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32
다음 날 아침 예정대로 백무명이 이끄는 영웅맹 무사 일만여 명이 막 숭산을 향해 출발하려 할 때였다.
충격적인 소식 하나가 전서구를 통해 전해졌다.
낙양에서 날아온 소식으로 바로 무림맹 총단이 함락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아! 어찌 이런 일이!”
“벌써 함락되었단 말인가!”
영웅맹 무사들이 탄식했다.
맨 먼저 보고서를 읽어본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수석 군사인 백여희가 다음으로 읽고 지휘부 고수들에게 건넸다.
보고서의 내용은 사실 간단했다.
사방에서 밀려오는 칠마종의 공격을 감당할 수 없어 총단을 버리고 소림사로 피신했다는 것이었다.
보고서를 보낸 사람은 영웅맹 정탐무사라 거짓일 가능성은 없었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군요. 어느 정도 피해를 봤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총단이 함락될 정도라면 전사자 수가 상당할 것 같아요.”
백여희의 말에 백무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소. 우리가 조금 늦었던 것 같소. 그쪽에서 우리를 원망하지는 않을는지······.”
“총단은 다시 탈환하면 그만이에요. 애초 무리하게 본맹의 지원을 요구한 게 잘못이었지요. 그리고 아직 전면전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어쩌면 소림사로 피신한 게 더 잘된 것일지도 몰라요. 양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소림사의 봉쇄진법은 달마대사가 직접 창안한 것이라 반선들도 쉽게 뚫지 못할 것이니까요.”
“으음,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소? 어차피 숭산으로 갈 계획이었으니 그대로 진격하면 될 것도 같은데······.”
“우리가 도착할 즈음에는 숭산 역시 칠마종 놈들에 의해 포위되었을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지 않을 수도 없을 것 같군요.”
“나도 같은 생각이오.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신 분이 계십니까?”
“없습니다. 맹주님 명에 따르겠습니다.”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좋습니다. 숭산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존명!”
“존명!”
영웅맹 무사들이 일제히 대답한 후 숭산을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 * *
영웅맹 무사들이 숭산에 도착한 것은 이틀 후였다.
원래 하루 거리였으나 도중에 광마종 무사들의 기습 공격을 여러 차례 받았기 때문이었다.
오천 명 정도의 별동대 병력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격을 가해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백무명의 활약으로 격파했다.
하지만 영웅맹 무사들의 피해도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특히 야습을 당했을 때 피해가 컸다. 광마종이 별동대를 이미 여러 개 편성해 자신들이 유리한 장소에 매복시켜둔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백무명의 활약으로 피해를 최소화했고 그 결과 전사자 수는 천여 명 정도였다.
광마종 놈들의 사망자가 이만에 달했기에 대승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적은 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보다 충격적인 일은 숭산에서 발생했다.
격전을 치르고 도착한 숭산.
당연히 무림맹 병력이 봉쇄진법으로 버티고 있으리라고 생각했건만 그게 아니었다.
“봉쇄진법이 뚫린 것 같아요.”
백여희가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이미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듯 산속 곳곳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서 소림사로 가봅시다.”
백무명의 지시에 따라 영웅맹 무사들이 산 위로 올랐다.
소실봉 북쪽 기슭에 있는 소림사.
현장에 도착하니 소림사 경내에 그야말로 한편의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건물 곳곳이 불타있는 가운데 시체 수만여 구가 널브러져 있었던 것.
바로 소림사 고승들을 비롯한 무림맹 총단 무사들의 시신이었다.
모두 합해 이만여 구로 삼만으로 추정되던 무림맹 총단 병력의 절반 이상이었다.
일부 병력이 다른 곳으로 피신했다고 해도 소림사로 피신했다가 공격을 받고 궤멸한 것이 분명했다.
“아! 어찌 이런 일이!”
“허어!”
영웅맹 무사들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영웅맹과 무림맹이 최근 경쟁 관계에 있긴 했으나 그래도 한 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관계가 깊었다.
특히 원래 무림맹 출신이었던 무사들은 더욱더 그랬다.
“시신들부터 수습하게 하시오. 혹시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수색도 병행하시오.”
