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47)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47화(247/251)
247화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이야기를 나누던 강현의 눈에 빈 접시들이 들어왔다.
어느새 나온 음식을 다 먹은 것이었다.
‘대체 언제.’
여인과 노인은 강현과 이야기를 나누라 몇 점 먹지 못했다.
정답은 가까이에 있었다.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내.
하지만 입 주변에 붉은 떡볶이 소스가 묻어 있었다.
곧 여인과 노인도 음식이 비었다는 걸 알아챘는지 원망 어린 시선을 던졌다.
“…나도 모르게.”
멋쩍게 말하는 사내.
그 모습에 강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새로 만들어 올게요.”
그렇게 몸을 일으키는 강현.
그때, 옆에 점포들이 눈에 보였다.
‘…잠깐만.’
직접 나설 수 없다면 시키면 되었다.
마침 제니퍼의 딸, 헤나가 보였다.
새로 친구를 사귀었는지, 수인족 아이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
“잠시만요.”
강현은 셋에게 양해를 구하고 점포 밖으로 나왔다.
“헤나야.”
강현의 부름에 놀고 있던 헤나가 수줍게 손을 흔들었다.
쪼르르 걸어오는 해나.
같이 있던 수인족 아이까지 따라왔다.
점포에 앉아 있던 셋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강현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역시나 점포는 보이지 않는 모양.
단순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인식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헤나야, 삼촌이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예!”
강현의 물음에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헤나.
강현은 웃으며 주머니에서 상품권을 꺼냈다.
“이걸로 음식을 사다 줄래?”
“어떤 거요?”
“종류별로 사다 줘. 음식을 하느라 삼촌이 밥을 못 먹었어. 남은 돈은 친구랑 같이 사 먹고.”
강현의 말에 헤나가 슬쩍 수인족 아이를 보았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수인.
그 모습을 본 헤나가 상품권을 받았다.
“알겠어요!”
그러고는 씩씩하게 걸어갔다.
강현은 그 모습을 보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직접 나설 수 없다면 부탁하면 되었다.
물론, 강현이 직접 가서 사 와도 되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그렇지.’
쓸데없는 감정이 섞일 수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이들이 돌아오는 게 보였다.
갈 때는 둘이었지만, 올 때는 넷이었다.
요정족 아이 둘이 더 늘었다.
둘은 강현을 알고 있는지 머뭇거리면서도 고개를 숙였다.
한 아름 놓인 음식들.
앞에 있던 헤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삼촌. 돈이 너무 많이 남았는데.”
“괜찮아. 친구들과 써.”
강현의 말에 헤나가 제니퍼가 있는 방향을 힐끗거렸다.
그래도 되나 망설이는 모습.
강현은 그런 헤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모님한텐 비밀이다?”
헤나 혼자서 쓰기에는 큰돈이었지만, 넷이 같이 쓰면 그리 큰돈은 아니었다.
저 또래의 아이들에게 비밀이란 단어는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황급히 주변을 둘러본 헤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삼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뒤따라온 아이들 역시 고개를 숙였다.
그러더니 뭉쳐서 어디론가 뛰어가는 게 보였다.
아이들이 가는 방향을 보니 점포가 하나 보였다.
강현처럼 음식 하는 곳이 아니었다.
‘…장난감?’
언제 저런 게 생겼지.
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모르는 게 있었다.
아이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행동을 다 알고 있었다.
축제라고는 하지만, 낯선 종족과 함께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서 시선을 뗄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켜보고 있던 요정과 수인이 인사를 건네는 게 보였다.
자식들을 챙겨 줘서 고맙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란돌프 역시 말없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얼굴이 붉은 걸 보니 벌써 술에 취한 게 분명했다.
그들의 능력을 생각하면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들을 수 있을 거다.
강현은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그러고는 놓인 음식을 들었다.
그때, 커다란 그림자가 다가왔다.
“내가 돕지.”
점포에 있던 사내였다.
“아뇨. 제가….”
“사양하지 않아도 된다.”
