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15
백무명의 도전.
그것은 사실 매우 즉흥적이었다.
비무대 위로 오른 백무명 자신도 속으로 놀랄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두 번이나 이번 대결에 개입한 그였다.
그가 아니었다면 무적개와 추상 두 사람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었다.
무엇보다 왠지 천중객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 때문에 성장백이 자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도전자로 나서 달라고 했을 때 선뜻 비무대 위로 올라오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기호지세라 돌이킬 수 없었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
백무명이 심호흡을 한 후 담담한 눈빛으로 천중객을 쳐다봤다.
천중객이 백무명을 향해 전음을 날렸다.
「그대가 조금 전 두 번이나 개입해 내 상대의 목숨을 살려주었소?」
「그렇소. 패색이 짙은 사람을 굳이 죽여야 할 필요가 있겠소?」
「역시 그랬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대가 나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오. 지금이라도 기권하고 내려가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것이오.」
「날 죽일 셈이오?」
「그렇소. 이번에는 그대가 직접 대결을 하므로 도와줄 사람이 없을 터. 그렇다면 대결 결과는 그대의 죽음이 될 것이오.」
「귀하는 천중객이 아니오. 역용을 한 것 같은데, 내 말이 틀렸소?」
「나는 천중객이오. 시합 전에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군. 하지만 죽이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물이라 몇 마디 대화를 나눠봤을 뿐이오. 이제 시작합시다.」
「그럽시다.」
백무명이 전음을 보낸 후 자세를 잡았다.
아직 병장기가 없었기에 적수공권으로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직 대결 시작이 선언되지 않았다.
백무명의 패배를 예견했는지 성장백이 단상 위 고수들을 쳐다봤다.
특히 백여희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백여희 또한 예상 밖의 상황인지 매우 당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참다못한 성장백이 그녀에게 전음을 날렸다.
「저자는 일개 표사에 불과한데 천중객의 상대가 되겠소? 물론 아까 대청에서 상당한 무공과 잠재력을 보여준 것은 인정하오. 하지만 진각대사와 무적개, 추 지부장 세 사람의 무공을 뛰어넘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소이다. 차라리 총표두에게 부탁해 기권하게 하고 다른 숨은 고수의 등장을 기다리는 게 어떻겠소?」
「그런다고 다른 고수가 나타날 것 같지는 않아요. 제 생각으로는 저분께 한번 맡겨보는 게 좋겠어요. 저분 역시 아직 진정한 실력을 드러내지 않은 것 같으니까요.」
「알겠소.」
성장백이 전음을 보낸 후 대결 시작을 말하려던 그때.
대륙표국 총표두 대륙객이 말했다.
“차라리 제가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백 표사. 용기는 가상하나 천중객 저자는 그대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오. 내게 비장의 한 수가 있으니 도전권을 양보하시오.”
“말씀은 감사하나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백무명이 정중하게 거절했다.
대륙객이 흠칫했으나 그렇다고 역정을 내지는 않았다.
비무 우선권이 먼저 도전한 백무명에게 있기도 하지만, 사실 그는 자신이 천중객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그의 무공은 금강승과 천강개 중 한 명과 붙어도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다만 나중에 지휘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어 그 또한 큰마음 먹고 나선 것이었다.
하지만 백무명이 거절하자 그의 마음 또한 편해졌다.
‘그래 스스로 나섰을 때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전에 정말 대단한 고수였을 수도······.’
“알겠소. 승리를 바라겠소.”
대륙객이 물러나자, 성장백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두 분은 이제 대결을 시작하십시오!”
둥둥둥.
북소리와 함께 시합이 개시되었다.
마지막 시합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큰 두 사람의 대결.
군웅들 대다수는 백무명의 무공을 본 적이 없기에 다들 일방적인 승부가 될 거로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도전자가 아무도 나서지 않자 일개 표사에 불과한 백무명이 겁도 없이 나섰다고 보는 게 지배적이었다.