“네. 맹주님.”
백여희가 고개를 숙인 후 무사들로 하여금 백무명의 지시를 이행하게 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시신 수습은 해 질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끝이 났다.
생존자를 발견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바로 소림사 승려들로 적의 공격을 받아 정신을 잃었다가 겨우 깨어난 것이었다.
생존자의 수는 백여 명.
백여희는 무사들로 하여금 그들의 치료를 명한 후 가장 상태가 좋은 승려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다들 궁금했던 내용이라 백무명을 비롯한 지휘부 고수들이 승려 주위로 모였다.
승려의 법명은 성불(成佛)이라 하며 장경각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학승으로 출발했던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공이 약한 그는 싸움이 벌어지자 장경각을 지키고 있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암기를 맞고 정신을 잃었던 것이었다.
“아미타불. 본사를 위해 이렇게 달려와 준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늦었지만 그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고승답게 비교적 담담하게 말하는 성불대사였다.
“대사님. 어떻게 된 겁니까? 진법이 뚫린 겁니까”
“네. 무림맹 총단 병력을 받기 위해 일시 봉쇄진법을 풀었는데 그게 바로 실책이었습니다.”
“칠마종 놈들이 함께 들어온 건가요?”
백여희의 물음에 성불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바람에 천년 소림사가 거의 종말을 당했습니다.”
“거의라는 말은 생존자가 있다는 말씀인가요?”
“네. 불행 중 다행으로 방장님을 비롯해 지휘부 고승들과 제자 수백 명이 비상통로를 통해 빠져나갔습니다.”
“비상통로 말입니까?”
“네. 본사 뒤뜰 참회동 쪽에 비상통로가 있습니다. 전황이 불리해지자 일만여 명 정도가 그 통로를 통해 탈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만 명이라면 무림맹 총단 무사들도 포함된 겁니까?”
“네. 원래 총단 병력 삼만 정도가 본사로 왔었고, 그중 일만 정도가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아! 그럼 대사님은 어떻게 쓰러져 있었던 건가요?”
“빈승 역시 비상통로를 통해 탈출하려 했으나 놈들의 암기를 맞고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깨어나고 보니 영웅맹 여러분이 와 계시더군요.”
성불대사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전사한 소림사 고승들 생각이 난 것 같았다.
하기야 오늘 하루 시신으로 발견된 소림사 승려만 해도 수천 명이었다.
특히 죽은 승려 중 상당수는 사미승들이라 더욱 마음이 아픈 것 같았다.
백무명이 말했다.
“늦게 온 점 다시 한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칠마종 놈들이 무림맹 무사들과 섞여 들어왔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진이 뚫린 것이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아, 그건 신선계 반선놈들 때문입니다. 무림맹 총단 무사들과 함께 섞여 들어온 칠마종 놈들이 진을 파괴하려 하자 일단 우리가 막았었는데, 이미 진의 핵심 구조가 드러났는지 반선들의 개입으로 완전히 파훼되고 말았지요. 이후는 일방적인 학살이었습니다. 늦게나마 비상통로로 탈출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몰살당했을 겁니다.”
“그랬었군요. 한데 무림맹 총단 함락은 어떻게 된 겁니까? 칠마종 공격을 받아 무너진 겁니까?”
“아, 그건 아닙니다. 총단 사수가 어렵다고 판단해 본사로 전 병력을 이끌고 온 것이지요. 하지만 보안이 지켜지지 않았고 봉쇄진법까지 파훼되는 그런 지경까지 몰고 간 겁니다.”
“비상통로로 빠져나간 최후 병력은 어디로 갔는지 혹시 아십니까?”
“아미타불. 제가 알기로 사천성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놈들이 추격할 게 분명하니 몇 명이나 살아서 도착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천성은 포달랍궁을 중심으로 한 서장무맹의 침공이 임박하다고 하던데 그곳이라 해도 안심 놓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칠마종 놈들이 사천성으로는 들어가지 않으니 이곳 하남성보다는 낫겠지요. 이제 무림맹 총단이 무너졌으니 하남성 전체가 놈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습니다.”
