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36
“당분간 이 방을 숙소로 쓰세요. 마침 손님들이 없어서 객당에 빈방이 많네요. 그나마 제일 넓은 방인데 마음에 드세요?”
닥목연의 말에 백무명이 미소를 지었다.
성녀 일행을 따라 천마신교 낙양 분타로 온 후 그의 숙소 배정을 그녀가 직접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 마음에 듭니다. 사실 갈 데도 없어서 막막했는데 이런 좋은 방을 가지게 되어 기쁘군요.”
“그런 말씀 마세요. 객잔에서도 들으셨지만 사실 이곳 낙양 분타는 지금 매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있답니다. 대왕방 소방주말대로 칠마종이 본교를 공격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한데 성함을 아직 여쭤보지 못했군요.”
“아, 저는 백천(白天)이라고 합니다. 소저의 방명은 어떻게 됩니까?”
“호호. 저는 단목연이라고 해요. 아까 봤던 제 동생은 단목창이라고 하지요.”
“동생 이름은 객잔에서 들었습니다. 한데 아까 면사를 쓰신 그 여자분은 천마신교 내에서도 매우 지위가 높은 것 같던데 혹시 알 수 있겠습니까?”
“사실 저도 조금 전에 알았어요. 놀라지 마세요. 그분은 본교 총단에서 오신 성녀님이세요. 함께 오신 분은 진국동, 철탑이라고 하시더군요.”
단목연이 자신이 아는 바를 최대한 상세히 설명해줬다.
하기야 분타에 온 후 한동안 백무명은 혼자 있었다. 그동안 그녀는 단목창과 함께 분타주를 만나 보고도 하고 성녀 일행과도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데 내일부터 저는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겁니까?”
“그건 분타주님을 직접 만나 뵙고 결정될 거에요. 성녀께서 직접 백 공자를 데려오셨으니 신원 확인은 생략될 것이고 직책을 결정하기 위해 간단한 무공 심사가 있을 겁니다. 한데 정말 무공을 전혀 배우지 않았나요?”
“그건 아닙니다. 우연한 기회에 비급을 얻어 스스로 무공을 닦았지요.”
“아, 그러세요? 한데 아까 객잔에서는 왜 조금도 방어하지 못했지요? 너무 긴장해서 그랬던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제가 피하기 직전 성녀께서 도움을 주신 것이지요. 이래 봬도 어디 가서 남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무공이 형편없지는 않습니다. 아, 물론 성녀님에 비해서는 조족지혈이겠지만 말입니다.”
“호호. 자신감이 좋네요. 사실 저도 백 공자께서 어느 정도 무공을 지니고 있으셨으면 해요. 그래야 함께 임무 수행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야 좋지요. 하지만 그 전에 천마신교 무공을 어서 빨리 연마하고 싶습니다.”
“정식 분타 무사가 되면 기본 무공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그때 제가 틈틈이 살펴드리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저와 제 동생을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서주셨는데 이 정도는 당연하지요. 그럼 밤도 늦었으니 편히 쉬도록 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 * *
백무명이 분타주의 부름을 받고 대청으로 간 것은 이틀 후였다.
이는 그의 천마신교 입교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탓이 컸다.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기야 대왕방 소방주의 죽음으로 대왕방 일천 무사들이 성 안팎을 수색하고 있었다.
천마신교 낙양 분타를 찾는다는 명목이지만 실제는 소방주를 죽인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서였다.
칠마종은 아직 그에 대해 이렇다 할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천마신교와의 전면전에 대해 부인도 하지 않고 있었다.
오늘 백무명이 분타주를 만나게 된 것은 그나마 아직은 분타의 위치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게다가 단목연과 단목창이 거듭 백무명의 입교 심사를 부탁했다.
입교 심사라 해봤자 분타 무사 자격을 수여하는 것이라 총단에서 벌어지는 정식 심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래도 정식 천마신교 무사가 되는 점은 같았다.
원래는 총단 심사를 통과해야만 정식 무사가 될 수 있었지만, 백엽이 교주가 된 이후 효율성을 위해 분타주에게 그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 바 있었다.
