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2
“앗!”
“저런!”
군웅들의 다급성이 터져나왔다.
장로들이 백엽을 전격적으로 공격할 줄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출수가 이루어진 상황.
말릴 사이도 없었다.
꽝.
엄청난 폭음과 함께 장풍들이 백엽을 강타했다.
단상 전체가 크게 흔들리며 귀빈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정작 공격을 받은 당사자인 백엽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호신강기 덕분이었다.
반면 장로들은 모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수천 군웅 중 그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백엽의 몸에서 금빛 기운이 한 차례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라 장로들을 휘감은 것만 봤을 뿐이었다.
“으윽!”
“으윽!”
장로들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그들의 단전은 이미 파괴되어 있었다.
합공을 가했지만 도리어 무공 폐쇄가 된 것이었다.
게다가 혈도까지 찍혀 꼼짝도 못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먼저 살수를 펼쳤기 때문에 뭐라 할 상황도 아니었다.
백엽이 쓰러져 있는 장로 중 대장로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어서 말하시오.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목을 베겠소.”
무심한 백엽의 음성.
목에 서늘한 감촉을 느낀 대장로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급히 백항을 쳐다봤으나 그 역시 놀란 표정으로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영웅보 장로 개개인의 무공은 일류 이상이었다.
비록 백항의 수족이라고 해도 그 무공만큼은 확실히 검증했던 것이다.
그래서 조금 전 그들 열 명의 합공이 가해지자 백항은 자신 있었다.
아무리 백엽의 무공이 뛰어나도 막아내지 못할 것으로.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벗어난 상황.
백엽의 검이 대장로의 목을 조금 파고들었다.
정신이 바짝 든 대장로가 소리쳤다.
“잠깐!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대장로가 봇물 터지듯 천혈방과의 투항 협상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백항과 백철한이 그의 입을 막으려 했으나, 백엽이 지풍을 날려 그들의 혈도마저 찍어버렸다.
애초 내상에서 회복이 덜 된 그들이 백엽의 지풍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었다.
그러는 동안 대장로의 자백은 계속 이어졌다.
백항과 백철한이 제압되자 오히려 더 자세한 내용을 밝혔다.
핵심은 백항과 백철한의 주도, 그리고 장로들의 가세였다.
군웅들이 가장 경악한 것은 불리한 상황이 될 때 투항 직전 백운목을 죽인 후 영웅보를 장악한다는 계획이었다.
백운목이 분노하며 물었다.
“백항! 대장로의 말이 사실이냐? 날 죽이고 보 전체를 천혈방 놈들에게 넘기려 했느냐?”
“형님. 저자의 말은 시뻘건 거짓말입니다. 백엽 저자가 목숨을 위협하자 어쩔 수 없이 횡설수설하는 겁니다. 백엽! 어서 네놈이 말한 증거를 내놔라. 내가 보기에 네놈은 증거가 없다. 거짓말로 장로들을 속이다니. 어서 내놔라.”
백항이 백엽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이미 자백이 나왔거늘 증거가 무슨 소용이 있겠소? 다른 장로들께 묻겠소. 조금 전 대장로의 말이 사실이면 고개를 끄덕이시오. 사실대로 밝히면 목숨만은 살려줄 것이오. 그대들은 이미 무공이 폐쇄되어 다시는 장로직을 수행할 수 없음을 명심하시오. 보주님. 제가 알기로 무공을 잃은 사람은 장로 자격을 박탈당한다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그렇소. 본보의 전통이오.”
백운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로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로의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모두 부보주님의 지시였습니다.”
“죄를 인정합니다. 용서하십시오.”
십대장로의 시인에 백항이 다시금 분노했다.
“나는 인정할 수 없다. 매수되었음이 분명하다. 감히 나를 모함하려 하다니. 뭣들 하느냐? 어서 저놈들을 죽여라!”
백항이 소리쳤다.
