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50)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50화(250/251)
250화 그때를 위하여
사박사박.
일행들이 마을에 도착했을 땐, 제법 많은 눈이 쌓였다.
그리고 셋은 하얗게 물들기 시작한 마을을 보며 감탄했다.
“멋진 마을이네요.”
“신비로운 느낌이군.”
강현이 이세계에서 받았던 느낌을 그들 역시 받은 모양이었다.
특히나 마을까지 오는 길에 봤던 길은 그들에게 있어서 충격이었던 모양이었다.
강현은 두리번거리는 이들을 보며 웃음을 삼켰다.
‘벌써 놀라긴 이른데.’
아직 읍내조차 본 적이 없었다.
서울의 높은 빌딩을 본다면 얼마나 더 놀랐다.
기대되었다.
마침 눈을 쓸러 나온 마을 몇몇이 강현을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친구들이야?”
“예. 며칠 머물다 갈 거예요.”
“외국에서 와서 그런지 옷이 멋지네.”
강현은 어르신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도시면 모를까, 이런 시골에 외국인이 올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 있었다.
그렇게 강현은 일행들을 데리고 매장으로 향했다.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어깨 위에서 뛰어내리는 루리.
후다닥 마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토리 역시 그런 루리를 뒤따랐다.
둘을 따라서 시선을 돌린 에밀리야의 눈에 반가움이 떠올랐다.
“정령목이네요?”
“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강현.
다른 둘도 호기심에 정력목을 확인했다.
그러나 금세 흥미를 잃었고 에밀리야 혼자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애정을 받고 자란 게 느껴지네요. 밝고 건강한 아이예요.”
에밀리야의 말에 강현이 눈을 껌뻑였다.
나무에도 성격이 있는 건가.
‘…에밀리야 씨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강현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상대는 요정 아닌가.
그렇게 정력목을 살피던 에밀리야는 정신을 차렸는지, 미안한 표정으로 일행들을 돌아봤다.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괜찮습니다.”
란돌프가 웃으며 말했다.
노아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둘 역시 에밀리야의 성격을 알기 때문이었다.
당장 란돌프만 해도 눈앞에 처음 보는 검이 있었다면 저런 반응을 보였을 거다.
그렇게 자리가 정리되자 강현은 일행들을 데리고 매장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예. 제 가게에요.”
“멋지군.”
잘 정리된 테이블과 의자부터 장식까지.
손이 많이 갔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저는 그럼 갈아입을 옷을 빌려 올게요. 잠시만 계세요.”
강현의 말에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까지 저런 옷차림으로 있을 순 없기 때문이었다.
순간적으로 작업복이 떠올랐다.
강현은 꽃무늬 바지를 입은 셋의 모습을 상상해 보고 웃음을 삼켰다.
‘그것도 보고 싶긴 하지만….’
첫날부터 그럴 순 없었다.
강현은 매장을 둘러보는 셋을 놔두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강현이 향한 곳은 민호와 수진이네 집이었다.
마당에서 눈을 쓸던 그들은 강현을 보고 반갑게 맞이했다.
“오셨어요?”
“여행은 잘 다녀오셨어요?”
“예. 덕분에요.”
둘의 인사에 강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마루에 앉아있던 하은이도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이제는 혼자서도 잘 돌아다니고 있었다.
“인사를 건네러 여기까지 오신 건 아닌 것 같고….”
“예. 부탁 좀 드리려고요.”
수진의 물음에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의 이야기를 들은 둘은 흔쾌히 옷을 빌려줬다.
“강현 씨 친구분들이라. 저희도 한번 만나 보고 싶네요.”
“며칠 머물다 갈 테니 같이 식사라도 해요.”
“예.”
민호의 옷과 수진의 옷이라면 딱 맞진 않아도 입을 수 있을 거다.
오늘은 이렇게 입고 내일이라도 읍내에서 옷을 사면 되었다.
그렇게 강현은 옷을 들고 매장으로 돌아왔다.
* * *
옷을 갈아입은 셋은 자신들의 모습이 낯선지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다들 잘 어울리네요.”
