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35)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35화(235/251)
235화 고마워. 그리고 잘했어
쩝쩝쩝.
까드득.
사방에서 꼬리들이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금까지의 고생이 씻겨 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르르르.”
“여기에도 있단다.”
새끼 늑대 두 마리가 하나의 고기를 물고 으르렁거리자 제니퍼가 서둘러 고기 하나를 들이밀었다.
“그르르.”
“그르르르.”
물고 있는 고기보다 커다란 고기.
힐끗 고기를 확인하면서도 누구 하나 쉽사리 놓지 않고 있었다.
자존심의 문제였다.
네가 놔.
네가 먼저 놔.
그러나 둘 다 마음은 조금 더 큰 고기에 가 있었다.
곤란한 표정을 짓는 제니퍼.
하지만 그녀의 고민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해결되었다.
설탕이 다가오더니 둘이 물고 있는 고기를 덥석 물어 버린 것이었다.
“어머.”
놀란 제니퍼가 눈을 깜빡이는 사이, 설탕은 행동으로 보여 줬다.
머리를 흔들자 떨어져 나가는 새끼 늑대들.
설탕은 둘이 떨어져 나가자 고기를 씹어 삼켰다.
허망하다는 듯이 설탕을 바라보는 새끼 늑대들.
하지만 차마 덤벼들지는 못하겠는지 눈치를 봤다.
‘…대단하네.’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강현이 실소를 흘렸다.
설탕이 남매 중에 맏이인 것 같았다.
군기반장.
새끼 늑대들은 설탕과 기싸움을 하는 대신 다른 쪽을 택했다.
바로 제니퍼가 들고 있는 고기.
동시에 달려드는 두 늑대.
하지만 이번에도 설탕이 빨랐다.
덥석.
고기를 물어 버린 것이었다.
보란 듯이 씹어 삼키는 설탕.
그리고 둘을 바라봤다.
“….”
표정만 봐도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뭐, 불만 있어?
“끼잉.”
“낑.”
새끼 늑대들이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둘을 바라보는 설탕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
싸우면 계속 뺏어 먹겠다는 뜻이었다.
눈치를 보던 두 늑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제각기 다른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둘이 떠나고 나서야 고개를 돌리는 설탕.
설탕은 누군가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곧 원하는 걸 발견했는지, 걸어나는 설탕.
그 끝에는 정신없이 고기를 뜯고 있는 설기가 있었다.
조용히 설탕의 행동을 지켜보던 일행들은 이어지는 행동에 숨을 삼켰다.
설탕이 작은 앞발로 설기의 머리를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퍽!
졸지에 먹던 고기를 뱉게 된 설기가 눈을 껌뻑였다.
설탕을 돌아보는 설기.
왜 때리냐는 눈빛에 설탕이 한숨을 내쉬었다.
설기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봉변당한 꼴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설탕이 한심하다는 듯이 설기를 보다가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앉아서 앞발을 핥는 설탕.
설기는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설탕을 보다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광경을 보던 일행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사람이나 늑대나 같네요.”
제니퍼의 말에 일행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먹지만 말고 동생들 좀 챙기라고 때린 것이었다.
그러한 설탕의 노력 덕분에 새끼 늑대들은 평화롭게 식사를 이어 갔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겼다.
“선, 선생님.”
하만의 다급한 외침.
고개를 돌리자 고기를 굽고 있던 하만이 울상을 짓는 게 보였다.
앞에 앉아 있는 새끼 늑대 한 마리.
입가에는 기름이 가득했다.
강현은 한눈에 상황을 파악했다.
이미 구워진 고기들을 다 먹고 다른 고기들이 구워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엄청나네.’
설기가 다섯 마리나 있다는 게 실감이 되었다.
심지어 부모 늑대들은 몇 입 먹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럴 때를 위해서 준비된 게 있었다.
“토리야.”
강현의 물음에 토리가 쪼르르 마차 바퀴를 올라갔다.
