말씀해 주시지.”
“헤나는요?”
“헤나는 오늘 하루는 친구네 집에서 보내기로 했어요. 요즘은 엄마보다 친구를 더 찾는답니다.”
제니퍼가 섭섭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아, 주변을 돌면서 쓸만한 걸 챙겨 왔어요.”
제니퍼가 메고 있던 짐을 내려놨다.
짐 안에는 열매와 버섯, 허브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란돌프와 따로 떨어져서 다닌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괜한 일을 했나요?”
조심스레 묻는 제니퍼.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안 그래도 필요했어요.”
거짓말이 아니었다.
도착해서 따로 챙기려고 했다.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저희가 가장 늦었나 보네요.”
그림처럼 수풀 사이로 나타난 요정 둘.
에밀리야와 아우라였다.
강현을 향해 미소 짓는 에밀리야.
아우라는 하만의 곁으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현의 앞에 도달한 에밀리야가 입을 열었다.
“자. 도울 일이 필요하다고 들었는데, 무엇부터 할까요?”
강현은 일행들을 보며 멋쩍게 웃었다.
너무 과한 인원. 이 정도의 인원은 필요하지 않았다.
정말로 비밀이 없는 동네였다.
하지만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그럼 짐 옮기는 것부터 도와주시겠어요?”
“예!”
“넵!”
강현의 물음에 일행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오늘 이렇게 많은 고기를 들고 온 이유.
축제 같은 게 아니었다.
오로지 한 가족을 대접하기 위해서였다.
강현이 슬쩍 설기를 보았다.
때마침 강현과 눈을 마주친 설기가 해맑게 웃었다.
* * *
모든 짐을 실은 마차가 이동했다.
목적지는 미리 봐뒀던 공터였다.
산 아래 있는 공터.
앞서가던 강현은 힐끗 뒤를 보았다.
거기에는 마차를 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란돌프와 노아, 에밀리야, 다른 한 곳은 하만과 아우라가 사이좋게 들고 있었다.
평지를 걷던 평온한 셋과 달리 둘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입은 연신 움직이고 있었다.
수다를 떨고 있는 것이었다.
힘들긴 해도 여유가 있다는 소리였다.
‘…마차가 저리 들고 다니는 것이었나?’
아니었다. 그렇다면 바퀴가 있지도 않을 거다.
허공에 떠 있는 바퀴는 제 할 일을 못 하고 있었다.
마차는 가마가 아니었다.
하지만 저 정도면 산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게 아닌가?
굳이 산 아래에 공터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이런 광경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저들이 특이한 것이었다.
일반적인 지성인이 마차를 들고 다닐 발상을 하겠는가.
일행들도 처음에는 마차를 끌었다.
사람이 끄는 것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나마 예상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울퉁불퉁한 숲길에 마차가 흔들리자 번거로우니 들고 가자는 결론이 나왔다.
‘나랑 하만뿐이었다면 힘들었겠네.’
설기가 있다지만 한계가 있었다.
계획과 실제는 달랐다.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었다.
“도착했습니다.”
“여긴가?”
일행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마차에서 내렸다.
쿵!
마차가 내려오자 흙먼지가 올라왔다.
땀을 훔치는 하만과 아우라.
그와 달리 셋은 뻐근한 어깨를 두드릴 뿐이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로멘 님, 괜찮으세요?”
“…마, 말 시키지 말게.”
쓰러지듯 주저앉아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로멘.
심지어 제니퍼조차 그런 그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로멘 님은 쉬게 놔두고, 다음은 뭘 하면 되지?”
란돌프의 물음에 일행들의 시선이 일제히 강현에게 향했다.
명령을 기다리는 병사들처럼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
강현은 웃음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일단 이 비닐을 펼치고 위에 고기를 뜯어 주세요.”
양념할 생각이었다. 강현의 지시에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강현은 그들을 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갈비는 찜을 할 거고, 등심과 토시살은 구이, 나머지는….’
강현이 마차를 보았다.
‘오븐으로 하면 되겠네.’
마차 입구에 차단막이 달려 있었다.
마차 밑에 장작을 피우면 이동식 오븐이나 다름이 없었다.
쇠로 만들어져서 열에 강하기까지 했다.
‘일반 쇠가 아니랬지?’
잘하면 훈제도 가능할 것 같았지만, 이런 일에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오븐으로도 충분하지.’
고개를 끄덕인 강현이 고기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좀 더 다양한 요리를 해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소 한 마리에 250~300kg.
네 마리면 1,000kg이 넘었다.
게다가 구이용도 소금과 후추뿐만 아니라 양념까지. 다양하게 준비했다.
마차에 포일을 깔고 고기를 쌓았다.
고기와 고기 사이에 양파와 파, 마늘도 올렸다.
너무 겹치지 않게 지구에서 주문한 바비큐용 지지대로 선반을 만들었다.
그리고 중앙의 통에는 가지고 온 맥주를 들이부었다.
무려 한 박스나.
수분이 날아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제대로 될까?’
강현도 이만큼 대량으로 요리해 본 적이 없기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미 내친걸음이었다.
차단막을 내리고 아래를 보았다.
강현의 시선을 받은 토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밑에 쌓인 장작을 향해 불을 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