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23
백무명 일행이 소씨 남매를 따라간 곳은 서평성 변두리에 있는 폐장원이었다.
장원에 도착하니 백여 명의 무사가 모여 있었다.
그들은 바로 서평 무림인들로 대정문을 비롯해 얼마 남지 않은 정파 무사들이었다.
소기륭이 백무명 일행을 소개하자 다들 놀라며 반가워하는 표정이었다.
무사들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던 대정문 태상장로 대정객(大正客)이 말했다.
“아! 영웅맹 분들이셨군요. 소문주님과 아가씨를 도와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도움을 받았지요.”
백무명이 겸양했다.
소기륭이 말했다.
“무슨 말씀을. 여러분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놈들에게 잡혔을 겁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습니까? 흑선보 놈들이 이곳을 찾아내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은데, 영웅맹 여러분의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글쎄요. 그보다 현재 병력이 어느 정도입니까?”
“우리 병력 말입니까?”
“네.”
“우리 병력은 지금 보시는 백여 명이 전부입니다. 권마종 놈들에게 성내 각 문파가 초토화되었지요. 놈들은 정말 잔인했습니다. 한 명도 살려두지 않았지요. 그나마 생존자는 외부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뒤늦게 복귀한 자가 대부분입니다.”
대정객의 설명이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백여 명 중 절반가량은 대정문 무사들이라고 했다.
나머지는 피신할 곳이 마땅치 않아 대정문의 안가라 할 수 있는 이곳 장원에 모인 사람들이었다.
“흑선보 병력은 천 명이 넘는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황설지의 물음이었다.
“그렇게 알려졌지만, 며칠 사이 두 배로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성내 흑도 세력이 대거 흑선보 휘하로 들어갔기 때문이지요. 영웅맹 호법분들의 무공이 뛰어나시니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함께 싸워만 주신다면 다른 것은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대정객이 간절한 눈빛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백여 명의 무사들 대부분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어 자체적으로 뭔가를 할 상태가 아니었다.
반면 적들의 포위망은 점점 좁혀져 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적발되어 전멸을 당할 것이 뻔했다.
백무명이 물었다.
“놈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흑선보 총단에 있습니까?”
“네.”
“그럼 대정문 총단은 비어있습니까?”
“아닙니다. 놈들 병력 일부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대략 삼백여 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으음, 그럼 총단부터 탈환해야겠군요. 대정문 총단을 탈환한 후 놈들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그래야 흩어져 있는 무사들을 모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총단을 탈환할 병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돕겠······.”
백무명이 말을 하다 멈췄다.
안색이 조금 굳어진 것이 뭔가를 파악한 것 같았다.
“왜 그러십니까? 총호법님.”
대정객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머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놈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운이 느껴집니다. 병력은 대략 오백여 명 정도입니다.”
“아! 이곳이 발각된 것인가.”
“아!”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기야 대정문 안가의 위치는 비밀문서만 찾게 되면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비밀문서 대부분이 대정문 총단에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놈들이 이곳을 발견하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였다.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이곳을 공격하는 놈들부터 제거해야겠습니다. 모두 전투태세를 갖춰주십시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자연스럽게 총지휘자가 된 백무명의 명에 모든 무사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다만 그렇다고 승리를 자신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무리 영웅맹 호법들이라 해도 고작 다섯 명에 불과했다.
사실 그들이 원한 것은 허창성에 있는 영웅맹 무사들의 지원이었다.
무사 천여 명 정도만 보내준다면 흑선보와도 한번 싸워볼 만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데 고작 다섯 명 가세로 흑선보 병력을 이긴다고 생각하는 것은 애초 무리임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전투태세를 갖추라는 명에도 허둥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보다 못한 백무명이 말했다.
“일단 대문을 열어 놈들을 연무장 쪽으로 유인하십시오. 우리 역시 연무장에 미리 가 있는 게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모두 총호법님 말씀대로 따르시오.”
“갑시다!”
대청에 모여 있던 무사들이 일제히 연무장으로 향했다.
“어쩌실 생각이세요?”
우문혜가 걱정되는지 연무장으로 가면서 백무명에게 물었다.
그녀 생각에는 일단 다른 곳으로 피신하는 것이 나았기 때문이었다.
“전면전으로 승부를 볼 생각이오.”
“하지만 병력이 너무 부족해요. 총호법님 말씀대로 오백 명 정도 병력이라면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거예요.”
가장 적극적인 성격의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나머지 호법들도 동조했다.
“저희 생각도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에 남아 있던 무사들의 몸 상태가 너무 심각합니다.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되는 것 같군요.”
악완의 말이었다.
평소 자신의 주장을 거의 하지 않던 그녀 역시 이번 싸움은 무리하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나머지 사람들까지 구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것도 놈들 중에 지휘부 고수들이 없다는 전제하에서요. 만약 지휘부 고수들이 대거 오고 있다면 우리 역시 빠져나가기 힘들 거예요.”
“지휘부 고수라 함은 흑선보 장로들을 말하는 것이오?”
“네. 하지만 더욱더 우려되는 것은 권마종 장로들의 가세예요. 놈들이 이곳까지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만약 온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거예요. 지금이라도 작전 변경을 고려하시는 게 어떨까요?”
악완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화산파 총단 탈환 문제로 여러 번 치열한 전투를 경험한 그녀였다.
본능적으로 이번 싸움에 승산이 거의 없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있으니까.”
백무명이 미소를 지었다.
