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38)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38화(238/251)
238화 손이 멈췄어
윤섭의 뒤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뒤따랐다.
가수와 배우로 활동 중인 세나와 걸 그룹 리더인 소현.
이미 몇 번이나 만난 적이 있기에 친근한 둘이었다.
그러나 다른 둘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얼마 전 평창에 왔던 등산가 박민구.
그리고….
‘배우였지? 이름이….’
잘생긴 청년이 하나.
강현은 기억을 더듬고는 겨우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김혜성.
방송에 나오는 걸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눈을 마주치자 김혜성이 웃으며 눈인사를 건넸다.
강현 역시 인사를 건네고 다른 이들을 보았다.
“다들 어쩐 일이세요?”
무슨 일로 왔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일행이었다.
회사 일로 왔다고 하기에는 박민구까지 함께할 리가 없었다.
“어쩐 일은. 도와주러 왔지. 일손이 없다며?”
윤섭의 말에 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그런 소리를 했던가.
하지만 기억에 없었다.
어찌 알았냐는 눈빛에 윤섭이 입꼬리를 올렸다.
“강현아, 형이야. 다 아는 수가 있지.”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윤섭.
그 모습이 너무나도 얄밉게 느껴지는 강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윤섭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강현의 시선이 싱글벙글 웃고 있는 이들에게 향했다.
“그럼 다른 분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
다시 보니 평소와 달리 편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일행들의 반응에 강현이 불을 긁적였다.
“…많이 힘들 텐데.”
그리 말하면서 윤섭에게 눈을 흘겼다.
박민구야 괜찮겠지만, 다른 셋은 몸이 너무 얇았다.
윤섭은 직접 겪어 봤으면서 데리고 왔냐는 뜻이었다.
윤섭이 억울하다는 눈빛을 보였다.
그러자 상황을 알아챈 세나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제가 같이 가자고 했어요. 저, 보기보다 힘세요.”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는 세나.
옆에 있던 소현도 질세라 고개를 끄덕였다.
“현역 아이돌의 체력을 무시하지 마세요!”
그리고 의외의 인물이 세나의 편을 들어 줬다.
“맞어. 아가씨가 보기보다 강단 있어.”
이장이었다.
서로 눈을 마주친 이장과 세나가 동시에 웃었다.
언제 저리 친해졌는지.
강현은 그저 눈을 껌뻑이며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이장이 편들어 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장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강현을 돌아봤다.
“역시 그짝이여. 능력도 좋아.”
강현의 귀에 작게 속삭이는 이장.
강현이 고개를 갸웃하자 다 안다는 눈빛으로 강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강현을 보려고 세나가 왔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아니, 틀린 건 아닌데.’
강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얘도 뺀질거리긴 하지만, 없는 것보단 나을 거야.”
“…형님.”
윤섭의 설명에 김혜성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가볍게 무시하는 윤섭.
다른 이들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것만으로도 어떤 성격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사람은 나쁜 것 같진 않네.’
만일 그렇다면 이렇게 데리고 오지도 않았을 거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김혜성이 강현을 보았다.
“전부터 만나 보고 싶었습니다! 형님께도 몇 번이나 부탁했는데, 거절하셔서….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보나마나 음식 해 달라고 하려는 거잖아. 여기저기 자랑하려고.”
“아, 형님! 저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보긴. 네가 널 모를까.”
윤섭의 말에 입을 삐쭉 내미는 김혜성.
그렇게 윤섭과 김혜성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박민구가 강현에게 다가왔다.
“잘 지내셨어요?”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웃으며 인사를 받는 박민구.
“어떻게 오신 거예요?”
“볼 일이 있어서 들렀다가 소식을 듣고 염치없이 끼어 달라고 했습니다. 괜히 방해한 게 아닌지 걱정이네요.”
“방해라뇨.”
다른 셋은 모를까.
박민구는 훌륭한 노동력이었다.
강현은 박민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후원자와 연결해 준 것만이 아니라 그 뒤로도 관리를 해 주는 모양이었다.
‘하긴.’
운동인이나 연예인이나, 매니지를 하는 건 비슷할 거다.
오히려 운동인이 더 편할 수도 있었다.
“일단 해도 저무니 내려가서 이야기하지. 오늘은 잔치를 열어야겠구먼.”
이장의 말에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삼삼오오 모여서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을로 돌아가는 도중, 강현은 윤섭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진짜 이유가 뭔데?”
“도와주러 왔다니까, 사람 말을 못 믿네.”
윤섭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강현은 무심한 눈빛을 던질 뿐이었다.
그러한 강현을 보며 윤섭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도와주러 왔어. 농사일 말고 다른 일도.”
“다른 일?”
“근처에 촬영 있지?”
윤섭의 말에 강현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알았냐는 눈빛.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연예계에 있는 만큼, 이러한 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게 왜?”
강현의 물음에 윤섭이 고개를 저었다.
“확실한 건 아닌데, 느낌이 안 좋아서.”
그건 또 무슨 말인가.
강현이 눈살을 찌푸리자 윤섭이 강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이 형님만 믿어.”
강현에게 윙크를 날리는 윤섭.
그러고는 강현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앞서가고 있는 이장을 향해 경쾌한 걸음으로 나아갔다.
“이장님! 김치전도 해 주시나요?”
“그럼! 잔치에 전이 없으면 말이 되나!”
“오예!”
오예는 윤섭이 말한 게 아니었다.
김혜성이 불쑥 끼어든 것이었다.
“역시 이런 곳에선 김치전에 막걸리가 국룰이죠!”
“내일 일해야 하니 너무 마시진 마.”
“에이, 형님. 저도 그 정도의 개념은 있습니다.”
