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36)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36화(236/251)
236화 선물을 받았네
일행들의 손이 점점 느려졌다.
배가 어느 정도 찬 것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고기만 먹으니 물리는 게 당연했다.
어느새 손을 내려놓은 일행들은 새끼 늑대들이 먹는 걸 구경했다.
불이 빵빵해지도록 고기를 넣는 새끼 늑대들.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광경이었다.
일행들과 같이 새끼 늑대들을 바라보고 있던 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잘 안 먹네요.”
새끼 늑대들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새끼 늑대들은 얼마나 먹었는지, 입 주변뿐만 아니라 털 전체가 기름에 번들거렸다.
강현이 말하는 건 부모 늑대들이었다.
“새끼들에게 양보하는 걸까요?”
제니퍼도 걱정스럽게 이야기했다.
“아닐 걸세.”
그때, 로멘이 고개를 내저었다.
에밀리야 역시 동의하듯 입을 열었다.
“지금 두 분은 일반 생물처럼 섭식을 통해서 생명을 유지하는 게 아니에요.”
“그렇다면 이 산의 생물들은 진작에 멸종했지.”
로멘이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아까의 덩치를 떠올리면 어마어마한 양을 먹어야 할 거다.
새끼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설기가 많이 먹는 게 아니었다.
다른 새끼들 역시 벌써 제 몸의 몇 배를 먹었다.
로멘이 강현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강현, 자네도 알 수 있을 걸세.”
로멘의 말에 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고 부모 늑대를 바라보았다.
‘대체 뭘… 어?’
눈을 껌뻑이는 강현.
그런 강현을 보고 일행들이 웃었다.
오직 제니퍼만이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하지만 강현은 일행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멍하니 부모 늑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아.’
하지만 곧 공기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마력, 그리고 영력인가?’
정령이 가진 힘.
그뿐만이 아니었다. 강현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부모 늑대들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이 숲은 하얀 늑대의 영역이지. 단순히 땅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네.”
“숲 전체가 저들에게 생명을 보내고 있어요.”
로멘가 에밀리야의 말에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건 아니었지만,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강현은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하얀 늑대들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아까는 숲 전체가 우는 것 같았어요.”
크기를 줄이기 전의 모습을 말했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긴장했구나.’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보다 감각이 예민한 이들은 보자마자 알아챈 것이었다.
그때,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하만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설기랑 아이들이 자라면 어떻게 해요?”
숲의 생명을 나눠 가지기에는 숫자가 많았다.
“후계자를 하나 정하겠지. 나머지는 다른 숲이나 산을 찾아 떠나고.”
한 마리 정도는 여유가 될 거다.
그러한 란돌프의 말에 하만이 울상을 지었다.
“떨어져야 하는군요.”
보기 좋은 저 가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픈 것이었다.
그런 하만을 보며 아우라가 미소 지었다.
“하얀 늑대들은 요정들보다 수명이 길어. 떨어진다고 해도 나중의 일이야. 그리고 지금에야 저렇게 부모를 따르지만 크면 다를걸?”
“그렇지.”
란돌프가 슬픈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얀 늑대들 때문이 아니었다.
딸인 헤나를 떠올린 것이었다.
“아빠, 아빠하고 따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슬픈 일이야.”
제니퍼가 란돌프의 팔을 툭 쳤다.
그러고는 눈을 흘겼다.
“정말, 사람들 앞에서 주책이에요.”
제니퍼의 잔소리에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란돌프.
덩치 큰 란돌프가 그러자 너무나도 안 어울렸다.
덕분에 일행들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맞아요. 저 아이들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응? 왜 그리 보죠?”
말을 하던 아우라가 시선을 느끼고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아무것도?”
일행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우라는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지만, 이유를 모르기에 입술만 오물거렸다.
하지만 덕분에 이해가 빨랐다.
사람이 그런 것처럼 늑대들 역시 사춘기가 올 거다.
자아가 단단해지는 시기.
