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9)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9화(9/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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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음식
민호는 바로 자리에 가려고 했으나 수진은 아니었다. 강현 옆에 있는 설기를 보고 눈을 빛냈다.
“어머, 귀여워라. 아가야, 안녕?”
하지만 설기는 수진을 힐끗거린 후 고개를 돌려버렸다.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이장 때도 느꼈지만 강현을 제외하면 붙임성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설기를 본 수진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생긴 것처럼 도도하네. 인기가 많겠어.”
“…여보.”
그때, 민호가 수진을 불렀다.
“오래 서 있으면 안 좋아.”
그리 말하면서 수진을 부축했다. 수진도 그런 민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테이블에 앉는 둘.
보면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잘 어울리는 부부였다.
강현은 그런 부부를 보다가 주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먼저 수프.’
팬에 버터를 녹인다.
약한 불에 양파를 볶다가 불린 감자를 넣고 마저 볶아준다.
그리고 닭 육수와 우유를 넣고 서서히 졸여준다.
이때, 핸드블렌더를 이용해서 감자와 양파를 갈아준다.
중요한 점은 너무 입자가 고르게 되지 않게 주의하는 것이었다. 감자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으로 간을 하고 그릇에 옮겨 담은 후, 파슬리 가루를 뿌려주면 완성.
감자 크림수프.
“수프 먼저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음, 향이 좋네요!”
강현이 그릇을 내려놓자 수진은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민호는 고개를 숙여서 감사를 표했다.
“예. 맛있게 드세요.”
인사를 건넨 강현이 주방으로 돌아왔다.
이제 메인인 돈가스 차례였다.
강현은 냉장고에서 미리 밑간한 고기를 꺼냈다.
‘온도는?’
빵가루 하나를 기름에 떨궜다.
치이익.
뽀글뽀글, 거품과 함께 올라오는 빵가루를 보며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은 고기를 밀가루에 묻혔다.
* * *
강현이 다시 요리하는 사이.
수진은 수프를 떠먹어봤다. 곧 그녀의 눈이 커졌다.
“맛있어!”
“…음!”
민호도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한 크림의 향이 입안 가득 퍼져갔다. 이어서 양파의 단맛과 감자의 담백함이 입안을 맴돌았다. 시중에 파는 제품과는 다른 맛이었다.
따로 간을 할 수 있게 소금과 후추를 가져다줬지만, 굳이 필요 없었다.
수진의 그릇이 순식간에 비워졌다.
그를 본 민호가 자신이 먹던 수프를 건네려고 했으나 고개를 저었다.
“당신 먹어요. 모처럼이니 당신도 즐겨야죠.”
머뭇거리던 민호는 고개를 끄덕인 후 수프를 떠먹었다. 그리고는 수진은 턱을 괴고 그러한 민호의 모습을 구경했다.
얼마 안 가서 민호의 그릇도 비워졌다.
그제야 수진의 시선이 민호에게서 주방으로 옮겨갔다. 튀김을 튀기는 소리가 홀까지 들려올 정도였다.
음식을 기다리며 수진이 입을 열었다.
“당신. 저한테 처음 데이트하자고 했을 때, 기억나세요?”
“음.”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민호. 아직 둘 다 대학생 때 일이었다.
춘천에 있는 작은 대학.
민호는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했고, 수진은 이제 막 신입생이었다.
“서울 놀러 가고 싶다니깐, 다짜고짜 데려가 주겠다고.”
민호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당시에는 둘 다 어렸다.
막상 서울에 올라갔으나 민호도 서울 지리를 몰랐다.
“그때, 데려간 곳이 돈가스집이었잖아요.”
“…그랬나.”
민호가 머쓱하게 웃었다. 그런 민호의 반응에 수진이 눈꼬리를 높였다.
“설마, 잊으신 거예요?”
“…긴장해서 아무것도 기억 못해.”
