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village life with herbal elixir RAW novel - chapter 124
한데.
‘공포는 여기까지.’
[SS급 겨우살이]특전 – 『파킨슨』
마법의 힘이 깃든 겨우살이 하나면 다 고칠 수 있잖아.
당장에라도 누군가를 붙잡고 치료해주고 싶건만, 내 주위에 파킨슨 병을 앓는 이가 없었다.
‘일단 구비만 해놓자고.’
* * *
“하연 씨!”
마당을 쓸고 있던 하연 씨가 내게 반갑게 인사했다.
그간 집을 비우고 있는 동안 우리 집을 봐줬는데 감사한 마음을 약초로 대신하고자 섬에서 채집한 약초를 준비했다.
“이거 받아요.”
“뭐죠?”
“통영에서 여러 가지 약초를 캤는데, 자연산 송이가 꽤 많더라고요.”
“와! 이렇게 귀한 걸요!”
“체력을 상승시켜 줄 테니 힘들 때마다 드셔보세요.”
“감사합니다!”
자연산 송이를 구해다가 광명의 작업대에서 공짜로 대량 강화해버렸다.
강화 부담이 전혀 없으니 양 어깨에 날개를 단 기분이다.
수 조원의 자산가가 된 기분이 이런 걸까.
“왜 허전하죠?”
“네?”
허전한 감정에 느껴지는 건 단순 기분 탓일까. 왜, 강아지 한 마리가 내 품을 달려들지 않는 거지.
“성호는 어딜 갔나요?”
“아! 성호 유치원 갔어요!”
드디어 유치원을 갔구나. 어쩐지 평일 오전에 성호가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유치원 통학 버스가 산수 마을까지 와준다고 했으니 천만 다행이다.
과거 이장님께서 읍내 센터에 전화하여 힘을 써준 덕분이었다.
“저…선생님.”
“네?”
“차 한 잔 하실래요?”
하연 씨가 대뜸 차를 권했다.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였는데, 마른 입술을 앙 다문 것을 보니 중요한 얘기인 것 같았다.
“네. 그러죠.”
하연 씨 집 마당의 평상에 앉았다. 하연 씨가 내온 것은 달짝지근한 커피.
오랜만에 인스턴트커피가 얼마나 반가운지.
“죄송해요 저희 집에는 꽃차가 없어서요.”
“아뇨. 제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가 인스턴트커피거든요. 잘 먹겠습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매일 아침마다 나의 아침을 든든하게 지켜준 동반자와 같은 녀석이다.
하연 씨가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말했다.
“혹시 황복이 괜찮아요?”
“예? 황복이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이다.
대뜸 황복이라니.
무슨 문제라도 있었던 걸까.
하연 씨가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머리를 박박 긁더니 그간의 일을 토로했다.
“제가 한 이틀 약초원에서 황복이와 황궁이 밥을 주면서 보니까…”
“네.”
“황복이가 개구멍을 통해서 자주 밖에 들락날락 하는 것 같더라고요.”
“약초원에 개구멍 없는데요.”
“아뇨. 있어요. 별채 뒤편에 작은 돌담 아래에 개구멍이 있더라고요.”
“와…그래서요? 황복이가 어떻게 했죠?”
“제가 하루는 황복이 뒤를 쫓아갔는데요.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잽싸게 사라져 버렸어요. 죄송해요.”
“아, 아니에요. 죄송하다니요. 황복이가 개구멍을 통해서 나간다라…전혀 생각지도 못했네요.”
“한 번 나가면 수 시간을 기다려도 오질 않았어요. 제가 걱정이 돼서 걔 찾으러 다니느라 온 마을을 뒤졌다니까요.”
“하하.”
“혹시라도 교통사고가 나거나 잘못될 까봐…”
“황복이는 똑똑하면서도 영악한 친구라 아마 어떤 목적이 있어서 나갔을 거예요. 단순 가출은 절대 아닐 테고.”
“그럼 뭘까요?”
“짐작 가는 게 하나 있긴 한데. 일단 녀석의 뒤를 제가 좀 밟아봐야 알겠죠.”
“휴. 제가 큰 도움이 못돼서 죄송해요.”
“아, 아니요. 덕분에 황복이의 비밀도 알게 됐는데요.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전화주세요. 제가 달려갈게요. 선생님.”
“말씀만이라도 고맙네요.”
황복이의 얘기가 끝나니 이번에는 자연스레 밭일 얘기가 나왔다.
가을무가 생각보다 성장이 매우 빨라 어르신들이 기적이라며 연신 칭찬이라고 했다.
평소 출하 기간보다 3주는 더 앞당긴 수준이라는데, 이정도면 농사의 신이라고 불려야 마땅하단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성장의 물을 몰래 줬더니 하연 씨가 농사의 신으로 착각 당해 버렸네.
“그래서 가을 무 재배는 언제래요?”
“곧 있으면 할 것 같아요. 선생님의 말대로 20평에서 100평으로 넓혔더니 돈이 꽤 될 것 같기도 해요. 헤헤.”
“잘 됐네요. 그 돈으로 차츰차츰 안정된 생활을 꾸려나가야 겠죠.”
“네!”
이번에는 성호 얘기가 나왔다.
성호는 유치원에서 적응을 잘 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친구도 생겨서 친구 집에 놀러 갔다고 하니 시골 생활에 서서히 젖어들고 있는 것 같아 뿌듯했다.
커피 한 잔을 다 마셨더니 마침 대화도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다.
