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24
휙휙휙!
백여 발의 흑선시가 날아갔다.
흑선보 궁수대가 날린 화살의 빠르기는 실로 상상 이상이었다.
그야말로 눈 깜박할 사이에 서평 무림 연합 무사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화살을 맞게 된 무사들이 매우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그들은 방패도 없었고 그렇다고 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도 드물었다.
오직 믿는 것이라고는 백무명이 펼쳐 놓은 보호진뿐이었다.
보호진은 금빛 막 형태로 장벽을 이루고 있었지만 너무 엷은 데다가 시야를 방해하지도 않아 왠지 불안한 면이 컸다.
무사들이 순간적으로 보호진을 잊고 다급성을 터뜨린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앗!”
“어서 피해라!”
진영이 급격히 무너지며 백여 명의 무사들이 몸을 움츠린 바로 그 순간.
백여 발의 화살이 금빛 막에 작렬했다.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너무나 쉽게 뚫을 것 같은 금빛 막에 화살이 막혀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버렸던 것.
그야말로 완벽한 방패였다.
와아아.
서평 무림 연합 무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움츠렸던 무사들이 다시 몸을 폈다.
천하제일 갑옷을 입은 것처럼 다들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이앙이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뭣들 하느냐? 계속 화살을 날려라!”
휙휙휙.
수백 대의 화살이 다시 연이어 발사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서평 무림 연합 무사들은 이제 피할 생각도 없이 그대로 서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화살이 동이 나자 궁수대 역시 검을 뽑았다.
나머지 흑선보 무사들은 이미 공격 준비를 마친 상황.
이앙의 지시가 떨어지면 곧바로 들이닥칠 기세였다.
문제는 화살도 뚫지 못한 보호진을 과연 뚫을 수 있을지였다.
그때였다.
잠자코 있던 백무명이 앞으로 나왔다.
“나는 영웅맹 총호법이다. 누구든 나를 꺾으면 우리 영웅맹은 이 싸움에서 손을 떼겠다. 어떻냐?”
“하하하! 좋다! 마음에 드는 제의로군. 사내라면 약속을 꼭 지켜야 할 것이다.”
이앙이 껄껄 웃으며 백무명의 제의를 수락했다.
사실 그로서는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전면전을 벌이면 어떻게든 승리하겠지만, 나중에 영웅맹의 보복이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권마종의 위세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권마종 장로 다섯 명이 흑선보 총단에 머물고 있긴 하지만 더 이상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앞으로 서평 무림을 온전히 다스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영웅맹의 개입을 처음부터 없애는 것이 필요했다.
이앙이 옆에 있는 흑선보 장로들에게 눈짓했다.
그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바로 흑선보 태상장로 흑선객(黑仙客)이란 자였다.
“노부가 처리하겠소.”
흑선객이 도끼 한 자루를 빙빙 돌리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앙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태상장로께서 나서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알겠소. 죽이는 것은 최대한 피해 보겠소.”
“후후후. 역시 태상장로께서는 제 마음을 아시는군요. 든든합니다.”
“별말씀을. 그럼.”
흑선객이 고개를 끄덕인 후 좀 더 앞으로 나왔다.
백무명 역시 앞으로 더 나와 두 사람 간격은 금세 삼장 정도까지 좁혀졌다.
“영웅맹 총호법이라고 했나? 이번 전투에서 발을 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그냥 철수하는 것이 어떻겠나?”
흑선객의 말에 백무명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곧 죽을 자가 헛소리를 하는군.”
“뭐라고?”
흑선객이 분노하며 고함을 쳤다.
그때였다.
서평 무림 연합 진영에서 대정문 태상장로 대정객이 앞으로 나왔다.
“총호법님. 저자는 제게 맡겨주십시오. 이번 기회에 저자만큼은 제가 처리하고 싶습니다.”
“아닙니다. 이번 싸움은 개인 간의 실력대결이 아니니 돌아가 있으십시오. 아직 내상이 완전히 회복되시지도 않았는데 무리해서 좋을 게 없습니다.”
“아! 그 사실을 어떻게?”
대정객이 깜짝 놀랐다.
