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18
“맹주님. 놈들입니다!”
정탐대주 막종의 목소리에 백무명을 비롯한 영웅맹 무사 만여 명이 전방을 쳐다봤다.
거대한 먼지구름과 함께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무사들.
바로 권마종 무사 오만여 명이었다.
병력이 원체 많아서인지 그 기세 또한 엄청났다.
“오행진을 유지하라!”
백여희가 오행기를 흔들며 소리쳤다.
이미 진 가동이 되어 있지만 본격적인 가동을 지시한 것이었다.
하지만 다들 적들의 가공할 기세에 잔뜩 주눅 들어 있었다.
과연 오행진만으로 적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표정들이었다.
물론 백무명이 절대음공으로 놈들을 무력화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긴 했으나, 아직 백여희만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실현 가능성 또한 희박한 게 사실이었다.
‘최대한 가까이 왔을 때 음공을 펼쳐야 한다. 그 전에 놈들의 공격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변수가 될 것 같구나. 차라리 내가 좀 더 앞으로 나가는 게 좋겠군.’
백무명이 말했다.
“모두 이곳에 있으시오. 내가 먼저 놈들을 마중하겠소.”
스스슷.
백무명이 경공을 펼쳐 앞으로 나아갔다.
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나 그렇다고 백무명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백여희 역시 초조한 기색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하지만 백무명 혼자서 오만 명을 상대할 수 있으리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는 동안 권마종 무사들은 빠르게 다가왔고, 마침내 백장 거리를 두고 대치하게 되었다.
백무명은 양 진영의 중간에 섰다.
권마종 무사들의 선두에 있던 천여 명의 지휘부 고수들 중 한 명이 소리쳤다.
“하하하! 감히 우리와 전면전을 벌이려 하다니! 맨 앞에 선 네놈은 누구기에 겁도 없이 우리 앞으로 왔느냐?”
“나는 영웅맹주 백무명이라 한다. 너는 누구냐?”
“뭐라고? 그럼 네놈이 우리 부종주를 죽인 놈이란 말이냐?”
권마종 태상장로 흑괴노인(黑怪老人)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부종주 만변괴인의 죽음은 권마종 지휘부에 큰 충격을 준 바 있었다.
사실 그 복수를 하기 위해 밤낮없이 허창성으로 달려온 그들이었다.
“종주님. 저자가 바로 이번에 영웅맹주가 된 백무명이란 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
“으음, 스스로 이름을 밝혔으니 맞는 것 같군. 한데 지금 저놈 혼자 우리를 막으려 하는 것이오?”
권마종주의 말에 흑괴노인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어쩌긴. 태상장로가 직접 놈을 죽여 부종주의 복수를 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흑괴노인이 경공을 펼쳐 앞으로 나왔다.
“나는 권마종 태상장로 흑괴노인이라고 한다. 나와 일대일 대결을 벌일 용기가 있느냐?”
“물론이다.”
백무명이 지존검을 뽑아 들었다.
전면전에 앞서 적장을 제거하는 것은 사기 면에서 매우 중요했다.
‘일단 저놈부터 죽이고 곧이어 권마종주까지 죽이면 놈들이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때 절대음공으로 놈들의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백무명이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흑괴노인이 장풍을 날렸다.
쏴아아.
평범해 보였지만 엄청난 힘이 담겨 있었다.
백무명이 가볍게 좌수를 들어 장력으로 맞섰다.
바로 무명신장이었다.
꽝.
폭발음과 함께 첫 번째 충돌의 결과가 나타났다.
“아니!”
“저럴 수가!”
권마종 무사들의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기세등등하던 흑괴노인이 가슴에 구멍이 크게 뚫린 채 즉사해 있었던 것.
와아아.
영웅맹 무사들의 함성이 뒤늦게 터졌다.
“맹주님 만세!”
“맹주님 만세!”
“으음, 역시 보통 놈이 아니군.”
