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30
“역시 황금열쇠가 사라진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소.”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백여희와 함께 빈청으로 와서 항윤량의 시신을 살펴본 결과 예상대로 황금열쇠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항윤량이 황금열쇠를 두 사람에게 잠시 보여줬다가 품속에 넣는 것을 봤기 때문에 없어진 것은 확실해 보였다.
“이제 어쩌지요?”
백여희의 물음에 백무명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항윤량을 죽인 자객을 추적해야 황금열쇠를 되찾을 수 있지만, 웬일인지 백무명은 시신만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있나요? 맹주님 능력이라면 추적도 가능할 것 같은데······.”
“황금열쇠 때문이라면 놈을 추적할 필요가 없을 것 같소.”
“네?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백여희가 의아해했다.
“여길 보시오.”
백무명이 죽은 항윤량의 오른 팔목을 가리켰다.
조금 불룩하게 튀어나온 것 말고 특이점은 없었다.
“피부 안에 열쇠 비슷한 것이 있는 것 같소.”
백무명이 우수를 항윤량의 팔뚝에 대자 피부가 살짝 벗겨지며 열쇠 하나가 나타났다.
망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피부를 벗겨냈기에 피는 나지 않았다.
“아! 정말 황금열쇠군요.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맞춰보시오.”
“으음, 혹시 자객이 가지고 간 열쇠가 가짜가 아닐까요? 진짜는 바로 이것이고.”
“맞았소. 항 장로는 우리에게 가짜 열쇠를 주고 부맹주 자리를 얻으려 했던 거요. 어차피 우리가 나머지 하나의 열쇠를 찾지 못할 거로 생각했던 것 같소. 재질부터 다르게 느껴지는 게 이 열쇠야말로 진짜 황금열쇠가 분명하오.”
“아!”
백여희가 탄성을 터뜨렸다.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긴 했는데 항윤량이 가짜를 보여줬을 줄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시신을 수습한 후 예정대로 내일 아침 낙양으로 출발할 것이오.”
“자객이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다시 오지 않을까요?”
“가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없을 것이오. 아무래도 칠마종 쪽에서 보낸 고수 같은데, 만약 온다면 그때 제거하면 되오.”
“알겠습니다. 이곳은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맹주님께서는 돌아가서 쉬십시오. 아, 그리고 자객을 추적하는 것은 적당히 하다가 종료하라고 명을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항 장로 같은 고수를 일격에 죽였을 정도라면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오.”
“하기야 칠마종 중 한 곳에서 보낸 특급살수 같아요.”
* * *
맹주 처소로 돌아온 백무명은 황금열쇠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미 새벽이 가까이 오는 시각이라 잠자는 것은 포기하고 열쇠를 조사해보기로 한 것이다.
‘장기전에 있어서 군자금은 필수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 칠마종을 격파해도 서장무맹이 있고, 그리고 어쩌면 마교와 겨뤄야 할지도 모르니까.’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마교만 생각하면 왠지 마음이 무거워지는 그였다.
서장무맹의 등장으로 동맹까지도 생각하고 있지만 현실은 달랐다.
백무명은 어떻게든 마교와 최후의 승부를 봐야 할 것 같은 예감을 느꼈다.
‘천마. 그가 진짜이든 가짜이든 관계없이 언젠가 한 번 겨뤄야 할 것 같구나. 자타공인 천하제일 무공을 지녔다는 그와 비교하면 나의 무공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그를 내가 이길 수 있을까.’
백무명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다시 황금열쇠를 봤다.
‘그러고 보니 열쇠 모양이 눈에 익구나.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것을 이전에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혹시 반지 속에 있는 게 아닐까.’
구체적인 목표가 정해지자 백무명이 지존환에 손을 대고 내공을 실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예의 섬광이 다시 생겨나고 새롭게 나타난 물건이 있었다.
“아! 이것은?”
백무명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새로운 열쇠 하나를 손으로 집었다.
은은한 금빛을 내는 열쇠로 항윤량의 몸에서 발견한 반지와 그 문양이 같았다.
‘제2의 황금열쇠 같구나. 항윤량이 그렇게 찾았다던 나머지 황금열쇠를 내가 가지고 있었다니. 이처럼 공교로울 수가 있나.’
