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doing house repairs RAW novel - Chapter 145
제145화. 천마, 감기에 걸리다 (1)
가변던전 지역. 호수감옥.
지하 성채에 설치된 미로가 끝없이 이어진 이 던전은 곳곳에 숨겨진 함정이 많았다.
무명의 안내에 따라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던 천마는 갑작스런 상황과 조우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미확인 몬스터와 맞닥뜨린 것이다.
[천마 님. 몬스터 도감에 등록되지 않은 개체입니다.]묘하게도 공격성은 보이지 않는다.
핑크빛이 도는 피부, 두툼한 입술은 화장을 한 것처럼 붉다. 마치 핑크색으로 물든 거대 원숭이와 같은 모습이다.
[처리하더라도 일격에 끝내진 마세요. 괜히 히든몬스터가 나올까 두렵습니다.]안 봐도 주먹을 휘두를 것을 알기에 무명은 자포자기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조용히 지나가는 게 좋겠군.”
[네?]“뭔가 찜찜하다.”
천마는 눈을 반짝이는 몬스터의 면상을 보자 알 수 없는 오한이 일어났다.
저 몬스터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운명과도 같은 직감을 느낀 것이다.
[그럼 조용히 지나가는 걸로 하겠습니다.]무명은 조심스럽게 유도선을 쏘아 천마를 던전 중심부로 안내했다.
이 호수감옥 던전 중심부에는 거대한 석상들이 세워져 있었고 그 가운데, 커다란 제단이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제단에는 반짝이는 돌이 있었는데, 바로 천마가 가져갈 던전 재료, ‘천근석’이었다.
“마물은 없군.”
던전 중심부엔 보스몬스터가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거대한 석상만이 있을 뿐, 딱히 몬스터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가변던전에는 몬스터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기 때문에 텅 비어 있기도 하고, 때때로 몬스터가 꽉 채워져 있기도 하죠.]설명을 이어가려던 무명은 눈 센서를 가늘게 만들었다.
[그런데… 몸은 괜찮으십니까?]제단에 올려진 천근석을 주섬주섬 담는 천마를 보며, 무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제부터 몸이 정말 좋지 않은 것 같아서요. 체온도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요.]사실 어제부터 천마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평소 천마의 체온은 40도. 하지만 어제부터 줄곧 42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어딘가 모르게 동작도 굼떠 보였다.
이와 같은 증상을 무명은 ‘감기’라 말했지만, 천마의 입에선 ‘잡병 따윈 본좌의 몸에 침투할 수 없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시끄럽다.”
고개를 가로저은 천마가 인상을 쓸 무렵,
-꺄흥?
저 멀리 통로에서 묘한 괴음이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슬쩍 피했던 미확인 몬스터, 핑크 원숭이가 우뚝 서 있었다.
“저 마물이 왜 여기까지 따라온 거냐.”
[확신할 수 없지만 표정을 보니 아마도…….]무명이 설명을 끝내기도 전에,
-꺄아!
갑자기 핑크 원숭이는 환호성을 지르더니 양손을 들고 천마에게 다가왔다.
그 모습은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포옹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천마 님께 반한 것 같습니다.]무명의 말에 천마는 다시 한번 오한을 느꼈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내공을 끌어올렸다.
“권마칠…….”
하지만 왜 그런지 내공이 이어지지 않는다.
어제부터 몸이 안 좋다는 무명의 진단은 사실이었다.
“어쩔 수 없군.”
내공을 회수한 천마는 빙글 몸을 돌려 신법을 펼쳐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꺄아!
하지만 핑크빛 원숭이의 다리 힘은 상당했다.
신법을 펼치는 천마의 뒤를 줄곧 놓치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핑크 원숭이의 번들거리는 두툼한 입술이 보인다.
슬쩍 뒤를 돌아보던 천마는 또다시 오한이 느껴졌다.
대형 던전에는 안전지대 같은 곳이 더러 숨겨져 있다.
빠르게 던전 내부 지형을 조사하던 무명이 앞쪽에 숨겨져 있는 비밀 안전지대의 벽을 가리켰다.
[이쪽입니다.]무명의 경로선이 닿아 있는 벽으로 몸을 날리자 철컥 소리와 함께 까만 공간이 나타났다.
쿠웅.