한데 시합이 시작되었지만 백무명과 천중객 두 사람 중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절정고수 이상의 무사들은 짐작할 수 있었다.
두 사람 간에 무형의 기세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쉽게 말해 무형지기 간의 대결이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군웅들 중에는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왜 저러고 있는 것이지?”
“안 싸우고 뭐 하나?”
군웅들이 술렁였다.
바로 그때였다.
미세하게 몸을 떨고 있던 천중객이 검을 뽑아 그대로 앞으로 던졌다.
슈우욱.
일직선으로 빠르게 날아가는 검.
군웅들이 깜짝 놀랐을 때는 이미 검이 백무명의 가슴에 닿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백무명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사실 피해봤자 이기어검술을 익힌 천중객이 검의 방향을 바꿔 공격해올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렇게 계속 피하다 보면 수세에 몰리게 되고 결국 패배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기어검술의 무서운 점이었다.
“앗!”
“저런!”
군웅들의 다급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이 보기에 백무명이 미처 피할 여유도 없이 당하기 직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백무명의 가슴을 관통했다.
한데 바로 그때 실로 믿기 힘든 일이 발생했다.
분명 가슴에 검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형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쨍그랑.
검이 비무대 바닥에 떨어지며 소리를 냈다.
백무명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군웅들이 어리둥절해 할 때.
천중객의 침음성이 들렸다.
“으으······.”
군웅들이 놀라서 보니 천중객이 입가에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 앞에 어느샌가 백무명이 담담히 서 있었다.
“설마 이형환위인가?”
“아니. 금강부동신법 같다.”
군웅들이 탄성을 터뜨리는 가운데, 백무명이 천중객에게 다가가 그의 뺨을 후려쳤다.
철썩하는 소리와 함께 천중객이 비무대 밑으로 추락했다.
이미 조금 전 백무명으로부터 타격을 입은 터라 피할 수도 없었던 것 같았다.
와아아.
뜻밖에 승패가 결정되자 군웅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다들 불안해하던 터라 그 함성은 지부 전체를 가득 메웠다.
하지만 그때 또다시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비무대 밑에 떨어져 흐느적거리던 천중객의 얼굴이 서서히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역용이 풀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인피면구와 달리 역용술은 내공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내상을 입게 되면 저절로 풀리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일단 역용한 이후에는 그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내공만 필요하므로 심각한 내상이 아니라면 이렇게 본 얼굴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 역용이 풀리는 것은 그만큼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는 증거라 할 수 있었다.
백무명이 담담히 말했다.
“너는 천중객이 아니다. 어서 정체를 밝혀라. 너는 누구냐?”
“으으······ 대단하구나. 무림에 이런 고수가 있었다니. 하지만 네놈 때문에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죽게 될 것이다.”
“입만 살았구나. 말하지 않아도 안다. 너는 권마종의 부종주가 아니냐?”
“헉, 어떻게 그걸?”
천중객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백여희가 급히 소리쳤다.
“권마종의 부종주라면 만변괴인(萬變怪人)?”
“후후후! 그렇다. 내가 바로 만변괴인이다.”
천중객, 아니 만변괴인이 천천히 일어났다.
검은 연기 같은 것이 그의 몸 전체에서 피어오르는 것이 아무래도 잠력을 일으킨 것 같았다.
“무슨 의도로 이곳에 잠입해 천중객 행세를 한 것이냐? 진짜 천중객은 네가 죽였냐?”
“그렇다. 천중객은 내 손에 죽었다.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종주님의 명을 받아 허창 무림을 접수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네놈들의 수장이 된다면 싸울 필요도 없게 되는 게 아니겠냐?”
“우리를 숭산으로 후퇴시키려 했던 이유는 무엇이냐?”
“숭산은 애초 갈 생각이 없었다. 다만 네놈들을 수하로 거둬 한가지 작업할 일이 있었지.”
“그게 무엇이냐?”
“그것까지 내가 말해줘야 하겠느냐?”
“잠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려면 좀 더 이야기하는 게 좋을 텐데······.”