이상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어울렸다.
강현의 말에 설기와 토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둘의 모습에 셋도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슬슬 밥을 먹을까요?”
강현의 말이 끝나자 셋의 눈이 반짝였다.
이세계에 와서 첫 식사.
게다가 강현의 매장이 아닌가.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행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창문 밖으로 향했다.
창문 너머에 볼록 올라온 그림자.
익숙한 모자가 보였다
한숨을 내쉰 강현은 창문을 열었다.
“…이장님, 어쩐 일이세요?”
“그짝 친구가 왔다니깐 인사하러 왔지. 외국 사람들이 한국말을 잘혀네.”
이장이 신기하다는 듯이 셋을 보았다.
일행들은 진작에 이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있었다.
악의가 없었기에 놔두고 있었을 뿐.
강현은 힐끗 셋을 확인했다.
한국어를 잘하는 게 아니었다.
이번 여행 때문에 통역 반지를 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도 잘 작동하는 모양이었다.
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며칠 있다 갈 테니 나중에 인사드리러 갈게요.”
따지고 보면 이장님이 족장이나 영주 같은 위치였다.
인사하러 간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러한 강현의 말에도 이장은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섭섭하다는 표정으로 강현을 보았다.
“언제?”
“예?”
“언제 인사하러 오는겨?”
“…내일이나 모레쯤?”
강현이 저도 모르게 말하자 이장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뭘 그려. 밥 먹을 거 아녀? 회관에서 같이 먹어.”
마을회관에서 먹자는 소리는 잔치를 열자는 소리였다.
힐끗 뒤를 돌아보자 셋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같이 먹어도 상관없지만, 다른 세상에서 급하게 온 일행들이었다.
‘주의점은 알려 줘야지.’
모나나 설기가 아니니 실수하진 않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은 막는 게 나았다.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했다.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저희끼리….”
“횡포.”
“…예?”
“손님을 독점하는 건 횡포여!”
갑작스러운 소리에 강현이 눈을 껌뻑였다.
하지만 호응하는 이들이 있었다.
“맞아! 횡포다!”
언제 왔는지 뒤에 그림자들이 불쑥 튀어나왔다.
하나 같이 삽이나 넉가래를 들고 있었다.
눈 썰다가 소식을 듣고 몰려온 모양이었다.
강현은 그들을 보다가 깨달았다.
‘…그래, 아직 겨울이구나.’
일이 없어서 심심한 와중에 낯선 손님들이 방문했다.
심지어 외국인이다?
설레는 게 당연했다.
뒤를 보니 민호와 수진이 어색한 미소로 강현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그들 역시 이렇게 빨리 재회할 줄은 몰랐던 모양.
“이야기는 여행 가서 많이 나눴을 거 아녀. 뭘 또 그려?”
“맞아! 횡포야!”
“컹!”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강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느새 이장의 옆에 서서 턱을 세우는 설기.
배탈이 난 뒤로 죽과 채소만 먹였더니 뿔이 난 것이었다.
“횡포라네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웃고 있는 에밀리야가 보였다.
에밀리야뿐만 아니라 란돌프나 노아도 마찬가지였다.
통역기를 착용한 탓에 사정을 모두 알아챈 것이었다.
강현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꼈다.
환영도 좋지만, 너무 격한 게 아닌가.
싱글벙글 웃고 있는 셋의 얼굴을 보니 더욱 부끄러워졌다.
“…제 요리는 다음에 해 드려야겠네요.”
강현의 말에 셋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앞에 있던 이장이 넉가래를 번쩍 들었다.
“오늘은 잔치여!”
“기다려봐. 김 씨가 지금 읍내에 나갔지? 김 씨한테 돼지를 사 오라고 전화할게.”
“뭔 돼지야. 이럴 땐 소를 잡아야지.”
희희낙락하며 돌아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며 에밀리야가 입을 열었다.
“사랑받고 있네요.”
옆에 있던 노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보단 너를 많이 신경 쓰더군.”
노아의 말에 강현의 눈이 커졌다.
