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63)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63화(63/251)
63. 자네도 그만하면 되었어.
란돌프가 바로 새 한 마리를 잡아 왔다.
강현은 그사이에 같이 넣을만한 식자재를 숲에서 찾았다. 마을에서 가져온 식자재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어렵지 않았다.
호불호가 갈렸던 찜 요리.
그러나 강현의 예상대로 찜 요리를 먹은 둘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고기를 떠먹은 둘의 눈이 크게 떠졌다.
“독특하지만 매력적인 맛이군.”
로멘의 감탄. 뒤에 이어서 란돌프가 입을 열었다.
“동방에서 먹었던 요리와 비슷합니다.”
“동방이면, 그때의 전장인가?”
로멘의 말에 란돌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둘만 아는 무언가가 있는 듯했다.
고기를 먹은 란돌프의 시선이 강현에게 향했다.
“얼마 전에 가져간 걸로 벌써 이 정도의 요리를 만들다니! 역시 대단하군.”
란돌프의 칭찬에 머쓱해진 강현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때, 고기를 뜯던 로멘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근데, 저 아이는 자주 오나 보군?”
설기와 뒤엉켜있는 모나. 제 이야기하는 걸 알아채고 고개를 돌렸다가 설기의 뒷발에 맞고 다시 설기에게 달려들었다.
보아하니 란돌프가 모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은 것 같았다.
강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둘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란돌프가 벌떡 일어났다.
“이럴 게 아니야. 먹었으면 보답을 해야지.”
갑작스러운 말에 강현과 로멘이 의아해했다. 그러자 란돌프가 로멘을 향해 돌아보았다.
“로멘님. 조금 있다가 가도 되겠습니까?”
그리 말하며 목검을 눈짓했다. 그러자 로멘이 수염을 쓸어내렸다.
“그렇군. 검을 가르친다고 했었나?”
잠시 고민하던 로멘이 입을 열었다.
“상관없네. 대신 강현, 자네가 가져온 장비를 살펴봐도 되겠는가?”
로멘의 시선이 텐트로 향했다. 텐트뿐만 아니었다. 아까 요리하기 위해 스토브를 켰을 때, 놀란 로멘의 표정은 잊을 수가 없었다.
원시인이 처음 신문물을 경험했을 때, 그러했을까?
강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하얀 통은 가스가 들어서 위험하니 주의해주세요.”
“걱정하지 말게.”
강현의 허락에 로멘의 표정이 환해졌다. 사실 전부터 관찰하고 싶었다. 그러나 음식까지 얻어먹어서 사양하고 있던 것이었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로멘을 본 강현이 미소 지었다.
그리고 훈련이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검술 훈련.
훈련이 끝났을 때, 란돌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란돌프.
그런 란돌프의 모습에 숨을 고르고 있던 강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뭔가 잘못했나요?”
“아니, 자네 잘못은 아니야. 칼을 다루기에 금세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뒷말을 흘리는 란돌프.
한 마디로 검술에 재능이 없다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 강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난 또 뭐라고.’
처음부터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학창 시절부터 몸을 움직이는 건 특기가 아니었다. 곧 란돌프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말게. 내 어떻게 해서라도 기사의 수준까지 만들어 줄 테니.”
“…아니, 그럴 필요는···.”
기사가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러나 란돌프는 이미 강현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강현이 다시 입을 열려는 찰나, 란돌프가 숲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란돌프뿐만이 아니었다.
흥분한 기색으로 텐트를 살피던 로멘도 어느샌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설기와 뒹굴던 모나가 멈춰 서더니 수풀을 향해 네 발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 끝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건장한 체격의 수인.
바로 노아였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모나를 낚아챈 노아가 주변을 훑었다.
“…인간이 늘었군.”
“오랜만이네요. 노아씨.”
강현이 그러한 노아를 반갑게 맞이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노아는 란돌프를 보며 눈을 번뜩였다.
란돌프는 그러한 노아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짧은 대치. 먼저 시선을 피한 건 노아였다. 강현을 본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은 이미 수련했나···.”
못마땅한 듯 강현을 보던 노아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더니 강현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손님도 있으니 수련은 다음에 하겠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날렸다. 그렇게 노아가 사라지자 로멘이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허, 대단한 전사이군.”