천마가 안쪽으로 들어가자마자 다시 벽은 단단히 닫혔다.
콰앙!
분홍 원숭이도 천마를 따라 벽을 밀었지만, 오히려 퉁겨나갔다.
애당초 몬스터는 안전지대에 들어갈 수 없다.
-우우!
화가 났는지 핑크 원숭이는 괴음과 함께 안전지대의 문을 두들겼다.
쾅! 쾅!
한동안 벽을 두들기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점차 잦아졌다.
[추적을 포기한 것 같습니다.]무명의 말에 천마가 짙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추적? 본좌가 아량을 베풀어준 것뿐이다.”
코웃음을 친 천마는 한 손을 뻗어 안전지대의 문을 열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쿵 하는 느낌과 함께 위쪽의 벽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건 뭐냐?”
[천마 님. 함정 같습니다!]무명은 크게 당황한 듯 눈 센서가 확장되었다.
[정말 죄송합니다.]미로 던전은 때때로 구조가 자주 바뀌는 데다, 애당초 가변던전의 지도 데이터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러한 일은 무명의 잘못이라고 할 순 없었다.
그 점을 천마도 잘 알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공을 끌어올렸다.
파앙!
일 갑자의 내공과 함께 천마대능력을 발휘한 천마가 양팔을 뻗어 내려오는 천장을 지탱했다.
“크으.”
탁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내려오는 천장의 무게는 천마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력을 다해도, 내려오는 천장은 거인이 누르는 것처럼 갈수록 무거워졌다.
“권마칠식, 천수공파!”
결국 온 힘을 다해 내려오는 천장을 부숴버렸다.
쿠웅!
하지만 내려오는 벽 위엔 또다시 두툼한 벽이 있었다.
이제 보니 내려오는 천장은 한 장이 아니라 수십 개로 겹쳐져 있던 것이다.
“크으…….”
이를 깨문 천마의 눈동자에서 검은빛이 흘러나왔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자, 그가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무학, 신마멸천장을 끌어올린 것이다.
“신마…….”
눈동자가 까맣게 물든 천마의 양 손바닥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천장을 받치고 있는 천마의 근육이 크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멸…….”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일까? 진기가 끝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크으으으.”
다시 전력을 다해 내공을 끌어올리자 지렁이 같은 핏줄이 불거지며 몸에서 붉은 기운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으드드드득.
짓눌러 오는 쇳덩이 벽을 밀어내던 천마의 눈에서 혈염광휘가 쭈욱 치솟았다.
동시에 까만 구체가 양손에서 생성되었다.
“…천 …장!”
파아아아아!
해를 삼킨 달처럼 까만 구체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빛이 내려오는 천장벽을 모조리 소멸시키자, 희미한 빛이 쏟아져 내렸다.
천마의 신마멸천장이 천장을 뚫고, 던전의 지붕까지 모조리 박살 내 버린 것이다.
휘이익.
뚫린 천장을 바라보던 천마는 어기충소를 펼쳐 던전을 빠져나왔다.
[던전 재구축에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천장이 뚫려 버린 호수감옥 던전 입구는 점차 초콜릿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쿠르르르.
낮은 진동음과 함께 던전의 입구는 땅속 아래로 천천히 사라져 버렸다.
천마의 어깨 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무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엔 정말 위험했습니다. 아무리 돈도 좋지만 앞으로 가변던전 의뢰는 자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던전 재구축 당시에 안에 들어가 있음 어떻게 되나.”
[그냥 갇혀 있는 겁니다. 짧으면 이틀, 길면 보름 이상이 걸리기도 하죠.]천마는 가변던전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
세이프던전과 달리 어떤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르고, 구조도 파악되지 않는다.
만약 신마멸천장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천마는 큰 부상을 당한 채 던전에 갇혀 있어야 할 수도 있었다.
“후우.”
탁한 숨을 내뱉은 천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거푸 천마대능력을 쏟아내서 그런지 그의 눈빛은 지쳐 있었다.
“그럼 돌아가지.”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천마는 씻고 잠이 들었다.
운공을 하려고 했지만 모처럼 ‘피곤’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이 몸을 서서히 잠식했다.
멀쩡한 상태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감각이다.
“흠.”
천마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기혈이 신비스럽게 끊긴 곳이 있으며 내공은 아직도 일 갑자 남짓.
