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02
“구 의원님. 그분은 어떤가요? 제정신이 돌아왔나요?”
“그게······ 그대로입니다. 침도 놓고 탕약도 먹여봤지만 잠도 자지 않고 손에 낀 반지만 보고 있습니다.”
“아! 여전히 말도 안 하고요?”
“네. 정말 괴이한 상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진맥 결과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그럼 머리 쪽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반은 실성 상태 같던데······.”
“잘 보셨습니다. 하지만 미쳤다기보다 큰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렸다고 보는 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들어서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있다고나 할까요? 어떤 계기가 있어 스스로 깨어나지 않는 한 제정신을 차리는 것은 어려울 듯합니다.”
“그러니까 원래부터 저런 상태는 아니라는 말씀이지요?”
“네.”
“안타깝네요. 얼굴 화상도 최근에 당한 것 같던데 정신이라도 차려야 할 텐데, 혹시 잠이라도 한숨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잠을 통 자지 않습니다. 반지만 보고 있습니다.”
“으음, 그럼 혹시 강제로 수혈을 짚어 잠을 자게 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있다면 그 방법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
“하하하. 황 사범님이 저보다 더 용한 것 같습니다. 수고스럽겠지만 직접 수혈을 찍어 주시겠습니까? 아무래도 무공이 높은 황 사범님께서 점혈을 해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들어가도록 해요.”
구 의원과 함께 의무실 안에 들어간 황설지는 침상에 앉아 있는 괴걸인을 볼 수 있었다.
의무실 안에는 환자들이 누워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십여 개의 침상이 있었는데, 그는 맨 구석에 있었다.
아무래도 관원들과 분리해서 치료하려는 것 같았다.
“그래도 옷은 갈아입혔네요?”
“네. 치료에 방해가 되기도 해서 입던 옷은 벗겨서 모두 버리고 간단히 몸도 씻겼습니다. 새로 입힌 옷은 제가 입던 것으로 조금 낡았지만 대충 맞더군요.”
“잘하셨어요. 나중에 제가 새 옷 한 벌 선물해드릴게요.”
“아닙니다. 어서 점혈하시지요.”
“네.”
황설지가 괴걸인에게 다가갔다.
괴걸인은 여전히 반지를 보고 있었다.
황설지는 수혈을 짚으려다가 다시 한번 물었다.
“여봐요? 절 좀 보시겠어요?”
“······.”
괴걸인은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
“제 말이 안 들리세요? 그 반지가 그렇게 중요해요?”
황설지가 손을 뻗어 반지를 건드렸다.
바로 그 순간.
“앗!”
황설지가 마치 감전된듯한 느낌을 받으며 손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거지들처럼 바로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바로 내공 덕분이었다.
하지만 내공 때문에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손을 떼려고 내공을 일으키자 무서운 속도로 몸속의 내공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정확하게 말해 황설지의 몸에서 내공이 빠져나가 반지를 통해 괴걸인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마교의 흡수대법을 연상케 한다고나 할까.
거지들은 내공이 없어 정신을 잃는 것에 그쳤지만 황설지의 경우 내공을 모두 잃게 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아! 이런!”
황설지가 매우 당황했으나 내공이 빠져나가는 속도는 더욱더 빨라졌다.
옆에 있던 구 의원도 당황해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원래 낙양 성내에서 의방을 운영하던 그는 삼 년 전부터 이곳 영웅무관에 들어와 봉급을 받으며 관원들을 치료해주고 있었다.
나름대로 의술은 뛰어난 편이라 지금까지 별 사고도 없었다. 한데 오늘 처음으로 대형 사고가 난 셈이었다.
하지만 무공을 익히지 못한 그로서 달리 대처할 방안이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방문이 열리며 사내 한 명이 들어왔다.
한데 그는 수석 사범 위지형이 아닌가.
의무실 근처를 지나가다가 황설지의 비명을 듣고 급히 들어온 그였다.