그러나 에밀리야와 란돌프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강현은 최근에 운동회 준비로 마을을 자주 비웠다는 걸 깨달았다.
‘…전에도 잔치 이야기가 나왔었지.’
강현은 일정이 안 맞아서 참여하지 못했다.
단순히 할 일이 없다고, 상대가 외국인이라서 반기는 게 아니었다.
강현의 손님이니 챙겨 주려는 것이었다.
그것을 떠올리니 괜스레 낯이 간지러워졌다.
“좋은 분들이에요. 강현 씨의 성격이 이해가 되네요.”
“이런 마을에 같이 지내니 그렇겠지.”
란돌프도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 역시 볼을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좋은 분들이죠.”
정말로.
다시 한번 그것을 느꼈다.
훈훈한 분위기 속 미소를 머금은 란돌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다고 해서 받기만 할 순 없지. 잠깐 산에 다녀오겠네.”
“도와줄게요. 눈이 왔으니 짐승들을 찾기 힘들 거예요.”
“사냥인가? 좋군.”
란돌프를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둘.
당황한 강현이 일행들을 제지했다.
“아, 안 됩니다.”
“음?”
“허가받지 않고 사냥을 하는 건 불법이에요?”
“그럼, 허가를 받으면 되지 않나? 아까 이장이란 분이 마을의 주인이지?”
그게 무슨 큰 문제라고.
태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셋을 보며 강현은 두 손을 올렸다.
‘이래서 적응부터 시키려고 했는데.’
그러다가 셋 옆에 서 있는 설기를 발견했다.
넌 또 왜 거기에 있어?
강현의 눈빛을 받은 설기가 슬그머니 제 자리로 돌아왔다.
결국, 강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방심할 수 없었다.
* * *
강현의 걱정과 달리 셋은 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젊은 총각들이 화끈하구먼! 자자, 한 잔 더!”
“한 잔 더!”
막걸리병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둘.
주변 어르신들이 박수쳤다.
그리고 옆에서는 여인네들이 조잘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것도 동생이 직접 만든 거야?”
“예.”
“이야. 손재주가 좋네.”
“나도 가르쳐 줄 수 있어?”
“그럼요. 어렵지 않아요.”
에밀리야가 풀과 꽃을 엮어서 만든 장신구를 보며 여인들이 관심 보이고 있었다.
그중에는 수진의 모습도 보였다.
다들 현지인만큼이나 능숙한 한국어 실력에는 의문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
셋 다 오늘 처음 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섞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를 오가는 한 마리의 늑대.
강현의 시선이 향하자 설기가 움찔하더니 박 씨 할머니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볼록하게 튀어나온 배를 다 가릴 순 없었다.
강현은 데려올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나름 절제는 하는 모양이니.’
전처럼 마구잡이로 먹지 않고 있었다.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조심할 거다.
“여행은 즐거웠나?”
“아, 어르신.”
고개를 돌리자 정기훈 작가가 강현을 보며 웃고 있었다.
뒤에는 이정환과 황대길뿐만 아니라 민호도 함께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 셋.
셋의 시선에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즐거웠어요.”
진심이 담긴 강현의 말에 넷이 웃음을 흘렸다.
“언젠가는 우리도 같이 갈 수 있었으면 좋겠군.”
강현은 놀란 눈으로 정기훈 작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정기훈 작가와 다른 세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는 외국인들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강현이 다녀온 곳이 해외가 아니란 걸 아는 듯했다.
영원한 비밀은 없었다.
다들 이상하다는 알았지만, 모른 척 넘어가고 있던 것이었다.
넷의 모습에 강현이 쓴웃음을 삼켰다.
잘 숨겼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강현 역시 웃고 떠드는 셋을 보았다.
이세계에서 만난 인연.
하지만 그들만큼이나 현실의 인연도 소중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저들이 온 것처럼, 언젠가는 같이 떠날 수도 있을 거다.
이정환이 잔을 들어 올렸다.
“그때를 위하여.”
이정환의 선창에 일행들 역시 잔을 들어 올렸다.
곧 허공에서 잔이 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