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31
“맹주님. 우주성입니다. 한데 성벽이 이상합니다.”
백여희의 말에 백무명이 우주성 성문과 성벽을 바라봤다.
영웅맹 무사 일만여 명을 이끌고 허창성을 떠난 지 하루가 지난 지금.
우주성에 들러 성내 상황도 살필 겸 잠시 쉬어갈 생각이었다.
한데 응당 보여야 할 관군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정마대전 중이라고 해도 성문 수비와 성벽 방어는 관군의 몫이었다.
하지만 최근 칠마종 세력이 장악한 도시에서 성문과 성벽의 관리권마저 놈들에게 넘어간 곳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칠마종의 압력으로 관군들이 관아로 철수한 상황으로 지금처럼 대규모 병력이 접근할 시 매우 효율적인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광마종 놈들이 성을 장악한 것 같습니다.”
백여희가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정탐무사들의 보고에 의하면 허창성을 위협했던 광마종 별동대 오천 병력이 낙양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했지만, 이곳 우주성에서 그 행적이 끊겼기 때문이었다.
“으음, 그럼 놈들이 우리 진격을 막기 위해 관아까지 장악했다는 말이오?”
“네. 직접 관군과 전투를 벌이지 않았겠지만, 관군은 관아 내부에 사실상 갇혀있을 겁니다.”
백여희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미리 확실한 정보를 수집 못 했기 때문이었다.
영웅맹 무사들이 성문 밖 백여 장 거리까지 도착했을 때였다.
성벽 위로 수천 명의 무사가 나타났다.
하나같이 활을 들고 있었는데 바로 예상대로 광마종 무사들이었다.
그들의 수는 대략 오천 명 정도로 광마종 별동대 병력 거의 전부가 모여 있는 것 같았다.
“하하하! 오합지졸들이 마침내 왔군. 네놈들을 기다린 지 오래다. 어느 놈이 백무명이냐?”
“나요. 귀하는 누구요?”
백무명이 담담히 물었다.
“나는 광마종 별동대주다. 지옥문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
별동대주가 우수를 들었다.
오천여 명의 광마종 무사들이 일제히 활시위를 당겼다.
보통 화살보다 두 배는 더 커 보이는 화살은 한눈에 봐도 위협적이었다.
“광마혈시(狂魔血矢)! 맹주님. 큰일입니다. 광마혈시는 호신강기도 뚫을 수 있어 우리 무사들이 막아내기 거의 불가능합니다. 일단 철수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백여희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광마혈시는 삼백 장 거리도 문제없이 적을 격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오히려 섣불리 도주하다가 제대로 화살을 막아내지 못할 우려가 더 컸다.
광마혈시의 가공할 위력을 아는 지휘부 고수들 역시 굳은 표정이었다.
하기야 광마혈시 때문에 북해빙궁이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북해빙궁 총단이 워낙 멀리 있어 총단 함락은 면했지만, 휘하 무사들의 전사자만 수만 명으로 알려져 있었다.
한데 전사자 과반수가 광마혈시에 의해 당했다.
호신강기를 뚫을 수 있는 데다가 워낙 빠르고 강해 일류고수라도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광마혈시는 한 번에 다섯 발까지 연속 발사가 가능했다.
특수 개조된 활 덕분으로 처음 한두 발은 용케 피한다고 해도 나머지 세 발을 모두 피하기는 너무나 어려웠다.
무엇보다 성벽 위에서 발사하는 화살의 위력은 배가되기 마련이었다.
백여희가 긴급 철수를 주장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후후후! 너무 늦었다. 발사하라!”
별동대주의 명이 떨어지자 오천 발의 화살이 영웅맹 무사들을 향해 날아왔다.
휙휙휙.
더욱더 가공한 것은 화살이 영웅맹 무사들에게 당도하기도 전에 나머지 네 발의 화살이 연속 발사되었다는 점이었다.
그 때문일까.
멀리서 보기에는 한 번에 다섯 발을 날리는 것으로 보였다.
우박처럼 허공을 가득 메우며 날아오는 화살들.
상대적으로 아직은 무공이 그렇게 높지는 않은 영웅맹 무사들이 당황했다.
급한 마음에 검을 들어 화살을 쳐낼 준비를 했으나 그게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백무명이 지존검을 뻗어 검기방패를 만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지존검 끝에서 분출된 검기가 한순간에 일자로 퍼지며 강력한 보호막을 형성했다.