완전무결한 금강지체를 유지하지 못한 탓에, 평범한 인간의 육체가 되어버린 걸까?
잠시 고민하던 천마는 운공 대신 이불을 깔고 잠을 청했다.
[천마 님. 천마 님.]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깊은 잠에 빠진 천마는 귓가에서 무명이 부르는 소리에 짜증스럽게 말했다.
“본좌는 모처럼 잠을 잘 테니 신경 꺼라.”
손을 휘저은 천마는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흠.”
천천히 눈을 뜨니 천장이 보인다.
그러자 친숙한 음성이 귓가로 흘러 들어왔다.
“일어났어?”
고개를 돌려보니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반만 묶은 여성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장채원이었다.
“점주가 어쩐 일인가?”
“어쩐 일이긴.”
장채원은 교자상에 뜨거운 죽과 시원한 물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일어났으면 좀 먹어봐.”
“무엇을?”
“죽 말야.”
“이상하군. 왜 아침부터 본좌의 처소에 찾아와 죽을 대령…….”
몸을 일으킨 천마는 순간 뼈가 허물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마치 천마대능력을 극성으로 일으킬 때와 비슷한 고통이다.
“크흠.”
전신으로 느껴지는 묵직한 고통에 천마가 코끝을 찌푸리자 무명이 또르르 달려왔다.
[아직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뭘 무리했다는 거냐.”
[아무래도 천마 님은 몸살감기에 걸리신 것 같습니다.]“몸살감기?”
[피곤이 누적되면 생기는 병입니다. 온몸이 쑤시거나 나른하고, 기운이 빠집니다. 때때로 오한이 일기도 합니다.]“으하하하… 콜록!”
장소를 터뜨리려던 천마의 입에선 맥빠진 웃음과 기침이 흘러나왔다.
무명의 말대로 온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하나도 없다.
켁켁 대는 천마를 보며 장채원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쉬어. 당분간 매장은 나오지 말고.”
“천만에. 본좌는 아프지 않…….”
벌떡 일어난 천마의 입에선 콧김이 흘러나왔다.
삼백만 근의 무게를 가진 곰이 어깨 위로 올라탄 듯한 느낌이다.
“그래. 알았으니까 어서 이거나 먹어.”
장채원이 교자상에 올린 죽과 물을 가리켰다.
그런데 천마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아침 해가 떠 있어야 할 하늘이 어느새 까맣게 물들어 있지 않은가?
“본좌가 얼마 동안 잠을 잔 거냐.”
[어젯밤 9시에 주무셨으니, 정확히 스물네 시간 동안 주무신 겁니다.]천마는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본좌가 열두 시진 동안 잠을 잤다고?”
[그렇습니다.]천마는 말문이 막혔다.
무공을 익힌 이후로, 단 두 시진 이상을 잠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무리 내공이 소실되었다고 해도 열두 시진 동안 잠을 자다니?
만약 무림이라면, 눈을 뜬 순간 염라대왕과 면담을 하고 있을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본좌는…….”
천마가 말을 하려 하자 장채원이 손을 저었다.
“죽 먹고 편히 자. 다 나으면 출근 해. 알겠지?”
그녀는 천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망부석처럼 굳은 천마는 떠나가는 장채원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깬 천마는 다시 진기를 한 바퀴 돌려보았다.
들끓는 기혈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으나, 양손과 다리는 족쇄를 채운 듯 무거웠다.
“크읏.”
이를 악물고 여러 번 체내의 진기를 유전시켰으나, 몸 상태는 딱히 나아지지 않았다
[천마 님. 장채원 님이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몸이 회복될 때까진 집에서 편히 쉬세요.]“괜찮다.”
[체온이 벌써 45도입니다.]“시끄럽다.”
[천마 님.]천마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광마혈투의를 벗고 우리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그리고 주차장으로 내려가 라마스에 올라탄 후 시동을 걸었다.
철컥. 피르릉.
오늘따라 경쾌한 배기음이, 뭔가 불만족스러운 듯한 소리로 들려온다.
라마스조차 몸이 좋지 않은 주인의 출근을 반기지 않는 듯하다.
* * *
복복 인테리어 내부.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던 장채원이 가자미눈을 뜨고 말했다.
“그냥 들어가 쉬어. 제발.”
