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41)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41화(4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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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연다.
마을 중앙에 있는 거대한 건물.
언뜻 보기에는 천막처럼 보였으나 안에는 두꺼운 나무 기둥들이 굳건하게 받치고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뼈 장식들.
그뿐만이 아니었다.
넓은 대청의 끝에는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짐승의 뼈와 가죽으로 만들어진 의자.
족장인 카샨은 강현의 목에 감싸고 있던 손을 풀더니 터벅터벅 걸어가서 의자에 걸터앉았다.
단지 의자에 앉았을 뿐인데 그녀에게서 위압감이 흘러나왔다.
“먼저 고맙단 인사를 하지. 내 딸이 신세를 지고 있어.”
“아닙니다.”
강현이 고개를 젓자 카샨이 미소 지었다.
“겸손하지 않아도 된다. 내 딸의 성격은 내가 더 잘 알아.”
지금도 카샨의 머리 위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부족의 여인들은 물론이고 전사들마저도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니.”
카샨은 제 머리에 있는 모나를 들어 올리더니 옆에 있는 노아에게 던지듯 건넸다.
지구였다면 깜짝 놀라 만한 행동.
그러나 카샨과 노아는 익숙해 보였다. 그리고 모나 역시 금세 노아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한쪽 팔걸이에 팔꿈치를 기댄 카샨이 턱을 괴었다.
“그러니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봐.”
카샨의 눈동자가 강현을 비췄다.
황금빛이 감도는 갈색 눈동자. 모나와 같았다.
“정말로 괜찮습니다. 저보다는 설기가 잘 돌봐주고 있습니다.”
돌봐주기보다는 놀아주는 것에 가깝지만 사실이었다.
강현의 말에 카샨이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설기. 신성한 늑대의 이름인가?”
“컹!”
설기가 대신 대답했다. 그러자 카샨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신성한 늑대 역시 그대를 따르는 것이지. 지금 생각나지 않는다면 나중에라도 말해라.”
강현은 여기서 더 거절할 수 없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카샨의 시선이 강현의 옆을 향했다.
강현이 가지고 온 배낭.
킁킁. 냄새를 맡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하나는 고기인 것 같은데, 다른 하나는 모르겠군.”
카샨의 말에 강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저 멀리서 배낭 안에 든 물건의 냄새를 맡은 건가.
그러던 강현은 카샨과 눈을 마주치고 황급히 배낭을 집었다.
“아, 이건···.”
“잠깐.”
카샨이 고개를 저었다.
“혼자 알면 재미가 없지.”
그리 말한 카샨이 노아를 바라보았다. 카샨의 뜻을 알고는 고개를 숙이는 노아.
그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영문을 모르는 강현이 고개를 갸웃하자 카샨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강현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문이 열리고 수인들이 들이닥쳤다.
넓게만 느껴졌던 대청에 수인들이 가득 찼다.
그들은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강현을 바라보았다. 강현은 그러한 시선에 볼을 긁적였다.
서울에서 일이 있고 난 후에 주목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불과 한두 달 전이었다면 이런 상황에 놓인 것만으로도 속이 거북했을 거다.
‘…이제는 괜찮나 보네.’
너무 담담해서 강현 스스로가 놀랄 정도였다.
그렇게 수인들이 모이자 카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이미 아는 이들도 있을 거다. 이자는 신성한 늑대의 선택받았으며 우리 부족을 친우로 대하였다. 그리하여 내 직접 초대하였다.”
카샨의 말에 수인족들의 귀가 일제히 쫑긋 섰다.
동물과 닮은 눈동자들이 강현을 향했다.
그 모습에 강현은 마치 자신이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홀로 이상한 세상에 떨어진 느낌.
“또한, 우리를 위해 선물까지 가져왔다고 한다.”
그리 말한 카샨의 시선이 강현에게 향했다. 강현은 모르고 있었지만 카샨은 강현을 인정했다. 그렇기에 일부러 부족들을 부른 것이었다.
자신을 향한 선물이 아니라 부족을 위한 선물.
강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다.
카샨의 뜻을 읽은 강현이 배낭을 열었다.
먼저 꺼낸 건 병에 든 막걸리였다.
여섯 병.
처음 샀을 때보다 병이 볼록해져 있었다.
알 수 없는 병의 모습에 수인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살 때는 많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한입씩도 돌아가기 힘들었다.
