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28
허창성 영웅맹 총단으로 돌아온 백무명 일행은 곧바로 지휘부 고수 백여 명을 소집해 작전 회의를 열었다.
백무명은 역용을 풀고 예의 인피면구를 착용해 혼동을 미리 방지했다.
회의가 시작되자 백무명은 지휘부 고수들에게 자신이 천중산에 갔다 온 사실을 밝혔다.
서평성에서의 영웅맹 총호법의 활약은 이곳 허창에도 널리 알려졌기에 사람들의 놀라움은 매우 컸다.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미리 알고 있었던 백여희뿐이었다.
백운목이 물었다.
“그럼 맹주님께서 그동안 폐관 수련을 하신 것이 아니라 서평성을 거쳐 천중산에 갔다 오신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백무명이 고개를 끄덕인 후 천중산에서 환영진을 깨트리고 환영선인을 제거한 사실까지 알려줬다.
동시에 권마종 무사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까지 알렸는데, 정작 지휘부 고수들이 놀란 것은 반선의 죽음이었다.
“환영선인이란 자가 신선계 반선이었고, 놈을 제거하셨다는 말씀이지요?”
“그렇습니다. 사실 운이 따랐습니다. 소문대로 반선의 무공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맹주님께서 한 명이지만 반선을 제거하신 게 아닙니까? 그동안 반선은 가히 신적인 존재로 취급되어 공포의 대상이었는데 이제 그런 두려움은 사라질 것 같습니다. 한데 권마종 놈들이 사라졌다니,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현재로선 오리무중입니다. 백 군사의 생각은 어떠하오?”
백무명이 백여희를 쳐다봤다.
백무명이 없는 동안 허창 무림을 잘 다스렸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신뢰가 더욱 깊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화근 덩어리였던 허창 흑도 세력을 발본색원했다는 보고에 백무명이 흡족해했다.
“제 생각에 권마종 놈들이 사라진 것은 분명 신선계 반선들과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천중산 주위를 탐문한 결과 권마종 놈들의 종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으음, 혹시 남하하여 호북성으로 들어갔는가 했는데 그것도 아니란 말이오?”
“네. 결론적으로 놈들은 천중산에 들어가서 그곳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바로 반선들의 특수 능력인 이동 능력의 발휘로 이루어진 결과인 것 같습니다.”
“이동 능력?”
“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특수이동 대법이라고 하더군요.”
“특수이동 대법?”
백무명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서 들어본 기억이 있었던 것이다.
하기야 최근 그의 기억은 점점 회복되고 있었다.
이는 환영선인의 내공을 흡수해 내공이 더욱 견고해진 덕분으로 머리까지 맑아진 것 같았다.
“네. 놈들이 어디로 순간 이동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우려되는 게 사실입니다.”
“무림맹 총단을 걱정하는 것이오?”
“네. 다른 곳과 달리 무림맹 총단의 상징성은 막대하기 때문이지요. 비록 기득권의 폐해로 비판을 받고 있지만 무림맹이 무너지면 우리 영웅맹 역시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이제 낙양으로 지원을 하러 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백여희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술렁였다.
낙양으로 지원을 하러 갈 거라는 예상은 권마종 무사들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들 하고 있었다.
“현재 무림맹 총단 상황은 어떠하오?”
“그야말로 사면초가입니다. 일단 독마종의 공격을 받았던 개봉은 이틀 전 함락이 되었으며, 섬서성 경계에서 검마종 병력을 막아내던 소림사 승려들도 대패해 방어선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게다가 우리 허창성을 위협하던 광마종 역시 하남성 성도인 정주를 함락했다고 합니다.”
“으음, 그럼 지금 낙양이 포위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오?”
“네. 동쪽은 독마종, 서쪽은 검마종, 북쪽은 광마종에 의해 포위된 형국이지요. 권마종 세력이 잠적한 지금 우리 영웅맹이 북진하여 무림맹을 도와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으음, 알겠소. 좀 더 버틸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을 것 같구려. 언제 출발하면 좋겠소?”
“바로 내일 아침입니다. 그동안 계속 미뤄왔던 터라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 병력 규모는?”