자신이 내상을 입은 사실은 철저히 비밀에 부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나선 것은 흑선객이야말로 그의 호적수였기 때문이었다.
아직 한 번도 겨뤄본 적은 없었으나 같은 태상장로로서 서로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명예를 중시하는 그의 성격상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백무명이 내상을 언급함으로써 그에게 또 다른 명분을 줬고 마음 편히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대정객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자, 백무명과 흑선객의 싸움은 곧바로 개시되었다.
선공을 가한 것은 바로 흑선객이었다.
들고 있던 도끼를 그대로 백무명을 향해 던져버린 것이었다.
쐐애액.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공격.
백무명이 아직 지존검을 뽑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공격이기도 했다.
곧이어 백무명의 이마에 도끼가 그대로 박히기 직전.
백무명의 신형이 그대로 사라졌다.
동시에 도끼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원래라면 도끼가 허공을 가르고 날아가야 하나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듯 떨어지고 만 것이었다.
흑선객이 흠칫했다.
원래 그의 도끼는 특수한 것이라 이기어검술처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설사 빗나갔다고 해도 궤도를 바꿔 회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끼가 떨어졌고 게다가 땅바닥에 깊숙이 박혀버렸다.
“이런!”
흑선객이 당황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기야 지금 문제는 도끼가 아니었다.
사라진 백무명의 행방을 찾아야 했다.
싸움에 있어서 적의 위치를 모른다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백무명은 보이지 않았다.
흑선객이 돌연 껄껄 웃었다.
“하하하. 벌써 도주를 한 것인가. 그 정도 공격에 겁을 먹고 달아나다니. 나는 그래도 목숨만은 살려주려고 했는데, 나머지 영웅맹 호법들도 좋은 말 할 때 꺼져라. 기회는 이번 한 번뿐······ 으윽!”
흑선객이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얼마 후 그의 몸이 고목처럼 쓰러졌다.
흑선보 무사들이 급히 다가가 그를 부축하려 했으나 이미 즉사한 이후였다.
상처도 따로 없었다.
다만 입가에 실낱같은 피가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보다 못한 이앙이 직접 그의 상태를 살폈다.
“심맥이 끊어졌다. 이놈! 어디 있느냐?”
“여기 있다.”
목소리와 함께 백무명이 원래 있던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 조금 전 사라졌는데 거짓말처럼 다시 나타난 것이다.
“으으······ 대단한 은신술이군. 설마 은신한 상태로 태상장로에게 다가가 살수를 펼친 것이냐?”
“그렇다.”
백무명이 담담히 말했다.
그의 표정은 태연했다.
‘다행히도 반선들은 오지 않았구나. 하기야 갑자기 이곳 서평성에 오지는 않았겠지. 그렇다면 더는 시간을 끌 필요가 없겠구나.’
백무명이 눈을 빛내며 지존검을 내밀었다.
흑선보 장로 아홉 명이 일제히 합공을 가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죽어라!”
“죽어라!”
태상장로의 죽음 때문일까.
장로들의 합공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하지만 백무명은 그대로 서서 지존검으로 검풍을 날렸다.
검기와 달리 검풍은 그 범위가 넓은 편이었다.
장풍과도 다른데 한번 검신을 통해 기가 응축되기 때문에 그 파괴력이 더 강했다.
물론 가장 강한 것은 검강이지만 내력 소모가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상대가 초절정 고수급이 아니라면 이런 검풍이 효과적일 수 있었다.
쏴아아.
매서운 검풍이 회오리바람처럼 커지며 아홉 장로를 덮쳤다.
그 결과는 참혹 그 자체였다.
처절한 비명과 함께 장로들의 몸이 그대로 터져버린 것.
그들의 시체는 수천 갈래로 찢겨나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백무명 역시 흠칫하는 표정이었다.
‘지존검 자체에 강한 힘이 담겨 있구나. 굳이 내공을 강하게 담을 필요가 없을 듯하다.’
백무명이 천천히 이앙을 향해 다가갔다.
이앙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뭣들 하느냐? 어서 총공격을 가해라. 놈은 혼자다. 뒤에 있는 놈들은 대부분 부상자라 우리 상대가 되지 못한다. 어서 쳐라!”
