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48)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48화(248/251)
248화 굳이 뒤로 무를 필요는 없지.
금세 몰려드는 손님들.
그중에는 마슈도 있었다.
“어디 갔었어? 아까 찾으려고 했는데, 보이지 않던데?”
단체 줄다리기를 하다가 왔는지, 땀을 닦는 마슈.
강현은 대답 대신 미소 지었다.
방금까지 신들과 함께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말하지 말라고도 안 했지만.’
만일 비밀로 하려고 했다면 목걸이를 줄 때, 알려 줬을 거다.
아니면 목걸이를 사용할 때 변명거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변명거리가 있어야 말이지.’
신성을 띠게 만들어서 이세계로 갈 수 있는 문을 통과시켜 준다.
전설 속의 유물이라도 찾지 않는 한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해서 떠벌리고 다닐 순 없었다.
마슈를 신뢰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상담이 필요했다.
그러나 정작 마슈는 신경 쓰지 않고 음식을 주문했다.
순식간에 떡볶이와 어묵을 먹어 치우는 마슈.
그러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았어. 역시 전투에는 보급이 중요하지. 이제 다시 싸울 수 있겠어. 강현, 고마워!”
그러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운동장으로 향했다.
정말로 전쟁이라도 나가려는 모습.
마슈뿐만이 아니었다.
몇몇 이들이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게 보였다.
그들의 표정도 마슈와 다를 게 없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조차.
강현은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본선 진출자들이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줄다리기가 저리도 진지할 일인가.
그러다가 문뜩, 설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 알아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나서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저쪽도 전쟁터네.’
마슈와 달리 패잔병의 모습이지만.
한쪽 구석에 누워 있는 설기와 모나가 보였다.
볼록 튀어나온 배.
둘은 괴로운 듯 신음을 뱉고 있었다.
그때, 모나의 몸이 움찔 떨리더니 곧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강현은 뭘 하나 지켜봤다.
그렇게 힘겹게 몸을 뒤집은 모나가 기어가더니 그대로.
“우웨에에엑.”
속을 게워 내기 시작했다.
맙소사.
강현은 짧게 탄식했다.
줄다리기하던 이들마저 하던 걸 멈추고 돌아볼 정도였다.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줄다리기하는 이들.
그사이에도 모나는 열심히 제 할 일을 이어 가고 있었다.
강현은 슬쩍 카샨을 봤다.
술을 마시던 카샨은 제 딸을 손가락질하며 웃음을 터트리는 게 보였다.
심지어 기절한 요정족의 장로를 깨워서 토하는 딸을 보여 주고 있었다.
오히려 노아나 다른 수인 전사장들이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러한 모나를 무시할 수 없는 이가 또 있었다.
움찔.
열정적인 모나의 행위 때문에 냄새가 났는지 누워 있던 설기의 코가 움찔거렸다.
“끼잉, 끼이잉.”
괴로운 듯 몸을 비트는 설기.
하지만 너무 먹은 탓에 냄새로부터 도망갈 수 없었다.
모나가 그랬던 것처럼 짧은 다리를 허우적거리는 설기.
하지만 모나보다 팔다리가 짧은 탓에 뒤집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설기의 움직임이 멈췄다.
부풀어 오르는 뺨.
팬을 내려놓은 강현은 설기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움직인 이들이 있었다.
누워 있는 설기의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더니 그대로 수풀 사이로 던져졌다.
바로 토리와 루리였다.
강현은 저도 모르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러자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둘.
곧 수풀 너머에서 또 한 번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강현은 그 소리를 들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리한다 싶더니 결국, 저 꼴이었다.
‘대체 얼마나 먹은 거야?’
많이 먹어서 괴로워한 적은 있었지만, 저런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수풀 사이로 하얀 털 뭉치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다행히, 그 소란 속에서도 털은 깨끗했다.
괴로운 표정의 설기.
그러나 배는 아까보다 작아진 상태였다.
슬그머니 강현을 보는 설기.
강현은 설기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었다.