“이놈!”
위지형이 호통과 함께 오른 주먹으로 괴걸인의 머리를 갈겼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괴걸인이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황설지가 급히 반지에서 손을 떼려는 순간 빠져나갔던 내공이 다시 돌아왔다.
얼마 후 완전히 이전 공력을 회복하게 되자 비로소 반지에서 손을 뗄 수 있었다.
“감사해요. 수석 사범님.”
“괜찮소? 다친 데는 없소?”
“저는 괜찮아요. 반지에 손을 댄 순간 내공이 빠져나가 놀랐지만 덕분에 회복했어요. 한데 이분은 괜찮나요?”
“이놈 때문에 큰일 날 뻔했으면서 아직도 걱정하시오? 걱정하지 마시오. 내공을 실어 때리지는 않았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머리를 치신 것은 너무하셨어요.”
“황 사범은 너무 착해서 탈이오. 애초에 이런 미친놈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었소. 구 의원님. 이자가 깨어나면 무관 밖으로 내치십시오.”
“알겠습니다.”
총사범 자리가 공석 중이라 수석 사범의 명은 관주 다음의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
구 의원으로서도 사고가 다시 일어나면 큰일이기에 잘되었다는 표정이었다.
황설지가 말했다.
“구 의원님. 정말 괜찮은지 머리를 한번 봐주세요.”
“네.”
구 의원이 괴걸인의 머리를 살펴봤다.
하지만 별다른 상처는 없었다.
오히려 타격을 받는 바람에 정신을 잃어 마치 잠을 자는 것 같았다.
“숨도 고르고 별 이상이 없습니다. 지금 보니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잠이 든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깊은 잠 말입니다.”
“아! 그래요? 그럼 깨어났을 때 제정신이 돌아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겠네요?”
“글쎄요. 이제 저자의 처리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두 분은 돌아가 주시면 되겠습니다.”
“구 의원님. 제 말대로 쫓아내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네. 그럼 우리는 가보겠습니다. 황 사범. 그만 나가봅시다.”
“아니에요. 저는 좀 더 있겠어요. 깨어나는 것을 보고 그래도 변화가 없으면 그때는 제가 직접 무관 밖으로 보내도록 할게요.”
“밥이라도 챙겨줄 생각이오?”
“네. 그게 최소한의 도리가 아니겠어요?”
“거참. 좋소. 한데 저 반지의 정체가 뭔데 다른 사람 내공을 흡수했던 것이오?”
“저도 모르겠어요. 손을 대지 않는 게 좋겠어요.”
“그러는 게 좋겠소. 그럼 나는 먼저 가보겠소.”
“네. 살펴 가세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황설지가 고개를 숙였다.
위지형이 득의한 표정으로 의무실에서 나갔다.
자신의 청혼을 황설지가 거절해 자존심이 상했지만 이번 일로 다시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 * *
“황 사범님. 이만 가보십시오.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네. 의원님. 한데 이분 얼굴은 고칠 수 없나요? 나중에 깨어나서 정신이 돌아온다고 해도 얼굴을 보게 되면 실망을 많이 할 것 같아요.”
“화상이 너무 심해서 원래 얼굴을 회복하는 것은 어려울 듯합니다.”
“정말 불가능한가요?”
“모르겠습니다. 생사신의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저의 의술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생사신의 그자는 마교 사람이니 아무래도 힘들 것 같군요. 제정신이 들게 되면 인피면구를 써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고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을 듯하네요.”
“인피면구 구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값도 매우 비싸고 말입니다.”
“호호.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남자 인피면구 한 장 가지고 있는 게 있어요. 제정신이 돌아오면 이분께 선물로 드리고 싶네요.”
“네. 정말 황 사범님 심성이 고우신 것 같습니다. 아까 정말 위급한 상황을 겪으셨는데도 이 사람 걱정을 해주시니 말입니다.”
