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doing house repairs RAW novel - Chapter 247
제247화. 천마, 데이트하다 (1)
서유리는 더 이상 국가기관에선 일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비밀스런 정보를 다루는 조직은 질색이었다.
정보기관이 모두 그러하듯이 임무는 비밀스럽게 진행된다.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고 또 분석해 옳은 판단을 내려야 한다.
만약 잘못된 판단, 혹은 실수가 벌어진다면?
여느 평범한 직장인처럼 ‘죄송합니다!’라고 끝낼 수 없다. 그 판단에 누군가의 안전과 생명이 달려 있으니까.
그런 곳에서 일을 하는 건,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띠리리리링.
그때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액정 화면을 바라보는 서유리가 테이블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초코 파우더를 넣고 휘핑크림이 올려진 비엔나 커피가 놓여 있었다.
본래 그녀는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는 편이었다.
하지만 요새는 자꾸 달달하고 부드러운 것이 입에 당겼다.
외로움마저 즐길 수 있는 쓴 커피보다,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달달한 커피가 더 좋아진 것이다.
“후우.”
심호흡을 하던 그녀는 결국 울리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알겠습니다. 그 제안, 받아드릴게요.”
이후,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흘려들은 그녀는 이내 휴대폰을 다시 테이블에 내려두었다.
아직 꺼지지 않는 휴대폰의 액정엔, ‘유전체 해독 연구소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 * *
시계가 어느덧 일곱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응접 테이블에 앉아 있던 천마가 시계를 힐긋 보더니 읽고 있던 책을 주섬주섬 정리했다.
“후읍.”
깊은숨을 들이마신 천마가 서서히 내공을 끌어올렸다.
두두둑.
내공을 주입시키자 편한 작업복 형태였던 우리옷이 점차 고급스런 괘자로 변했다.
책상에 앉아 견적서를 작성하던 장채원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맞다. 오늘 유리 씨 만나는 날이지?”
“그렇다.”
“잘 대해줘. 너무 상처 주지 말고.”
장채원 역시 김찬원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진 건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하고 있었다.
‘천마 성격을 뻔히 아는데… 내가 김 기사님을 부추긴 거야.’
하지만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
이렇게 된 이상 마무리는 당사자들끼리의 문제였으니까.
장채원은 그저 천마가 잘 해결하길 바랄 뿐이었다.
“그럼 먼저 퇴근하도록 하지.”
천마가 몸을 돌리자 장채원이 손을 흔들었다.
“그래, 잘 다녀와.”
* * *
시내 번화가의 어느 카페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무명이 말했다.
[저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천마는 문을 닫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를 쓱 둘러본 천마는 창가 자리에 앉은 여성을 발견하고 성큼 걸음을 옮겼다.
화장을 조금 진하게 한 탓이었을까?
전과 달리 서유리가 조금 성숙해 보였고, 더 우아하게 보였다.
“오랜만이군.”
“잘 지내셨어요?”
천마가 맞은편에 앉자 서유리가 반갑게 인사했다.
한껏 밝게 웃었지만, 왠지 그 미소는 조금 건조해 보였다. 너무나 긴장한 탓에 얼굴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찻잔과 천마를 번갈아 응시하던 서유리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했어요.”
“뭐가 말이냐.”
“저번에… 두 분 사이를 오해하고 소리 질러서요.”
“별일 아니다.”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카페에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잠시 멈출 무렵, 서유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삼촌에게 이야기 들었어요.”
“…….”
“너무도 강력한 육체각성을 얻은 탓에 얼굴이 바뀌었다는 걸요. 그리고 줄곧 그 모습으로 살아갔다는 것도요.”
아무래도 김찬원은 천마의 힘을 이 세계의 관점으로 설명한 것 같다.
뭐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천마가 이룩한 금강지체의 경지는, 이곳에서 표현하는 육체각성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것이니까.
“하지만 너무해요.”
서유리는 원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변한 얼굴을 못 알아봤다는 것이 그렇게 서운하던가요?”
“…….”
“다시는 절 보고 싶지 않을 만큼요?”
