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45)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45화(245/251)
245화 그, 그만
“컹! 컹! 컹!”
설기가 엄한 얼굴로 짖었다.
강현이 바빠 보이니 설기가 대신 평가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보다 설기의 말을 믿는다고?’
설기의 고갯짓에 기뻐하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보니 믿기지 않았다.
늠름하게 걷던 설기가 강현과 눈이 마주치더니 배시시 웃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표정.
방금까지 사람들에게 훈계하던 모습과 달랐다.
강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 축제도 아닌데, 저러면….’
축제 때는 대체 얼마나 먹을까.
그러나 나름 돕겠다고 나서는데 말릴 순 없었다.
그러다가 문뜩 이상한 걸 깨달았다.
인간들과 요정들이 수인들을 힐끗거리고 있었다.
‘설기를 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들의 시선은 수인들이 만든 요리에 향해 있었다.
강현은 그 눈빛의 의미를 깨달았다.
경계심.
설기의 반응이 가장 좋았기 때문이었다.
강현은 볼을 긁적였다.
‘…경쟁심은 무력만이 아니네.’
이런 곳에서 발휘될 줄은 몰랐다.
그때, 뒤에서 그림자가 다가왔다.
“역시 여기 있었군.”
“아, 란돌프 씨.”
고개를 돌리자 에밀리아와 노아의 모습도 보였다.
강현의 얼굴에 반가움이 떠올랐다.
오가면서 마주치긴 했지만, 운동회가 다가올수록 셋도 바빠져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정신없군.”
란돌프의 말에 에밀리야와 노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강현, 자네도 음침하군.”
“예?”
강현이 눈을 껌뻑였다. 음침하다니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강현의 반응에 란돌프가 요리를 연습하고 있는 이들을 턱짓했다.
“우리한테까지 비밀로 할 필요는 없네.”
“음식 대회 말이군요.”
에밀리야도 알고 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음식 대회라니.
강현은 처음 듣는 소리였다.
“다들 소문을 들은 모양이야.”
노아마저 요리 연습 중인 이들을 보며 말했다.
그제야 강현은 그들의 열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히 다른 종족보다 잘해야 한다는 이유가 아니었다.
“몰래 심사위원들을 선별하고 있다지만, 소문이 안 날 수 없지.”
“분명 매출이랑 선별된 심사위원 평가였죠?”
비밀이라고 말하기에는 셋 다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나만 모르고 있었나?’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그게 왜 음침하다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보아하니, 자네도 점포를 연다는 걸 알리지 않은 모양이로군.”
“아.”
내가 말을 안 했나?
강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조언만 했을 뿐, 자신도 나온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강현으로서는 당연히 점포를 열 생각이기에 굳이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회 형식이라면 다르지.’
다들 대회라면 당연히 강현은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었다.
애초부터 경쟁 상대로 보고 있지 않았다.
“사실상 시합에 나서지 못하는 강현 씨를 위해서 장로님들이 준비한 자리인 것 같은데요.”
에밀리야가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제야 강현은 자신만 듣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냥 주면 받지 않을까 봐 각 종족의 수뇌부들끼리 형식적으로 상을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소문이 퍼지면서.
‘일이 커진 거네.’
그제야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저는….”
몰랐다고 입을 열려는 찰나, 란돌프가 강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알고 있네. 다른 이들의 사기를 위해서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옆에 있던 노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한 판단이다. 지휘관은 매정해야 하는 법이다.”
“처음부터 알렸으면 저렇게 열정적으로 배우지도 않았겠지.”
둘의 말에 에밀리야도 입을 열었다.
“예. 패배로부터 배우는 것도 있을 거예요. 당장은 원망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강현 씨의 심정을 이해해 줄 거예요.”
“강현, 자네는 이미 훌륭한 지휘관이야.”
아니다. 진짜 몰랐을 뿐이다.
란돌프가 웃으며 강현의 등을 때렸다.
