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22
갑작스러운 흑의 사내들의 침입과 경고에 객잔 안 손님들이 화들짝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곧 그것이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실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객잔 문 옆에 있던 손님 한 명이 빠르게 빠져나가다가 흑의 대한 한 명의 검에 복부를 찔린 것이었다.
“으윽!”
“한 놈이라도 도주하면 이곳에 있는 모든 놈을 죽이겠다. 어서 병장기를 바닥으로 던져라.”
흑의 대한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소리쳤다.
흑의 대한의 수는 대략 삼십여 명.
하나같이 날이 시퍼렇게 선 검을 들고 있었다.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소속도 밝히지 않고 이유도 가르쳐주지 않아 객잔 안에 가득했던 손님들이 매우 당황했다.
그나마 원래부터 병장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나았다. 하지만 병장기를 찬 사람들은 허둥대고 있었다.
무림인에게 있어 병장기는 목숨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상승고수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 병장기의 유무는 싸움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였다.
백여 명의 손님 중 한구석에 앉아 있던 중년 무사 한 명이 소리쳤다.
“어디서 온 분들인데 다짜고짜 병장기를 버리라는 것이오? 이유라도 알아야 할 게 아니오?”
자신의 실력에 확신은 없는지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우두머리 흑의 대한이 소리쳤다.
“우리는 이번에 서평 무림을 접수한 흑선보(黑仙堡) 무사들이다. 대정문(大正門) 잔당들을 수색 중이니 순순히 우리 말을 따르면 아무도 다치지 않을 것이다.”
“아!”
“아!”
중인들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흑선보는 다름 아니라 권마종이 서평성을 점령했을 때 그들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사파였다.
권마종 무사들이 허창벌에서 대패해 천중산으로 도주할 때 이곳 서평성도 들렸는데, 그때 서평 무림을 흑선보에게 맡긴 바 있었다.
반면 대정문은 이전까지 서평성 일대 무림을 두고 흑선보와 다투던 곳으로, 권마종의 진격을 막느라 막대한 피해를 본 바 있었다.
하지만 아직 무림맹에 가입하지 않은 탓인지 그들을 지원하러 온 문파는 한 곳도 없었다.
다만 그들 중 일부가 숨어 지내다가 이번에 권마종이 물러나자 활동을 재개했다고 알려졌다. 그 때문에 그들의 씨를 말려 지배권을 독차지하려는 흑선보의 공격을 받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지휘부 고수들을 잃은 대정문 무사들이 흑선보의 공격을 당해내기는 힘들었다. 그 결과 이렇게 성 곳곳에서 마지막 소탕 작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툭.
항의성 질문을 던졌던 중년무사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풀어 바닥에 던졌다.
흑선보 무사들의 수는 천여 명에 달해 서평성 내에서는 이제 당해낼 세력이 없었다.
대정문은 물론이고 정파 세력 대부분이 권마종에 의해 초토화되었기 때문이었다.
흑선보는 그 와중에 줄을 잘 서 그 세력을 고스란히 보존했다. 지금은 오히려 흑도 세력을 흡수해 그 힘이 강해지고 있었다.
권마종 역시 흑선보가 천중산으로의 진격을 막아주는 완충 지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고수 몇 명을 남겨뒀다.
“후후! 잘 생각했다. 권마종주께서 이곳 서평성에 장로 다섯 분을 남겨 우리 흑선보를 돕게 하셨으니, 이제 그 누구도 우리를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네놈들은 왜 병장기를 버리지 않는 것이냐?”
우두머리 흑의 대한이 객잔 한구석 탁자에 앉아 있는 손님들을 가리켰다.
모두 다섯 명으로, 바로 백무명 일행이었다.
한데 우두머리 흑의 대한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것은 바로 백무명이 한 사람을 치료하고 있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복부에 자상을 입은 사람이었다. 다름 아니라 조금 전 대문 옆에서 흑선보 무사 한 명에 의해 검을 맞은 사내였다.