백무명이 매우 기뻐했다.
황금열쇠 한 쌍을 모았기에 이제 그 비밀만 풀면 막대한 보물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 비밀을 풀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 천천히 생각해보자. 조만간 알 수 있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백무명이 열쇠 한 쌍을 품속에 넣었다.
바로 그때였다.
창문을 통해 화살 하나가 빠르게 날아왔다.
휘익.
상당히 멀리서 발사한 것 같은데 그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백무명이 피하려고 해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가공할 공격이었다.
그 때문일까.
백무명이 흠칫했지만 왼쪽 어깨에 화살을 맞고 말았다.
푹.
“으윽!”
화살촉에 독이 묻었는지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백무명.
얼마나 독이 강한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후후후! 영웅맹주라고 해서 쉽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별것 아닌 놈이었구나.”
스스슷.
마치 귀신처럼 그림자 하나가 창문을 통해 방으로 들어왔다.
복면을 쓴 그는 바로 자객이었다.
항윤량을 죽인 것도 바로 그였다.
“후후후! 열쇠를 두 개나 갖고 있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내가 가짜 황금열쇠를 가지고 멀리 달아났을 거로 생각했겠지만, 내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낼 수 있는 그림이 있는 줄은 몰랐을 것이다.”
자객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항윤량을 죽이고 그 품속에서 황금열쇠를 꺼내 달아났지만 이내 가짜라는 것을 알고 다시 잠입한 그였다.
워낙 은잠술이 치밀해 아직 아무에게도 들켜본 적이 없는 그는 바로 검마종의 특급살수였다.
검마종주의 특명을 받아 낙양에서부터 항윤량을 추격하던 그가 이곳 허창성까지 따라온 것이었다.
항윤량이 영웅맹 총단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그는 은밀히 따라 들어왔다. 그러다가 빈청에 은잠술로 숨어있다가 기회를 포착한 후 암살에 성공한 것이었다.
다만 가짜 열쇠를 가져가는 바람에 곧바로 돌아왔지만 오히려 대어를 낚은 셈이었다.
‘황금열쇠 한 쌍 모두를 찾게 되고 종주께서 염려하시던 영웅맹주까지 제거했으니 일거양득이로군.’
특급살수가 백무명의 품속을 뒤지려던 찰나.
백무명이 돌연 우수를 뻗어 그의 맥문을 짚었다.
“으윽!”
특급살수가 눈을 부릅떴으나 이미 움직일 수 없게 된 후였다.
“네가 항 장로를 죽였느냐?”
“으으······ 독화살을 맞지 않았느냐?”
“맞았지. 하지만 화살촉이 내 피부를 뚫지는 못했다.”
백무명이 어깨를 한번 흔들자 화살이 떨어졌다.
특급살수가 보니 화살 앞부분이 사라진 상태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칠마종에서 보냈느냐? 기도를 보니 검마종에서 보낸 것 같군.”
“그걸 어떻게?”
특급살수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때였다.
백무명의 전음을 들은 백여희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맹주님!”
“항 장로를 죽인 자를 잡았소. 검마종 소속 특급살수인 것 같소.”
백무명이 특급살수의 전신 혈도를 찍었다.
혹시나 자결할 것을 우려해 마혈 여러 군데를 찍은 것이었다.
“이자를 데리고 가서 신문하시오.”
“네. 맹주님.”
백여희가 말을 한 바로 그때.
정탐을 나갔다 돌아온 영웅맹 호법들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들의 거처가 맹주 집무실과 침실 바로 옆이라 소리를 듣고 들어온 것이었다.
“이자에 대해서는 백 군사가 알아서 호법들에게 설명을 해주시오. 그건 그렇고 정탐은 잘 갔다 왔소?”
“네. 맹주님. 다행히 우리 무사들이 진격할 북쪽 관도에 특별한 이상은 없었습니다. 하루 정도는 별 탈 없이 진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악완의 보고였다.
백무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가 많았소. 이자는 무림맹 장로를 암살한 자이니 백 군사와 함께 데려가 알아낼 수 있는 정보를 얻도록 하시오. 다들 나가보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날이 밝자 영웅맹 무사 일만여 명은 예정대로 출정식을 치렀다.