헤매다가 아무 곳이나 들어간 것이었다. 그런 민호의 말에 수진이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럴 거 같았어요. 손을 얼마나 떨던지, 제가 다 걱정이 될 정도였다니깐요.”
돈가스가 나오자 제대로 맛도 보지 않고 삼키고는 수진만 힐끗거렸다. 당시에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렇게 소심한 남자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겠다고 한 걸까?
하지만 동시에 이 남자가 얼마나 용기를 낸 것인지도 알 수 있었다.
그때부터 민호가 신경 쓰였다.
순박하지만 우직한 사내. 이 사내는 자신이 어째서 돈가스를 좋아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살포시 웃은 수진이 시선을 돌렸다.
“벌써 기대되네요.”
“음.”
민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오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그러나 둘에게는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그렇게 긴 기다림의 끝에 강현이 주방에서 나오는 게 보였다.
“돈가스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네는 둘의 시선은 접시로 향해 있었다.
강현은 테이블에 접시를 내려놓고 수프 그릇을 챙겨서 주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긴장한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강현이 만든 건 전통식이 아니었다.
7, 80년대에 한국에 와서 변형된 돈가스.
흔히들 경양식 돈가스라 부르는 것이었다.
곧 둘의 포크와 나이프가 움직였다.
끝부분을 잘라서 소스가 많은 중심에 찍은 후에 입으로 가져간다.
돈가스를 먹은 민호의 눈이 커졌다.
바삭한 튀김을 씹자 안에 있던 육즙이 가득 흘러나왔다.
튀김과 고기가 소스와 함께 입안에서 버무려졌다.
‘…같나?’
민호의 기억 속의 돈가스와 비슷했다.
하지만 민호는 성격만큼이나 미각도 둔한 편이었다.
곧 민호의 시선이 수진에게 향했다. 열심히 돈가스를 입으로 가져가는 수진.
“…어때? 거기랑 같아?”
조심스러운 물음. 그러나 수진의 머리가 붕붕, 하고 옆으로 움직였다.
“…아니요.”
민호의 얼굴이 실망으로 변하려는 찰나, 수진이 입을 열었다.
“더 맛있어요! 고마워요, 당신.”
행복하게 미소 짓는 수진. 그녀를 본 민호의 눈도 부드러워졌다.
식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둘은 정신없이 나이프와 포크를 움직였다.
순식간에 그릇을 비운 수진이 자신의 배를 만졌다.
“너무 먹었네요. 이렇게 많이 먹은 게 얼마 만인지.”
민호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둘을 향해 강현이 다가왔다.
“식사는 맛있게 하셨습니까?”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둘의 표정이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강현은 안도할 수 없었다.
“예! 정말 맛있었어요.”
“잘 먹었습니다.”
둘의 대답에 긴장이 풀어진 강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강현을 보며 수진이 입을 열었다.
“소스는 어떻게 하신 거예요? 가게가 사라지고 제가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이 맛이 안 나더라고요.”
거기까지 말한 수진은 아차 싶어서 황급히 말을 이었다.
“아, 이런 거 함부로 물어보면 안 되죠? 너무 놀라서.”
그런 수진을 보며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해보셨다니 데미글라스 소스는 아시죠?”
“예!”
“거기에 토마토 페이스트를 빼고 케첩으로 대체했어요.”
강현의 말에 수진이 눈을 깜빡였다. 곧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거 저도 해보긴 했는데 이 맛이 아니던데.”
수진의 물음에 강현이 미소 지었다. 수진의 말이 맞았다.
설기는 물론이고 미각이 둔감해진 강현도 느낄 정도로 맛이 따로 놀았다.
“예. 그 뒤에 우스터 소스를 같이 섞어주면 됩니다.”
“우스터요?”
수진이 눈을 껌뻑였다.
“만드는 건 쉬워요. 그리고 시중에 판매하는 것도 있으니 구하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아···.”
수진이 탄성을 뱉었다. 그런 수진을 보며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는 우스터 소스를 베이스로 한 돈가스집도 늘어났다.
