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Life Through Camping In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95)
이세계 캠핑으로 힐링 라이프-95화(95/251)
#95화 우리가 이겼다!
경기는 한 번으로 끝이었다.
누가 제일인지 가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상후와 헤어지고 천막으로 돌아오자 여기저기서 축하를 건넸다.
“이야, 잘 달리네.”
“아침마다 그리 달리는데 잘 달리지.”
머쓱해진 강현이 시선을 돌리다가 이장과 눈이 마주쳤다.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올리는 이장.
강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강현의 곁으로 민호가 다가왔다.
“수고하셨습니다.”
민호가 웃으며 물을 건넸다.
“아, 감사합니다.”
목이 마르진 않았지만, 강현은 인사를 건네고 물을 마셨다.
평소에 하던 운동량과 비교하면 가벼운 수준.
강현이 빈 잔을 내려놓자 민호가 입을 열었다.
“매장에 없어서 혹시나 했는데. 먼저 와 계셨군요.”
“아, 혹시 식사하러 오셨던 건가요?”
강현이 미안해하자 민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여기 같이 오려고 했습니다. 다행히 늦지 않았군요.”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운동회도 축제 같은 느낌인가?’
이장이나 다른 이들을 보면 맞는 것 같았다.
[다음은 줄다리기가 진행됩니다. 내빈 여러분들께서는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갑작스러운 소리에 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내빈 여러분’이란 말이 생소하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왔구먼.”
막걸리를 마신 이장이 몸을 일으켰다. 이장뿐만이 아니었다.
술을 마시던 이들이 설렁설렁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저희도 가죠.”
자리에서 일어난 민호가 말했다. 어디를 간단 말인가. 줄다리기하러?
고개를 갸웃하던 강현은 선생님들이 든 팻말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노랑팀과 분홍팀이 아니었다.
선생님들이 각 마을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아이들도 팻말 앞에 서 있었다.
강현이 있는 마을의 경우에는 인원이 적은 탓인가, 다른 마을의 이름과 같이 적혀 있었다.
“아이구, 죽지도 않고 또 왔어?”
“그짝이야말로 징글징글혀.”
한 노인의 말에 이장이 대꾸했다. 말 내용과 다르게 둘은 웃고 있었다.
“이번에는 잘해 보자고.”
둘은 굳은 얼굴로 손을 맞잡았다.
이장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새롭게 온 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모두 안면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현은 힐끗 옆을 돌아보았다.
‘저쪽은 아이가 없네.’
강현네와 마찬가지로 두 마을이 적혀 있었지만 아이는 하나뿐이었다.
그제야 강현은 이 게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애들용이 아니네.’
어른들을 위한 게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어느 정도 서자 아이들을 수에 맞게 나누기 시작했다.
초등학교가 있는 이 마을이 아이들의 수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분홍색 운동복을 입은 아이들과 노란색 옷을 입은 아이들이 뒤섞였다.
“안녕.”
전에 달리기를 겨뤘던 철민이가 상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미영이는 다른 팀인가 보네.’
저 멀리 미영이가 부러운 듯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 그럼 줄다리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두루 마을, 박지 마을과 봉산 마을 분들은 중앙에 서 주십시오.]마을 사람들이 밧줄 앞에 서자 선생님들이 인원이 부족한 마을 뒤에 가서 섰다.
마을 사람들까지 섞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말이 마을 사람들이지, 대부분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이었다. 그러한 어르신들이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강현은 볼을 긁적였다.
‘괜찮을까?’
줄다리기가 쉬운 운동은 아니었다. 저러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문제가 클 거다.
곧 호각 소리와 함께 양 팀에서 밧줄을 당겼다.
강현의 우려와 달리 어른들은 열정이 넘쳤다.
“당겨!”
“후딱 당기지 않고 뭐 해!”
“뭔 놈의 힘이 이리 세.”
비틀거리다 쓰러진 노인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왜 이리 매가리가 없어? 밥 안 먹었어?”
바로 날아오는 질책.