이미 오랫동안 진행 중인 이가 그리 말했으니 설득력이 있었다.
슬퍼하던 하만 역시 친구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보낼 뿐이었다.
그렇게 잡담을 나누던 사이 늑대 가족의 식사도 끝이 났다.
배가 부른지 바닥에서 뒹굴뒹굴하는 새끼 늑대들.
하나 같이 배가 볼록 튀어나왔다.
동글동글한 모습에 솜사탕이 굴러다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하얀 솜사탕들은 금세 갈색으로 바뀌었다.
털에 묻은 기름과 흙이 뒤섞였기 때문이었다.
‘설기의 형제들이 맞네.’
강현이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모든 새끼가 그런 게 아니었다.
도도한 걸음으로 걸음을 옮기는 설탕.
설탕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동생들의 배를 한 대씩 때리고 있었다.
“끼잉.”
“깨갱.”
“꾸억.”
앓는 소리를 내는 새끼들.
새끼 늑대들이 설탕을 노려봤지만, 설탕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려 버렸다.
‘대단한 설탕 파워.’
부모 늑대들도 그러한 설탕을 말리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신뢰받는 설탕이었다.
‘하긴.’
강현은 설탕과 설기를 비교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설기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숲에서 놀고 있었다.
자식 중에서도 말썽꾸러기가 분명했다.
하지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만날 수 있었지.’
강현은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닥을 구르는 새끼 늑대들 바라보았다.
강현과 눈이 마주친 새끼 늑대가 해맑게 웃었다.
똑같이 흙과 기름을 뒤집어쓰고 있어도 알 수 있었다.
설기였다.
강현을 향해 작은 앞발을 들어서 인사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고는 다시 발라당 눕는 설기.
얼굴이 포만감과 행복함으로 물들어 있었다.
정말로 고기를 원 없이 먹었다.
‘…남김없이 다 먹었으니.’
부모 늑대가 생각보다 많이 먹지 않았다.
그런데도 고기가 남지 않았다는 것은 새끼 늑대들의 활약이 대단했다는 이야기였다.
볼록 튀어나온 배들이 그걸 증명했다.
배가 부른지 하품하는 새끼 늑대들.
그걸 본 부모 늑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연스레 따라 일어나는 일행들.
부모 늑대들은 그런 일행들을 보고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어머니 늑대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버지 늑대가 일행들에게 다가왔다.
몸집이 작아졌다고 해도 가까이에서 보니 위압감이 엄청났다.
그렇게 다가온 늑대는 끝에 있는 아우라에게 다가갔다.
움찔하고 몸을 떠는 아우라.
“괜찮아.”
옆에 있던 에밀리야가 아우라를 진정시켰다.
곧 아버지 늑대가 아우라의 이마에 머리를 맞댔다.
녹색 빛으로 빛나는 그녀의 몸.
“이건.”
“늑대의 가호.”
누군가 중얼거렸다.
아우라에 이어서 에밀리야에게도 가호를 내렸다.
그렇게 일행들에게 차례대로 가호를 내려 주는 아버지 늑대.
곧 마지막에 서 있는 강현과 눈이 마주쳤다.
강현은 이미 늑대의 가호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강현에게는 가호를 내릴 필요가 없었다.
강현을 빤히 쳐다보던 아버지 늑대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루리가 있는 이동장이 있었다.
늑대의 시선에도 사람들과 다르게 반갑다고 날개를 흔드는 루리.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루리를 바라보던 아버지 늑대는 다시 강현을 돌아봤다.
강현은 그 뜻을 이해했다.
‘문을 열어 달라는 건가?’
강현이 이동장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아버지 늑대의 혀가 안으로 들어갔다.
설마 루리를 맞보기라도 하는 건가.
놀란 강현이 숨을 삼켰지만, 굳이 제지하지는 않았다.
아버지 늑대를 믿기 때문이었다.
혀가 루리의 몸을 훑었다. 간지럽다는 듯이 몸을 떠는 루리.
