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14
와아아.
무적개의 도전에 군웅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진각대사의 패배로 다들 화가 난 상태였다.
아무리 정정당당한 대결이었다고 해도 하마터면 진각대사가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치열한 대결 속에 벌어진 어쩔 수 없는 결과가 아니라 누가 봐도 다분히 의도된 살수였다.
처음부터 허리를 배려했던 천중객의 살의가 모두에게 느껴진 것이다.
비무대 위에 오른 무적개의 무공은 진각대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차기 개방 태상장로로 거론되는 만큼 그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다만 진각대사가 패배한 이상 무적개가 승리한다고 장담은 할 수 없었다.
‘방심은 금물이다. 이대로 숭산으로 후퇴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게다가 천중객 저자의 기세가 왠지 꺼림칙하다. 반드시 내가 이겨야 한다.’
무적개가 자세를 바로잡았다.
손에는 검 한 자루를 들고 있었다.
흔히 개방하면 타구봉법을 떠올리지만 실제는 검법이 더 흔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타구봉법의 정수는 개방 방주만이 익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무적개 역시 봉술을 익혔고 몽둥이 하나가 허리에 매달려 있었지만, 강적을 맞이하여 검을 뽑은 것이었다.
천중객은 검을 수직으로 세운 채 미동도 없었다.
무적개가 말했다.
“진짜 천중객이오? 천중객의 성품은 온화하다고 들었는데 그대는 매우 냉정해 보이는구려.”
“권마종 놈들이 제가 거주하던 천중산 일대를 장악해 화가 나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놈들과 지금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제가 수장이 되면 무사들을 모두 숭산으로 후퇴시켜 소림사 고승들과 함께 최후 방어진을 펼칠 생각입니다. 그러니 무적개 장로님 역시 대의를 따라주기 바랍니다. 제 무공의 특성상 일단 한번 펼치면 상대에게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살수를 일부러 썼다는 오해를 받긴 싫습니다.”
“그 말은 귀하가 나를 이긴다는 전제하에서 나온 것 같은데, 그 전제가 잘못되었으니 못 들은 것으로 하겠소. 아무튼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니 알아서 하시오.”
“알겠습니다. 모든 것은 실력대로 결정될 겁니다.”
천중객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백무명은 그의 눈빛에서 살기를 느꼈다.
‘이번에는 대놓고 죽일 생각인 것 같구나. 하지만 무적개 장로 역시 방심하지 않고 있으니 쉽지는 않을 것이다.’
백무명이 잠시 생각에 잠길 때.
대결이 시작되었다.
슈우욱.
파공성과 함께 검초를 먼저 뿌린 사람은 바로 무적개였다.
비슷한 무위를 지닌 고수들과의 대결에서 선공의 의미가 매우 크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기 때문이었다.
눈부신 검광과 함께 날카로운 검기들이 부채꼴로 뻗어 나오며 천중객의 전신을 노렸다.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진각대사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중상을 입는 것을 직접 본 군웅들은 그게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천중객이 신형을 솟구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마치 머리에 줄이 달려 위에서 끌어올리는 것처럼 빠르게 솟구쳐 검기들을 피했다.
“앗!”
“하아!”
군웅들이 탄성을 터뜨리는 가운데 천중객이 계단을 밟듯이 지면으로 내려오며 검을 휘둘렀다.
순간 검광이 해일처럼 일어나며 무적개을 전신을 타격했다.
워낙 벼락같은 공격이라 무적개가 피하려 했으나 그대로 격중당하고 말았다.
팡.
“으윽!”
무적개가 비명과 함께 뒤로 밀려났다.
심후한 내공 때문에 곧바로 쓰러지지는 않고 비무대 끝까지 밀려 나간 것이다.
천중객이 들고 있던 검을 그대로 던져버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슈우욱.
검이 날아간 방향은 놀랍게도 무적개의 목이었다.
안 그래도 충격을 받아 기혈이 흔들렸던 무적개로서는 피하기 힘든 공격이었다.
천중객의 검이 목을 꿰뚫기 직전 무적개가 뒤로 벌러덩 넘어지며 비무대 밑으로 떨어졌다.
쿵.
그 바람에 간발의 차이로 천중객의 검은 허공을 갈랐다.
천중객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우수를 한번 흔들자 검이 마치 줄이 달린 것처럼 돌아왔다.
천중객이 검을 회수한 바로 그때.
성장백이 어쩔 수 없이 천중객의 승리를 선언했다.
“천중객의 승리입니다.”
와아아.
함성이 터져 나왔다.
천중객에 대한 반감이 컸지만 워낙 무공이 뛰어났기에 터져 나온 함성이었다.
“대단하군!”
“말로만 듣던 이기어검술인가.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는군.”
“날아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제대로 볼 수 없었네. 천중객 저자가 저 정도의 고수였다니. 무림백대고수가 아니라 십대고수라해도 믿을 것 같네.”
군웅들이 술렁대는 가운데, 성장백이 말했다.
“도전자 두 분을 더 받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분이 도전하시겠습니까?”
“나요.”
조금 전 비무대 밑으로 추락한 무적개를 응급치료해준 추상이 비무대 위로 천천히 올라왔다.
군웅들이 다시 술렁였다.
하기야 추상이 누구던가.
바로 이곳 무림맹 허창 지부 지부장이었다.
그는 장로 출신으로 그 무공이 고강하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이곳 허창 지부장으로 있으면서 수련에 매진해 그 무공 실력이 이전보다 몇 배나 높아졌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일각에는 조만간 있을 무림맹주 선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라는 추측이 있을 정도였다.
그 때문일까.
군웅들의 기대감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천중객의 무공에 감탄해 함성을 지르기는 했으나 여전히 그 기운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노골적으로 무적개의 목숨을 노린 것이 컸다.