침묵을 지키던 천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뭔가 착각하는군.”
“네?”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전부인가.”
“네?”
“그런 말이라면 굳이 본좌를 불러낼 것도 없이 김 씨에게 이야기했으면 되었을 것을.”
고개를 가로저은 천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본좌는 가겠다.”
돌아서는 천마의 뒷등을 바라보는 서유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희로애락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건 알았지만, 저토록 냉혹하고 무감정한 사람일 줄이야.
창밖을 바라보자 덤덤히 걸어가는 천마의 무심한 옆 모습이 보였다.
순간 그녀는 불스아이 던전에서 보였던 천마의 눈빛을 떠올렸다.
냉담하고 무감각해 보이지만 그는 목숨을 걸고 불스아이 던전으로 달려와 자신과 김찬원을 구했다
‘그렇구나.’
불현듯, 서유리는 깨달았다.
저 사람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쓸데없는 설명이나 감정의 줄다리기도 필요 없다.
얼굴을 보자고 했으면 얼굴을 봐야 할 이유를 말해주면 된다.
그리고 마음속에 담긴 말을 전하면 그뿐인 것이다.
“잠시만요!”
재빨리 카페 밖으로 뛰어나간 서유리는 멀리 걸어가는 천마의 앞을 가로막았다.
“다시 만나고 싶어요!”
천마의 눈동자를 빤히 응시하던 서유리가 또박또박, 간결하게 용건을 전했다.
“다시 만나요, 우리.”
“어째서.”
“제가 천마 씨를 좋아하니까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뜨거운 고백이다.
서유리는 천마의 용모가 절세미남자에서 오우거처럼 바뀌었어도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그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거절하도록 하지.”
서유리는 오히려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상관없어요.”
“뭐라고.”
“제가 좋아하니까요.”
미소를 머금은 서유리가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만나다 보면 천마 씨도 날 좋아하게 될 거예요. 분명.”
“대단한 자신감이군.”
낮게 코웃음을 친 천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그는 능력이 뛰어나고, 패기 있는 젊은이들을 좋아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서유리는 천마가 관심을 가질 만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심지어 세상에 다시 없을 천마의 독특한 성격을, 단시간에 파악하고 꿰뚫어 보던 재원이 아닌가?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거다.”
“두고 봐요.”
서유리가 입꼬리를 올렸다.
“천마 씨는 반드시 날 좋아하게 될 테니까.”
“허튼소리.”
“그럼 내기하죠.”
“내기?”
순간, 천마의 눈동자엔 그 전엔 보이지 않았던 감정의 색채가 희미하게 떠올라 있었다.
“그런 걸로 어떻게 내기를 한다는 거지?”
“기한은 두 달. 천마 씨는 그동안 저와 시간이 날 때마다 수시로 데이트를 하는 거예요.”
“기간이 너무 길군.”
“걱정 말아요. 자주 만나야 일주일에 두 번? 보통 한 번쯤 만나게 될 테니까요.”
그러자 서유리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데이트를 할 때마다 천마 씨는 저를 더 좋아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두 달쯤이면 완전 좋아하게 되겠죠.”
“꿈을 꾸고 있군.”
천마가 비웃음을 머금었지만 서유리는 오히려 더 달콤한 미소를 그렸다.
“천마 씨가 이긴다면 제가 갖고 있는 차량을 모두 선물로 드리겠어요.”
“진다면?”
“천마 씨는 제 충실한 남친이 되는 거죠. 어차피 그렇게 되겠지만.”
“본좌가 진다고?”
“겁이 나나요?”
서유리가 도발적인 눈빛으로 묻자 천마가 코웃음을 쳤다.
“재밌겠군.”
내 판단이 옳았어.
그녀는 내심 환호성을 질렀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미지의 남성, 천마의 성질머리를 파악해 베팅을 걸었다.
그리고 그 도박이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다.
“아직 휴대폰 없죠?”
“그렇다.”
“그럼 이번 주말에 휴대폰 사러 가요.”
“필요 없다.”
“첫 데이트예요, 그게. 제가 집으로 찾아갈게요.”