“존명!”
“존명!”
오백여 명이라는 병력을 믿은 것일까.
장로들의 처참한 시체를 목격했음에도 크게 흔들림 없이 흑선보 무사들이 진격을 해왔다.
와아아.
함성과 함께 해일처럼 밀려든 그들을 맨 먼저 상대해야 할 사람은 물론 백무명이었다.
백무명이 다시 검풍을 날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원래는 이번에도 음공을 펼칠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자신의 신분을 의심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검풍의 위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쏴아아아.
회오리 같은 바람이 폭풍으로 변하며 흑선보 무사들을 그대로 덮쳐버렸다.
원래 그 정도로 큰바람이 아니었으나 순간적으로 수백 배 넘게 팽창한 결과였다.
“으윽!”
“크윽!”
또다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오백여 명이나 되는 흑선보 무사들 전부의 것이었다.
얼마 후 먼지가 걷히고 드러난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흑선보 무사 전원이 쓰러져 있었다.
즉사한 자만 백 명이 넘었다.
앞선 동료가 장벽 역할을 해 목숨을 건진 자들도 심한 내상을 입어 공격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백무명이 우수를 들어 소리쳤다.
“바로 이때입니다! 전원 공격하십시오!”
와아아.
함성과 함께 서평 무림 연합 무사들이 일제히 달려 나와 공격을 가했다.
흑선보 무사들이 저항하려 했으나 이미 대세는 기운 상태였다.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는 몸으로 어찌 싸울 수 있겠는가.
영웅맹 호법들의 활약으로 그나마 무공을 간간이 펼치던 흑선보 대주급 무사들이 쓰러지자, 나머지는 그야말로 일방적인 학살 수준이었다.
백무명은 그런 서평 무림 연합 무사들의 공격을 말리지 않았다.
그들의 피맺힌 원한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피의 복수가 펼쳐질 때.
백무명은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는 이앙 앞으로 갔다.
그는 부보주 답게 아직 움직임이 활발한 편이었다.
백무명을 발견한 그가 빠르게 검을 찔러들어왔다.
백무명이 가볍게 신형을 솟구쳐 이를 피한 후 지존검으로 그의 목을 잘랐다.
워낙 쾌검이라 그가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케엑!”
쿵.
목을 잃은 그의 신형이 쓰러졌다.
수장을 잃은 흑선보 무사들의 사기가 더욱더 떨어진 것은 물론이었다.
살아남은 자들이 필사적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오백여 명 중 살아서 도주한 자는 불과 십여 명뿐이었다.
대승을 거둔 서평 무림 연합 무사들이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
그도 그럴 것이 오랜만에 맛보는 승리였다.
비록 반수 이상이 제대로 된 몸 상태가 아니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동안 위축되고 억눌렸던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승리의 일등 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백무명이었다.
그가 보여준 신위는 가히 절대적이었다.
소씨 남매와 대정객 등이 일제히 그에게 몰려왔다.
“총호법님.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대정객의 물음이었다.
백무명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는 동안 악완, 우문혜, 성려화, 황설지 이렇게 네 명의 호법이 그의 뒤에 섰다.
직접 백무명의 무공을 목도한 그녀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가 영웅맹주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총호법의 무공이 맹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을 다들 하고 있을 뿐이었다.
백무명이 말했다.
“이 기세를 그대로 살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지금 시급한 것은 대정문 총단을 탈환하는 겁니다. 일단 탈환을 하게 되고 우리의 승전 소식이 퍼지면 흩어졌던 무사들이 다시 모일 겁니다. 그때 흑선보와 전면전을 벌여 끝장내면 될 것 같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지금 바로 출발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무사들에게 명을 내려주십시오.”
“네.”
대정객이 고개를 한번 숙인 후 소리쳤다.
“모두 들었을 것이오. 본문 총단부터 탈환하려 하오. 모두 출발하시오!”
와아아.
함성과 함께 백여 명이 무사들이 일제히 장원 밖으로 나갔다.
백무명 일행이 함께 간 것은 물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