권마종주가 안색을 굳혔다.
하지만 그다지 당황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옆에 있던 권마종 총군사 백뇌서생(白腦書生)이 말했다.
“종주님. 절정고수인 태상장로가 일장에 맥도 못 추고 죽었습니다. 가볍게 볼 자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전체적인 병력은 우리가 압도적이니 이대로 총공격을 가하는 것이 어떻겠소?”
“그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필 이때 반선들께서 신선계로 돌아가셔서 아쉽군요. 안 그랬으면 군자 안개로 쉽게 몰살시킬 수 있었는데······.”
“우리 힘만으로도 충분하오. 반선들께서 칠마종 종주 일곱 명 중 한 명을 무림을 다스릴 최종 대리자인 무림왕으로 세운다고 하셨으니, 그에 맞는 공을 세울 기회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총공격을 내리겠습니다.”
백뇌서생이 소리쳤다.
“놈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하고 우리 병력의 오 분지 일밖에 되지 않는다. 총공격을 가해 개미 새끼 하나도 살려두지 마라! 공격하라!”
와아아.
엄청난 함성과 함께 권마종 무사 오만여 명이 빠르게 다가왔다.
권마종주를 다음 상대로 생각하고 공격을 가하려던 백무명이 흠칫한 것은 물론이었다.
잠시 뒤를 돌아보니 영웅맹 무사들도 이미 전면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이 상태로 부딪히면 우리 무사들이 전멸할 것은 뻔하다. 이제 정말 음공을 펼칠 때가 되었구나.’
다소 이른 감은 있었지만 시기를 놓치면 절대 안 될 일이었다.
백무명이 사자후를 터뜨린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우우우우!”
순간, 진격해 오던 권마종 무사들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멈췄다.
“으윽!”
“으윽!”
내공이 약한 무사들은 벌써 귀를 막고 주저앉았다.
“음공이다!”
“모두 귀를 막아라!”
각 부대 대주들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권마종은 백 명에서 많게는 천명 단위로 전투 부대가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을 지휘하는 자들이 바로 대주들이었다.
대주들의 무공은 장로들과 맞먹으며 권마종의 실세라 할 수 있었다.
다만 최근 휘하 세력들을 부대 인원으로 받아들이면서 병력은 대폭 늘어났지만 아직 그 무공이 약한 자들도 상당했다.
지금 그런 자들이 가장 먼저 무력화되고 있는 것이었다.
백무명의 배려로 음공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있는 영웅맹 무사들이 환호한 것은 물론이었다.
특히 잔뜩 기대하고 있던 백여희의 기쁨은 남달랐다.
하지만 쉽게 공격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백무명의 지시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백무명은 자신의 음공이 효과를 발휘하자 매우 고무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음공은 그 파급력이 컸다.
일정 공간에 있는 적들은 그 수가 아무리 많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적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특히 권마종 고수 중 절정고수 이상은 처음에는 타격을 받고 비틀거렸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음공에 대해 음공으로 대응한 것이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권마종 무사들 역시 일종의 진법 대형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권마진법(拳魔陣法)이란 것으로 전투 상황에 따라 빠르게 그 대응을 할 수 있었다.
권마종 절정고수들이 일제히 사자후를 터뜨렸다.
“우우우우!”
“우우우우!”
백무명의 음공보다는 약했지만 중요한 것은 천여 명에 가까운 그들의 사자후가 일단 합쳐지자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놀랍게도 백무명의 음공을 상쇄할 정도로 이른 것이다.
이는 장풍을 장풍으로 막는 것처럼 음파를 음파로 상쇄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귀를 막고 주저앉아 있던 권마종 일반무사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백무명이 안색을 굳힌 것은 물론이었다.
‘큰일이다. 내공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음공이 너무 단순했던 것이 패착이다. 따로 상승 음공을 펼쳐야 하는데 그냥 사자후로 공격했으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지금 당장 밀리지는 않고 있으나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백무명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컸다.