아이들이 있다는 걸 잊었는지 간혹 욕도 들려왔다.
강현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줄다리기를 지켜봤다.
팽팽하게 당겨졌던 밧줄이 조금씩 한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한쪽으로 쏠렸다.
“으엇.”
끌려가던 사람들이 우르르 바닥에 쓰러졌다.
“아이쿠, 나 죽네.”
“에구구.”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이긴 팀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울상을 지으며 일어나는 이들. 곧 두 팀이 물러나고 강현의 마을 차례가 다가왔다.
강현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밧줄 앞에 섰다.
상대 팀 역시 밧줄에 섰다. 그들을 본 이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 짝들은 너무 많은 거 아녀?”
“사람이 많은 걸 어떻게 하나? 그러는 그쪽은 둘이잖아.”
앞에 서 있는 노인이 얄밉게 말했다. 선생님들이 이쪽에 섰음에도 숫자가 차이가 났다.
“이런 우라질.”
“말본새하고는. 저러니 무식하단 소리를 듣지.”
노인의 말에 사람들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자자, 선생님들 진정하세요.”
선생님 한 분이 그런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다들 한 성격 하네.’
강현은 웃음을 흘리고는 이장을 바라보았다.
이장이 누군가에게 적대적으로 대하는 건 낯설기 때문이었다.
‘대표님도 있긴 했지만.’
사정이 달랐다. 이장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역시 시선이 곱지 않았다.
강현이 의아해하자 뒤에 있던 민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원래 저희 마을이 하기로 했던 농활 지원 프로그램을 가져가서 그렇습니다.”
“농활 지원요?”
“예. 대학교에서 봉사를 나옵니다.”
강현은 눈을 껌뻑였다. 대학교에서 봉사 나오는 건 큰일이 맞았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저리 화를 낼 만한 일인가?
강현은 마을 사람들을 잘 알고 있었다.
민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때 과정에 조금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쪽은 자격이 안 맞았거든요.”
“아하.”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저쪽 인원은 여기 마을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숫자였다.
더 힘든 마을이 도움을 받는 게 맞았다.
무언가 손을 쓴 것이었다.
그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저씨 한 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전부터 이장님이랑 악연이 있었어.”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 사람이 많다고 다가 아녀.”
이장이 사람들을 제지했다. 그러자 코웃음 치는 노인.
그를 본 강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열심히 해야겠네.’
사정을 안 이상 대충 할 수는 없었다.
“여러분,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의 말에 두 팀이 자리에 앉았다.
“밧줄을 잡아 주시고 호각 소리와 함께 일어나서 당겨….”
선생님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밧줄을 잡자마자 한쪽으로 쏠렸기 때문이었다. 몇몇 이들은 앉은 채로 넘어졌다.
“이게 뭐 하는 짓이여?”
이장의 입에서 호통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노인이 태연스럽게 말을 받았다.
“잡았을 뿐인데 딸려오는 걸 어찌하나? 다들 힘이 없네.”
“…뭣이여?”
“두 분 다 그만해 주세요.”
선생님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노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장님, 아이들도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알았어, 알았어. 이리 쉽게 올 줄 알았나? 살살 잡을게.”
뒤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썩을 놈들이.”
이장이 노인을 노려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밧줄을 쥐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강현도 마찬가지였다.
두 팀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리고 호각 소리와 함께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여엉차, 여엉차.”
“팍팍 당겨!”
강현도 구령 소리에 맞춰서 밧줄을 당겼다.
팽팽하게 당겨진 밧줄.
밧줄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밧줄은 조금씩 상대 팀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강현이 합세했다지만 수적 우세는 이기기 힘들었다.
이세계 주민들에게 무술을 배우긴 했지만, 그들과 같은 능력은 없었다.
“힘내라!”
“더 당겨!”
멀리서 응원 소리가 들려왔다. 줄다리기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이었다.
사람들은 이를 악물고 밧줄을 당겼다.
“버텨!”
“여엉차! 여엉차!”
안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구령 소리가 더 빨라지고 있었다.