냉담하게 말한 서유리가 먼저 몸을 돌렸다.
이번에는 천마가 멀어져 가는 자신의 등을 바라볼 수 있도록.
“그럼, 그때 봐요.”
살짝 고개를 돌린 서유리가 자신 있는 미소를 보였다.
그 막무가내의 모습은 며칠 전 자신의 집으로 쳐들어왔던 신채영의 얼굴과 겹쳐 있었다.
“으음.”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약점을 발견했다.
그것을 바로, 막무가내 여성에게는 꼼짝 못 한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무학상의 어떠한 결점도 연구 끝에 해소시킨 천마였으나, 이 약점은 속수무책이었다.
* * *
서유리는 통찰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매우 똑똑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내기에 앞서 우선, 천마와 원활히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은 천마의 상관이자 고용주인 장채원은 구워삶는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갑작스럽게 매장으로 찾아온 서유리의 양손은 무거웠다.
서유리가 책상 위로 올려둔 선물을 슬쩍 바라본 장채원이 탄성을 질렀다.
“어머, 뭘 이런 걸 다.”
왼쪽 상자엔 최고급 육포가, 오른쪽 상자엔 최고급 수제 초콜릿이 들려 있었다. 두 가지 모두 장채원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거리였다.
“별거 아니에요. 그냥 심심할 때 드시라고요.”
뿐만 아니라 정신없이 서류 작성을 하는 고은진에게도 선물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고은진 씨죠? 찬원 삼촌에게 말씀 많이 들었어요. 혹시 괜찮으시면 이거…….”
서유리가 내민 것은 하이엔드 키보드로 유명한 R사의 최신식 홀로그램 키보드였다.
매번 구형 기계식 키보드로 힘들게 서류를 작성하는 고은진에겐 더없이 필요한 물건이기도 했다.
“이 비싼 걸… 저는 괜찮지 말입니다.”
고은진이 사양하자 서유리가 손을 흔들었다.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협회에 있을 때 의무적으로 지급되는 키보드를 받아둔 거라서요. 집에 놔둬봤자 딱히 쓸 데도 없고요.”
“정말요? 그럼 감사히 쓰겠슴다!”
활짝 웃는 고은진이 신난 표정으로 손가락에 홀로그램 키보드를 착용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짓던 서유리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자신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구석에서 책을 읽고 있는 천마에게 다가갔다.
“천마 씨는 이거 드세요”
응접 테이블에 올려진 것은 최고급 녹차였다.
매장에서 녹차를 즐겨 마신다는 걸 김찬원에게 듣고 준비한 선물이었다.
“본좌는…….”
‘필요 없다!’라고 매몰차게 외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찻잎 냄새를 슬쩍 맡은 천마의 눈이 흔들렸다.
차향이 어찌나 그윽하고 좋은지 포장을 뜯지 않았음에도 향긋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기 때문이다.
“마음에 안 들어요?”
서유리가 차 상자를 흔들자 천마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시선을 피했다.
“…기왕 가져왔으니 놔둬라.”
“다행이네요. 그럼 전 갈게요. 천마 씨. 주말 약속 잊지 말아요.”
천마에게 손을 흔든 서유리는 장채원과 고은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그럼 볼일 보세요.”
“아, 그러지 말고 차라도 한잔하고 가세요.”
“아니에요.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른 건데요. 그럼 수고하세요.”
싱긋 웃은 서유리는 재빨리 매장 밖으로 총총 걸어 나갔다.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고은진이 입을 벌리며 말했다.
“오우, 근육몬, 진짜 의외이지 말입니다.”
“무슨 말이냐.”
“저렇게 상냥하고 예쁜 여친이 있는진 몰랐지 말입니다.”
그러자 선물상자를 내려다보던 장채원이 맞장구를 쳤다.
“결국 두 사람, 사귀기로 한 거야? 하긴… 스포츠카에 혹해서 만날 때부터 알아봤어.”
“헛소리하지 마라.”
“그러지 말고 한번 잘해 봐. 얼굴도 이쁘지, 성격도 싹싹하지. 거기다 4급 각성자에 엄청나게 부자라면서?”
