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251)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251화(251/251)
251화 에필로그 ― 영웅 강현
사방에서 들리는 환호 소리.
숲 전체가 떠들썩했다.
축제 기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종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늙은 드워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살아서 여길 다시 올 줄이야.”
“전에 오셨나 봐요.”
갑작스럽게 들려온 말에 늙은 드워프가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앞치마를 입은 한 청년이 드워프를 보며 웃고 있었다.
인간.
드워프가 잠시 멈칫했다.
아직도 다른 종족과의 대화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청년은 익숙하다는 듯이 가지고 온 음식과 맥주를 내려놓았다.
“주문하신 토마토 파스타와 흑맥주입니다.”
“고맙네.”
어색하게 웃은 드워프가 수염을 쓸어내렸다.
인간이 만든 음식.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했다.
곧 청년의 시선을 느끼고 드워프가 입을 열었다.
“아주 옛날 일이지.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네.”
그리고 나온 흑맥주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음!”
시원한 흑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갔다.
떨려오는 눈동자.
드워프가 믿기지 않는 눈으로 흑맥주를 보았다.
“…인간의 기술이 여기까지 왔다고?”
이거라면 자신들과….
아니, 자신들 이상으로.
거기까지 생각한 드워프는 고개를 저었다.
착각일 거다.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흑맥주를 향해 있었다.
그러다가 아직 청년이 옆에 있다는 걸 깨닫고는 헛기침했다.
애써 표정을 관리하고는 포크를 들어서 파스타를 입에 넣었다.
하지만.
“…허.”
이번에는 미처 깨닫기도 전에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대단하군.”
“감사합니다.”
드워프의 칭찬에 청년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드워프가 고개를 저었다.
“그저 하는 말이 아닐세. 정말 놀라운 맛이야.”
맥주보다 더.
드워프는 뒷말을 삼켰다. 그러고는 새로운 눈으로 옆에 서 있는 청년을 보았다.
옷에 가려졌지만, 제법 단련한 몸이었다.
‘…우리 전사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왜 몰랐을까.
이런 이가 여기서 요리를 팔고 있다고?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음식을 먹어 봤기에 알 수 있었다. 상대는 전사이기 이전에 훌륭한 요리사였다.
그리 생각하니 또 다른 의문이 떠올랐다.
“…자네 같은 이가 왜 이런 곳에서 장사를 하나?”
축제가 벌어지는 공터와는 제법 떨어진 곳.
수풀 사이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공터 중심에 점포를 열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 말하자 청년이 볼을 긁적였다.
“제가 가면 불공평해서요.”
“음?”
“게다가 어르신처럼 조용한 곳을 찾는 손님들도 계시잖아요.”
“…그렇지.”
불공평하다는 건 이해할 수 없지만, 뒷말은 이해할 수 있었다.
다들 자신만의 철학이 있을 거다.
하물며 이 정도의 실력을 지닌 요리사라면 더더욱.
“덕분에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지.”
“그러는 어르신은 축제를 즐기지 않으시고 왜 이런 곳까지 오셨어요?”
청년의 물음에 늙은 드워프가 수염을 쓸어내렸다.
“저기 어울리기에는 너무 늙었어. 내 역할은 젊은이들을 인솔하는 것까지라네. 이 늙은이가 빠져야 젊은 녀석들도 즐길 수 있지. 이런 곳까지 와서도 이 늙은이를 챙겨서야 되겠나?”
늙은 드워프의 말에 청년의 눈이 커졌다.
젊은 드워프를 인솔했다고 하면 낮은 직책이 아닐 거다.
드워프는 잠시 망설이더니 흑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기억을 되새기려다가 여기까지 왔다네.”
청년은 늙은 드워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살아서 여길 다시 올 줄이야.’
늙은 드워프는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이곳에서 전투를 치른 적이 있다네.”
“전투라면?”
“그래, 백 년 전의 일이지.”
청년은 놀란 눈으로 늙은 드워프를 보았다.
나이가 많다는 건 알았지만, 백 살이 넘었을 줄은 몰랐다.
청년의 시선에 늙은 드워프가 웃음을 흘렸다.
“놀랄 것 없네. 모든 드워프가 이런 건 아니니. 자네가 아는 것처럼 드워프의 수명 역시 인간과 비슷해.”
드워프의 말에 청년이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청년의 표정을 오해한 드워프가 말을 이었다.
“난 운이 좋게 모루의 신의 눈에 들었을 뿐이야.”
신의 축복을 받은 것이었다.
그러면 일반 수명보다 오래 살 수 있었다.
그리 말한 늙은 드워프가 아련한 눈빛으로 숲을 돌아봤다.
기억을 더듬고 있는 것이었다.
“전에 용병으로 여기에 왔을 땐, 난 새파랗게 어렸지. 전사란 호칭을 가지기에도 부끄러운 실력이었어. 몇 번이나 죽을 뻔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적에게 생명을 구원받기도 했지.”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늙은 드워프는 자신이 이 일을 입 밖으로 꺼낼 줄은 몰랐다.
동족에게도 잘 이야기하지 않았다.
술과 음식의 힘인가.
아니면 그때와 같은 장소에 있기 때문인가.
청년은 조용히 드워프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다시 만난다면 고맙단 인사를 건네야겠어. 물론, 그녀가 살아있다면 말이지. 나와 달리 그녀는 그때도 어엿한 전사였거든.”
청년이 눈을 껌뻑였다. 드워프가 어떤 종족에게 도움을 받았는지 알 것 같았다.
“요정이었군요.”
“그렇다네.”