하지만 강현은 아픔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셋이 떠난 뒤, 강현에게 사람들이 다가왔다.
“스승님. 조언대로 만들었는데, 평가 한번 부탁드립니다!”
“아까 수인부터 했으니 이번에는 요정부터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만의 말을 자르고 아우라가 입을 열었다.
“인간도 있어요.”
제니퍼가 양보하지 않겠다는 듯이 나섰다.
뒤따라온 토마스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섯 쌍의 눈동자가 부딪혔다.
웃고 있었으나 서로 양보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강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이라도 이야기해야 하나?’
곧 여섯 쌍의 눈동자가 강현을 향했다.
강현 보고 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요정부터 볼게요. 그리고 다음은 인간부터 하죠.”
강현의 말에 여섯 쌍의 눈동자에 힘이 빠졌다.
아쉬워하는 인간과 수인.
강현은 그 모습을 보고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고, 운동회 날이 되었다.
* * *
“….”
“….”
“….”
운동장의 가장 목이 좋은 자리에 배정된 강현은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사방에서 원망의 시선이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몇몇은 배신감에 몸을 떨고 있었다.
“끼잉?”
설기가 왜 그러냐고 강현의 손을 핥았다.
강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현을 노려보며 의욕을 다지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란돌프가 다가왔다.
“내가 착각했었군.”
강현이 돌아보자 란돌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배신감과 분노를 승리욕으로 바꿀 줄이야. 나도 생각지 못했어.”
“아니….”
“잘난 척 이야기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군.”
란돌프는 그리 말하며 강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역시 자네는 훌륭한 전사야.”
새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란돌프.
그러고는 강현이 뭔가 말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났다.
멍한 눈으로 란돌프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강현은 건너편에 있던 노아와 눈이 마주쳤다.
말없이 주먹을 들어 올리는 노아.
그러더니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인 후 몸을 돌렸다.
저건 대체 무슨 신호일까.
머리가 아파진 강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리자 점포를 준비 중인 사람들이 보였다.
전처럼 서로를 경계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서로 도와주기까지 했다.
그들의 목표는 이미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강현.
본의 아니게 수인과 요정, 인간의 협동심을 끌어낸 것이었다.
‘…미안하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들을 기만한 게 되었다.
그렇다고 대충할 생각은 없었다.
그건, 강현도 프로였다.
무엇보다.
‘손님에게 실례이지.’
강현에겐 상은 관심 밖이었다.
오는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강현의 역할이었다.
각오를 다진 강현도 짐을 풀었다.
그렇게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운동회 역시 막을 올렸다.
* * *
경기 내용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열기는 전보다 뜨거웠다.
사방에서 울리는 응원 소리.
“요정들이 저런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는데.”
“아, 오셨어요?”
짐을 정리하던 강현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심드렁한 표정의 여인이 서 있었다.
숲의 현자인 앤이었다.
그녀 뒤로 스테판 남매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둘 다 오랜만이야.”
“휴, 일정을 맞추느라 고생했어.”
강현의 말에 마슈 스테판이 엄살을 부렸다.
그와 달리 고개만 끄덕이는 아나 스테판.
셋은 강현 곁으로 다가와서 섰다.
“이번에는 규모가 더 크네.”
마슈의 말에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에 참여하는 세 마을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에서도 구경꾼들이 찾아왔다.
그 덕분에 숲이 떠들썩했다.
“앞으로는 더 커지겠지.”
담담한 앤의 말에 아나의 눈빛이 빛났다.
상인인 만큼 이 운동회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알아챈 것이었다.
강현은 그들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경기 중에는 손님들도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있어요. 저기에서 신청받고 있어요.”
이제 규모가 커진 만큼 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할 수는 없었다.
강현의 말에 마슈의 눈이 반짝였다.
“오, 바로 신청해야지.”
말이 끝나자마자 달려가는 마슈.
