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19
허창벌 전투의 승리 후 사흘이 지난 지금 허창 일대 무림은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고 있었다.
사천성으로 대피하던 무림인들이 발걸음을 돌렸고, 인근 무림인들도 허창성으로 계속 모여들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절대적인 무공을 지닌 고수 한 명이 허창성에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바로 영웅맹주 백무명으로 실질적으로 혼자 오만여 명의 권마종 무사들을 격퇴한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실제 권마종 무사 중 전사자가 삼만 명에 달한다는 것은 그 시체들을 확인한 사람들에 의해 증명되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전투가 끝나면 시체들 속에서 귀중품을 가져가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계속되는 패전 소식 속에서 이번 허창벌 전투의 승리는 무림인들에게 희망이 되기에 충분했다.
허창성 영웅맹 총단 취의청.
이곳은 아침부터 작전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곳곳에서 새로운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었다.
“서평성으로 철수했던 권마종 패잔병 이만여 명이 다시 천중산으로 물러났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번에 받은 타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백여희의 보고에 백무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바이오. 놈들이 우리 공격을 두려워하는 모양이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무사들을 보내 놈들을 마저 소탕하려던 계획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오?”
“천중산에는 놈들이 설치해둔 절진이 아직 그대로 있으므로 그런 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놈들을 이대로 두면 다시 재정비해서 공격을 가해올 것이 분명합니다. 향후 낙양으로 돌아가 지원을 하기 위해서라도 병력을 이끌고 천중산으로 가서 공격을 가해야 합니다.”
“으응, 나 역시 백 군사의 생각과 같소. 오히려 놈들이 양민이 많지 않은 산으로 들어가는 것이 공격하기에도 더 좋소. 공격은 더 힘들겠지만, 양민들의 피해는 더 줄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오.”
“역시 양민들의 안전부터 생각하시는군요. 그럼 바로 공격 계획을 세우시지요. 전속력으로 가면 사흘 안에 천중산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백여희의 말에 취의청에 모인 영웅맹 지휘부 고수 백여 명이 술렁였다.
비록 사흘 전 대승을 거두긴 했지만 방어와 공격은 또 다르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천중산에는 반선들이 펼친 군자 안개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컸다.
참고로 군자 안개는 반선들이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일종의 방어진법으로 남겨둘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군자 안개의 위력은 무궁무진해 종잡을 수 없는 게 사실이었다.
일례로 지난번에 군자 안개로 인해 표물로 가지고 가던 벽력탄들이 소실된 바 있었다.
그 때문일까.
이번에는 신중론도 상당했다.
영웅맹 장로가 된 영웅무관주 성장백이 말했다.
“천중산 공격은 그렇게 서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놈들은 큰 타격을 받았고 병력 상당수가 부상자인 것을 고려하면 재공격을 위해서는 최소한 한 달이 필요할 겁니다. 반면 낙양성 무림맹 총단은 지금 함락 위기에 처해 지원 요청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오늘까지 도착한 지원 요청 전서만 해도 십여 개가 넘습니다.”
“성 장로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곳 허창성을 비우면 놈들이 다시 들이닥칠 것이 우려됩니다. 성내 흑도들의 동향은 어떠합니까?”
“사흘 전 허창벌 전투에 나서기 전 대대적인 소탕을 벌인 덕분에 지금은 잠잠합니다. 아니 이제는 우리가 대승한 때문인지 거의 잠적한 상태입니다. 흑도 놈들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정탐대주 막종의 보고였다.
하지만 문제는 무림맹 총단 지원 건이었다.
지난 사흘간 격론이 벌어졌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일단 권마종 세력부터 소탕한 이후 지원하러 가는 것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백여희가 말했다.
“무림맹 총단이 함락될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개봉이 버티고 있고, 소림사도 섬서성 경계 지역에서 검마종 놈들을 막아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여유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으음, 개봉에 있던 개방 고수들이 서진하던 독마종 무사들을 막아내고 있다고 했소?”
“네. 상황이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개방 총단에서 총소집령을 내려 개방 고수들이 전력을 다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백여희의 말이 끝났을 때였다.
취의청 안으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한데 그는 내상을 입어 요양 중이던 무적개가 아닌가.
아직 회복이 덜 되어 안색이 창백하지만 지난 사흘간 백무명이 내공 치료를 해줘 거동에 불편은 없어 보였다.
“맹주님. 죄송한 말씀을 드리러 왔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혹시 천강개 분들을 데리고 개봉으로 돌아가시려는 겁니까?”
“네. 전서구에 의하면 개봉 무림이 함락 직전이라고 합니다. 개봉에는 본방의 총단이 있고 지금 연일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곳 허창성은 상대적으로 안정을 찾았으니 우리는 개봉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허락해주십시오.”
“허락하고 말고가 있겠습니까? 바로 출발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무적개가 기뻐했다.
백무명이 반대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아무리 사문이 위기에 처했다고 하나 이런 경우 전장의 지휘자 명령이 우선하는 게 관례였다.
이곳 허창성에 온 천강개 고수들은 개방 고수이기 전에 이미 영웅맹 소속 무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백무명이 여러 번 무림맹과 영웅맹 임무 사이의 자유로선 선택을 강조했기에 다들 예상한 바이기도 했다.
백여희가 안색을 조금 굳혔다.
“천강개 고수들이 돌아가시면 우리로서는 큰 타격이에요. 무사들이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절정고수들의 수는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그나마 소림사 고수분들이 있으셔서 다행이에요.”