영웅맹 무사들을 향해 날아왔던 화살들이 검기방패와 부딪히며 콩 볶는 소리를 냈다.
타타타타타탁.
화살들이 땅바닥에 떨어져 수북이 쌓이기 시작했다.
허창벌 싸움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던 영웅맹 무사들이 움츠렸던 몸을 다시 폈다.
검기방패가 화살을 모두 막아주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
별동대주가 소리쳤다.
“영웅맹주 저놈을 죽여라. 놈이 죽으면 보호막도 사라질 것이다.”
“존명!”
“존명!”
우렁찬 대답과 함께 성벽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예무사 백여 명이 일제히 경공을 펼쳐 아래로 내려왔다.
차차차착.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백여 무사들이 빠른 속도로 백무명을 향해 다가왔다.
호법과 장로 등 영웅맹 지휘부 고수들이 나서서 그들을 막으려 했으나, 백무명이 저지했다.
“제게 맡기십시오.”
백무명이 검기 방패의 위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존검을 땅바닥에 꽂아둔 후 맨몸으로 나섰다.
아니 어느 순간 그의 손에 비수 하나가 들려있었다.
바로 지존비수였다.
지존검에 비해 길이가 짧지만 검기를 뿜어내는 데는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비수를 휘두르는 동작이 간결해 검기 발출 속도가 더 빨랐다.
쉬이이익.
십장 길이로 늘어난 검기 다발이 광마종 정예무사들을 뱀처럼 휘감았다.
워낙 빠른 속도라 피할 겨를이 없었다.
“으윽!”
“크윽!”
곳곳에서 비명과 함께 광마종 무사들의 몸이 조각났다.
단순히 허리가 잘려 두 동강 난 것은 운이 좋은 경우였다.
대부분 수십 조각의 육편으로 변해 즉사하고 말았다.
와아아.
영웅맹 무사들의 함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백무명이 허공으로 치솟아 지존비수로 다시 길게 검기를 뿌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콰콰콰쾅.
성벽 윗부분이 일자로 파괴되면서 그 위에 있던 광마종 무사들이 우수수 성벽 아래로 떨어졌다.
이미 검기에 의해 중상을 입은 자가 대부분이라 추락한 자는 몰살 수준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백무명이 자신의 특기할 할 수 있는 사자후를 터뜨리자 남은 광마종 무사들이 벼락을 맞은 듯 몸을 떨었다.
몸속의 기혈이 흔들려 내공을 일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백무명이 무심한 표정으로 성문을 향해 일장을 날리자 폭음과 함께 육죽한 철문이 그대로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백무명이 우수를 들었다.
지존검이 그의 손으로 회수되자, 백여희가 이심전심으로 소리쳤다.
“총공격하라!”
와아아.
함성과 함께 영웅맹 무사들이 성안으로 진입했다.
광마종 무사들이 흠칫했으나 이미 공격능력을 상실한 상태.
게다가 병력도 부족해 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어려웠다.
내공이 없으면 움직임도 느려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광마종 별동대 무사 대다수가 사자후에 당한 충격으로 멍한 상태였다.
영웅맹 무사들이 그러한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으윽!”
“크윽!”
일방적인 학살이 벌어졌다. 반시진도 되지 않아 광마종 별동대 오천 병력이 몰살당하고 말았다.
영웅맹 무사들의 피해는 수십 명에 불과했다.
와아아.
“이겼다!”
“대승이다!”
출정 후 첫 전투에서 크게 이긴 영웅맹 무사들의 함성이 성문 안팎을 가득 메웠다.
백여희가 소리쳤다.
“성안에 놈들의 잔당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일제히 수색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영웅맹 무사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수색에 들어갔다.
백여희가 말했다
“놈들의 잔당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네요.”
“그런 것 같소. 애초에 성을 점령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우리를 상대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나저나 놈들이 발사한 광마혈시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소. 검기방패의 방어력이 조금만 약했더라도 방패가 뚫렸을 것이오.”
“성벽 위에서 발사했기 때문일 거예요. 놈들이 돌연 우리와 전면전을 벌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야 광마종주의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겠소?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던 광마종 별동대로 하여금 전력 탐색 임무를 맡겼을 가능성이 매우 크오.”
“그럴 것 같네요. 다만 무사들의 맹주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서 그게 좀 불안 요소예요.”