“만 명입니다.”
“그동안 병력이 두 배 가까이 불어났구려.”
“네. 맹주님께서 천중산으로 가셨을 때 각지에 있던 무사들이 대거 모였습니다.”
“좋소. 한데 광마종 별동대가 인근에서 우리를 노리고 있다고 하지 않았소? 놈들의 동태는 파악했소?”
“네. 정탐 결과 놈들 병력은 오천으로 허창성 북쪽 외곽에 주둔하고 있었으나, 최근 낙양 쪽으로 다시 북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으음, 그 이유를 알 것 같소.”
“그게 뭔가요? 솔직히 아직 놈들의 의도를 잘 모르고 있었는데,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내 생각이지만 낙양 무림맹 총단을 먼저 장악하는 곳의 종주가 무림왕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 것 같소.”
“아, 그럴 것 같네요. 저번 허창벌 전투 때 권마종주가 비슷한 말을 했었지요.”
“그렇소. 칠마종 종주들은 지금 그들끼리 경쟁을 하고 있소. 반선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로 그 때문에 무림이 더 어지러워진 것 같소. 그건 그렇고 사천성 상황은 어떻소? 여전히 칠마종 세력을 막아내고 있소?”
“사천성에는 처음부터 칠마종 세력의 침입이 없었다고 합니다. 한데 최근 이상한 조짐이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사천성 서쪽 경계에 맞닿아 있는 서장 무림의 패자 포달랍궁의 승려들이 대거 모여들고 있다고 합니다.”
“어디에 모인다는 것이오?”
“그야 포달랍궁 총단이지요. 서장 전역에 흩어져 있던 포달랍궁 소속 라마승들뿐만 아니라 휘하 무림 세력도 총동원되고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사천성을 침공할 것 같습니다.”
“아, 그렇다면 이미 포달랍궁과 칠마종 간에 서로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오?”
“잘 보셨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장 유력한 추측입니다.”
“포달랍궁 병력은 어느 정도 되오?”
“포달랍궁 자체 병력은 십만 정도 되고, 휘하 세력을 모두 합친 서장무맹 병력은 총 삼십만 정도로 추산됩니다.”
“현 서장무맹주가 바로 포달랍궁주라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오?”
“네. 아마도 서장무맹주 자격으로 침공을 가해올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백여희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다시 술렁였다.
칠마종 중 한 곳을 상대하는 것도 벅찬데 서장무맹까지 침공을 한다면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기 때문이었다.
영웅무관주 성장백이 물었다.
“칠마종 놈들이 사천성까지 내주며 서장무맹과 손잡은 게 사실이라면 그 이유가 뭘까요? 단순히 서장무맹을 겁내서는 아닌 것 같은데 말입니다.”
백여희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아무래도 마교와의 대결을 대비한 포석인 것 같습니다.”
“십만대산에 총단이 있는 그 마교 말이오?”
“네. 공식적인 명칭은 천마신교이지요. 물론 무림인들 대부분이 마교로 불러 이제 자신들도 그렇게 부르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말입니다.”
“으음, 하기야 천마가 지금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는 하나 칠마종으로서는 위협을 느끼고 있을 것이오.”
“당연하지요. 원래 마교의 휘하 세력이었으니 말이 좋아 독립이지 반역을 한 셈이니까요. 한데 흥미로운 첩보가 하나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이건 정말 첩보라기보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불과하지만 맹주님도 아셔야 할 것 같습니다.”
“뜸 들이지 말고 이야기해 보시오.”
“네. 다름 아니라 마교주 천마가 가짜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백여희의 말에 좌중이 다시 크게 술렁였다.
“천마가 가짜라니. 지금 십만대산에 있는 천마가 가짜라는 것이오?”
“네. 쉽게 말해 진짜 천마는 실종 상태이고, 현재 십만대산에 있는 천마는 누군가 역용을 한 것이라는 거지요. 그 때문에 지금 마교 총단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합니다.”
“그런 일이······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되는 것이오? 오히려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오?”