“정말입니까? 근육몬한테 너무 과분한 조건이지 말입니다.”
선물 공세의 효과는 굉장했다.
그 사이 장채원과 고은진은 어느새 서유리에게 홀딱 넘어간 듯 보였다.
“과연 얕볼 수 없는 상대로군.”
팔짱을 낀 천마는 턱을 쓰다듬었다.
데이터 마이닝팀에 있던 재원답게, 친분 하나를 쌓는 것도 매우 전략적이고 치밀했다.
‘선물 공략으로 점주와 회색 눈깔을 무장해제 시키다니.’
“흥! 승부는 이제부터다. 반드시 처참하게 패배시켜 주지. 흐흐흐.”
송곳니를 드러낸 채 음산하게 웃는 천마를 보자, 장채원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게 무슨 또 엄한 소리야. 승부라니.”
“그런 게 있다.”
“너 또 무슨 착각을 하는 거 아냐? 유리 씨는 그냥 우리에게 선물을 준 것뿐이라고.”
천마는 콧방귀를 끼며 차갑게 말했다.
“그건 선물이 아니다. 포석이지.”
“포석?”
“그렇다. 이제 싸움이 시작되었다고나 할까.”
“싸움이라니?”
장채원은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낸 채 웃고 있는 천마에게 다가가 말했다.
“당장 설명해. 또 무슨 일을 벌이는 거야.”
“내기했다.”
“내기?”
팔짱을 낀 천마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유리와 한 내기를 상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주절주절 떠드는 천마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장채원이 입을 벌렸다.
상상도 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다.
“두 달 만나보고 사귈지 말지를 내기로 한다고?”
“그렇다.”
의욕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천마를 보자, 서유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기발한 생각을 했구나… 유리 씨는.’
몸속의 연애세포란 세포는 모두 사멸해 버린 천마.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었다면 천마는 아예 서유리를 만나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천마가 변태적인 승부욕을 갖고 있다는 걸 파악하고, 그걸 자극해 애정의 승부를 내기로 승화시킨 것이다.
정말이지, 천재들만 들어간다는 데이터 마이닝 소속 재원답다.
‘하, 하지만…….’
서유리의 마음을 모두 이해한 장채원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너무 슬프잖아.’
그렇다. 어떻게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싸움으로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바보야. 이건 싸움이 아냐.”
“천만에. 주먹을 휘두르는 것만이 싸움은 아니지.”
이게 또 무슨 헛소리를 하는가 싶어 장채원 입을 벌렸다.
“뭐?”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고,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교섭이나 포섭을 하는 시도한다. 이 역시 전략이 필요한 치열한 두뇌 싸움이라 할 수 있지.”
낮게 웃음을 터뜨린 천마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서유리, 그녀는 퍽 뛰어난 재녀 같다만, 한 가지 큰 실수를 했다.”
“그게 뭔데.”
“본좌의 용모를 보고 그저 무력만 뛰어나다고 판단한 것이지.”
“그렇구나.”
장채원의 시선엔 초점이 없었다.
“유리 씨는 실수한 거구나.”
실수했다. 서유리는 무언가를 크게 잘못 판단했다.
천마는 연애세포가 사멸한 것이 아니었다.
애당초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투 세포로 득실득실 채워진, 상종 못 할 인간이었던 것이다.
“전략이라는 건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패배하지.”
천마는 흐흐 소리를 내며 말했다.
“결국 이 싸움의 승리자는 본좌가 될 것이다.”
장채원은 순간 고은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고은진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아니, 애당초 천마의 헛소리에 반응을 하지 않았다.
고은진은 천마라는 인간을 이해하는 걸 처음부터 포기한 것이다. 그렇기에 실망하지 않는 것이다.
“아, 그렇구나.”
순간 장채원은 얼굴은 밝아졌다. 그리고 확실히 깨달았다.
애정 문제만큼은 천마는 구제불능이라는 걸. 그리고 포기하면 마음이 편하다는 걸.
부처님처럼 흔한 미소를 머금은 장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