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42)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42화(242/251)
242화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는데
방송국으로 복귀한 제작진들은 바로 편집에 들어갔다.
평소라면 쓸 수 있는 장면을 골라내느라 바쁠 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쓸 게 너무 많은데요? 이부로 나눠도 되겠어요.”
세나에 소현, 김혜성뿐만 아니라 황대길과 박민구까지.
특집 방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연히 쓸 수 있는 부분도 넘쳤다.
만일 직접 저 구성을 꾸리려면 제작비가 두 배로도 부족할 거다.
밭일하면서 고생했던 게 잊힐 정도로 행복한 고민이었다.
그러던 도중 보조 피디 하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런데, 강현 씨는 어떻게 하죠?”
다른 스태프들은 몰랐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박철호 피디가 어떤 목적으로 갔는지 알고 있었다.
보조 피디의 질문에 박철호 피디의 미간의 골이 깊어졌다.
‘사실 억지로 넣을 필요는 없긴 하지.’
강현 덕분에 좋은 장면이 나왔다.
사람을 쓰는 것도 재능이라면, 강현은 천부적이었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굳이 척질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인맥을 보니 박철호 피디가 건들기도 애매했다.
그때, 누군가가 편집실 문을 노크했다.
“선배님, 계세요?”
익숙한 목소리였다. 후배 피디 중 하나.
문을 열자 후배 피디가 입을 열었다.
얼마 전 메인 피디로 올라간 이였다.
“선배님. 국장님이 찾으세요.”
“국장님?”
박철호 피디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로?”
“저도 잘….”
그리 말한 후배 피디가 보조 피디들과 작가들이 보이지 않게 작게 속삭였다.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았어요.”
“…알겠어.”
그렇게 편집실을 나선 박철호 피디가 눈살을 찌푸렸다.
국장이 바로 호출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
그렇게 국장실에 들어갔을 때, 박철호 피디를 맞이한 건 국장이 아니라 먼저 와 있던 부장이었다.
“너 뭐 하는 새끼야!”
갑작스럽게 날아온 욕설에 박철호 피디가 눈을 껌뻑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부장은 호통을 이어 갔다.
“내가 그러기에 조심 좀 하라고 했지! 예전처럼 카메라를 막 들이밀면 안 돼!”
그리 말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평소 박철호 피디의 행동에 동조했던 부장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어떤 일로 불려 왔는지 알게 되었다.
“황대길 선생님이라면 잘 말씀을 드….”
“황대길 선생님? 그분이 왜 나와?”
박철호 피디가 눈을 껌뻑였다.
‘황대길 선생님이 아니야?’
그럼, 누구란 말인가. 세나나 소현? 설마 앞에서 그리 말하고 뒤통수를 친 건가? 그럴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강현이?
아니었다.
강현이 불평한다고 해서 국장이 직접 나설 리는 없었다.
게다가 촬영 당시 강현은 노동력이 늘어서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박철호 피디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설마, 너 황대길 선생님도 멋대로 찍은 거야?”
“아, 아뇨. 미리 허락받았어요.”
사실 찍고 나서 허락받긴 했지만, 지금 그 말을 꺼낼 순 없었다.
박철호 피디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부장이 답답한 듯 가슴을 두드렸다.
“김 부장, 그만하면 되었어요. 지금 보니깐 모르고 찍은 것 같은데.”
“예. 알겠습니다.”
국장의 말에 부장이 물러났다.
박철호 피디는 국장의 무심한 시선에 마른침을 삼켰다.
“이번에 촬영한 곳 있죠?”
“아, 예. 평창에서 촬영했습니다.”
“그곳에 정기훈 작가님과 이정환 피아니스트께서 머물고 계셔요.”
“예?”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박철호 피디가 되물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부장이 눈을 부라렸다.
“아, 죄송합니다.”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박철호 피디.
정기훈과 이정환은 박철호 역시 알고 있었다.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둘처럼 사회적 지휘가 있는 이들을 모른다면 피디 실격이었다.