다만 정식 무사가 되더라도 그 출세는 아무래도 총단 심사를 통과한 자가 빨랐다.
분타에서 직접 받아들인 무사는 한 평생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야기는 들었네. 우리 무사들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고?”
분타주 패환의 말에 백무명이 고개를 숙였다.
“부끄럽습니다. 평소 천마 교주님을 흠모한 나머지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하하하. 그 마음이 가상하군. 자네 이름이 백천이라고 했나?”
“네.”
“좋네. 사문은 있나?”
“따로 없습니다. 우연히 동굴 속에서 비급을 얻어 무공을 익혔을 뿐입니다.”
“으음, 정말 무공을 배운 모양이군. 하기야 객잔에서는 당황해서 미처 무공을 펼칠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 좋네. 원래 자네를 우리 분타에서 일하는 하인으로 삼으려 했는데, 무공을 익혔다니 심사를 하지 않을 수 없군.”
“감사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간단하네. 저기 저 바위를 파괴하면 되네. 미리 준비를 해뒀지.”
“장력으로 말입니까?”
“그러하네. 최소 삼십 년 내공이 있어야 바위를 부술 수 있을 걸세. 가장 간단한 심사이니 이를 통과하면 일단 본교의 구층무사로 임명하고 기본 무공을 전수하겠네.”
“구층무사요?”
“하하하. 그러하네. 구층무사는 무림맹의 구급무사와 비슷한 개념이네. 신입무사가 되면 처음 시작하는 등급이지. 이제 시작하게.”
패환이 옆에 있던 단목창에게 눈짓하자, 단목창이 바위를 가져왔다.
부피가 상당했지만 단목창은 쉽게 들고 왔다.
사실 그 역시 천마신교 구층무사로 삼십 년 내공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이전에 같은 심사를 통과한 적이 있었다.
쿵.
바위가 앞에 놓이자 백무명이 심호흡을 한 번 했다.
‘처음부터 너무 강한 무공을 보여주면 오히려 의심을 살 것이다. 일단 구층무사에 맞는 무공만 보여주자.’
백무명이 우수를 드는가 싶다니 벼락같이 일장을 날렸다.
상당히 빠른 동작이었다.
순간 장력이 그의 장심에서 뻗어 나와 바위를 강타했다.
꽝.
폭음과 함께 바위가 두 동강 났다.
비록 산산조각이 나지는 않았지만 완벽한 성공이었다.
짝짝짝.
지켜보고 있던 단목 남매를 비롯한 분타 무사 십여 명이 박수를 보냈다.
특히 단목연은 예상외라는 듯 놀라는 표정이었다.
사실 그녀 역시 백무명의 말을 허풍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상당하군. 지금 당장 임무에 투입해도 되겠군. 좋네. 합격이네.”
“감사합니다.”
백무명이 포권으로 인사하자, 패환이 단목연을 시켜 천마신교 낙양 분타 무사임을 증명하는 신분패를 주게 했다.
신분패를 받은 백무명이 그 패를 품속에 넣었다.
이제 정식 분타 무사가 된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수고했네. 내일부터 전 장로께서 직접 기본공을 가르쳐주실 걸세.”
“전 장로님이라 하시면?”
“전붕 장로라고 총단에서도 알아주던 고수라 할 수 있지. 마침 며칠 전부터 직접 신입무사들을 가르치고 계시니 자네는 운이 좋다 할 수 있을 걸세.”
“그렇군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야지. 단목 무사가 자세한 일정을 설명해주도록 하게.”
“네. 분타주님.”
단목연이 고개를 숙인 후 백무명을 데리고 대청을 떠났다.
* * *
단목연이 백무명을 데리고 간 곳은 한 전각이었다.
낙양 분타로 사용하고 있는 장원에는 여러 전각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한적한 곳에 있는 것이었다.
“이곳이 어딥니까?”
“무공 교본이 있는 곳이에요. 본교의 기본 무공이 수록되어 있지요. 신입무사의 수가 많기 때문에 구전으로 전수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이렇게 입교를 하게 되면 기본 교본을 제공하게 되어 있어요. 다만 구결 해석은 생략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가르침을 받아야 이해가 될 거예요.”