그녀가 작전 회의에 참석한 금강승 십여 명을 쳐다봤다.
그들은 백여 명의 금강승 중 대표 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승려들이었다.
다만 그들 역시 천강개들이 개봉으로 돌아간다는 말에 술렁이는 표정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역시 백무명의 치료로 어느 정도 내상을 치료한 진각대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미타불. 맹주님께는 정말 죄송하나 본사 금강승들 역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전서구에 의하면 고수들을 섬서성 경계 지역에 파견해 검마종 놈들과 싸우느라 본사 경계 병력이 절대 부족하다고 합니다. 방장께서 즉시 철수하라고 하시니 어쩔 수가 없군요.”
“으음······ 알겠습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을 것 같군요. 우리가 지원을 가지 못하는 대신 여러분이라도 복귀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맹주님 그렇게 되면 천중산 공격 계획은 어려워질 게 분명합니다. 아무리 맹주님의 무공이 높아도 절정고수급 무사들이 최소한 백여 명은 있어야 뒤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백여희의 반대였다.
하기야 천강개들의 복귀와 금강승들의 복귀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개방 총단은 함락 위기에 처했지만, 소림사 본산은 아직 공격을 받고 있지 않았다.
백무명이 말했다.
“이미 허락했소. 더 이상의 논란은 분란만 일으킬 뿐이오. 소림과 개방의 고수분들이 복귀하게 되어 아쉬운 게 사실이지만, 무림맹 총단이 무너지면 그다음 공격 대상은 이곳 허창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오. 우리가 걱정할 것은 권마종만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는 게 좋겠습니다.”
백무명의 마지막 말은 지휘부 고수 전원을 향해 한 말이었다.
“명심하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지휘부 고수들이 일제히 백무명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미 절대고수의 신위를 보여준 그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였다.
바로 그때였다.
취의청 안으로 무사 한 명이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요?”
영웅맹 호법이 된 황설지가 물었다.
“무림맹 총관께서 오셨습니다.”
“어서 모셔오시오.”
백무명이 의외라는 눈빛으로 말했다.
무림맹 총단 방어로 바쁜 총관이 이곳에 올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무사가 무림맹 총관 중원선생을 데리러 간 동안 백여희가 말했다.
“아무래도 중요한 결정 사항을 알리러 온 것 같아요.”
“중요한 사항이라.”
백무명이 여전히 의아해하는 동안 이십여 명의 무사를 대동한 중원선생이 취의청 안으로 들어왔다.
대동한 무사들은 하나 같이 태양혈이 볼록 튀어나와 대단한 고수로 보였다.
“총관 중원선생이라 합니다. 먼저 대승을 축하드립니다. 지금 낙양에서는 여러분의 승리로 모든 무사가 고무되어 있습니다. 아, 이분이 바로 영웅맹주 백무명 대협입니까?”
“대협이라니 부끄럽습니다. 한데 어떻게 오신 겁니까? 상황이 급박해 총단에서 하실 일이 많으실 것 같은데······.”
“중요한 일이라 제가 직접 왔습니다. 이건 무림평의회 결정 사항이자 총군사께서도 동의하셨으니 백 대협께서는 무림대의를 위해 따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뭔데 그러십니까? 말씀하십시오.”
“네.”
중원선생이 품속에서 서찰을 꺼내 읽었다.
“무림평의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이 지휘 서신을 받는 즉시 영웅맹주 백무명을 무림맹 부맹주로 임명한다. 지휘 체계의 혼선을 피하고자 영웅맹은 즉시 해체할 것이며 앞으로는 무림맹 단일 체계로 전투에 임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부맹주 백무명은 허창성에 있는 모든 무사를 이끌고 낙양 무림맹 총단으로 지원을 올 것을 명한다. 무림맹 총단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으니 무림대의를 위해 수락해주길 바란다.”
“으음······.”
백무명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비록 무림맹 부맹주 자리를 준다고는 하지만 영웅맹을 해체하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내용도 상당히 강압적이었다.
무엇보다 상의도 없이 전 무사들을 이끌고 낙양으로 오라고 하니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백여희가 발끈했다.
“너무 심하군요. 정말 이 내용을 총군사께서 동의하셨단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영웅맹이 대승을 거둔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그 때문에 천하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고수들이 낙양으로 오지 않고 이곳 허창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합니다. 한데 영웅맹은 지원 요청을 번번이 거절하니 무림평의회에서 부맹주 자리를 드리기로 한 겁니다. 사실 말이 영웅맹주이지 따지고 보면 일개 지역의 패자일 뿐 무림맹 부맹주 자리에 비할 바는 아니지요. 어차피 칠마종은 우리 공동의 적이니 백 대협께서 숙고하셔서 좋은 결정을 내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듣자 하니 권마종 놈들이 천중산으로 돌아갔다던데, 그럼 무림맹 총단을 지원할 여유가 있는 게 아닙니까?”
“현 상황이 그렇게 어렵습니까?”
백무명이 담담히 물었다.
“네. 개봉은 사흘을 더 버티기 어렵고, 검마종 놈들을 막고 있는 소림사 고승분들의 피해 역시 막심합니다.”
“그 문제라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이미 천강개와 금강승 여러분들이 복귀하기로 결정하셨으니까요.”
“이백여 명의 절정고수만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적의 병력이 모두 합해 십만이 넘어 영웅맹 전체 무사들이 지원을 와도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바로 백 대협의 무공입니다.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