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44)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44화(244/251)
244화 괜찮은 것 같아?
그 말이 강요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상인 대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쉽사리 불평을 토로할 순 없었다.
대신 슬쩍 주변을 살폈다.
누가 대신 나서 주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여기 나온 대표들은 통역 아이템을 장착하고 있었다. 당연히 강현이 하는 말도 들었을 거다.
하지만 불만을 가진 이는 상인 대표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이들이 나선 이유는 상인 대표와 다르기 때문이었다.
태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토마스를 본 상인 대표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상인 대표 역시 오랫동안 사람을 상대해 온 이였다.
당황하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
“그럼, 점포 선별은 누가….”
상인 대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말과 달리 눈빛은 불순했다.
그것도 네가 할 거냐는 질문.
그러나 이 대답 역시 준비되어 있었다.
“반은 영주님의 선택이고 반은 주민들의 투표로 진행됩니다.”
상인 대표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속으로 안도했다.
‘영주님의 선택은 어려워도 주민들이라면.’
자신이 설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상인 대표의 속내를 알고 있다는 듯이 강현이 말을 이었다.
“저는 뽑힌 이들의 관리, 감독만 할 뿐입니다.”
“…관리, 감독이라면?”
“식자재의 유통부터 메뉴 확인과 가격 측정, 위생 관리입니다.”
“만일 기준에 맞지 않으면?”
강현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정만 관여하지 않을 뿐, 모든 것을 조정한다는 뜻이었다.
“횡포입니다! 상인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소리 아닙니까!”
영주나 가능한 일이었다. 월권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영주님도 이미 허락하신 부분입니다. 불만이 있으시겠지만….”
강현은 그리 말하며 요정들과 수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요정과 수인 쪽에서 제가 직접 확인해 줘야 안심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이었다. 강현이 아니라 먼저 두 종족이 말을 꺼낸 것이었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듣고 있던 요정들과 수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상인 대표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너희를 뭘 믿고 맡겨?
그러한 눈빛을 알지 못할 상인 대표가 아니었다. 인간들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다지만, 아직 신뢰할 수 없었다.
신벌이 있기에 독을 탈 순 없지만, 해코지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상대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 괴롭히는 수단은 많았다.
“그럼, 당신은 왜….”
“스승님께서는 남이 아니에요. 우리 마을의 일원으로 인정받았어요.”
하만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쑥스러워진 강현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어서 아우라도 입을 열었다.
“그는 요정의 친구입니다.”
차분하지만 확고한 말투.
강현은 아우라가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는지, 놀라서 돌아봤다.
그러자 시선을 피하는 아우라.
그녀의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옆에 있던 하만과 같이 온 요정이 싱글벙글 웃는 게 보였다.
곧 요정이 상인 대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는 이미 결정된 사항입니다. 만일 지켜지지 않을 시, 이 이야기는 없었던 일로 하기로 말씀드렸습니다.”
수인들도 마찬가지란 눈빛을 던졌다.
누구에게 말했는지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영주.
토마스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상인 대표는 이 자리에 결정권이 영주에게 있는 게 아니란 걸 알아챘다.
놀란 눈으로 강현을 돌아보는 상인 대표.
단순히 운이 좋아서 이 자리에 앉은 게 아니었다.
대체할 수 없기에 이 자리에 온 것이었다.
애당초 강현이 아니었다면 허락도 하지 않았을 거다.
당연히 상인 대표도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관리자님께서 다 관여하시기에는 힘들지 않을까요?”
아까와 달리 공손한 태도.
강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미 익숙합니다.”
오히려 모든 걸 직접 하는 것보단 쉬웠다.
강현의 자신만만한 표정에 상인 대표는 입을 오므렸다.
이제는 감투만 믿고 설치는 이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결국, 상인 대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 * *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한적한 평창과 달리 이세계는 날이 갈수록 분주해졌다.
일단 장소를 확보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전에 했던 장소는 너무 좁았다.
결국, 나무를 치워서 자리를 확보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일은 요정들이 맡아서 했다.