백무명은 간단한 인사말로 무사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무사들이여! 앞으로 우리에게 그 어떤 험난한 길이 가로막더라도 서로 한 마음으로 뭉친다면 반드시 헤쳐나갈 것이오. 우리에게 패배는 없을 것이오. 모두 신념을 갖고 무림 평화와 정의를 위해 앞장서 나갑시다! 본 맹주를 따르겠소?”
와아아.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미 백무명이 반선 중 한 명인 환영선인을 죽인 사실이 무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동안 반선들 때문에 백무명의 무공을 완전히 믿지 못하던 무사들이 자신들의 맹주를 새롭게 봤음은 물론이었다.
“가히 새로운 무림맹주 탄생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네요.”
우문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옆에 있던 황설지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보기에도 이제 천하에서 맹주님만한 영웅은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병력이 너무 모자라요. 무림 연합군 삼십만 병력이 대패한 여파가 너무 큰 것 같아요.”
“그래도 맹주님이 계셔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게 어딘가요? 전 우리가 결국 승리하리라 믿어요.”
성려화의 말이었다.
악완 역시 별말 없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왠지 맹주님의 기도가 백동방 공자님과 비슷한 것 같은 느낌이다. 백 공자님은 어디에 계신지 아직 소식 하나 없구나.’
악완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래도록 연락이 없는 정혼자를 생각하는 그녀였다.
비록 시간을 두고 서로를 알아보기로 했으나 그럴 시간을 갖지 못해 더욱 애틋한 마음이 컸다.
‘언젠가는 만나게 되겠지. 그전에 맹주님께 내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 되는데, 그게 걱정이구나.’
악완이 상념에 잠겨 있을 때.
백여희가 다소 황급한 표정으로 연무장에 나타났다.
어젯밤 잡은 특급살수를 아침까지 조사하다가 온 그녀였다.
백무명이 그녀의 표정을 보고 전음을 보냈다.
「자객의 신상에 문제가 생겼소?」
「네. 맹주님. 실토하겠다고 해서 아혈을 풀어줬는데 그만 혀를 깨물고 자결을 하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마음에 두지 마시오. 어차피 그자에게서 많은 것을 알아내리라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네. 맹주님.」
백여희가 고개를 숙였다.
이제 백무명의 인사말이 끝나고 출정을 나갈 시간이었다.
백여희가 깃발을 들고 흔들었다.
“출발하라!”
와아아.
백무명과 장로, 호법 등 지휘부 고수들을 필두로 일만여 명의 무사들이 질서 있게 총단을 빠져나갔다.
총단 사수 병력은 최소한으로 남겨둔 터라 총출동이나 마찬가지였다.
진격 예정 행로는 우주(禹州)와 숭산을 차례대로 거쳐 낙양으로 입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낙양이 사면에서 포위된 형국이라 도중에 전투가 벌어질 확률이 매우 높았다.
백여 명에 달하는 지휘부 고수들은 모두 말을 타고 있었는데, 뒤에서 따라오는 무사들을 위해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물론 전원이 말을 타고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그렇게 많은 말을 구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의외로 무사 중 상당수가 말을 탈 줄 몰랐다.
다만 무공을 배운 무림인답게 걸어가는 속도가 일반인보다 훨씬 빨랐다.
그만큼 발에 힘이 있다는 증거로 멀리서 보면 큰 물결이 전체적으로 힘차게 흘러가는 느낌을 주었다.
와아아.
짝짝짝.
소식을 듣고 관도 양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허창성 양민들이 일제히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오십시오!”
“영웅맹 만세!”
“맹주님 만세!”
목이 터지라 부르는 함성에 무사들도 힘이 나는 듯 손을 흔들어 주었다.
백무명은 맨 앞에서 한혈마 한 필을 타고 있었다.
한혈마는 허창성의 한 유지가 선물로 준 것으로 한눈에 봐도 명마였다.
얼마 후 성문을 벗어나자 백무명이 소리쳤다.
“모두 속도를 내시오!”
와아아.
함성과 함께 영웅맹 무사들이 보폭을 넓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