그 모습을 본 아나가 못 말리겠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일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점포 준비로 바쁜 듯하니 우리도 이따 오지.”
앤이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사실 강현은 이미 준비가 끝났지만, 다른 이들은 아직도 분주했다.
상이 걸린 만큼 오픈은 동시에 해야 했다.
“아, 잠시만요.”
강현은 떠나가려는 아나와 앤을 불렀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종이들을 꺼냈다.
축제의 화폐로 쓰이는 상품권이었다.
그러자 아나가 코웃음 쳤다.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미 준비했다.”
언제 들어도 어색한 말투.
아나는 지갑을 꺼내서 흔들었다. 수북하게 차 있는 상품권.
상인답게 마을에서 미리 바꿔 온 것이었다.
“그렇다네.”
앤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보아하니 앤은 바꾸지 않은 모양. 아나의 돈을 쓸 생각이었다.
“그럼 이따 들리겠다.”
그리 말한 아나가 휘적휘적 걸어갔다.
강현은 그런 아나를 보며 볼을 긁적였다.
저 말투가 어울리게 되려면 적어도 십 년은 더 있어야 할 거다.
그러다가 문뜩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시선의 주인을 알아채고 미소 지었다.
‘왔구나.’
모른 척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알아보기 어렵지 않았다.
아녜스.
로멘 역시 아녜스가 온 걸 알아챘는지 연신 힐끗거리고 있었다.
서로를 의식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먼저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시간이 필요하겠지.’
하루는 길었다.
운동회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었다.
“그렇지?”
강현은 시선을 돌려 앞을 보았다.
“헥, 헥.”
“바압!”
강현의 시선을 받은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기와 모나.
둘의 침이 벌써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첫 번째 손님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강현이 점포를 펼 때부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꼬리를 보고 있으니 슬슬 한계가 다가왔다.
곤란한 눈으로 옆을 보자 슬슬 정리가 끝나는 게 보였다.
준비 끝낸 요리사들이 강현을 바라보았다.
‘좋았어.’
강현은 웃으며 천막을 열었다.
이제 일을 할 시간이었다.
“어서 오세요.”
“컹! 컹!”
“바압! 밥!”
달려드는 둘.
그 뒤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 * *
어른들의 경기가 끝나자 아이들과 손님들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윷놀이.
처음에 낯설어하던 이들도 금세 적응하고 놀이에 열중했다.
참가팀은 모두 여덟팀.
두 팀씩 대결해서 결승만 남기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더욱 분주해지는 요리사들.
다행이라면 각 종족에서도 한두 명씩 도우미가 붙었다.
“다 구웠어요!”
“예. 놓고 수프 한번 확인해 주세요.”
“예!”
강현의 말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수인 여성.
하만과 같이 요리를 배운 이였다.
아는 얼굴들이 인사를 건넸지만, 강현은 제대로 대화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폭풍 같던 시간이 지나가고 경기가 재개된 후에나 강현도 여유가 생겼다.
“감사해요. 이제 가 봐도 됩니다.”
“예. 또 필요하면 불러 주세요.”
수인 여성이 생글생글 웃으며 떠나갔다.
수인답게 대단한 체력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여유로운 건, 아니었다.
점심시간이 끝났음에도 바쁘게 움직이는 이가 있었다.
“그, 그만.”
아우라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컹!”
“바압!”
손님들은 자비가 없었다.
아우라 앞에 자리 잡은 두 손님.
그들 앞에는 먹어 치운 잔해가 널브러져 있었다.
대체 몇 개째인가.
새로 음식이 나오자마자 경쟁하듯 먹어 치우는 둘이었다.
중간부터 안 보이더니 저리로 간 모양이었다.
‘…오늘 번 수익이 다 나가겠는데?’
산처럼 불어난 배.
얼마나 먹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설기가 먹은 몫은 나중에 강현이 계산해 주기로 했지만, 저 모습을 보니 상품권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