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16
영웅맹의 탄생.
그것은 허창 무림 일대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권마종 무사들이 대거 진격해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근 무림인들이 피신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아직 칠마종 세력권에 들지 않은 사천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천성으로 가는 것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하남성에서 사천성으로 가려면 섬서성이나 호북성을 거쳐야 하는데, 두 곳은 이미 검마종과 도마종 세력권이었다.
도중에 검문에 걸려 죽임을 당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 때문일까.
차라리 이곳 허창에서 적들을 맞이해 물리치자는 의견도 상당했다.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는 데다가 아무래도 공격보다 수성이 쉽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영웅맹의 탄생은 일종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무엇보다 영웅맹주의 무공이 매우 높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하기야 권마종 부종주를 간단하게 제거했으니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권마종 놈들이 단 하루 만에 서평성(西平城)을 함락시키고 이곳 허창으로 진격하고 있다는 정탐무사들의 보고입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놈들의 병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영웅맹주 백무명이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
이틀 전 얼떨결에 영웅맹주가 되었지만 사실 아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그였다.
하기야 자신의 지난 기억조차 잃어버린 사람이 무슨 준비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대회장에서 보여준 그의 신위는 가볍지 않았다.
그날 밤 백무명은 비로소 후회가 들었지만 이미 기호지세였다.
충동적인 마음으로 맹주가 되었지만, 그것이 본인의 진면목일 수도 있는 것이다.
밤새 고민한 백무명은 상당히 돌발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내면의 소리를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금세 불안감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충동적인 마음은 이제 대부분 사라졌지만, 적들과 비교해 전력이 너무나 열세임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열리고 있는 작전 회의 또한 그러한 불안한 요소를 제거하고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영웅맹의 지휘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도 못했다.
확정된 것은 영웅맹주 자리에 백무명 본인이 올랐다는 점뿐이었다.
그래서 전황을 점검한 후 수석 군사를 비롯해 맹의 지휘부를 구성할 생각이었다.
“이르면 이틀 후 이곳 허창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놈들의 병력은 대략 오만 정도로 추산됩니다.”
정탐대주의 보고에 취의청에 모였던 영웅맹 지휘부 고수들이 술렁였다.
지휘부 고수들의 수는 백여 명 정도로 아직 직책을 부여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맹의 특징상 기존 문파 수장의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었다.
“오만이라면 예상보다 많군요. 우리 병력은 일만 정도라고 했습니까?”
“네.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 그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탐대주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이름은 막종(莫種)이라 하며 원래는 무림맹 허창 지부에 식객으로 있었다.
정마대전이 발발하자 추상은 그의 무공이 높고 특히 경공이 뛰어난 것을 고려해 정탐대주 자리를 맡겼다.
영웅맹이 결성된 후 정탐대는 고스란히 휘하 부대로 편입되었는데, 그가 첫 보고를 맡게 된 것이었다.
참고로 정탐대 대원들의 수는 백여 명으로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다들 경공이 빨라 도주하기 쉽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막 대주 생각에 지금 우리 병력으로 놈들과 전면전을 벌이면 승산이 어느 정도 될 것 같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말씀하십시오.”
“전혀 없습니다. 무엇보다 아직 이곳 허창성 내의 흑도들도 제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전면전이 벌어지면 권마종의 휘하 세력으로 들어가려는 흑도들이 공을 세우기 위해 내부에서 우리를 공격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안팎으로 싸움을 벌여야 하고 안 그래도 열세인 병력으로 승리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백 부군사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백무명이 옆에 앉아 있는 백여희에게 물었다.
“제 생각도 막 대주님과 비슷해요. 하지만 승산이 전혀 없다고는 생각 안 해요. 일단 성내 흑도들부터 제압하고 방어 태세를 견고히 한다면 일방적인 패배는 당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이 문제는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일단 우리 영웅맹의 지휘 체계부터 확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의견 있으신 분은 말씀해주십시오. 어떤 직책을 먼저 만드는 게 좋겠습니까?”
백무명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술렁였다.
아무리 임시로 결성된 맹이라고는 하지만 정식 지휘부 자리를 맡게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백무명이 말했다.
“아, 그전에 제가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있군요. 우리 영웅맹의 어떤 직책을 맡게 되더라도 여러분이 지금 맡은 직책과 겸임할 수 있게 해드릴 겁니다. 그러니 혹시 기존에 가입한 문파나 단체 임무에 방해가 될까 하는 우려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를 들어 무림맹 장로분이 우리 영웅맹의 장로가 되면 양 맹의 장로직을 겸임하게 되시는 것이지요.”
“그럼 무림맹과 영웅맹의 입장이 다르면 어느 쪽을 우선시해야 하는 겁니까?”
영웅보주 백운목의 물음이었다.
영웅보는 무림맹 소속이라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었다.
백무명이 담담히 말했다.
“일단 어제 영웅대회에 참석하신 분들은 영웅맹에 가입한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지요?”
“그렇습니다.”
“물론입니다.”
지휘부 고수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백무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만약 무림맹과 우리 영웅맹의 의견이 대립한다면 그 선택은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아무리 맹주라 해도 그 선택에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최대한 의견이 충돌하지 않게 하는 것이겠지요. 개인적으로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 무림맹 총단의 지시를 따를 생각입니다.”