게다가 볼록 튀어나온 병들이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다음으로 꺼낸 건 반찬통이었다.
반찬통이 꺼내자마자 곳곳에서 웅성거렸다.
킁킁.
반짝이는 눈동자들.
뚜껑을 열지도 않았는데, 냄새만 맡고도 선물의 정체를 알아챈 것이었다.
돼지 수육.
한 시간 동안 정성껏 삶은 것이었다.
‘…정답이었나 보네.’
막걸리가 나왔을 때랑 표정부터 달랐다.
모나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수인들 역시 고기를 좋아했다.
수육에 관심을 보이는 수인들과 달리 카샨의 시선은 처음 꺼냈던 막걸리에 향해 있었다.
“그건 뭐지?”
“제가 사는 곳에서 만든 술입니다.”
“술?”
카샨의 눈이 번뜩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수육을 바라보던 몇몇 수인들의 눈도 같이 반짝였다.
“인간들의 술이라.”
카샨이 강현을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막걸리를 향해 손을 뻗는 카샨.
그를 보며 강현이 황급히 나섰다.
“지금 열면 안 됩니다.”
강현이 카샨을 제지하자 수인들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그러나 카샨은 오히려 흥미로운 눈으로 강현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안 된다?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닌가?”
“선물은 맞는데. 오다가 흔들려서···.”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탄산이란 개념을 알까? 강현의 얼굴이 곤혹스럽게 변했다.
그러는 사이 수인들의 표정은 점점 험악해져 갔다.
“…가스가 차서 지금 열면 터질 겁니다.”
“터져?”
카샨의 의아한 목소리. 그때, 뒤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족장님에게 위험한 물건을 가져온 것이냐!”
쩌렁쩌렁 울리는 호통 소리. 고개를 돌리자 아까 봤던 중년인이 보였다.
테무 전사장.
강현은 더욱 난감해졌다.
카샨은 막걸리를 들어 올리고는 지그시 강현을 바라보았다.
“위험한 건가?”
“…아뇨. 그렇지는 않습니다.”
놀라긴 하겠지만, 생명에 지장이 생기는 건 아니었다.
“마실 수 있는 것은 맞고?”
“…예.”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카샨이 움직였다.
손톱으로 막걸리 윗부분을 잘라낸 것이었다. 동시에 안에 있던 막걸리가 치솟으면서 잘린 뚜껑을 밀어냈다.
탕!
천장을 맞고 튕겨 나간 뚜껑.
깜짝 놀란 수인들이 일제히 발톱을 드러냈다.
당장이라도 강현을 향해 달려들 것만 같았다. 그리고 강현을 보호하듯 노아가 앞에 섰다.
“그만!”
카샨이었다. 그녀의 외침이 아니었다면 수인들이 강현을 덮쳤을 거다.
카샨은 아직도 솟아오르고 있는 막걸리에 입을 가져갔다.
“족장님! 위험합니다!”
하지만 이미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있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솟아오르는 게 멈추자 거꾸로 들어 올려서 남은 한 방울까지 털어 넣었다.
툭, 카샨의 악력을 이기지 못하고 구겨진 막걸리 병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잔뜩 눈살을 찌푸린 카샨.
“족장님?”
수인의 물음에도 카샨은 인상을 찌푸릴 뿐 대답하지 못했다. 그제야 수인들의 시선이 강현에게 향했다.
“인간 놈, 족장님에게 무엇을 준 것이냐?”
“감히 족장님께···.”
“꺼어어어어어어어어억.”
그들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길게 트림을 토해내는 카샨.
순식간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카샨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몇 번이나 트림을 더 한 뒤 웃음을 터트렸다.
대청 안이 호탕한 웃음으로 가득 찼다.
“과연! 가스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터진다는 의미는 알겠어! 그럴만하군.”
환하게 웃는 카샨. 뒤늦게 수인들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군. 다들 성미가 급한 녀석들이라.”
카샨은 수인들을 돌아본 후 강현에게 고개를 숙였다.
“내가 대신 사과하지.”
“아, 아닙니다!”
강현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강현보다 더 놀란 이들이 있었다.
바로 수인들이었다.
“족장님!”
“어찌 인간에게···!”
그들이 놀라서 카샨을 불렀지만 카샨은 고개를 저었다.
“옛날부터 인간들은 손재주가 좋았지. 처음 마셔보는 색다른 맛이긴 하나 뛰어난 술이야. 마법이라도 부린 건가?”