백무명이 무심히 말했다.
그는 만변괴인이 자신과 동귀어진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실제 만변괴인은 어느새 비무대 위로 올라와 백무명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다들 그가 하는 말에 집중하느라 그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기야 어느 순간부터 백무명의 무공에 대한 확신이 군웅들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를 강시로 만들려 했던 것이냐?”
백무명의 물음에 만변괴인이 흠칫했다.
“이놈! 내 속마음을 읽고 있었구나. 하지만 그것이 네놈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이미 나의 잠력을 모두 일으키는 데 성공했으니까. 백무명이라고 했나? 네놈은 오늘 죽는다.”
“나와 동귀어진할 생각이냐?”
“아니. 나는 죽지 않는다. 스승님들께서 부활시켜 주실 것이다.”
“스승님들이란 신선계 반선들을 말하는 것이냐?”
“그렇다. 이제 황천으로 보내주마.”
만변괴인이 두 팔을 벌린 채 빠르게 다가왔다.
백무명은 그대로 서 있었다.
하기야 만변괴인의 두 팔에서 뻗어 나온 검은 연기가 사방을 꽉 채운 채 올가미처럼 다가오고 있어 피할 공간도 없었다.
만변괴인이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두 팔로 백무명을 안았다.
“후후후! 잘 가라!”
만변괴인의 몸이 그대로 폭죽처럼 터진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콰콰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수십만 개가 넘는 육편이 암기의 바다를 이루며 백무명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군웅들의 다급성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백무명의 몸 주위에서 금빛 섬광이 일었다.
순간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할 정도의 빛이 비무대에 가득했다.
얼마 후 드러난 광경은 실로 놀라웠다.
만변괴인의 조각난 육신은 말끔히 사라지고 백무명 홀로 담담히 서 있었다.
고슴도치가 되었을 것 같은 그의 몸은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심지어 입고 있는 옷도 깨끗했다.
조금 전 싸움이 있었다는 증거는 비무대 위에 있는 만변괴인의 검뿐이었다.
백무명이 그 검을 주운 후 그대로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와아아.
군웅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사실 조금 전 두 사람의 대결은 뭔가 환상적이라고나 할까.
마치 배교의 술법처럼 곧바로 그 무공 수준이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보검으로 보였던 검을 한순간에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백무명의 내공에 다들 화들짝 놀란 것이다.
군웅들이 백무명을 보는 눈빛이 한순간에 달라졌다.
만변괴인이 정말 죽었는지는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백무명이 그를 꺾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백무명을 총지휘자로 추대하는 일이었다.
성장백이 분위기를 파악하고 소리쳤다.
“북이 열 번 울릴 때까지 도전자를 다시 받겠습니다.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백무명 공자를 우리의 대표로 삼겠습니다.”
둥둥둥.
북이 열 번 울렸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와아아.
짝짝짝.
엄청난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성장백이 소리쳤다.
“도전자가 나서지 않았기에 백무명 공자를 우리 수장으로 선출하겠습니다. 백 공자님. 대표 자격으로 우리 단체의 이름을 지어주시겠습니까?”
“이름 말입니까?”
“네. 아직 이름이 없는 단체의 이름은 그 수장이 짓는 것이 무림 관례입니다.”
“좋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모두 영웅들이고, 마침 영웅보와 영웅무관 분들도 와 계시니 영웅맹(英雄盟)으로 짓겠습니다. 감히 맹이란 이름을 지은 것은 기존의 무림맹에 쉽게 들어가기 힘들었던 영웅분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입니다. 모두 저의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찬성합니다!”
“지지합니다!”
군웅들의 함성과 함께 누군가 다시 소리쳤다.
“영웅맹 만세!”
“영웅맹주님 만세!”
와아아.
천지가 떠나갈듯한 함성과 함께 백무명이 포권으로 인사했다.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과 생사를 함께 하겠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패배는 없을 겁니다.”
“영웅맹주님 만세!”
“영웅맹주님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