이미 바닥의 불은 꺼진 상태.
마차에 남아있는 잔열로 익히고 있었다.
안을 확인한 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븐 구이가 완성된 것이었다.
강현은 꼬챙이로 마차의 차단막을 올렸다.
그와 함께 열기가 터져 나왔다.
저도 모르게 뒷걸음을 친 강현.
하지만 열기만 나온 게 아니었다.
연기와 김, 그리고 진한 고기의 향.
강현은 김 사이로 보이는 구릿빛 고기들의 모습에 미소 지었다.
‘일단 겉모습은 합격인가?’
바닥에 흥건한 육즙.
냄새만으로 고기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저걸 어떻게 꺼내지?’
아직도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차단막을 올리는 꼬챙이로는 고기를 꺼내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토리 혼자 꺼내기에는 고기들이 너무 크고 무거웠다.
강현이 방법을 물색하는 사이, 먼저 움직인 이들이 있었다.
네 마리의 털 뭉치.
바로 새끼 늑대들이었다.
마차에서 흘러나온 냄새 때문에 참을 수 없던 것이었다.
놀란 제니퍼가 새끼 늑대들을 불렀다.
“잠깐만 아직 뜨거운….”
하지만 순식간에 마차 위에 올라서 고기들을 덥석 문 새끼 늑대들.
강현은 그 모습을 보며 실소를 흘렸다.
제니퍼와 달리 다른 이들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
새끼 늑대들은 그냥 늑대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얀 늑대였다.
평소 설기를 알기에 말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뜨겁기는 한지, 고기를 문 채로 후다닥 마차 밖으로 나오는 새끼 늑대들.
일행들이 그 모습에 웃음을 흘렸다.
곧 가져온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그런 새끼 늑대들을 바라보던 강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한 마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누구인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설탕.
우아한 걸음으로 다가간 설탕은 설기의 고기를 빼앗으려고 했다.
“그르르르르르!”
고기를 문 채로 바로 이빨을 드러내는 설기.
결사 항전이라도 할 기세였다.
아무리 설탕이라고 해도 자신의 고기를 빼앗은 건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설탕은 그런 설기를 향해 눈짓했다.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 설기의 눈에 들어온 건 부모 늑대였다.
부모 늑대들은 나서지 않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새끼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설기의 입에 힘이 빠지자 설탕이 고기를 물고 부모 늑대에게 갔다.
그리고 살며시 내려놓는 설탕.
부모 늑대의 따뜻한 시선이 설탕에게 향했다.
설탕의 뺨을 핥는 부모 늑대.
그 모습을 본 새끼 늑대들이 슬그머니 자신이 먹던 걸 들고 부모 늑대에게 향했다.
부모 늑대들은 그런 새끼 늑대들을 차례대로 핥았다.
흐뭇한 광경.
그렇게 제 고기를 빼앗긴 설기는 잠시 마차와 일행들을 힐끗거리더니 마차를 향해 뛰어들었다.
새로운 고기라도 가지고 오려는 건가 싶었는데, 안에 있던 고기를 차례대로 밖으로 꺼내고 있었다.
그러고는 꺼낸 고기를 일행들 앞에 하나씩 놨다.
“어머나. 나 주는 거야? 고마워라.”
“고맙다.”
“잘 먹을게.”
“역시 설기밖에 없어.”
일행들은 웃으며 설기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일행들에게 고기를 모두 건넨 설기는 유난히 큼지막해 보이는 고기를 들고 와서 강현의 앞에 놨다.
강현은 웃으며 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그리고 잘했어.”
강현의 손길에 간지러운지 머리를 비트는 설기.
그렇게 설기를 쓰다듬던 강현은 시선을 느끼고 손을 멈췄다.
부모 늑대들과 새끼 늑대들이 강현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끼 늑대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설기를 보고 있었지만, 부모 늑대들의 시선은 강현에게 향해 있었다.
부드러운 눈빛.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바라보는 시선과도 같았다.