그런가? 강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강현이 모르는 무언가를 둘은 느낀 것 같았다.
“그보다 수련이라니. 저 수인 전사에게도 배우는 건가?”
“아, 예.”
강현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자 로멘이 웃음을 흘렸다.
“자네도 정말 대단한 친구구먼.”
로멘의 칭찬에 강현이 어색하게 웃었다.
모나가 떠나서 홀로 남게 된 설기가 슬그머니 강현의 옆으로 다가왔다.
강현은 털에 잔뜩 묻은 흙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털어도, 털어도 끝이 없었다.
그렇게 한숨을 내쉬는 강현을 본 설기는 귀엽게 고개를 갸웃했다.
순진한 눈망울.
시치미 떼는 걸 알면서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강현이 거칠게 털을 털자 설기가 간지러운 듯 몸을 비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하얗게 변한 설기.
설기는 제 털이 만족스러운지 꼬리를 쫓아서 빙그르르 돌았다.
그런 설기를 보던 강현이 란돌프와 로멘을 돌아보았다.
노아 덕분에 잊고 있던 일을 떠올렸다.
“혹시, 이것들은 어디에서 구하는 겁니까?”
숲에서 보지 못했던 향신료들.
“구하다니? 떨어지면 마을에서 사면 되는 것 아닌가? 돈이 부족하면 내 이름을 말하게.”
의아해하는 로멘. 강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란돌프가 설명을 시작했다.
란돌프의 이야기가 끝나자 로멘은 신기하다는 듯이 강현을 바라보았다.
“가진 물건들만큼이나 특이한 친구군.”
“그러니 좋은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암, 그렇고말고.”
로멘이 수염을 쓸어내리며 미소 지었다.
강현은 쑥스러워져서 시선을 피했다.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로멘이 입을 열었다.
“이 넷은 숲에서는 구할 수 없네. 그나마 이 둘은 왕국 내에서 들여오는 것이지만···.”
강현은 뒷말을 유추할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서 오는 겁니까?”
“그렇다네. 그래서 구하기 힘든 녀석들이지. 아마 마을에도 많이는 없을 걸세.”
란돌프의 마을만 쓰는 것이라면 모를까, 다른 마을까지 챙길 양은 아니란 뜻이었다.
로멘의 말에 강현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네.’
둘이 빠지면 강현이 생각했던 레시피 둘은 쓸 수 없었다.
‘없어도, 어느 정도 누린내를 날릴 수 있긴 하지만.’
완전하진 않았다. 고민에 빠진 강현을 보던 란돌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런데 강현, 자네가 직접 향신료들을 가져다줄 생각인가?”
“아, 예. 일단 그럴 생각입니다.”
수인들이 친구로 인정한 건 강현만이었다. 다른 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자 란돌프가 고개를 저었다.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네.”
강현이 의아해하자 옆에 있던 로멘도 입을 열었다.
“향신료에 익숙해지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길 힘들지. 자네가 상인을 하고자 하는 것이면 좋은 기회이겠지만, 아니라면 피곤해질 거야.”
한두 번으로 끝낼 순 없다는 뜻이었다. 둘의 설명을 들은 강현이 침음성을 뱉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강현은 이것으로 돈을 벌 생각이 없었다.
‘…너무 쉽게 생각했어.’
단순히 누린내 나는 고기를 먹는 수인들이 안타까워서 시작했지만, 결국 한쪽의 문화를 바꾸는 일이었다.
“일단 다른 것들만 전해주는 게 좋을 걸세.”
얼마든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들. 로멘의 말에 란돌프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는 단장과 내가 한 번 방안을 마련해보지.”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놀란 강현이 손을 내젓자 로멘이 웃었다.
“섭섭하군. 우린 친구 아닌가? 친구끼리 서로 돕는 걸세. 안 그런가, 단장?”
“맞습니다.”
웃으며 대꾸하는 란돌프. 둘이 그리 나오자 강현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럼 우린 슬슬 일어나지.”
로멘과 란돌프가 몸을 일으켰다. 먼저 걸음을 옮기려던 로멘이 강현을 향해 몸을 돌렸다.