국장은 그런 박철호 피디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노후를 보내려고 그곳으로 가신 모양이에요.”
“아.”
박철호 피디가 탄식을 뱉었다.
“쉬시러 가신 만큼, 주변이 시끄러워지는 걸 걱정하고 계신답니다.”
박철호 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둘이라면 국장이 직접 움직인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만한 거물들이었다.
절망하고 있는 박철호 피디의 귀에 국장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기껏 찍은 걸 없앨 수는 없지요.”
박철호 피디의 귀가 번쩍 띄었다.
“그럼 어떻게….”
“두 분이 나온 장면만 나오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합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마을의 이름이나 위치도 빼시고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예. 물론이죠.”
박철호 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을 특정할 수 없게 내보내란 소리였다.
촬영을 다시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런 박철호 피디를 보던 국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피디님의 열정은 저 역시도 알고 있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박철호 피디.
그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눈이 마주치자 국장이 부드럽게 웃었다.
“하지만 때로는 독이 되는 법이죠.”
이어지는 말에 박철호 피디가 그대로 굳었다.
“시대가 변하면 우리도 변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도태될 뿐이죠. 이번 일도 절차를 지켰다면 피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죠?”
“…예.”
박철호 피디가 고개를 숙이자 국장이 일어나서 그의 어깨를 잡았다.
“프로그램을 흥행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문제를 만들지 않는 것이죠.”
어깨에 들어간 손에 힘이 들어갔다.
“유능하신 분이니, 제 말을 잘 이해할 겁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만 나가 보세요.”
국장이 웃으며 박철호 피디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하지만 그 웃음이 더 이상 친절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 * *
편집실로 돌아가는 박철호 피디의 걸음은 무거웠다.
그렇게 편집실에 도착해서 보조 피디들과 작가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정기훈 작가와 이정환 피아니스트요?”
다들 이름은 한 번씩 들어 봤다.
“그분들이 왜 그런 곳에.”
“몰라. 아무튼 둘이 나온 부분 찾아봐.”
짜증스럽게 대꾸하는 박철호 피디.
보조 피디들과 작가들은 조용히 박철호 피디의 눈치를 봤다.
세나나 황대길도 있는데, 둘이라고 없을까.
그중 막내 피디가 둘의 얼굴을 찾아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어? 이분들.”
“알아?”
“예. 저희한테 일 시키던 분들이에요.”
“어?”
“아.”
막내 피디의 말에 제작진들이 탄성을 뱉었다.
왜 몰랐을까.
제작진들이 투입된 곳에 있던 노인들이었다.
그제야 둘의 정체를 알게 된 제작진들의 표정이 굳었다.
생각보다 비중이 높은 이들이었다.
“…이분들 나온 장면들 다 빼라고요?”
“절반은 날아갈 텐데요?”
이미 편집이 진행되고 있었다. 다시 처음부터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바라보는 제작진들의 시선에 박철호 피디가 눈살을 찌푸렸다.
“까라면 까. 아니면 너희가 국장님한테 이야기해 볼래?”
결국, 제작진들은 둘이 나온 장면을 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강현이 나온 장면도 같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며칠 밤을 새운 후에나 겨우 일정을 맞춘 제작진들.
하지만 고생한 만큼 결과는 좋았다.
예상보다 더.
덕분에 박철호 피디는 다시 국장실에 불려 가야만 했다.
“박철호 피디. 이번에 아주 좋았어요. 호응도 좋았습니다. 출연진과 함께하는 제작진. 진정성이 보여요.”
전과 달리 싱글벙글 웃고 있는 국장.
옆에 있는 부장 역시 웃고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출연진만 고생시킨다는 소리가 있었는데 이번 일로 여론이 바뀌었어요. 출연진만큼 제작진들도 고생한다는 걸 잘 보여줬어요.”
“그렇죠. 요즘에는 이런 게 잘 먹힙니다.”
부장이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그럴수록 박철호 피디의 눈이 흔들렸다.
국장이 박철호 피디의 어깨를 두드렸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부탁드립니다.”