머쓱해진 강현이 뒷머리를 긁적이자, 부모 늑대들도 시선을 뗐다.
새끼들이 가져 온 고기를 먹기 시작하는 부모 늑대들.
그제야 새끼들도 고기를 부모 늑대 곁에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털 뭉치들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우리도 이제 먹지.”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일행들이 와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설기가 건네준 고기가 들려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강현은 일행들과 함께 한쪽 자리에 앉았다.
다들 반나절 동안 먹지도 못하고 작업했으니 배가 고플 거다.
고기를 입에 넣는 일행들.
곧 일행들의 눈이 커졌다.
“…정말 맛있네요!”
“내가 이걸 같이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군!”
“선장이 좋았잖아요.”
로멘의 감탄에 에밀리야가 웃으며 대꾸했다.
그러자 일행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뇨. 여러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강현이 멋쩍어하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하는 일행들.
그제야 강현도 고기를 보았다.
선명하게 나 있는 이빨 자국.
누구의 것인지 말할 것도 없었다.
설기였다.
하지만 다들 개의치 않고 먹고 있었다.
강현 역시 조심스레 고기를 입으로 가졌다.
오븐에서 오래 구워진 탓에 바삭한 겉면.
강현은 고기를 입으로 뜯어냈다.
부드럽게 뜯기는 고기.
그리고 한 입 씹자 안에서 육즙이 터져 나왔다.
맥주 덕분에 수분이 날아가지 않고 안에 고여 있던 것이었다.
씹을 때마다 흘러나오는 육즙.
강현의 예상보다 훨씬 잘 나왔다.
‘아니, 이런 분위기라서 그리 느낄 수 있지.’
한가롭게 고기를 뜯고 있는 늑대들.
그 옆에 모여 수다를 떠는 일행.
평화로운 광경.
이런 상태에서 뭔들 맛이 없겠는가.
강현은 고기를 또 한 입 베어먹었다.
저절로 미소가 흘러나오는 맛.
간도 적절하게 배어 있어서 다른 소스도 필요 없었다.
고개를 끄덕인 강현의 시선이 일행들에게 향했다.
맛있게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일행들.
울퉁불퉁한 땅바닥에 쿠션도 없이 앉아 있었지만 즐거워 보였다.
그런 일행들을 보던 강현은 무언가를 떠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현?”
“선생님?”
그런 강현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일행들.
“잠시만요.”
강현은 배낭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무언가를 가져오는 강현.
강현의 손에 들린 걸 확인한 일행들의 눈이 빛났다.
특히나 란돌프와 노아의 눈빛이 사냥감을 바라보는 사냥꾼의 것으로 변했다.
“다 쓴 게 아니었나?”
“혹시나 해서 인원수 분은 빼놨어요.”
바로 강현의 손에 들린 건, 아까 마차에 부었던 흑맥주였다.
“겨우 한 캔씩이지만….”
“충분하지.”
란돌프가 강현이 건네는 맥주를 받았다.
다른 일행들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캔맥주가 모두의 손에 들리자 에밀리야가 나섰다.
“그럼 건배할까요?”
일행들은 놀란 눈으로 에밀리야를 바라보았다가 곧 웃음을 흘렸다.
요정들에게 이런 문화는 없었다.
이제는 인간들의 문화에 익숙해진 에밀리야였다.
치익.
모두가 캔맥주를 땄다.
그러고 들어 올렸다.
하지만 캔을 부딪치진 않았다.
잔을 들고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행들의 시선을 받은 강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곧 웃으며 입을 열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위해서!”
강현의 선창에 일행들이 따라 외쳤다.
그리고 캔맥주들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벌컥벌컥 들이켜는 일행들.
곧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좋군!”
“예.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노아에 이어서 에밀리야가 말했다.
그러자 란돌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언젠가 한번 가 보고 싶군.”
란돌프의 혼잣말에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를 말하는지는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강현의 세상.
“…그랬으면 좋겠네요.”
정말로.
강현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