그가 명을 내린 대상은 자신을 따르던 영웅보 무사들이었다.
이미 영웅보 무사 중 절반 이상을 자신의 휘하 세력으로 만든 그였다.
하지만 명을 따르는 무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백항이 제압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였다.
백항의 처 송씨부인이 장씨부인의 목에 비수를 갖다 댄 것은 바로 그때였다.
“어서 부보주님과 내 아들의 혈도를 풀어라. 그러지 않으면 이년의 목숨은 없다.”
“아니!”
“부인!”
“어머니!”
백운목과 백여희, 백여옥 등이 매우 놀랐다.
송씨부인의 무공 역시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었으나, 그녀가 보주 부인인 장씨부인을 인질로 삼을 줄 몰랐던 것이다.
장씨부인 역시 당황하고 있었다.
원래 일시적으로 회복된 무공으로 충분히 피할 수 있었지만, 조금 전 급박한 사태에 긴장하는 바람에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백운목이 당황하며 말했다.
“어서 저 두 사람의 혈도를 풀어줘라.”
“네.”
영웅보 무사들이 백항과 백철한의 혈도를 풀어주려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풀리지 않았다.
백운목이 직접 풀려고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그제야 백엽이 독문 점혈법으로 그들을 제압한 사실을 깨달았다.
“백 공자. 어서 두 사람의 혈도를 풀어주시오. 부인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소?”
“그 전에 자백을 들어야 합니다.”
백엽이 검을 들어 백항의 목을 겨눴다.
‘어머님은 언제든 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자의 자백이다. 그래야 말끔히 정리할 수 있다.’
이제 모든 사람의 시선이 백항에게 쏠렸다.
백항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좋다. 시인하마. 하지만 모든 것은 영웅보를 위해서였다. 천혈방과 싸우다 본보가 멸문하는 것보다 투항해서라도 유지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백여희가 바로 반박했다.
“흥! 위선자! 그렇다고 아버님을 시해할 생각까지 한 건가요?”
“어쩔 수 없었다. 천혈방에서 그런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원래 나는 형님을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 그리고 전황이 유리해지면 끝까지 천혈방과 싸울 생각이었다.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는 말이냐? 어서 혈도를 풀어라.”
“좋소.”
백엽이 백항과 백철한 두 사람의 혈도를 풀어주었다.
백운목이 송씨부인에게 말했다.
“어서 부인을 놔줘라.”
“흥! 놔주면 우릴 보내준다는 보장이 있느냐?”
백항이 어느새 송씨부인 대신 비수를 쥐고 장씨부인을 위협했다.
백운목이 분노했다.
“혈도를 풀어주면 부인도 풀어주기로 약속했지 않으냐?”
“하하하! 그건 내가 약속한 것이 아니오. 내 처는 약속을 지켜서 풀어주었소. 이후 내가 새롭게 형수를 인질로 잡은 것이오.”
백항이 주위를 둘러봤다.
군웅들이 자신을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으나 전혀 개의치 않았다.
백항이 소리쳤다.
“이 모든 게 백엽 네놈 때문이다. 좋은 말 할 때 스스로 왼팔을 잘라라. 그러지 않으면 형수의 목을 그어버리겠다.”
“내가 왜 내 팔을 잘라야 한단 말이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이미 백항을 숙부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 그였다.
피도 섞이지 않았지만 함께 지낸 정도 전혀 없었다.
“후후후! 다시 말한다. 어서 팔을 잘라라. 안 그러면 형수를 죽이겠다. 나는 절대로 빈말을 하지 않는다.”
“내 어머니도 아닌데 왜 그대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이오? 그대는 너무나 어리석군.”
“그래? 다들 내 말이 장난으로 들리나? 어차피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놈은 천혈방에 의해 죽게 될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한 가지 사실을 더 알려주지.”
“그게 무엇이오?”