그리고 치운 나무 일부는 인간들에게 넘겨져서 테이블이나 의자로 다시 만들어졌다.
수인들은 가죽과 잎으로 만든 천막을 세웠다.
그렇게 각자 일을 분담하니 금세 숲 중앙에 경기장이 만들어졌다.
그런 와중에 강현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관리, 감독만 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스승님, 이건 어때요?”
눈을 반짝이는 하만. 뒤따라온 수인들도 눈을 빛냈다.
강현은 하만이 만들어 온 음식을 바라보았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구이.
장식도 제법 그럴싸했다.
하지만 수인의 요리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내 레시피잖아.’
조금 개량했을 뿐, 기본은 강현의 레시피였다.
강현은 고기를 먹어 보고 감상을 전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
곧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현을 찾는 건 수인뿐만이 아니었다.
수인들의 음식을 봐주자마자 요정들이 다가왔다.
“…여러분들은 열매를 내는 게 아니었어요?”
“그렇긴 한데.”
아우라가 머뭇거리면서 멀어지는 수인들을 힐끗거렸다.
수인들이 가져온 음식과 비교하면 조금 허전해 보였다.
한숨을 내쉰 강현은 열매나 과일로 할 수 있는 요리를 떠올렸다.
그러나 쉽사리 떠올릴 수 없었다.
“…일단 칼로 모양내는 것부터 해보죠.”
과일 아트.
과일로 모형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큰 행사 때나 쓰는 것이었지만, 요정들의 감각을 생각하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쭙잖게 만드는 것보단 낫지.’
그 외에는 잼이나 샐러드 정도면 충분할 거다.
강현이 식칼로 시험을 보이자 요정들이 눈을 빛냈다.
“과연.”
저런 방법이 있었구나.
감탄하는 요정들.
당연했다. 자연 그대로를 사랑하는 요정들이기에 과일을 꾸민다는 발상은 해 본 적이 없을 거다.
곧 작은 주머니칼을 들고 과일을 깎기 시작하는 요정들.
그렇게 요정들마저 떠나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강현 씨.”
갑작스러운 부름에 고개를 돌리자 싱글벙글 웃고 있는 제니퍼가 보였다.
그녀의 손에는 접시가 들려 있었다.
전에 강현이 가르쳐 준 요리.
“…제니퍼 씨가 어째서?”
“요리 대회를 열었는데, 주민 투표로 제가 뽑혔어요.”
제니퍼가 쑥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당연히 란돌프의 마을만 진행한 게 아니었다.
성 전체에서 열린 요리 대회.
거기서 당당히 우승했다는 뜻이었다.
“축하드려요.”
“고마워요. 그래서 저도 조언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강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니퍼 역시 강현의 제자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하만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걸 배우지 않았던가.
제니퍼의 음식을 한 점 입으로 가져간 강현이 감탄했다.
‘더 늘었어.’
전에 강현이 가르쳐줬을 때와는 다른 요리였다.
“좋네요.”
“정말요?”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니퍼가 기뻐했다.
강현은 몇 가지 조언을 건넸다.
진지한 눈빛으로 조언을 들은 제니퍼는 바로 해 보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다들 열심히 하네.’
강현의 예상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문제는 수인과 요정, 인간. 누구 할 것 없이 강현의 손길이 닿았다.
이래서는 강현의 독점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니, 모두는 아닌가?’
제니퍼가 마을 대표로 선출되었다면, 영주가 선택한 이도 있을 거다.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돌리자 쭈뼛거리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토마스가 있었다.
토마스는 강현이 입을 열기 전에 먼저 말을 꺼냈다.
“…미리 말하지만, 난 영주님 명령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소.”
“예.”
강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했다. 제니퍼의 실력이 많이 늘었다지만, 성의 요리장과 비교할 순 없었다.
토마스가 나서는 것 자체가 반칙이었다.
그렇게 말을 끝낸 토마스는 시선을 피해서 먼 산을 바라보았다.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것 보아하니 용무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강현은 그 용무가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뒤에 꼭 쥐고 있는 접시.