평소에 보여 주지 않는 환한 웃음.
그러나 그 웃음을 본 설기의 몸이 덜덜 떨렸다.
강현은 얼마 전 보았던 방송을 떠올렸다.
‘단식이 그렇게 몸에 좋다지?’
이번 기회에 늑대에게도 좋은지 알아봐야겠다.
강현의 시선에 설기의 귀와 꼬리가 축 처졌다.
* * *
즐겁고 소란스러웠던 운동회가 끝나고 수뇌부들은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한쪽에는 모나와 설기가 짐짝처럼 놓여 있었다.
술이 안 깨는지 머리를 흔드는 요정족 장로를 뒤로하고 카샨이 입을 열었다.
“그래, 신들과 만났단 말이지?”
입에서 술 냄새가 올라왔지만, 눈빛만은 번뜩이고 있었다.
“…놀랍군요.”
인간족 영주인 조반테가 믿기지 않는 듯이 말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조반테와 요정족 장로에게도 사실을 이야기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그들도 알게 될 일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운명 공동체나 다름이 없었다.
“정말로 신성이 느껴지는군. 바하람이 없는 게 다행이야.”
로멘이 목걸이를 살펴보며 말했다.
그러한 로멘의 말에 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바하람은 성직자였다. 당연히 신의 흔적을 보면 좋아해야 하지 않나?
강현의 시선에 조반테가 대신 대답했다.
“성물은 신전에서 관리한다네. 주교인 바하람은 이 같은 물건을 신전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에밀리야가 불쾌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알게 되면 빼앗아 가기라도 하는 건가요?”
옆에 있던 노아의 눈빛도 사나워졌다.
그러자 조반테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순 없을 것이오. 여기 깃든 신성은 인간의 것만이 아니니. 단지, 강현이 조금 귀찮아질 뿐이오.”
가져가지 못한다고 해도 관심이 없지 않을 거다.
그러한 조반테의 말에 둘도 시선을 거뒀다.
그러는 사이 로멘이 목걸이를 차 보려고 했지만, 무언가에 막힌 듯 튕겨 나갔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강현에게 향했다.
강현은 그들의 시선에 멋쩍어하면서 목걸이를 로멘에게 씌워 줬다.
아까와 달리 쉽게 목에 걸렸다.
그를 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의 말이 사실이란 게 증명이 된 것이었다.
“…음, 확실히 신성이 몸을 감싸고 있긴 한데. 다른 변화는 모르겠군.”
제 몸을 위아래로 훑는 로멘.
무심코 목걸이를 빼려고 했지만, 장식처럼 몸에 딱 붙어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로멘의 시선을 받은 강현이 목걸이를 빼 줬다.
“난 인간이라서 큰 효과가 없는 듯하군.”
그리 말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는 로멘.
아무래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서로 시선을 던지는 이들.
신이 준 선물이라면 자신들에게 해가 될 리가 없었지만, 그래도 선뜻 나서기 힘들었다.
그때, 에밀리야와 노아가 나섰다.
“저희가 해 보죠.”
“나도 하지.”
란돌프였다.
강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차례대로 목걸이를 걸어 줬다.
그러자 하얀빛이 셋을 감쌌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자 사방에서 감탄을 터트렸다.
“허!”
“호오.”
“음!”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세 명의 인간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흐음, 감각이 조금 이상하군.”
노아는 이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지 제 귀를 더듬었다.
꼬리도 사라졌으니 이질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와 달리 에밀리야는 나은 편이었다.
귀만 조금 작아지고 외모가 살짝 변했을 뿐이었다.
역시나 요정의 아름다움은 인간답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변한 건 둘뿐만이 아니었다.
란돌프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제 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근육이 사라졌어.”
아니,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충분히 근육질이었다.
그러나 전에 비하면 몸집이 조금 작아진 건 사실이었다.
‘…저 근육도 규격을 벗어났다고 판단된 거구나.’
란돌프가 인간답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란돌프처럼 극적으로 변하진 않았지만, 노아 역시 체격이 줄긴 했다.