놀란 것은 백무명이 어떻게 그를 데려갔는지였다.
백무명 일행이 있는 곳과 대문까지의 거리는 제법 멀었다.
게다가 그 사이에는 흑선보 무사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도저히 부상자를 데려갈 통로가 없었던 것이다.
길이 있었다고 해도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데려가 치료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가 막힐 일이었다.
“네놈들 정체가 뭐냐?”
보통 고수가 아님을 직감한 우두머리 흑의 무사가 말했다.
대답을 한 사람은 바로 우문혜였다.
그녀가 나선 것은 대륙표국과 흑선보 사이의 원한 때문으로, 이전에 표행 도중 대륙표국 표사들과 흑선보 무사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다름 아니라 흑선보에서 마치 산적처럼 통행세를 요구했기 때문으로, 당시 대정문 무사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을 물리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그 싸움으로 표사 두 명이 죽었다. 불행히도 그중 한 사람은 우문혜와 오래도록 친분이 두터운 표사였다.
“우리는 영웅맹 호법들이다. 듣자 하니 흑선보 쥐새끼들이 이곳 서평성에서 마치 마적처럼 천인공노할 짓을 서슴지 않고 벌인다더니, 그게 사실이었구나.”
“으음, 진짜 영웅맹 호법들이냐?”
우두머리 흑의 무사가 흠칫했다.
자신들이 하늘처럼 떠받들고 있는 권마종이 영웅맹에 대패한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반선들이 다시 온다는 이야기를 들어 그렇게 겁내지는 않고 있었다.
게다가 상대는 불과 다섯 명이 아닌가.
“후후후! 영웅맹이라고 하면 우리가 겁먹을 줄 알았느냐? 지금 보니 하나같이 절세미인이구나. 안 그래도 미인을 품은 지 오래되었는데, 잘 된 것 같군. 여봐라. 놈들을 제압하라.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존명!”
“존명!”
흑선보 무사들이 천천히 백무명 일행에게 다가갔다.
인원이 많아서인지 백무명을 제외한 여호법 네 명이 모두 검을 뽑고 싸울 준비를 했다.
백무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중상을 입은 사내를 치료하고 있었다.
내공 치료를 해서인지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사내의 안색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었다.
‘저들 중에 고수는 없으니 호법들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다만 흑선보 지휘부 고수나 여기 남았다는 권마종 장로들이 나타나면 버거울 수 있겠군.’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이곳 서평성에서 시간을 지체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걸어오는 싸움을 피할 생각도 없었다.
일촉즉발의 순간.
객잔 한구석에 있던 노부부 한 쌍이 백무명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저희도 합세하겠습니다.”
사람들이 놀라 두 사람을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나이도 많지만 원래 무기도 없던 자들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가지고 있던 보따리에서 검을 꺼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네놈들은 누구냐?”
우두머리 흑선보 무사가 소리쳤다.
노부부가 대답 대신 얼굴에 쓰고 있던 인피면구를 벗었다.
순간 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 저들은 죽은 대정문주의 자제들이 아닌가?”
“살아있다는 소문이 있더니 사실이었군.”
사람들의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평성이 처음 권마종에 의해 함락되었을 때 제일 먼저 죽은 사람이 바로 대정문 문주였다.
하지만 아직 문주의 자녀들은 잡히지 않았다.
그동안 숨어 있다가 최근 문파 재건을 위해 활동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지금 그들이 자신들의 진짜 신분을 드러낸 셈이었다.
“아! 두 분이 바로 대정문주님의 자제분들인가요?”
황설지의 물음이었다.
허창성에서 출발하기 전 이곳 서평성 무림의 상황도 간략하게 알아보고 왔기에 두 사람의 상징성을 잘 알고 있었다.
향후 흑선보를 몰아내고 대정문이 재건된다면 꼭 필요한 사람이 바로 그들이었다.