호법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사실 그동안 백무명의 무공을 직접 견식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맹주 비밀 호위에다가 총호법 신분까지 지녀 무공이 상당할 거로 추측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말하는 것을 보니 혼자서 오백여 명의 무사를 상대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혹시 진법을 펼칠 생각이신가요?”
성려화의 물음이었다.
“그렇소. 보호 진법을 펼치면 서평 무림인들의 안전을 한시진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오. 그동안 놈들을 무력화하는 것은 내가 맡겠소. 다만 뒤처리는 함께 하도록 합시다.”
“아!”
“아!”
호법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백무명이 말한 전투 방식은 바로 영웅맹주가 허창벌에서 사용하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절대고수라야 쓸 수 있는 것이었다.
“믿어보겠어요.”
악완의 말에 나머지 호법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 * *
“하하하! 이 쥐새끼 같은 놈들! 여기 숨어 있었구나. 네놈들은 오늘 모두 죽는다.”
폐장원 안으로 쳐들어온 흑선보 무사 오백여 명의 우두머리가 소리쳤다.
그는 흑선보 부보주 이앙(耳央)이란 자였다.
흑선보 무사들 맞은 편에는 이십장 거리를 두고 서평 무림인 백여 명이 대치해 있었다.
물론 백무명 일행도 그들과 함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보고를 받지 못했는지 백무명 일행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두는 흑선보 무사들은 없었다.
다만 서평 무림인들 앞에 엷은 금빛 막 같은 것이 보이는 것은 제법 신경 쓰이는 것 같았다.
사실 흑선보 무사들이 선뜻 공격을 가해오지 않는 것도 바로 그 금빛 막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군자 안개 때문에 이런 종류의 막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져 있었다.
“혹시 네놈들이 보호 진법을 펼친 것이냐?”
“그렇다면 어떻게 할 테냐?”
대정객이 소리쳤다.
그가 이앙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은 혹시 다른 병력이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허실을 탐지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미 이곳에 온 흑선보 병력만으로도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려대로 흑선보의 십대장로가 모두 왔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백무명이 보호 진법이라고 쳐 놓은 것 역시 무조건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진을 펼칠 때 보니 돌멩이와 나뭇가지 몇 개를 이용하여 너무나 간단하게 설치했기 때문이었다.
진법의 이름을 물어봐도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하기야 백무명 또한 최근 기억난 진법이라 아직 그 이름을 모르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다른 사람들은 왠지 불안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앙이 말했다.
“일각의 여유를 주겠다. 지금이라도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는 자는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마지막 기회니 신중히 판단하라.”
“개소리! 네놈들의 거짓말에 속아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죽은 사람이 부지기수이거늘, 어디서 또 허튼수작을 부리는 것이냐?”
“후후후! 벌써 소문이 퍼졌나? 그럼 할 수 없지. 몰살시킬 수밖에.”
이앙이 우수를 어깨 위로 들었다.
그러자 백여 명의 궁수들이 화살을 쏠 준비를 했다.
그들이 갖고 있는 화살은 흑선시(黑仙矢)란 것으로 맹독이 발라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권마종이 공격해오기 전 대정문이 흑선보를 멸문시키지 못한 것도 바로 이 흑선시 때문이었다.
스치기만 해도 즉사를 하고 마는 무서운 독화살.
게다가 활 자체도 특수 처리를 해 발사하게 되면 그 속도가 매우 빨랐다.
웬만한 무사는 절대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보호 진법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 화살 공격 한 번에 몰살될 위기였다.
서평 무림인들이 다들 백무명을 쳐다봤다.
사실 그들은 백무명 일행이 오기 전에 서평 무림 연합이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그 수장을 뽑고 있었다.
원래는 그 자리에 대정문주가 앉아야 했으나, 그는 권마종주에게 죽임을 당해 마땅한 자가 없었다.
한데 자연스럽게 백무명이 실질적으로 그 총지휘자가 된 셈이었다.
대정객이 소리쳤다.
“우리는 서평 무림 연합 무사들로 이미 영웅맹과 동맹을 체결했다. 설사 우리를 모두 죽인다고 해도 영웅맹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좋은 말 할 때 물러가라.”
“후후후! 네놈 말을 어찌 믿느냐? 영웅맹 놈들이 네놈들과 동맹을 맺었다는 증거가 있느냐?”
“있다. 이곳에 영웅맹 호법분들이 와 계신 게 그 증거다.”
대정객이 백무명 일행을 가리켰다.
“그게 정말이냐? 네놈들이 정말 영웅맹 호법들이냐?”
이앙이 다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아까부터 옆에 있던 무사 한 명이 악완을 가리키며 화산옥녀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화산옥녀 악완이 영웅맹 호법이 된 사실은 이앙 역시 알고 있었다.
이는 다른 호법들에 비해 악완의 명성이 더 높기 때문으로, 화산파 때문이라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악완이 말했다.
“나는 화산파 출신 영웅맹 호법 악완이다. 대정객 장로의 말씀은 모두 맞다. 동맹을 맺지 않았다면 우리 호법들이 왜 이곳에 있겠느냐? 우리 영웅맹은 곧 권마종 잔당을 소탕할 계획이니, 네놈들도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하수인 노릇을 그만하고 보를 해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흥! 네년이 설사 화산옥녀라고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화산파 역시 총단을 잃고 그 세력이 멸문 수준에 이르렀으니, 예전과 달리 우리가 겁먹을 필요가 전혀 없지. 여봐라! 뭣들 하느냐? 어서 화살을 날려라!”
“존명!”
“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