하연 씨도 밭일을 하러 나가봐야 하고 나도 약초원을 개점해야 하니 자리를 정리해야 할 때.
“그럼 가볼게요. 화이팅!”
“송이버섯 잘 먹을게요. 선생님!”
* * *
‘역시 정말 개구멍이 있었네.’
별채의 뒤편으로 가보니 하연 씨의 말대로 사람 얼굴 크기 정도의 개구멍이 있었다.
개구멍 주위로 황복이의 털이 발견된바, 구멍을 통해서 내 외부를 오간 것 같았다.
‘이 녀석 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마당으로 향하니 황복이가 뚱한 얼굴로 외양간에 앉아 있었다.
황궁이가 혀로 황복이의 털을 핥아준다.
황복이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꼭 부모 말에 대꾸 않는 사춘기 아들과 같을까.
“황복아!”
월!
“개구멍 뭐냐?”
석류나무 (2)
개구멍 앞으로 황복이를 데려가 심문했다.
여기서 대체 뭐했냐.
왜 나갔냐.
뭐 때문에 이러냐.
캐 물어봐도 녀석은 아무 대꾸 없이 눈치만을 살피며 시무룩할 뿐이다.
“뭐야? 왜 그래?”
마음이 영 찝찝하다.
어디 가서 크게 사고라도 치고 온 것 마냥 잔뜩 주눅이 들었는데, 이런 모습 왜인지 기시감이 느껴진다.
이런 감정을 어디서 느껴봤더라.
아, 그랬다.
연이가 초등학교 당시 한 남자 아이와 대판 싸우고 온 날.
딱 황복이처럼 아무 말도 없이 방에 틀어박혀 있었지.
“황복아. 누구랑 싸웠어?”
끼잉
황복이가 시름시름 앓는 시늉을 하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더 물어봤다가는 예전처럼 거품 물고 쓰러질 연기를 할 기세.
‘뭔가 일을 저지른 것 같은데…’
강아지와 말이 라도 통했으면 좋으련만!
나름의 추측을 발휘하는 수밖에.
몇 가지 짐작하자면 첫 째로 음식이었다. 내가 없는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 집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얻어먹지 않았을까 싶다.
녀석만큼 음식을 탐내는 강아지도 드물지.
위장이 두 배는 크다고 했으니 말이다.
“황복아 먹을 거 얻어먹으러 다닌 거야?”
끼이이잉
아닌가?
하긴, 예전에 청승 산업 회장이 선물한 간식이 아직도 많이 남이 있었다.
하연 씨도 간식과 음식을 황복이에게 넉넉히 줬다고 하니 음식을 탐하러 다닌 건 아닌 것 같고.
‘설마?’
나를 찾으러 떠난 걸까.
동백나무 채집으로 며칠간 귀가를 못했으니 녀석이 나를 찾아 돌아다니지 않았을까싶다.
황복이 녀석은 주인에게 버림 받은 상처가 있기 때문에 내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했다.
황복이 뿐만이 아니었다.
주인이 출근하거나 외출을 할 때 강아지가 그 불안함을 이기지 못하고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다고 하니.
황복이는 나의 체취를 찾아 마을을 돌아다니지 않았나 싶다.
“황복아. 아빠 많이 보고 싶었어?”
월! 월!
황복이의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돌아가며 내게 안겼다.
“여태 아빠 찾으러 다닌 거야?”
월!
아…
아무래도 두 번째 추측이 옳다.
황복이는 나를 찾으러 돌아다닌 것 같다.
혼자서 아빠 찾아 삼만 리를 찍고 있어다니, 가슴 한편이 미안한 감정이 든다.
“황복아. 미안해.”
황복이의 머리와 배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기분이 좋아진 황복이가 내 손길이 그리웠는지 더 만져 달라 떼쓴다.
“오늘 시간 많이 보내자. 알았지?”
황복이가 끼이잉 하며 앓는 소리를 냈다. 하여튼, 아직도 사랑이 많이 필요한 녀석이다. 외로움도 많이 타고 애정 결핍도 있다.
오늘은 황복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지.
그때였다.
약초원 내부를 관통하는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나무들이 잎을 휘날리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 밤나무가 별안간 특전의 힘을 발현했다.
밤나무의 특전이라 함은…
[밤나무에서 『사랑』의 특전이 발현됩니다.]사랑의 특전이었다.
대뜸 특전이 발휘되며 밤나무만의 특별한 색상이 뿜어져 나왔다.
보랏빛 기운이 밤꽃에서 휘날리며 우리 집을 수놓는다.
외양간의 황궁이 녀석도 음머!
참나무 가지에선 다람쥐 가족도 찍찍!
내 앞에서 아양을 떨던 황복이도 월!월! 짖는다.
한데, 짖는 눈빛이 이상하다.
“황복아 너 왜 그래?”
사랑의 특전이 발현된 이후부터 황복이의 태도가 바뀌었다.
정열로 가득 찼다고나 할까.
이건 평범한 강아지의 눈빛이 아니다.
“설마?”
하는 순간 황복이가 답답증을 참지 못하고 개구멍으로 쏜살같이 들어갔다.
녀석의 꼬리를 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나간다.
“황복아! 어딜 가!”
황복이가 개구멍을 통해 사라졌다.
일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어안이 벙벙하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대뜸 사랑의 특전이 발휘되고 난 이후 갑자기 사라지다니.
그리고 내 머릿속을 스치는 한 가지.
아…!
설마?
“황궁아 이제부터 너의 후각을 믿을게. 황복이를 찾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