성불대사가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백여희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는 되지 않을 거예요. 우리 영웅맹이 있으니까요.”
“아, 여러분이 계신 걸 깜박했군요.”
성불대사가 얼굴을 붉혔다.
악완이 질문을 던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제 아버님을 비롯해 각 문파 수장들은 무사하신가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장문인들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다행히 비상통로를 통해 빠져나갔습니다. 다만 휘하 무사들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삼분지 이가 전사했으니 말입니다.”
성불대사가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때문으로 보였다.
백무명이 말했다.
“대사께서는 이제 그만 처소로 돌아가 쉬도록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그나마 부처님의 자비로 본사 건물들 대부분이 건재한 게 다행입니다.”
“그건 아마도 놈들이 나중에 소림사를 자신들의 근거지로 사용하기 위해서였을 거예요. 한데 놈들이 이곳에 주둔하지 않고 떠난 것은 왜일까요?”
백여희의 물음에 다들 안색을 굳혔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소림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일부라도 무사들을 주둔시키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비상통로를 통해 빠져나간 무사들을 쫓아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이곳에 있는 것이 알려지면 곧바로 공격을 가해올 겁니다.”
성불대사가 안색을 굳혔다.
백여희가 말했다.
“놈들도 지금쯤은 우리가 소림사로 온 것을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공격을 가해오지도 못할 겁니다. 벌써 우리에게 이만여 명이 넘는 병력을 잃었으니까요. 차라리 당분간 이곳을 근거지로 삼아 놈들에 대한 공격 계획을 가다듬는 것이 좋겠어요. 지금 바로 낙양으로 진격하는 것도 무리인 것 같으니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맹주님.”
“나도 같은 생각이오. 진법은 다시 설치하면 되니까 며칠 정도 이곳에서 상황을 보는 것이 좋겠소. 한데 지금 사천성으로 가고 있는 무림맹 무사들을 도울 방법은 없겠소? 그대로 두면 놈들에게 붙잡힐 위험이 클 것 같은데······.”
“정예 병력이 빠져나갔을 것이니 쉽게 잡히지는 않을 겁니다. 병력도 일만으로 우리와 비슷한 데다가 각파 지휘부 고수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 반선들이 아니라면 쉽게 패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쫓기는 상황이고 부상자도 있을 것 같으니 우리 쪽에서 뭔가 도움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소. 그래서 하는 말인데 그들을 이곳으로 다시 불러 힘을 합쳐 낙양 무림맹 총단을 탈환하는 것은 어떻겠소?”
“제 생각에는 그쪽에서 거절할 것 같아요. 이미 이곳에서 처참한 패배를 겪은 데다가 지금 우리 영웅맹에 대한 마음이 그렇게 썩 좋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요.”
“우리가 지원을 늦게 왔기 때문이오?”
“네. 따지고 보면 자업자득이지만 아마도 그 문제로 계속 꼬투리 잡을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우리가 무림맹 휘하 세력도 아니니 한 마디로 억지라고 할 수 있지요. 아무튼 이미 무림맹 무사들의 마음은 하남성을 떠난 것 같아요. 아직 무림맹 세력권이라 할 수 있는 사천성으로 가서 재기를 모색할 것 같네요. 서장무맹의 침공이 아직 현실화한 것은 아니니까요.”
“으음, 결론적으로 이곳의 일은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는 소리군. 하지만 무림맹 무사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우리도 알고 있을 필요는 있을 것 같소.”
“맹주님.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가서 제 아버님께 본맹과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논해볼게요.”
악완의 말에 백무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매화검선은 믿을만한 분이니 양맹의 협력 방안에 대해 좋은 의견을 주실 것이오. 정탐대 무사 열 명을 줄 테니 지금 바로 출발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악완이 고개를 숙였다.
백무명이 미소를 지었다.
다소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녀의 애타는 마음을 모른 척하기는 어려웠다.
“악 호법은 이제 영웅맹 사람이니 임무를 마치고 꼭 돌아와 주기 바라오. 다쳐서는 안 될 것이오. 기다리겠소.”
“네. 맹주님도 몸조심하세요.”
“고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