“네. 소기륭(蘇基隆)이라고 합니다.”
“소천향(蘇天香)이라고 해요.”
소씨 남매가 포권을 했다.
살벌한 이 순간에도 예를 잃지 않는 것이 명문정파의 제자다웠다.
사실 대정문은 무림맹에 가입만 하지 않았지 대표적인 정파였다.다만 아직 무림맹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무사 대부분이 중도 성향 낭인무사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기득권이 강한 무림맹에 대해 왠지 모를 거부감이 있는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이번에 문파가 멸문 수준으로 당하자 배후에 큰 세력이 있고 없음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다.
소기륭이 말했다.
“안 그래도 영웅맹 고수분들을 뵙고 싶었습니다. 우리 대정문 역시 언젠가 영웅맹에 꼭 가입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서평 무림을 위해 나서주시니 어찌 저희가 가만있겠습니까?”
“아! 그랬었군요. 위험을 무릅쓰고 신분을 드러낸 용기가 대단합니다.”
성려화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래는 백무명이 응대해야 하나 치료 중이라 그녀가 나선 것이었다.
흑선보 우두머리 무사가 소리쳤다.
“네놈들이 이 근처에 있다는 첩보를 듣고 달려왔는데 그게 사실이었구나. 인피면구를 썼을지도 몰라 이곳에 있던 놈들의 얼굴 가죽을 모두 벗길 생각이었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계집 사내 구별하지 않고 모두 죽여주마. 뭣들 하느냐? 놈들은 고작 일곱 명에 불과하다. 어서 공격하라!”
“존명!”
“존명!”
흑선보 무사들이 대답과 함께 일제히 공격해 들어갔다.
슈우욱. 슈욱.
좁은 공간이지만 그동안 훈련이 잘되었는지 예상보다 훨씬 강한 위력이었다.
백무명 일행 중 가장 먼저 움직인 사람은 조용히 있던 악완이었다.
그녀가 검을 휘두르자 눈부신 검광과 함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윽!”
“으윽!”
사람들이 놀라서 보니 벌써 흑선보 무사 세 명의 목이 떨어져 있지 않은가.
누군가 소리쳤다.
“옥녀검법! 설마 화산옥녀란 말인가?”
“화산파 고수다!”
화산파라는 말에 흑선보 무사들이 흠칫했다.
이미 동료 무사 두 명의 죽음으로 뒤로 물러났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그대로 보내줄 백무명 일행이 아니었다.
네 명의 여호법과 대정문 소씨 남매가 일제히 공격을 가했다.
흑선보 무사들이 반격을 가했으나 이미 대세는 기울어 있었다.
“으윽!”
“크윽!”
무사들의 비명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모두 흑선보 무사들의 것이었다.
“이럴 수가!”
대문 쪽으로 물러나 관전을 하던 우두머리 무사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순식간에 수하들이 모두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닌가.
특히 악완과 우문혜의 검술이 놀라웠다.
물론 성려화와 황설지 역시 일류고수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줬다.
소씨 남매 또한 각기 한 명씩 목을 베어 그 무공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네놈들이!”
우두머리 무사가 소리를 치더니 돌연 신형을 돌려 도주하려 했다.
우문혜가 검을 날려 그의 목을 자른 것은 바로 그때였다.
“크윽!”
우무머리 무사의 목이 떨어지자 사람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다들 흑선보의 횡포로 억눌러있던 마음이 폭발한 것 같았다.
“이곳은 위험하니 저희를 따라오십시오. 서평 무림을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영웅들이 은신해 있는 곳에 모시고자 합니다. 가주시겠습니까?”
소기륭이 간절한 눈빛을 보였다.
소천향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호법 중 아무도 확답을 주지 못했다.
이처럼 중요한 결정은 백무명이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치료를 모두 마친 백무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요. 이왕 이렇게 된 것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