“오늘 위령제가 무사히 끝났다면 내일부터 보주는 내가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백운목 네놈을 천혈방에서 암살해주기로 했었거든. 이 사실은 장로들도 모르고 있었다. 사실 나는 이미 항복 문서에 서명까지 했다. 후후후!”
“그 말을 지금 하는 이유가 무엇이오?”
백엽이 무심히 물었다.
백항이 껄껄 웃었다.
“완전히 영웅보와 선을 긋기 위해서다. 영웅보 무사들은 들어라. 나는 이미 천혈방주님으로부터 투항 후 영웅보주 자리를 맡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지금 나를 따라 천혈방 악양지부로 가는 자는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다. 다들 모르겠지만 천혈방은 이번에 동정수로채와 혈맹을 맺었다. 동정수로채는 장강수로십팔채와 혈맹을 맺었고, 장강수로십팔채는 녹림칠십이채와 혈맹을 맺었지. 다시 말해 이 모든 세력이 천혈방과 힘을 합친 상태다. 천혈방 배후에 이런 엄청난 세력이 있는데 어찌 우리가 이길 수 있겠느냐?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이라도 나를 따를 자는 오른손을 들고 앞으로 나와라.”
영웅보 무사 백여 명이 오른손을 들고 앞으로 나왔다.
그들 대부분은 부보주 직속 수하들로서 장로들과도 인연이 깊은 자들이었다.
백항이 떠난 후 그들만 보에 남게 되면 아무래도 숙청을 당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하하! 좋다. 비록 생각보다 수는 적지만 이 정도 인원도 괜찮다. 천혈방 악양지부로 가자. 형수는 지부에 도착한 후 보내주겠다!”
백항이 자신 있는 표정으로 장씨부인을 끌고 연무장을 벗어나려 했다.
송씨부인과 백철한, 그리고 백여 명의 무사들이 그를 따랐다.
백운목과 백여희 등이 당황했으나 장씨부인의 안위 때문에 그들을 저지할 수 없었다.
이는 군웅들 또한 마찬가지로 섣불리 움직였다가 장씨부인이 죽기라도 한다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었다.
백엽이 소매를 흔들어 암기를 날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바로 우모침이었는데, 모두 백여 발이었다.
쐐애액.
백항, 백철한 등 연무장을 벗어나려던 무사들이 변변한 방어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썩은 짚단처럼 쓰러졌다.
“으윽!”
“으윽!”
군웅들이 놀라서 보니 장씨부인을 제외하고 모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하나같이 단전이 파괴되어 무공이 폐쇄되고 혈도까지 찍혀 있었다.
백엽이 신형을 날려 장씨부인을 부축한 것은 그때였다.
“대부인. 괜찮으십니까?”
“아! 감사합니다.”
장씨부인이 힘이 나는 듯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이유인지 그녀는 백엽만 보면 기분이 좋았다.
어지러움도 잠시 사라지는 것 같았다.
백여희가 소리쳤다.
“무림맹 부군사로서 명합니다! 저들을 모두 끌고 와 한군데로 모으세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남은 영웅보 무사뿐만 아니라 위령제에 참석한 인근 문파 무사들이 백항과 백철한, 송씨부인 등 제압당한 무사들을 끌고 와 백운목 앞에 대령했다.
백엽이 말했다.
“보주님께서 저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결정해주십시오. 일단 무공 폐쇄는 제가 했습니다. 그것이 저들에 대한 최소한의 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마음대로 결정해 죄송합니다.”
“아니오. 백 공자. 공자의 도움이 없었다면 본보의 썩은 살을 도려내지 못했을 것이오. 으음, 일단 저들의 처리는 조금 있다가 결정하고 기세를 모아 일단 영웅회부터 결성하고자 하오. 영웅 여러분!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영웅회를 결성해 악양무림을 장악하려는 적들을 막아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동의합니다.”
“찬성합니다.”
와아아.
짝짝짝.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백운목이 준엄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로써 영웅회가 결성되었음을 선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