“그게 어떻게 이분 잘못이겠어요? 왠지 마음이 가는 분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고 내일 아침에 들르겠습니다. 그전에 이분 깨어났다고 절대 수석 사범님 말씀대로 바로 쫓아내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매정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황설지가 몸을 일으켜 의무실에서 나가려던 찰나.
침상에서 잠들어 있던 괴걸인이 신음과 함께 깨어나기 시작했다.
“으으······.”
“아!”
황설지가 매우 놀라며 반가워했다.
신음이지만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었다.
“정신이 드세요?”
“으으······ 이곳이 어딥니까?”
괴걸인이 의무실 안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머리를 계속 손으로 만지고 있는 것이 아직 두통이 가시지 않은 것 같았다.
“여긴 영웅무관 의무실이에요. 거리에 거의 방치되어 있으시기에 이곳으로 데려왔습니다.”
황설지가 괴걸인을 데려온 상황을 소상히 설명해줬다.
그러면서 괴걸인의 눈빛을 봤는데 아까와 달리 혼탁함이 사라져 있었다.
괴걸인이 묵묵히 듣고 있다가 뭔가를 떠올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허탈한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왜 그러세요? 혹시 어디 아프세요?”
“그게······ 아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제가 누군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구 의원님. 어떻게 된 건가요?”
“충격을 받게 되면 일시적으로 기억을 못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기억이 돌아오는 경우도 제법 있지요. 안정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름도 생각 안 나세요?”
“네. 성이 백씨라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아! 백 공자님이셨군요. 조금이라도 기억난다는 것은 좋은 일이에요.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며칠 푹 쉬도록 하세요.”
“감사합니다. 아까 들어보니 저를 구해주신 것 같은데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제가 실수한 것이라도 있습니까?”
“아니에요. 전혀. 한데 혹시 손에 끼고 있는 반지에 대해서도 전혀 기억이 없나요? 계속 그 반지만 보시던 것 같던데······.”
“네. 제 성이 백씨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이 반지 외에 다른 소지품은 없었나요?”
“네. 이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모셔올 때는 그 반지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괴걸인이 고개를 숙였다.
황설지가 미소를 지었다.
“백 공자님. 그럼 편히 쉬세요. 내일 아침 다시 오겠습니다. 구 의원님. 부탁드려요.”
“네. 한데 수석 사범님께는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수석 사범님께는 제가 직접 말씀드릴게요. 배가 고프실 테니 백 공자께 먹을 것도 드리고 며칠 간이라도 보살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황설지가 미소를 지은 후 의무실 밖으로 나갔다.
괴걸인, 즉 백씨 청년이 말했다.
“의원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하하하. 나는 구 의원이라 하오.”
“네. 그럼 조금 전 그분은?”
“그분은 황설지 사범이라 하오. 며칠 정도 묵어야 할 테니 우리 무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겠소.”
구 의원이 영웅무관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백씨 청년은 안색을 바로 한 후 경청하기 시작했다.
기억을 잃어 당황할 만도 한데 금세 침착한 모습을 되찾는 것을 보고 구 의원이 눈을 빛냈다.
‘원래 거지는 아니었던 것 같군. 한데 아직 자기 얼굴이 저렇게 된 것을 모르는 것 같구나. 어차피 알게 될 테니 미리 말해주는 게 좋겠군.’
구 의원이 동경을 가져와 백씨 청년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게 했다.
“얼굴 화상이 너무 심하오. 아프지 않소?”
“아!”
백씨 청년이 자신의 얼굴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평온을 되찾았다.
“어쩔 수 없지요. 이렇게 정신을 되찾은 것만 해도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프지도 않습니다. 얼굴 치료는 어렵겠지요?”
“그렇소. 하지만 생사신의를 만나게 되면 치료가 가능할 것이오. 그렇게 오래된 화상은 아닌 것 같으니까. 마음을 편히 하시오.”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