“쉬었다. 충분히.”
“글쎄, 다 나으면 나오라니까?”
대걸레로 매장 안을 닦던 천마가 새삼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낫다니? 애당초 본좌는 아픈 적이 없다.”
“거울을 좀 봐. 쓰러지기 직전이잖아.”
“본좌는 천마다.”
“앗, 오랜만이네. 그 대사.”
천마는 콧김을 내뿜으며 말했다.
“본좌는 반극심법을 익히기 전, 이미 임맥타통은 물론, 천지이교마저 뚫어놓았다”
“그래서?”
“아픔이나 슬픔 따윈 느끼지 못한다.”
임맥과 천지이교 타통은 내공 수위와 관련 있을 뿐, 통증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
하지만 천마는 자신이 이치에 맞지 않은 헛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오늘따라 커피 향이 그윽하군.”
“뭐?”
“본좌에게도 한 잔 줄 수 있겠나. 따뜻한 냉커피로.”
“진짜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은데…….”
장채원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뺨이 살짝 달아오른 채 헛소리를 하는 걸 보니 고열을 동반한 감기가 분명했다.
“후우, 후우.”
거기다 보통 사람보다 서너 배는 길었던 천마의 호흡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었다.
딸랑.
그때 풍경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양복을 입은 남성이 매장으로 들어왔다.
한 손에는 가방, 한 손에는 보험 팸플릿을 들고 있는 걸 보니 보험판매원 같았다.
“실례합니다.”
들어오자마자 고개를 숙인 남성이 손에 들고 있는 팸플릿을 내밀며 말했다.
“이번에 좋은 보험 상품이 있어서 안내를 드리려고…….”
고개를 든 남성은 대걸레를 들고 있는 천마와 시선이 마주쳤다.
“후우, 후우.”
흰자에 핏발이 선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천마의 모습은, 먹잇감을 발견한 짐승의 모습 그 자체였다.
“죄송합니다!”
팸플릿을 우수수 떨어뜨린 남성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 버렸다.
“천마야.”
“말하라.”
“네가 그러고 서 있음, 오늘 장사는 접어야 해.”
“무슨 말이냐.”
아직도 가쁜 숨을 내쉬며 헐떡거리는 천마를 보며 장채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핏발 선 눈동자로 콧김 좀 뿜지 말아줄래? 슬슬 나도 무서워지거든?”
“오랜만에 듣는 칭찬이군.”
“하아.”
고개를 가로저은 장채원이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알았으니까 어서 퇴근해. 약 사다 줄 테니까 당장 돌아가서 잠이나 자라고.”
“약?”
천마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점주는 약물을 쓰는 건가.”
“응?”
“어쩐지. 본좌를 능가하더라니.”
“아니, 그게 아니라…….”
“관둬라, 점주. 한번 손대면 끊을 수 없다. 아니, 지금이라도 절대 손대지 마라.”
진지한 천마의 표정을 보니 화낼 기운도 없다.
장채원은 울적한 표정으로 매장의 문을 가리켰다.
“…헛소리하지 말고 얼른 들어가.”
“본좌를 웃음거리로 만들 셈인가.”
“응?”
“아픈 걸 인정하고, 이대로 나가 버린다면 본좌는 웃음거리가 되겠지.”
‘참자. 저 녀석은 환자야…….’
장채원은 끊어질 것만 같은 인내심을 간신히 붙잡고 말했다.
“헛소리 좀 그만해. 누가 비웃는다고 그래?”“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는 법이다.”
“그래, 그래.”
더 이상 천마의 헛소리를 들어줄 여력이 없다.
어깨를 늘어뜨린 장채원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이 쇠심줄처럼 고집을 피우는 천마를 돌려보내기 위해서, 조금 더 간편하고 효과 좋은 방법이 떠오른 것이다.
“은진 씨, 저 장채원인데요. 지금 출근 가능할까요? 네네, 고마워요.”
뚝.
전화를 끊은 장채원이 휴대폰을 가리켰다.
“지금 안 가면 하루 종일 은진 씨랑 나란히 앉아 있게 될 거야. 매장 한가하니까.”
“퇴근하도록 하지. 수고해라.”
“그래. 어서 가.”
“무명. 돌아간다.”
천마의 외침에 창고 방에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던 무명이 떼굴떼굴 굴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