카샨은 한 병으로 부족했는지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는 강현과 수인들을 번갈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런 귀한 걸 줬는데도 무례를 저질렀으니 사과받아야 마땅하지.”
“…”
“…”
수인들이 입을 닫았다. 카샨의 말대로 자신들에게 잘못이 있기 때문이었다.
카샨이 저리 말할 정도라면 귀한 선물이 분명했다.
“마음 같아선 한 병 더 마시고 싶지만···.”
카샨이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혼자 다 마셨다가는 싸움이라도 날 것 같군.”
막걸리를 바라보고 있던 몇몇 수인들이 헛기침하며 시선을 돌렸다.
“저희가 어찌 감히···.”
그러나 그들의 눈빛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수인들은 본능에 충실한 종족이었다. 그런 수인들을 보던 카샨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는 수육과 막걸리를 보며 말했다.
“이것만으로 우리가 즐기기에는 부족하겠어.”
너무 조금 가져왔다고 책망하는 건가? 아니었다.
카샨의 눈은 수인들을 향해 있었다.
“받았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지. 다른 종족들 귀에 우리들의 손님 대접이 시원찮다는 소리가 들려야겠어?”
“안 됩니다!”
수인들의 외침에 카샨의 눈이 번뜩였다.
“그럼 보여줘야지! 축제를 연다! 우리 수인의 축제야말로 모든 종족 중에 제일이란 사실을 알려라!”
카샨은 이곳에 모인 수인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쳤다.
“가장 맛있는 사냥감을 잡아 온 전사에게는 차이투의 칭호를 내린다!”
차이투. 부족 제일의 사냥꾼이란 의미였다.
부족 전체가 사냥에 나설 때, 가장 앞에 설 수 있는 영광.
카샨의 말에 수인들의 눈빛이 빛났다.
그들은 모두 카샨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라!”
카샨의 명령이 떨어지자 수인들이 일제히 달려 나갔다.
순식간에 한산해진 대청.
남은 이들은 아이와 노인들뿐이었다.
남녀 할 것 없이 다 사냥에 나선 것이었다.
그 모습에 카샨이 입맛을 다셨다. 족장이란 직책이 아니었다면 자신도 숲을 달리고 있었을 거다.
그때, 강현 옆에 있는 노아가 눈에 띄었다.
입을 꾹 다물고 있지만 꼬리는 제어가 되지 않았다.
한숨을 내쉰 카샨이 입을 열었다.
“다녀와.”
“…예.”
대청 밖으로 뛰쳐나가는 노아. 그 모습에 카샨이 혀를 찼다.
“…사양 한 번을 안 하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수인이 사냥을 좋아하는 건 본능이었다.
곧 카샨의 시선이 강현에게 향했다.
“우린 축제가 준비될 때까지 꼼짝없이 애들이나 봐야겠군.”
강현이 눈을 껌뻑였다.
‘애들?’
고개를 돌리자 자신을 바라보는 무수한 시선들을 볼 수 있었다.
아까 보던 수인들과 달랐다.
좀 더 순수하고, 깨끗했다.
초롱초롱한 눈빛들. 어린 수인들이었다.
사냥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어린아이들만 남았다.
다들 낯선 강현에게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강현은 고개를 돌렸다. 어디에도 보호자로 보이는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노인 몇몇만이 가끔 시선을 던질 뿐이었다.
‘아니, 애들만 놔둬도 되는 건가?’
그리고 곧 란돌프의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 공동육아.’
잠만 부모와 같이 잘 뿐, 평소에는 모여서 육아를 본다.
그러니 부모 모두가 사냥에 나서도 이상하지 않았다.
점점 다가오는 아이들을 보며 강현이 저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그러나 강현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맹수들은 약점을 보이면 달려든다. 뒷걸음치는 강현을 본 아이들의 눈이 번뜩였다.
이들은 시골에서 봤던 아이들과는 달랐다.
먹잇감을 낚아채듯 순식간에 달려드는 아이들.
“우왓.”
강현이 뒤로 넘어졌다.
“내 딸뿐만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군.”
뒤늦게 어딘가 즐거운 듯한 카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거기는···!”
할짝, 할짝.
강현은 아이들에게 핥이고 물리는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설기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딜 봐도 설기는 보이지 않았다. 설기뿐만 아니라 모나도 마찬가지였다.
강현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설마 사냥 간 거냐?!’
강현이 울상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