귀와 꼬리가 사라진 게 더욱 크게 느껴져서 알아채는 게 늦었다.
“아니, 근육만이 아니군.”
“…예. 근력뿐만 아니라 체력도 줄었어요.”
노아의 말에 이어서 에밀리야가 답했다.
둘의 말을 듣고 나서야 강현은 아, 하고 탄식을 뱉었다.
미처 설명을 못 한 게 있었다.
강현의 설명을 들은 일행들은 탄식을 뱉었다.
“역시 신들이신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배려해 주시는군.”
조반테의 말에 요정 장로들과 수인 대전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식은 다르지만, 신에 대한 존경심은 모든 종족이 같았다.
그렇게 감탄하는 이들과 달리 목걸이를 찬 셋과 카샨은 눈을 빛냈다.
“강현의 수준이라고?”
“…좋군.”
뭐가 좋다는 걸까?
강현이 고개를 갸웃하자 란돌프가 사납게 웃었다.
“이제 제대로 붙어 볼 수 있겠어.”
“이세계라면 신벌도 떨어지지 않을 거다.”
“강현 씨의 근력이라면 실수로 죽이는 일은 없겠군요.”
노아와 에밀리야가 서로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빛은 어느 때보다 사나워 보였다.
이야기를 들은 조반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의 근력과 체력이 같다면, 승부를 결정짓는 건 갈고닦은 기술과….”
“경험.”
요정의 장로였다.
이어서 카샨이 입을 열었다.
“투지이지.”
묘한 긴장감이 주변에 감돌았다.
입술을 핥는 카샨.
“직접 보지 못하는 게 아쉽군. 뭐, 이제 기회는 많아질 테니까.”
카샨이 강현의 등을 팡, 팡 두드렸다.
“이제 너의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있겠군.”
“…예?”
갑자기 훈련이 왜 나온단 말인가.
강현이 의아해하자 카샨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던졌다.
“아까 들었잖아. 너 정도의 근력이라면 실수로 죽이는 일은 없을 거라고. 평소에 저 녀석들이 네가 다치지 않게 힘을 빼느라 고생했을 거야. 이젠 그럴 필요 없겠지.”
놀란 강현이 고개를 돌리자 셋이 싱글벙글 웃는 게 보였다.
카샨의 말이 사실이란 뜻이었다.
‘…신들께서 잘못 판단했어.’
같은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도저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강현은 눈을 반짝이는 셋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앞날이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이세계라. 기대되는군요. 그런데 순서는 어떻게 하죠?”
조반테가 눈을 빛냈다.
“그거야 강현이 정하는 것이지. 우리가 강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카샨이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장로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반테 역시 강요할 생각이 없었기에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갈 사람들은 이미 정해진 것 아닌가?”
카샨이 목걸이를 차고 있는 셋을 보며 말했다.
강현과 가장 처음 만난 이들.
이곳에서 강현과 가장 친한 이를 손꼽자면 저 셋이었다.
강현은 부정하지 않고 멋쩍게 웃었다.
“아.”
뒤에서 먼저 가고 싶었는지 로멘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탄식을 뱉었지만, 일행 모두가 애써 외면했다.
목걸이의 기능에만 신경 쓰고 있던 셋은 놀란 눈으로 서로를 보았다.
강현의 세상.
궁금했던 건 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셋의 시선이 향하자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 역시 목걸이를 받았을 때부터 처음 데려가는 이들은 이 셋이라고 정했기 때문이었다.
넷의 시선이 부딪쳤다.
그런 넷을 보고 있던 카샨이 입을 열었다.
“굳이 뒤로 무를 필요는 없지. 운동회가 끝났으니 남은 건 뒷정리뿐이잖아? 그 정도는 우리가 할 수 있어.”
카샨의 시선에 조반테와 요정 장로도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부단장도 단장 업무를 배워 봐야지.”
“에밀리야. 그대도 모처럼이니 쉬고 오세요. 뒷일은 알아서 하죠.”
고민하던 셋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셋의 지구 여행이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