드워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워프는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녀는 너무나도 강했지. 숲의 처형자. 그게 그녀의 별명이었어. 내 동료들도 대부분 그녀의 손에 목숨을 잃었네. 나를 살려 준 이유는 내가 어렸기 때문일 거야.”
별명만 들어도 무시무시해 보였다.
“본명은… 그래, 에밀리야였나?”
움찔.
청년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러자 드워프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별명과 맞지 않는 아름다운 이름이지?”
“…아, 그렇네요.”
청년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한 드워프는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인간족에도 대단한 영웅이 나타났단 이야기를 들었네. 여기 왔을지도 모르겠군.”
“영웅요?”
“워낙 허황한 소문들이라 직접 확인하고 싶었지.”
늙은 드워프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듣기로는 검술만으로 홀로 군대를 쓰러트리고, 마법으로 지옥의 마수들을 부린다고 하더군.”
“…마수요?”
“끼잉?”
갑작스러운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청년 옆에 있던 새끼 늑대가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귀엽게 고개를 갸웃하는 새끼 늑대.
‘…음, 털이 하얗군?’
드문 색이었다.
과거 이런 늑대들에 대해서 들었던 것 같았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 마을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 갔다.
“늑대의 모습을 한 마수라더군. 그 마수들이 끄는 마차를 타고 다닌다고 들었네.”
짧게 혀를 차는 드워프.
얼마나 허황한지 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정령술에도 해박하다고 하다니. 필시, 정령이나 마법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가 지어낸 게 분명하겠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과거 인간들에게 영웅왕이라고 추앙받았던 갈리온도 그 정도는 아니었네. 응? 왜 그런가?”
늙은 드워프는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는 청년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청년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소문은 그게 끝인가요?”
청년의 물음에 늙은 드워프가 팔짱을 꼈다.
“아, 그러고 보니 요리도 잘한다고 했었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서 넘겼지. 자네는 인간족이니 더 잘 알겠군. 그런 이를 본 적이 있나?”
“…아니요? 설마 그런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렇지? 하하핫.”
“…아하하하.”
웃음을 터트리는 드워프를 따라서 청년 역시 어색한 웃음을 이어 갔다.
“이름도 이상했네. 간허? 강흔? 그런 느낌이었는데.”
“강현 씨.”
“맞아, 그 이름이었어!”
말을 한 드워프가 눈을 껌뻑였다.
고개를 돌리자 요정 하나가 둘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드워프는 요정의 얼굴이 어딘가 익숙해 보여서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도 여기 있으면 어떻게 해요?
“아, 에밀리야 씨. 아직 손님이 계셔서요. 그분들께는 좀 늦을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어요.”
“…하아, 정말로 강현 씨답네요.”
에밀리야가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음식은 다 나간 거죠? 가게는 제가 볼 테니 어서 가세요.”
“…그분들은 괜찮다고 했는데.”
“우리가 안 괜찮아요. 대장로님이랑 영주님께서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에요.”
요정의 말에 청년이 볼을 긁적였다.
“그분들을 기다리게 하는 건 강현 씨뿐일 거예요.”
“예, 알겠어요.”
강현은 어색하게 웃고는 드워프를 돌아보았다.
“죄송한데 저는 출장 예약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 볼게요. 편하게 쉬시다 가세요.”
“아, 알았네.”
드워프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청년은 짐을 챙겨서 어디론가 향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새끼 늑대 역시 쫄래쫄래 그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드워프와 남게 된 요정이 입을 열었다.
“맥주 한 잔 더 드릴까요? 음식은 못 해도 맥주는 따를 수 있어요.”
“아, 예. 부탁합… 그게 아니라, 처형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려던 드워프가 놀란 눈으로 요정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굳어있던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드워프의 호칭에 요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를 아시나요?”
별명에 맞지 않은 귀여운 몸짓.
하지만 드워프는 속지 않았다. 저 몸짓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사라졌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왜 여기에….”
여기에서 맥주를 따르는 건가.
그와 함께 다른 의문도 떠올랐다.
“아니, 방금 그 청년은?”
분명 이름이 강현이라고 했다.
소문으로 듣던 영웅의 이름.
단순히 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처형자와 알고 지낼 정도면 소문이 아닐 가능성이 컸다.
방금 그 청년이 정말로 영웅이 맞는 건가?
하지만 드워프의 질문을 잘 못 이해한 요정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강현 씨는 높으신 분들 밥을 대접하러 갔어요.”
강현이 어디에 갔는지 물어본 줄 알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어찌 되든 좋았다.
에밀리야.
종족 전쟁의 영웅. 그녀의 신분과 명성은 일반 장로를 넘어섰다.
그런 그녀보다 높은 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요정족 여왕이라도 온 건가?’
드워프 최고 의회 소속인 그로서는 알아야 할 일이었다.
“높으신 분들이라면 누가 온 겁니까?”
드워프의 질문에 요정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했다.
“…온 건 아니고.”
얼버무리는 요정. 그러나 드워프의 눈빛이 날카로워지자 한숨을 내쉬고는 손가락을 위로 가리켰다.
“저분들께서 직접 부르셨어요.”
만일 다른 이가 저런 말을 했다면 농담이라고 여길 거다.
하지만 상대는 백 년 전쟁의 영웅이었다.
하물며 이곳에서는 신들이 직접 주최하는 대운동회가 한창이었다.
덕분에 이 기간만큼은 맹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만큼 신들이 눈길이 닿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런 와중에 저러한 거짓말할 리가 없었다.
곧 드워프가 떨리는 눈으로 청년이 떠나간 자리를 보았다.
‘대체 그 청년은….’
그렇게 영웅 강현의 이름에 새로운 전설이 생겨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