그러나 예전 돈가스 맛과 달라서 둘을 연관시키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공짜로 먹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돈은 제대로 낼게요.”
민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접해준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나온 요리를 보니 그냥 가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비용이라면 이미 냈습니다. 덕분에 예쁜 매장을 얻었어요.”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둘의 모습을 보며 강현도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오히려 강현이 얻은 게 더 많았다.
단호한 강현의 말에 둘도 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럼 매장을 열면 저희가 단골이 될게요. 그건 괜찮죠?”
수진은 말하면서 민호를 돌아보았다. 민호 역시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에서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자주 올 수밖에 없죠.”
거기까지 말한 수진은 무언가 떠올랐는지 탄성을 뱉었다.
“아, 돈가스는 안 판다고 하셨죠? 음, 이걸 또 먹을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그녀의 말을 들은 강현이 입을 열었다.
“아뇨. 원하신다면 팔 생각입니다.”
강현의 말에 둘의 눈이 커졌다.
충동적으로 생각한 게 아니었다. 이전부터 고민했던 것이었다.
강현이 메뉴를 정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알아줄까?
아니었다.
게다가 이 마을에는 메뉴판조차 못 읽는 이들이 많을 거다.
‘굳이 이탈리안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
기본적인 메뉴 한, 두 개만 정하고 나머지는 사람들의 요청에 맞춰가면 되었다.
강현에겐 그만한 능력이 있었다.
아직 계획 단계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잡히지 않았으나 차차 준비해가면 되었다.
‘그래, 급할 건 없어.’
그런 강현의 이야기에 수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다행이네요. 이 아이에게도 먹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사랑스럽게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는 수진. 민호와 강현의 표정도 부드러워졌다.
“오늘 덕분에 잘 먹었어요. 마을에서 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주세요.”
“음!”
그렇게 둘이 떠나갔다. 강현은 둘이 앉았던 자리를 보았다.
깨끗하게 비워진 접시.
“…결국, 같진 않았네.”
강현도 둘의 대화를 들었다. 소스는 같았다고 하니 튀김의 차이일 거다. 하지만 행복해하던 둘의 얼굴을 떠올리면 그런 건 상관없었다.
둘의 모습은 잊고 있던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
처음 팬을 잡았을 때.
“컹!”
아직 사람들에게 요리를 내는 게 두렵지만, 적어도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생겼다.
이번 식사는 둘보다 강현에게 더 많은 것을 주었다.
그때, 설기가 강현을 향해 짖었다.
“그래, 알고 있어. 네 덕도 잊지 않았어.”
강현은 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이제 우리도 밥을 먹어야지.”
“컹! 컹!”
오늘의 영업은 끝났다. 강현의 말에 설기가 힘차게 짖었다.
* * *
오픈하기도 전에 첫 손님을 맞이한 강현.
강현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바로 가게에 대한 것이었다.
고객에 따라서 달라지는 메뉴.
서울에도 그런 매장이 없는 게 아니었다.
‘다 예약제였지.’
당연히 단가도 높았다. 그렇지 않으면 식자재 수급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현실적인 문제였다.
게다가 너무 생뚱맞은 요리를 요청해도 곤란했다.
하지만 고민해봐도 답이 나오진 않았다.
“…결국, 직접 부딪힐 수밖에 없나.”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아가면 되었다.
이번 일을 겪기 전이라면 생각하지 못했을 방식이었다.
그때.
“컹! 컹!”
옆에서 설기가 짖었다. 배낭 옆에서 꼬리를 흔드는 설기.
빨리 나가자고 닦달하는 것이었다.
강현이 입꼬리가 부드러워졌다.
“그래, 미안해. 이제 가자.”
강현이 배낭을 멨다.
이번의 최대 공로자라면 설기였다.
그렇기에 오늘은 특별한 음식을 대접할 생각이었다. 강현은 설기와 함께 집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