“…이렇게만이라면?”
박철호 피디의 물음에 국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부장이 대신 나섰다.
“국장님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박 피디가 알아서 잘할 겁니다.”
그렇게 박철호 피디는 부장과 함께 국장실을 나섰다.
복도를 걸으며 부장이 입을 열었다.
“들었지? 앞으로 프로그램 컨셉은 그렇게 가.”
“예?”
박철호 피디가 되묻자 부장이 짜증을 냈다.
“출연진들과 같이 행동하라고. 밑에만 시키지 말고 네가 솔선수범해서. 그래야 말이 안 나오지.”
“…제가요? 전 메인 피디인데.”
일까지 하라는 게 말이 되는 것인가.
그러자 부장의 눈썹이 올라갔다.
“야, 너 요즘 성적 엉망인 거 알지? 이건 기회를 준 거야. 시청자 반응도 좋잖아. 너, 진급 안 할 거야?”
부장의 말에 박철호 피디가 곤란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미 다음 촬영이 끝났는데….”
당연히, 출연진들만 일을 한다.
그러자 부장이 인상을 찌푸리며 뒤를 가리켰다.
복도의 끝.
“어쩌라고. 너 다시 저기 불려 가고 싶어? 이번에는 인사만 나누는 걸로 안 끝나.”
결국, 박철호 피디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졸지에 일도 하고 촬영도 하게 되었다.
이미 박철호 피디의 머릿속엔 강현이란 이름은 남아 있지 않았다.
* * *
며칠 뒤.
바쁜 시기가 지나고 매장으로 돌아온 강현은 방송에서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뻘뻘 땀을 흘리는 박철호 피디.
강현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정말 열정적인 분이시구나.”
윤섭과 세나가 걱정해서 뭔가 있는 줄 알았는데, 자신이 오해했었다.
저렇게 솔선수범하다니.
핸드폰으로 검색하니 역시나 칭찬이 많았다.
게다가 마을의 이름이나 위치도 나오지 않았다.
혹여나 사람들이 찾아올까 봐 배려해 준 것이었다.
‘좋은 사람이네.’
고개를 끄덕인 강현도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잘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 같은 모습 변치 마시길.
그렇게 글을 적고 옆을 보니 설기와 토리, 루리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간지럽다는 듯이 몸을 비트는 셋.
강현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였다.
* * *
가을이 지나가고 또 겨울이 찾아왔다.
잎이 떨어진 나무들은 긴 잠을 잔 준비를 했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머리에는 어느새 하얀 눈이 쌓이고 있었다.
추수를 끝낸 마을 사람들은 한가로이 거리를 노닐었다.
그런 와중에 강현은 홀로 분주했다.
그 이유는 바로 이세계 때문이었다.
“이번 운동회 때는 마을 주민 전부가 참가한다더군.”
“저희도 마을 분들뿐만 아니라 옆 마을에서도 견학하고 싶다는 요청이 날아왔어요.”
“성에서도 물어보는 이들이 많아서 성주님께서 공표했다네. 상인들도 장사하면 안 되냐고 허가를 구하더군. 성주님께서는 강현, 자네에게 맡긴다고 했네.”
바로 운동회의 규모가 말도 안 되게 커졌기 때문이었다.
강현은 란돌프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요즘 숲이 어수선하더니 강현과 접촉하기 위해 들어왔던 상인 몇몇이 순찰하던 병사들에게 걸린 모양이었다.
병사들에게 걸린 게 다행이지, 까딱했으면 목숨이 위험했을 거다.
‘…숲의 무서움을 모르는 건 아닐 테고.’
이권 때문이었다.
인간, 수인, 요정의 마을이 함께하는 행사.
필시 다른 마을에서도 소문을 듣고 올 게 분명했다.
하지만 영주의 허가 없이는 장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영주는 그 권한을 마을에 오지도 않는 강현에게 일임했다.
상인들이 애가 탈만 했다.
‘작년에는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는데.’
강현이 볼을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