웃으며 말한 김혜성은 곧 이장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었다.
그 모습을 본 강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윤섭이 형 같은 사람이 또 있을 줄 몰랐는데.’
대단한 친화력이었다.
그렇게 손님들을 위한 조촐한 잔치가 벌어졌고, 잔치가 끝날 무렵에는 김혜성은 원래 마을 사람이었던 것처럼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 * *
“으…. 죽겠어요.”
“그러길래 작작 마시랬잖아.”
인상을 찌푸리는 김혜성을 보며 윤섭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침인데도 내리쬐는 햇빛.
푹푹 찌는 열기에 저절로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게다가 얼굴에 흙까지 묻어서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아버님, 어머님들이 주시는데 어찌 안 마셔요! 저, 김혜성. 그리 예의를 모르는 인간이 아닙니다.”
당당하게 외치는 김혜성.
하지만 다 죽어 가는 표정으로 말해 봤자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그리 말한 김혜성이 곧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이 패션은 충격적이네요.”
꽃무늬 바지에 녹색 티.
그러나 윤섭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나름 괜찮지 않아?”
제 모습을 훑는 윤섭.
제법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김혜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형님의 미적 감각은 뛰어난 건지, 엉망인 건지 모르겠다니깐요.”
“그래, 네가 어찌 알겠니. 그만 불평하고 일이나 해. 쟤네도 가만히 있는데, 왜 네가 설쳐.”
윤섭의 말에 김혜성이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둘과 같이 꽃무늬 바지를 입고 일하는 두 여인이 있었다.
세나와 소현.
“소현이는 애잖아요. 원래 저 때에는 뭐든 잘 어울리는 법입니다.”
김혜성의 말에 윤섭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나이 차이가 나도 얼마나 난다고 저리 말하는 걸까.
윤섭의 시선을 모르는지 김혜성은 소현에게서 세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세나 누님은 대단하네요.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인가. 저걸 소화하네.”
보라색 꽃무늬 바지.
그러나 어색함이 없었다. 물론, 박민구는 예외였다.
미리 알고 있지 않으면 마을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잘 어울렸다.
그렇게 둘이 일행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뒤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다가왔다.
“손이 멈췄어.”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강현.
화들짝 놀란 둘이 행동이 부산스러워졌다.
“죄, 죄송합니다!”
“…나는 일하고 있었어.”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하는 윤섭.
느려졌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시선뿐이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시 밭일에 집중하는 윤섭.
그 모습을 본 강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강현이 이 자리에 일꾼으로만 온 게 아니었다.
마을 대표로서 이들을 관리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윤섭 혼자서도 버거웠는데, 윤섭 같은 이가 하나 더 늘었다.
방심하다가는 이런 꼴이 될 거다.
‘일당이 나오니 제대로 해야지.’
친한 형이고, 연예인이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여기서는 강현이 책임자였다.
그렇게 다시 일하는 둘을 확인한 강현도 일을 재개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마을 아래가 어수선해졌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들자 저 멀리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멀리서도 알 수 있는 촬영 장비들.
“역시, 안 좋은 예감은 꼭 맞는다니까.”
“응?”
고개를 돌리자 윤섭이 혀를 차고 있었다.
강현은 어제 윤섭이 말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마 저들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강현과 눈이 마주친 윤섭이 씩, 웃었다.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 형님만 믿어. 이럴 때를 위해서 도우미를 데려왔으니.”
“맞습니다. 강현 형님께서는 저희만 믿으십시오.”
어느새 김혜성도 강현의 옆에 와 있었다.
둘의 말을 들었음에도 강현의 시선은 둘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윤섭이 미소 지었다.
“그리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너랑 나 사이잖아.”
“아니, 일 안 하냐고.”
“…응?”
강현이 방송국 사람들을 턱짓했다.
“아직 오려면 시간 있는 것 같으니 일해야지.”
“그, 그렇지.”
재빨리 자리로 돌아가는 윤섭.
김혜성도 눈치를 보더니 슬그머니 자리로 돌아갔다.
“우와, 강현 형님. 소문 이상이네요.”
“저것도 나아진 거야. 예전에는 더 심했어. 난 AI 로봇이 벌써 나온 줄 알았다니깐.”
힐끗거리면서 말을 이어가는 둘.
강현의 미간의 골이 깊어지자 둘은 입을 다물었다.
한숨을 내쉰 강현이 방송국 사람들을 보았다.
방금 윤섭과 김혜성의 반응으로 어렴풋이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날 찍으러 온 건가?’
전에 받았던 메일들을 떠올렸다.
거절해도 계속 날라오기에 그 뒤로는 무시했다.
사전에 알리지 않은 걸 보면, 좋은 뜻은 아닐 거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지.’
맡긴 임무가 먼저였다.
강현은 비장한 표정으로 감자를 뽑았다.
* * *
제작진들을 따라서 이동하던 출연진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우리 마을이나 여기나 똑같은 거 아니야? 왜 여기까지 왔데?”
늘어져 있는 논밭.
옆 마을에서 건너온 그들에겐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당연했다.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뭔가 숨겨 놨겠지.”
어수선한 작가들과 보조 피디들을 본 출연진 하나가 짧게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메인 피디인 박철호 피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한숨을 내쉬는 출연진들.
그런 출연진들을 향해 보조 피디 하나가 다가왔다.
“곧 카메라 돌 겁니다. 마을 들어가는 장면을 찍을 거예요.”
보조 피디의 말에 출연진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속에 있는 불평을 쏟아 내진 않았다. 지금 제작진과 마찰을 일으켜서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회사를 통해서 연락하는 게 나았다.
그들 역시 프로였다.
언제 짜증 냈냐는 듯이 하하, 호호 웃으며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