“혹시 괜찮으면 먹어 봐도 될까요?”
“…워, 원한다면 못 줄 건 없소이다.”
하고 냉큼 접시를 내미는 토마스.
그런 그의 모습에 강현이 웃음을 삼켰다.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었지만, 미워할 수 없었다.
영주가 토마스를 아끼는 이유는 단순히 실력 때문만은 아닐 거다.
토마스가 건넨 건 고기 조림이었다.
강현은 한 숟가락 떠서 입으로 넣었다.
‘음.’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강현.
하만과 제니퍼의 요리와는 달랐다.
그들의 요리의 기본은 강현의 것이었다.
거기서 더 발전시킨 형태. 그러나 토마스는 반대였다.
‘본질은 바꾸지 않고 기술만 이용했어.’
강현의 기술을 보고 자신의 것에 접목했다.
‘나쁘지 않아.’
오히려 신선한 느낌이었다. 이곳의, 토마스의 요리 색이 짙게 묻어나고 있었다.
강현이 바라던 게 이런 느낌이었다.
강현에게 배운 하만이나 제니퍼의 요리보단 투박한 느낌이었지만, 나름의 멋이 있었다.
게다가 실력 또한 나쁘지 않았다.
‘하만과 좋은 경쟁 상대가 되겠어.’
일 년 가까이 강현에게 직접 요리를 배운 하만.
불과 반년 전이라면 토마스의 상대가 되지 않겠지만, 이제는 하만도 어엿한 요리사였다.
그러한 강현의 상념은 이어지지 않았다.
토마스가 빤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맛있네요.”
고개를 끄덕이는 강현.
그러자 토마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하지만 애써 표정을 가다듬고 강현을 쳐다보는 토마스.
할 말이 그것밖에 없냐는 뜻이었다.
강현은 쓴웃음을 흘리고는 다른 이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토마스에게 조언해 줬다.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떠나가는 토마스.
강현은 그런 토마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볼을 긁적였다.
그러다가 문뜩 상인 대표를 떠올렸다.
‘제니퍼 씨와 토마스 씨라면 상인 대표도 힘들겠네.’
둘 다 상인 대표가 제어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한쪽은 기사단장의 아내에다가 다른 한쪽은 영주성의 요리장이었다.
상인 대표의 입김이 통할 리가 없었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어두운 표정으로 인부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상인 대표가 보였다.
불쌍해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 자기 복이지.’
여기서 돈만 바라보지 않고 수인들과 요정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간다면 그들도 마음을 열 거다.
그렇다면 또 다른 기회가 생길지도 몰랐다.
공사를 영주가 직접 나서지 않고 상인들에게 맡긴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들은 아직 모르고 있는 듯했다.
이건 옆에서 알려 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기회를 잡는 것도 상인 대표의 몫이었다.
그렇게 고개를 돌리자 옹기종기 모여서 요리를 연구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수인답지 않게 열띤 토론을 벌이는 이들.
그리고 요정들은.
“….”
강현은 눈을 비볐다.
과일의 껍질에 그려진 모양이 어딘가 익숙했다.
“어때? 괜찮은 것 같아?”
아우라가 껍질의 모델이 된 이에게 물었다.
그러자 모델은 다가와서 엄격한 눈으로 과일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합격이란 뜻이었다.
“좋았어!”
손뼉을 치며 기뻐하는 아우라.
다른 요정은 부러운 표정으로 아우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패작들은 그대로 모델의 입으로 들어갔다.
이번이 처음이 아닌지, 껍질이 잔해들이 사방에 널렸다.
그리고 만족스럽게 과일을 씹은 모델.
“컹!”
이어서 수인들에게 걸어갔다.
“어, 왔다.”
“잠시만.”
수인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그리고 곧 완성된 요리가 모델의 앞에 놓였다.
위풍당당한 표정으로 음식을 맛보는 모델.
강현은 통통해진 배를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