이동장에서 혀를 빼낸 아버지 늑대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어느새 떠날 준비를 하는 늑대 가족.
무리로 돌아간 부모 늑대가 강현을 돌아봤다.
[고맙구나.] [우리 아이를 잘 부탁해요.]“…!”
머릿속에서 들리는 소리에 놀란 강현이 눈을 크게 떴다.
다시 앞을 봤을 때는 늑대 무리는 이미 떠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갔네요.”
“갔군요. 응, 왜 그러세요?”
그제야 강현의 상태가 이상한 걸 알아채고 물어보는 이들.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무래도 부모 늑대의 목소리는 강현에게만 들린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다.
일행들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서 떠들었다.
“그, 늑대의 가호라는 게 좋은 거예요?”
“예. 이제 짐승들도 함부로 덤비지 못할 거예요.”
“게다가 힘도 조금 강해지지.”
“앞으로 잔병치레할 걱정은 없을 걸세.”
“신이 내리는 축복이라고 생각하면 되네.”
사람들이 한 마디씩 보탰다.
제니퍼와 달리 일행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큰 행운을 맞이했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일행들의 이야기를 들은 제니퍼의 표정은 어두웠다.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헤나도 같이 올 걸 그랬어요.”
딸인 헤나를 놔두고 자기들만 축복을 받은 게 마음에 걸린 것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란돌프가 제니퍼의 어깨를 잡았다.
“또 기회가 있을 거야. 그렇지?”
강현과 설기를 향해 윙크를 던지는 란돌프.
“컹!”
강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제 겨우 한 번 만났을 뿐이었다.
앞으로 또 만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제야 제니퍼도 웃음을 흘렸다.
그것도 잠시 무언가를 본 에밀리야의 눈이 커졌다.
“어머!”
에밀리야를 따라서 고개를 돌리자 루리가 귀엽게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루리.
하지만 루리를 바라보는 일행들의 눈이 커졌다.
루리가 이동장 밖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돌아다니는 루리.
일행들은 곧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뭘 하나 했더니.”
루리를 보는 로멘의 눈이 반짝였다.
학자로서의 탐구심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때, 토리가 루리 곁으로 갔다.
괜찮은지 이리저리 살피는 토리.
곧 이상이 없다는 걸 알아챘는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뒤엉켜서 바닥을 구르는 토리와 루리.
“…보이는군.”
“예?”
고개를 돌리자 일행들이 멍한 눈으로 루리와 토리가 노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다른 일행들과 달리 고개를 갸웃하는 요정들.
그러나 강현은 그 뜻을 알아챘다.
“토리도 보이나요?”
“그래.”
“그뿐만이 아니라 소나도 보여. 옆에 날고 있는 건 아우라의 정령인가?”
하늘을 바라보던 란돌프가 말했다.
하늘을 헤엄치고 있는 두 마리의 새.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두 요정의 눈이 커졌다.
“예. 소피랍니다.”
“멋진 정령이군.”
에밀리야의 대답에 란돌프가 웃으며 아우라를 돌아봤다.
쑥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는 아우라.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자긍심이 묻어나고 있었다.
“자,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지. 슬슬 정리하지 않으면 날이 저물 거야.”
로멘이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 손뼉을 쳤다.
그렇다. 여기저기 식사를 끝낸 잔재들이 남아있었다.
뼈까지 깨끗하게 먹어 치우긴 했지만, 그래도 정리할 게 많았다.
“그렇지. 먹었으니 일을 해야지.”
란돌프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호 덕분인지, 아니면 맛있는 식사 덕분인지.
일행들은 힘이 넘쳤다.
그렇게 정리를 시작하는 일행들.
강현 역시 정리하다가 늑대 가족이 떠난 곳을 보았다.
‘…고맙다고 대접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선물을 받았네.’
강현의 시선이 바닥에서 놀고 있는 루리에게 향했다.
이제는 홀로 남는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루리를 보는 강현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