반면 추상은 이미 검증된 지도자였다.
무림맹 지부장이란 자리 자체가 주는 믿음은 생각보다 컸다.
하지만 모두 그의 승리를 점치는 것은 아니었다.
회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 중에는 백무명도 있었다.
하지만 그전에 그는 조금 전 자신의 행동 때문에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그건 바로 무적개가 위기에 처하자 자신도 모르게 무형지기를 보내 구해줬기 때문이었다.
‘내공의 한계를 느끼지 못하고 있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무형지기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데, 내가 이미 그것을 터득했구나.’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자신의 능력에 감탄하기보다 두려운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처음 무명비급 상의 무공을 기억해냈을 때에는 자신이 이전에 제법 강한 고수였을 거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금 전의 능력은 절정고수도 힘든 것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더욱 강한 무공과 깨달음이 자신의 몸과 마음에 저장된 느낌이랄까.
하지만 지금 그런 생각을 계속할 때는 아니었다.
당장 추상이 걱정되었다.
‘최근 수련으로 무공이 강해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진각대사와 무적개 두 분을 넘어설 정도는 아니다. 반면 천중객 저자는 아직도 자신의 실력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진짜 무공은 완전히 숨기고 있다. 그렇다면 결과는 뻔한 게 아니겠는가.’
백무명이 우려 섞인 표정으로 비무대 위를 쳐다봤다.
하지만 이미 비무대 위에 올라간 이상 대결을 취소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모른다. 내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백무명이 마음을 차분히 했다.
그러는 동안 대결은 시작되었다.
둥둥둥.
선공을 가한 사람은 천중객이었다.
그는 이전 대결과 달리 이번에는 검을 사용하지 않고 장풍부터 날렸다.
하지만 추상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장풍으로 응수했다.
꽝.
엄청난 폭음과 함께 두 사람 간의 우열이 드러났다.
“으윽!”
비명과 함께 비무대 끝에서 연신 비틀거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추상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자신이 밀린 것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 그가 피를 한 사발 정도 토한 후 비무대 밑으로 떨어졌다.
바로 직전 천중객이 다시 장풍을 날렸으나, 간발의 차이로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치명적인 타격을 면했다.
물론 이번에도 백무명의 무형지기 덕분이었다.
아마도 두 번째 장력마저 맞았다면 생사를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정신을 잃은 그를 지부 무사들이 황급히 처소로 데려갔다.
군웅들이 함성 대신 웅성거렸다.
승패가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또다시 공격을 가한 천중객에 대한 야유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이를 의식했을까.
천중객이 무심히 말했다.
“살짝 장풍을 날려 비무대 밑으로 떨어뜨리려 했을 뿐입니다. 다행히 먼저 떨어졌으니 운기조식만 잘하면 이른 시일 내에 완쾌될 겁니다. 승리 선언을 해주시겠습니까?”
“으음, 천중객의 승리입니다.”
성장백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어 있었다.
마지막 도전자 한 사람만 남았지만, 이제 천중객을 이길만한 고수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금강승과 천강개 이백여 명이 있었으나, 이미 그들의 수장이 패했기 때문에 쉽게 나설 수 없었다.
성장백이 말했다.
“이제 마지막 도전자 한 분만 남았습니다. 어느 분이 도전하시겠습니까?”
그의 말에 군웅들이 다시 술렁였다.
천중객이 한 사람만 더 이기면 그들의 총지휘자가 되기 때문이었다.
사실 평시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지금은 매우 위급한 시기였다.
지도자 한 명의 잘못된 결정으로 이곳에 있는 일만 명의 무사들이 죽음으로 내몰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때문일까.
선뜻 도전자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천중객에게 패한 사람들이 누구던가.
이곳에 모인 무사 중 최고수라 할 수 있는 진각대사, 무적개, 추상 세 사람이었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자신이 그들과 비교해 더 무공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성장백이 영웅보 무사들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현 상황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인데, 그가 쳐다본 사람은 다름 아닌 백여희였다.
백여희가 고개를 조금 끄덕이자, 성장백이 급히 전음을 보냈다.
「백 부군사. 도전자가 나서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좋겠소? 천중객 저자를 우리 수장으로 삼아도 되겠소? 저자 말대로 우리가 숭산 쪽으로 후퇴해도 상관이 없는 것이오?」
급한 마음에 한꺼번에 여러 질문을 던진 그였다.
백여희가 차분하게 전음으로 답했다.
「천중객 저자는 여러모로 수상해요. 차라리 군웅 중에 있을지도 모르는 숨은 고수의 도움을 청하는 게 좋겠어요. 지금 단상에 있는 고수 중에는 천중객 저자를 상대할 사람이 없어요.」
「대륙객이나 백 보주도 안 되겠소?」
「네. 총표두님과 제 아버님 두 분 무공으로는 어림없어요. 무엇보다 제 생각이지만 천중객 저자는 아직 자신의 실력을 반도 드러내지 않았어요. 오직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숨은 고수뿐이에요. 이러다가 아무도 나오지 않으면 큰일이니, 관주님께서 군웅 중에서 한 분이 나설 수 있도록 잘 유도해주세요.」
「알겠소.」
성장백이 전음을 보낸 후 군웅들을 향해 말했다.
“도전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중 아무라도 좋습니다. 자신 있는 분은 나서주십시오. 북을 열 번 울리겠습니다. 북이 모두 울릴 때까지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천중객 저분을 우리의 총지휘자로 선출하겠습니다.”
둥둥둥.
북소리가 울렸다.
곧이어 열 번째 북소리가 울리기 직전 한 사내가 비무대 위로 올라왔다.
한데 그는 백무명이 아닌가.
“대륙표국 표사 백무명이라고 합니다. 제가 도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