“아! 그럼 전 장로님께서 구결 해석을 해주시겠군요.”
“네. 하지만 많은 무사를 상대로 한 번만 설명해주실 것이라 이해하기 힘드실 거예요.”
“몇 명이나 함께 수업을 듣는 겁니까?”
“내일 연무장에 가면 아시게 되겠지만 대략 천 명 정도 될 거예요.”
“그들이 모두 신입무사란 말입니까?”
백무명이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호호. 그건 아니에요. 입교한 지 일 년 이내의 무사들을 모두 모아서 가르치고 계시지요. 다들 칠마종과의 싸움이 임박했다고 생각하기에 훈련받는 무사들의 수를 늘린 결과이지요. 개중에는 감옥에 갇힌 지 오래되어 처음부터 다시 무공을 배워야 할 사람들도 있어요.”
“감옥이라 함은 혹시 금마옥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일전에 금마옥에서 천마신교 무사들이 탈옥을 시도하다가 몰살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호호.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당시 저를 포함해 일천여 명의 무사들이 금마옥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었지요.”
“아!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네. 한 분의 절대고수가 있어 가능했지요.”
“그분이 누굽니까?”
“맹주님 비밀 호위인 무영객이란 분이세요.”
“무영객이라······.”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았다.
“무슨 생각을 하세요? 혹시 무영객님을 아세요?”
“아, 아닙니다. 제가 알 리가 있겠습니까? 혹시 단목 소저도 그 무영객이란 분을 그날 이후 만나보지 못하신 겁니까?”
“네. 맹주님 비밀 호위이시니 아마도 십만대산에서 맹주님을 호위하고 계시겠지요.”
“그렇겠군요. 하기야 지금 천마 교주님에 관한 이상한 소문이 횡횡해서 옆에서 호법을 서줄 분이 꼭 필요할 듯합니다.”
“쉿! 누가 듣겠어요.”
“왜 그러십니까?”
“성녀께서 엄명을 내리셨어요. 누구든 교주님의 신분에 대해 의문을 품는 자는 목을 베라고 하셨지요.”
“헉! 그럼 제 목을 베실 겁니까?”
백무명이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단목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 그럴 리가 있나요? 사실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백 공자님과 무영객님의 기운이 비슷해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제가 단 한 번만 기본 교본의 무공들에 대한 구결 해석을 들려드릴게요. 제 해석을 한번 듣고 내일 전 장로님의 설명을 듣게 되면 훨씬 빨리 연마할 수 있을 거예요.”
“아, 그게 정말입니까?”
백무명이 기뻐했다.
의심을 피하고자 일부러 장단을 맞춰준 것도 있지만 기쁜 것도 사실이었다.
어서 천마신교 지휘부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동맹 관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성녀의 지위가 교주와 맞먹을 정도이니 어떻게든 그녀의 신임을 얻어야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교 무공을 최대한 빨리 연마해야 한다.’
“호호! 또 무슨 생각을 하세요? 어서 교본이나 받으세요.”
단목연이 전각 내 서고에 있던 비급 한 권을 꺼내 백무명에게 주었다.
백무명이 받아서 보니 역시 천마신교의 기본 무공 교본이었다.
“본교 기본 무공은 사실 간단해요. 내공 심법인 십만공(十萬功), 그리고 실전 무공인 십만권법(十萬拳法), 십만장법(十萬掌法), 십만검법(十萬劍法) 이렇게 총 네 개가 전부예요. 지금부터 구결 해석을 해드릴 테니 구결을 잘 보고 있으세요.”
“알겠습니다.”
“준비됐나요?”
“네. 시작하십시오.”
“좋아요. 그럼.”
단목연이 구결 해석을 해주기 시작했다.
백무명이 담담히 듣고 있다가 뭔가를 깨닫고 매우 놀랐다.
‘아무래도 이전에 알고 있던 내용 같구나. 듣는 즉시 이해가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