“나도 그 점을 우려하고 있소. 하지만 무사들의 무공을 단기간에 높이는 것은 너무나 어렵소. 당분간은 이런 전술로 나갈 수밖에 없을 듯하오.”
“네. 맹주님. 다만 그렇다고 너무 무리는 하지 마세요. 사자후를 한번 펼치실 때마다 안색이 창백해지시는 것 같아요. 공력 소모가 매우 크시죠?”
“물론이오. 수천 명의 무력을 한 번에 무력화시키는 게 어찌 쉽겠소? 다만 반선들에게는 이 작전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 그게 가장 걱정이오.”
“반선들이 곧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물론이오. 내가 이미 반선 한 명을 죽였으니, 그 복수를 하려 할 것이오. 아니 복수라기보다 자신들의 명예를 회복하려고 하겠지. 만약 그렇게 되면 상당히 어려운 승부가 될 것이오.”
“제 생각에도 앞으로 놈들이 맹주님을 표적으로 삼을 것 같아요. 하지만 맹주님께서는 이겨내실 거예요. 어서 성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그럽시다.”
* * *
우주성 무림맹 지부.
따로 지부가 없는 영웅맹 무사들이 비어 있는 이곳에 대거 들어와 휴식을 취했다.
광마종 별동대는 완전히 궤멸한 상황.
성 안팎을 깨끗하게 정리하는데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지금은 저녁 작전 회의 시간으로 내일 다시 낙양으로 출발할 것인지 의논 중이었다.
“백 군사. 광마종 별동대 잔당도 모두 제거했으니, 한시름 놓은 것 같소. 내일 예정대로 다시 출발해야 할 것 같은데 군사의 생각을 듣고 싶소.”
백무명이 지휘부 고수들이 있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백여희에게 물었다.
그녀는 여자 제갈량이라는 소문에 맞게 날이 갈수록 영민해지고 군사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내심 명망이 있는 새로운 군사 영입을 바랐던 많은 지휘부 고수들도 이제는 그 일을 입 밖에 내지 않고 있었다.
“일단 우리 예정 진격로는 여기에서 하루 거리인 숭산이에요. 낙양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이라 할 수 있지요. 숭산은 다들 아시다시피 소림사가 있는 곳으로 그곳의 절진은 천하일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림사가 마음먹고 봉쇄진법을 펼친다면 설사 반선들이라고 해도 들어가기 힘들 거예요. 그 때문에 최후의 거점이라고도 불리지요.”
“그 뜻은 혹시 무림맹 총단 무사들이 소림사로 거처를 옮길 수도 있단 말이오?”
“네. 충분히 가능한 일이에요. 하지만 총단의 상징성 때문에 쉽게 움직이려 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총단이 함락되면 다들 소림사로 피신하지 않겠소?”
“네. 맞아요. 비단 소림사뿐만 아니라 소림사가 있는 숭산 전체가 요새화되어 있으니까요.”
“으음, 숭산과 천중산을 비교하면 어떻소?”
“방어력 면에서 말인가요?”
“그렇소.”
“그야 숭산이 적들을 방어하기에 훨씬 더 수월할 거예요. 천중산은 고작 절진 하나뿐이었지만, 소림사 주위에는 절진 뿐만 아니라 각종 기관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지요.”
“그 정도요?”
“네. 원래는 마교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최고의 요새가 되었지요. 겉으로 보기에는 느낄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한번 발동되면 살아서 돌아가기 힘들지요.”
“그렇구려. 하지만 아직 무림맹 총단이 함락되지 않았으니 우리는 계속 북상하면 될 것 같소.”
“물론입니다. 맹주님. 낙양성 내에는 무수히 많은 무림인이 있으니 그들의 힘을 한데 모은다면 세력을 크게 확장할 수 있을 겁니다.”
“어느 정도나 말이오?”
“맹주님께서 낙양으로 입성하신 후 기치를 세운다면 십만 정도는 모을 수 있을 거예요. 낙양에는 중도 성향 무림인만 해도 십만이 넘게 있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이니까요. 그렇게 되면 우리 영웅맹이 실질적인 천하제일맹으로 부상하게 될 겁니다.”
백여희의 말에 중인들이 술렁였다.
영웅맹의 세력 확장을 공언했기 때문으로 백무명까지 묵인하는 듯하자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들 무림맹 대신 영웅맹을 선택한 사람들로 술렁임은 금세 설렘과 기대감으로 변했다.
“그럼 회의는 이 정도로 하고 내일 아침 숭산으로 출발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