“현명하십니다. 지금 마교는 실질적으로 우리의 우군 역할을 할 수도 있는데, 천마의 신상에 무슨 일이 벌어졌다면 그럴 가능성이 사라지게 되지요.”
“마교와의 동맹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오?”
“네. 맹주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소. 다만 마교가 서장무맹을 막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드는구려. 역사적으로 외적의 침입에 정사 구별 없이 힘을 합친 적이 많으니 말이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첩보 수준이니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나 또한 같은 생각이오. 일단 우리는 칠마종부터 제거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오. 그럼 내일 바로 출정하는 것으로 하고 그 준비를 하도록 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깊은 밤.
출정 전야라서 그런지 백무명은 또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용히 묵상에 잠겨 있었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얼떨결에 영웅맹주가 된 이후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일이 있었다.
이제 낙양으로 지원을 하러 감에 있어 마음의 정리가 필요한 시기였다.
그러다 문득 아까 작전 회의 때 언급되었던 천마 이야기가 떠올랐다.
특히 십만대산에 있는 천마가 가짜일 수도 있다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깊은 흥미가 생겼다.
‘천마라.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다. 백 군사 말대로 그들의 힘을 이용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듣자 하니 지난 십 년간 마교가 잠잠했던 것도 모두 천마 덕분이라고 하던데, 언제 한번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군. 그래서 동맹이라도 맺게 되면 당면한 무림대란을 끝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백 군사 말대로 서장무맹이 침공을 개시하면 가뜩이나 약해진 정파 힘만으로는 막아내기 힘들 것이다.’
백무명이 상념에 잠겨 있다가 이번에는 손에 낀 반지를 봤다.
지금까지 반지를 통해 얻게 된 물건은 무명비급과 지존검 정도였다.
하지만 왠지 다른 물건도 있을 것 같았다.
‘혹시 특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물건 하나 정도는 끄집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출정은 지극히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니 도움이 될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백무명이 반지에 손을 대고 내공을 실었다.
그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집중을 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의 처소에 금빛이 가득하더니 이번에도 섬광이 일었다.
백무명이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방바닥에 두 가지 물건이 보였다.
그것은 비수와 부채였다.
“하하하. 이번에는 두 개나 되는군.”
백무명이 비수부터 살폈다.
매우 평범해 보였으나 금세 보통 비수가 아님을 간파했다.
비수를 들어 방 안에 있던 향로를 살짝 베자 무 잘리듯 두 동강 났다.
청동으로 된 향로라 보검이 아니라면 절대 쉽게 자를 수 없는 것이었다.
‘정말 예리하군. 지존검과 맞먹을 정도다.’
백무명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다음 살펴본 것은 부채였다. 아직 그 용도를 잘 모르겠지만 이 역시 많은 효능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옛 물건들을 통해 하나둘 빈자리가 채워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구나.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조바심을 내지 말고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자. 그럼 일단 비수와 부채 이름부터 지어볼까.’
백무명이 잠시 생각하다가 이름을 생각해냈다.
지존검에서 지존이라는 이름을 따와 비수와 부채를 각각 지존비수와 지존선(至尊扇)으로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짓는 김에 반지 이름도 지존환이라 부르기로 했다.
‘지존으로 통일하니 외우기도 쉽고 좋구나. 한데 지존비수와 지존환은 왠지 이전에 내가 지었던 이름과 같은 것 같군.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지었는데, 어쩌면 옛 기억이 살아났는지도 모르겠다.’
백무명이 지존비수와 지존선을 갈무리한 후 다시 상념에 잠겨 있을 때였다.
맹주 처소 밖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무사 한 명이 들어왔다.
“맹주님. 무림맹 총단에서 장로 한 명이 왔습니다. 밤이 깊었는데 지금 만나보시겠습니까?”
“어서 모시고 오시오.”
“네.”
얼마 후 무사가 데려온 사람은 항윤량이라는 무림맹 장로였다.
“항윤량이라고 합니다.”
“백무명입니다.”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항윤량이라. 어쩐지 이전에 들어본 이름 같구나. 한데 기운이 썩 좋지 못하다. 조심해야 할 사람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