사내가 다가오자 강현은 신기한 경험을 했다.
강현을 향해 쏟아지는 시선들이 순식간에 흩어진 것이었다.
다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현이 놀라는 사이 사내가 음식을 옮기기 시작했다.
거절한 타이밍을 놓친 강현은 멋쩍게 웃으며 접시를 옮겼다.
“감사합니다.”
접시를 다 옮긴 후, 강현의 인사에 사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음, 왜 감사하지?”
“예?”
갑작스러운 반문에 강현이 눈을 껌뻑이자 사내가 말을 이었다.
“이건 우리를 위한 음식이 아닌가? 오해했다면 미안하군.”
“아뇨, 맞는데….”
“그럼 우리가 인사를 건네야지. 너에게 인사를 받을 이유는 없다.”
“….”
강현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사내 역시 강현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둘이 멀뚱멀뚱 서 있자 여인이 나섰다.
“이 사람 말은 진지하게 듣지 마세요. 강현 씨의 머리만 복잡해질 거예요.”
“맞네.”
옆에 있던 노인마저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반응에 사내는 대수롭지 않게 시선을 뗐다.
또 내가 실수했나 보군.
그런 반응이었다.
강현도 그제야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셋은 새로운 음식을 맛봤다.
조용히 음식을 음미하는 셋.
“…확실히 이런 방법이라면 먹을 수 있겠군.”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었다.
‘한국에는 배달이 익숙하니.’
하지만 그들에게는 생소한 경험일 거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배달을 부탁하려면 다른 이와 접촉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온전하게 음식을 즐길 순 있어도, 지상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여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성이 느껴지는 음식들이네요.”
“도중에 다른 감정도 섞였지만.”
사내였다. 이번에는 다른 둘도 부정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셋이 손대지 않은 음식이 있었다.
강현은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넋이 나간 아우라가 보였다.
어떤 감정이 담겼는지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쉬고 싶겠지.
먹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강현은 그들을 보고 무언가를 떠올렸다.
“혹시 술 좀 드릴까요?”
“술이라면….”
“자네 세상의 술 말인가?”
술이란 말에 사내와 노인이 물었다.
아까와 달리 눈을 빛내는 사내.
강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저녁부터 꺼낼 예정이었지만.’
시작부터 술을 팔면 문제가 생길지도 몰라서 저녁에만 판매하기로 정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힐끗, 앞쪽을 보니 이미 기절한 이들이 보였다.
저녁에만 술을 판매한다고 하니 알아서 챙겨 온 것이었다.
강현이 아이스박스에서 술을 꺼내자 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맥주와 소주.
“이쪽을 따면….”
강현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술을 받아 든 사내가 손톱으로 뚜껑을 날려 버렸다.
노인 역시 무슨 방법을 썼는지 안에 있는 술이 그대로 잔에 옮겨졌다.
‘그보다 저 잔은 어디서 난 거지?’
강현이 눈을 껌뻑이는 동안 둘은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짧게 나오는 감탄.
“대단하군. 맛도 맛이지만.”
“…감정이 옅어. 마치 감정이 없는 이가 만든 것 같다.”
노인에 이어서 사내가 말을 이었다.
‘대부분 기계로 돌리니.’
요리보다 감정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현대야말로 신들이 살기 좋을 거다.
그런 둘의 반응을 보자 여인도 강현에게 말을 건넸다.
“저도 하나 받을 수 있을까요?”
고개를 끄덕인 강현은 맥주캔을 따서 건넸다.
그렇게 한 모금 마신 그녀의 눈이 커졌다.
“…시원하네요.”
살포시 미소 짓는 여인.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다시 식사를 이어가는 셋.
먹을 필요가 없다고 해서, 적게 먹는 건 아니었다.
강현은 음식이 떨어지지 않게 요리를 이어갔다.
‘오랜만에 즐기는 요리라고 했지?’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쉬웠다.
메뉴에 있는 요리뿐만 아니라 가진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요리를 꺼냈다.
어느새 강현의 존재를 잊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셋.