“맞아. 이런 물건도 좋지만, 다음에는 자네가 온 곳의 이야기도 들려주게.”
“…!”
강현뿐만 아니라 란돌프도 놀라서 로멘을 돌아봤다. 둘의 반응에 로멘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역시 단장은 알고 있었군. 나를 너무 얕보지 말게나. 이래 봐도 로드웰의 현자라고 불린 마법사야.”
강현의 어깨를 두드린 로멘이 휘적휘적 걸어갔다.
이미 강현이 가진 물건들이 마법과 관련이 없다는 걸 확인한 로멘이었다.
당연히 아티펙트를 소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강현과 눈이 마주친 란돌프는 실소를 흘렸다.
“그럼 강현, 다음에 보지.”
그리고는 로멘을 뒤따랐다. 그렇게 사라진 둘.
강현은 볼을 긁적이다가 설기를 돌아보았다.
고개를 갸웃한 설기가 해맑게 웃었다.
* * *
“잠깐 쉬다가 가겠습니다!”
피디의 외침에 촬영장 안을 감돌고 있던 긴장감이 사라졌다.
평소 친분이 있던 이들끼리 삼삼오오 모이는 출연자들.
그때, 출연자 하나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이강현 셰프가 보이지 않네요. 종석 셰프랑 친하지 않았어요?”
출연자의 물음에 셰프복을 입고 있는 사내 하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건 잠깐이었고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에이, 친하긴요. 같은 학교 출신이라 어울렸던 겁니다.”
촬영장 안에는 연예인들과 종석 셰프 말고도 다른 셰프들도 있었다.
한식, 중식, 양식.
모두가 방송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스타 셰프들.
그들의 시선에 종석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선배라고 챙겼는데, 그런 녀석인 줄은 몰랐죠. 인기 좀 얻었다고 금세 거만해져서···.”
“그래요? 그런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다 이미지 메이킹이죠. 실력도 없으면서 얼굴로···.”
“실력이 없어도 파리 요리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건가요?”
차가운 목소리 하나가 종석의 말을 잘랐다.
사람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에는 화면에 나올 때와 달리 무심한 눈빛의 여인이 서 있었다.
여인의 시선에 종석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
셰프들을 힐끗거린 종석.
파리 국제 요리 대회. 이쪽 업계에 일하는 이들이면 모를 리가 없는 대회였다.
“우, 운이 좋았던 거죠.”
“아, 파리 요리 대회는 운만으로도 딸 수 있는 거군요. 몰랐네요.”
“아니, 그런 뜻은···.”
“그럼 당시에 나온 요리사들의 수준이 낮았다?”
양식 셰프들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그들의 지인 중 누군가는 대회에 도전했다가 떨어졌을 거다.
“CIA는 실력 없는 사람에게도 졸업장을 주나 보네요.”
“…말이 심합니다. 세나씨.”
종석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자 세나가 실소를 흘렸다.
“없는 사람 뒷말하는 것보다는 심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게다가 그쪽이 강현씨를 챙긴 게 아니라 강현씨가 그쪽을 챙기지 않았어요? 피디님께 그쪽을 소개해준 것도 강현씨라고 알고 있는데···.”
세나의 말에 종석의 얼굴이 붉어졌다.
종석이 다시 입을 열려는 찰나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그만! 지금 뭐 하는 건가?”
쩌렁쩌렁 울리는 호통 소리.
부리부리한 눈빛의 중년인이 세나와 종석을 바라보았다.
중식의 거장 중 하나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경력이 높은 셰프.
“…죄송합니다. 셰프님.”
중년 셰프에게 고개를 숙이는 세나.
그리고는 종석을 향해 코웃음 치고는 떠나갔다.
그녀의 모습에 종석이 억울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먼저 시비를 건 건···.”
중년 셰프의 시선에 종석이 입을 다물었다.
분야는 다르지만 결국, 요리계의 대선배였다. 밉보여서 좋을 게 없었다.
“자네도 그만하면 되었어.”
이번 일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강현에 대한 비방.
다른 셰프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그들 역시 강현의 사정을 어렴풋이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던 종석은 신경질적으로 모자를 벗어 던지고는 촬영장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