그와 함께 밧줄이 끌려가는 것도 빨라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진다.
강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 끌려가던 밧줄이 멈췄다.
‘응?’
반대로 끌려오는 밧줄. 강현은 의아해하면서 밧줄을 당겼다.
“여엉차, 여엉차.”
밧줄이 끌려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뭐, 뭐야!”
노인의 당혹스러운 외침과 함께 상대 팀이 무너졌다.
그와 함께 쑥 딸려오는 밧줄.
사람들도 엉덩방아를 찍었다. 아픔도 잠시, 곧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겼어!”
“우리가 이겼다!”
강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어떻게?
열심히 하긴 했지만, 승산이 없었다.
뒤를 돌아본 강현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너구나.’
새하얀 털 뭉치와 눈이 마주쳤다.
강현이 슬며시 미소 지었다.
“컹!”
해맑게 웃고 있는 설기. 설기의 앞에는 밧줄이 놓여 있었다.
“말도 안 돼!”
노인의 외침이 들려왔다. 자연스레 기뻐하던 이들의 시선도 옮겨 갔다.
“어떻게….”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주변을 돌아보던 노인이 설기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저 개 때문이야. 갑자기 저 개가 와서 그래!”
“무슨 헛소리여. 설기가 어쨌다고 지랄이여!”
이장이 바로 눈을 부라렸다. 그러자 노인의 눈이 번뜩였다.
“아는 개가 맞네. 반칙이잖아!”
“설기도 우리 마을 일원이여. 부러우면 그짝네도 개를 데리고 오면 되잖어.”
“뭣이?”
노인이 이장을 노려봤다. 그러나 이장 역시 노인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 역시 이장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맞아. 설기도 우리 가족이지.”
“그럼, 그럼.”
사람들까지 그리 나오자 노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 노인을 향해 이장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저 조그만 녀석이 도와줬다고 뭐가 달라지나? 억지 좀 그만 부려.”
달라진다. 그것도 매우. 설기 혼자였어도 이겼을 거다. 강현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설기가 마을 일원인 건 맞기 때문이었다.
그때, 상대 팀에서 사내 하나가 노인을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장님.”
노인이 돌아보자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사내뿐만이 아니었다. 다들 그만하라고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도 노인이 하는 말이 억지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에잇.”
노인은 혀를 차더니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상대 팀 사람들도 뒤따랐다.
그렇게 자리가 정리되자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다음 경기는 십 분 정도 쉬고 시작하겠습니다.”
강현은 설기에게 다가가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어.”
“컹!”
설기가 힘차게 짖었다. 강현은 그런 설기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다음 경기에도 참여시켜야 하나?’
설기의 존재가 반칙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다음은 봉산 마을과의 결승이었다.
바로 초등학교가 있는 이곳 마을이었다.
다들 아는 얼굴들이었다.
“좋아! 이 기세로 가는 거여! 할 수 있어!”
이장의 외침이 들렸다. 그와 함께 마을 사람들의 함성도 들렸다.
아까의 승리로 사기가 잔뜩 오른 것이었다.
강현은 곤란한 표정으로 볼을 긁적였다.
‘어쩔 수 없지.’
저기에 찬물을 끼얹을 순 없었다.
강현은 설기를 보며 입을 열었다.
“설기야. 한 번만 더 부탁해.”
“컹!”
자신만 믿으라는 듯 설기가 해맑게 짖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결승 경기.
당연하게도 강현네 팀이 승리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나자 마을 사람들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천막으로 향했다.
“크, 얼마만의 승리여.”
“얼마 만이긴 얼마 만이야. 처음이지.”
“그런가?”
박 씨 할머니의 말에 이장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는 웃으며 종이컵을 들었다.
“자, 뭣들 혀? 마시자구.”
“오오!”
사람들이 종이컵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본 강현은 슬쩍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아직 안 끝났는데.’
보물찾기 게임을 하는 아이들.
그러나 이미 어른들의 관심은 술로 향해 있었다.
‘뭐, 상관없나?’
웃음을 흘린 강현을 종이컵을 홀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