“영웅맹이 무림맹의 지시를 받는 휘하 무력 단체임을 인정하시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어제 대회 때도 말씀드렸지만 우리 영웅맹은 기존 무림맹에 가입하기 힘든 분들도 받아들이기 위해 만든 겁니다. 다시 말해 기존 정파 무림인들 외에 중도 성향 무림인들도 대거 받아들인다는 뜻이지요. 따라서 무림맹 지휘부와 일부 그 정책 면에서 다른 부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최대한 충돌을 방지하려 노력할 것이고, 부득이 독립적으로 움직여야 할 경우엔 그 명분을 확실히 세울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괜한 걱정을 했군요. 일단 제 의견을 말씀드린다면 수석 군사 임명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 임시로 장로 몇 분을 임명한다면 최소한의 지휘 체계는 구축할 수 있을 겁니다.”
백운목의 말에 백무명이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그럼 먼저 수석 군사로 모실 분을 추천해주시겠습니까?”
“백여희 부군사를 추천합니다.”
“백 부군사야말로 검증된 분이지요.”
지휘부 고수 상당수가 백여희를 추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림맹 부군사가 되려면 여러 시험을 통과해야 했기에 가장 믿을만한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무림맹 총단과의 관계 정립이라 할 수 있었다.
혹여 총단에서 백무명을 경계한다면 그녀의 처지가 난처해질 수 있는 것이다.
백여희가 말했다.
“저를 추천해주셔서 감사드려요. 하지만 수석 군사만큼은 오롯이 맹주님의 뜻을 받들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총단의 지시가 맹주님 지시와 어긋난다면 저는 총단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수석 군사로서의 신뢰가 떨어지게 되겠지요. 다시 말해 수석 군사는 완전히 새로운 분이 되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웅맹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분이라야 가장 큰 효율을 나타낼 수 있을 거예요. 혹여 맹주님께서 하라고 하셔도 저는 사양하겠어요.”
“그럼 새로운 분을 구할 때까지만 맡아주시겠습니까?”
백무명의 말에 백여희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위급한 상황이니 명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아무리 임시라도 해도 저는 총단의 지시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양해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군요. 지금 낙양 무림맹 총단에서는 이곳을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겁니다.”
“하긴 그러하네요.”
백여희가 미소를 지었다.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수석 군사를 맡아 적들을 상대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백무명이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백 소저를 백 군사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부군사니 수석 군사니 명칭이 달라 헷갈리기 쉬우니까요.”
“네. 맹주님. 말씀도 편하게 하세요.”
“하하하. 알겠소. 그럼 먼저 백 군사가 우리 영웅맹의 장로분들을 추천해주시오.”
“몇 분 정도 생각하시나요?”
“일단 세분 정도면 될 것 같소. 최대한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을 추천해주시면 좋겠소.”
백무명이 취의청에 모인 고수들을 둘러봤다.
하지만 그들 중에 진각대사, 무적개, 추상 세 사람은 없었다.
어제 천중객에 의해 내상을 입어 다들 처소에서 운공요상 중이었다.
백여희가 말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어제 세분의 고수분들이 내상을 입으셔서 마땅한 분을 찾기 어려워요. 하지만 남은 분 중에서 제 아버님, 영웅무관 성 관주님. 그리고 대륙표국 총표두 대륙객님. 이렇게 세 분을 장로로 추천합니다.”
“좋소. 호명된 세 분께서는 본맹의 장로직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하겠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영광입니다.”
백운목, 성장백, 대륙객 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으로 예를 표했다.
백무명이 포권으로 답례한 후 말했다.
“감사합니다. 백 군사. 장로분들만 계시니 조금 허전한 면이 있군요. 젊은 분 중에 무공이 뛰어난 분을 호법으로 임명하고 싶은데 추천할 분이 계시오?”
“네. 잘 생각하셨어요. 안 그래도 무공이 뛰어난 몇 분이 지금 이곳에 계시네요. 먼저 추천해 드릴 분은 화산옥녀 악 소저세요.”
“좋소. 악 소저께 묻겠소. 호법을 맡아주시겠소?”
“네. 명을 받들겠습니다.”
악완이 승낙하자, 백여희가 다음 호법 후보를 추천했다.
“우문혜 소저도 추천해 드려요.”
대륙표국주의 손녀이자 남해신니의 제자인 우문혜가 거론되자, 백무명이 즉각 동의하며 의사를 물었다.
우문혜가 바로 승낙했음은 물론이었다.
백여희가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여호법 두 분을 더 추천해드리겠어요.”
“말씀해보시오.”
“영웅무관 성 관주님의 여식인 성려화 소저, 그리고 황설지 사범이에요. 두 분의 무공은 호법으로 삼을 만하고 무엇보다 총명하니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좋소이다. 두 분께선 수락해주시겠소?”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성려화와 황설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원래 한 번 정도 사양해야 마땅했으나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사양하지 않았다.
백무명이 말했다.
“좋습니다. 수석 군사 한 분, 장로 세 분, 호법 네 분을 임명하고 보니 이제야 맹의 기틀이 잡힌 것 같습니다. 나머지 자리는 차차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전투 계획을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기탄없이 말씀해주십시오.”
“네.”
“네.”
대답과 함께 열띤 논의가 시작되었다.
핵심 주제는 어떻게 방어를 할 것이냐로 크게 두 가지 주장이 대립했다.
하나는 이곳 허창성을 수성하는 것으로 정확하게 말해서 영웅맹 총단으로 삼은 이곳 지부를 방어하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여기서 기다릴 게 아니라 성 밖으로 나가 놈들을 물리치자는 주장이었다.
백무명은 묵묵히 듣기만 했다.
아무래도 모든 의견을 듣고 최종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미 그의 마음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의견이 나올 때마다 그의 눈빛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성안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양민들의 피해가 커진다. 아무래도 외곽 방어선을 구축해 놈들과 싸우는 것이 좋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