진짜로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줄다리기 경기가 시작되면서 그들의 이야기도 멈췄다.
“저희가 너무 오래 있었네요. 강현 씨도 쉬어야 하는데.”
벌써 날이 저물고 있었다.
저녁 장사를 시작할 때였다.
사람들이 점점 점포로 오는 게 보였다.
미안해하는 여인을 보며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덕분에 저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셋에게는 일상적인 대화라고는 하지만, 강현에게는 달랐다.
마치 신화나 동화를 듣는 것처럼 신비로웠다.
그러한 강현의 말에 여인과 노인이 미소 지었다.
사내 역시 전보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강현을 바라보았다.
“음식값을 치르고 싶지만, 우리에겐 상품권이 없다네.”
“아, 괜찮습니다.”
강현이 황급히 손을 저었다.
그러자 노인이 고개를 흔들고는 여인과 사내를 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둘.
둘의 동의를 얻자 다시 입을 열었다.
“대신 다른 선물을 주겠네.”
그리 말하고는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돌멩이가 달리 목걸이.
자세히 보니 돌멩이가 아니라 보석 같았다.
속에 알 수 없는 빛이 감돌고 있었다.
무려 세 개나.
얼떨결에 목걸이를 받은 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인이 입을 열었다.
“신성을 부여하는 목걸이에요. 워낙 적은 양이라 신성으로 무언가를 하기는 힘들겠지만, 세계는 다르게 받아들일 거예요.”
여인의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사내가 한쪽을 턱짓했다.
“저 늑대 녀석처럼 말이다.”
배가 산처럼 볼록해진 설기.
반신.
그제야 강현은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놀란 강현이 쳐다보자 여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목걸이를 차고 있으면 설기나 설탕처럼 문을 통과할 수 있을 거예요.”
“…!”
강현이 눈이 커졌다.
즉, 강현의 세상으로 사람들을 데려갈 수 있단 소리였다.
노인이 그런 강현을 바라보며 껄껄 웃었다.
“모습 또한 인간처럼 바꿔 주지.”
“모습만이 아니라 육체 능력도 강현 씨 수준으로 낮아질 거예요.”
그건 또 무슨 말인가.
강현이 쳐다보자 여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던졌다.
대답은 다른 쪽에서 나왔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네. 목걸이를 채우고 벗기는 건 강현, 자네만 할 수 있게 해 놨어.”
“이쪽에 사는 이들을 위해 만든 거라서 저쪽의 사람들에겐 쓰지 못할 거예요. 미안해요.”
“아닙니다. 충분해요.”
여인의 사과에 강현이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정말로 충분했다.
아니, 과분한 선물을 받았다.
그런 강현을 보며 노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우리가 준비한 선물은 다른 것이었다네. 이거는 좀 더 나중에 주려고 준비했던 것이라네.”
“…그런데 어째서.”
강현의 물음에 노인이 입꼬리를 올렸다.
“자네란 사람을 알았기 때문이라네. 굳이 자네를 시험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네.”
여인에 이어서 사내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셋의 인정을 받은 듯했다.
“그럼 슬슬 일어나야겠네요.”
“안 그래도 슬슬 버티기 힘들었네. 눈총이 워낙 따가워서 말이야. 정말 극성이야.”
노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일어났다.
“아무튼 잘 먹고 간다네.”
노인이 손을 흔들자 사내가 고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떠나려는 셋을 본 강현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면 다음에도 또 오세요.”
“음?”
걸어가던 이들이 몸을 돌렸다.
강현은 자신을 향한 시선에 미소 지었다.
“다음에도 맛있는 밥을 대접하겠습니다.”
강현의 말에 셋의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곧 웃음을 터트리는 셋.
“이쪽이야말로 부탁하지.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예. 다음에 또 봬요.”
“건투를.”
그렇게 인사를 건넨 셋이 사라졌다.
말 그대로 연기처럼 허공에 흩어졌다.
그야말로 폭풍이 지나간 듯했다.
뒤늦게 긴장이 풀린 강현이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