그런 우려는 곧바로 현실이 되었다.
백무명의 사자후에 이맛살을 조금 찌푸리던 권마종주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사자후를 계속 터뜨리고 있던 백무명이 흠칫했다.
권마종주의 무공을 생각할 때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잠시 사자후를 멈춰야 했다.
그렇게 되면 전면전이 불가피했다.
그렇다고 권마종주를 일격에 죽일 가능성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권마종의 수장답게 그의 주먹이 보통 주먹보다 세배 이상 커지며 벌써 엄청난 권풍이 불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백무명이 주눅 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잘됐다. 권마종주 저놈만 죽이면 놈들도 흔들릴 것이다.’
백무명이 사자후를 여전히 터뜨리면서 지존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바로 무명검법이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검기 한 가닥이 빠르게 발출되었다.
그 속도는 실로 상상 이상이었다.
삼장 앞까지 다가왔던 권마종주가 주먹을 휘둘러 검기를 막아냈다.
그의 주먹 주위에는 막대한 경력이 휘감고 있어 그러한 권풍으로 검기에 맞선 것이었다.
꽈앙 하는 폭음과 함께 지축이 흔들리는 충격파가 주위를 강타했다.
얼마 후 드러난 광경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기세등등하게 다가오던 권마종주가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를 노린 것일까.
백무명이 일순 몸속의 내공을 완전히 폭발시키며 사자후를 터뜨렸다.
지금까지 어느 정도 절제하던 음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것이었다.
“우우우우!”
“크윽!”
“으윽!”
음공으로 맞서던 권마종 절정고수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러자 권마진법이 파훼되며 일반 권마종 무사들 역시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겨우 버티며 서 있는 자들도 일시 내공 발현이 무력화된 듯 부들부들 떨었다.
백무명이 백여희를 향해 손을 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백여희가 소리쳤다.
“총공격하라!”
와아아아.
영웅맹 무사 일만여 명이 오행진 형태를 유지하면서 일제히 달려나갔다.
이후는 파죽지세였다.
권마종 무사들 대부분이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영웅맹 무사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순식간에 권마종 무사 일만여 명의 목이 달아났다.
특히 활약이 큰 무사들은 바로 소림사 금강승과 개방 천강개들이었다.
이백여 명에 불과하지만 절정고수들인 그들의 무공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원래대로라면 천여 명에 달하는 권마종 절정고수들이 그들을 상대해야만 했으나, 백무명의 음공에 당해 그들 역시 본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권마종주가 철수를 명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후퇴하라!”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권마종 무사들이 도주하기 시작했다.
영웅맹 무사들이 그들을 쫓아가 도륙한 것은 물론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오만에 달하던 권마종 무사들의 절반 이상이 죽임을 당해 시체가 되었다.
도주한 자는 이만여 명에 불과했다.
도주한 자 역시 부상자가 대부분이라 영웅맹으로선 대승을 거뒀다고 할 수 있었다.
“이겼다!”
“이겼다!”
와아아아.
영웅맹 무사들의 함성이 허창벌에 가득했다.
“맹주님. 대승입니다.”
백여희를 비롯한 영웅맹 지휘부 고수들이 백무명 곁으로 다가왔다.
극심한 내공 소모로 안색이 조금 창백해진 백무명이 엷은 미소를 지었다.
“다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우리 피해는 어느 정도 됩니까?”
“미미합니다. 전사자가 백 명을 넘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시신을 수습한 후 성안으로 복귀하도록 하십시오.”
“놈들이 재공격을 가해올 가능성이 없겠습니까?”
영웅무관주 성장백의 물음에 백여희가 대신 대답했다.
“도주한 놈들 대부분이 다쳐 당분간 공격을 가해오기 힘들 겁니다. 우리도 전열을 재정비해야 하니 총단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습니다. 맹주님 명에 따르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