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37
다음 날 아침.
천마신교 낙양 분타 연무장에서는 열띤 수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바로 장로 전붕이 직접 기본공 수련에 도움을 주기 위해 구결 해석을 해주는 자리였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위험해서인지 오늘 수업이 마지막이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전붕이 말했다.
“나도 아쉽지만, 내일부터 비상 체제로 들어가기 때문에 더는 단체 수련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대신 오늘 지금까지 가르쳤던 모든 구결 해석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번 설명해주겠다. 양이 많아 상당히 빠르게 말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 집중할 수 있도록. 알겠나?”
“네. 장로님.”
“명심하겠습니다.”
낙양 분타 무사 일천여 명이 일제히 대답했다.
입교한 지 일 년이 안 된 무사들이라 그런지 대부분 나이가 어리고 패기도 있어 보였다.
다만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그 무공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하기야 기본공을 모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습득해야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낙양 분타라고 해서 기본공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었다.
기본공 수련이 칠성 이상이 되면 한 단계 위의 무공을 연마할 수 있게 되는데, 여기 모인 무사들 외 나머지 분타 무사들이 그런 경우였다.
그 때문일까.
무사 중 한 명의 질문이 나왔다.
“장로님. 그럼 승급 심사도 이제 안 하는 겁니까?”
승급 심사는 지금 모인 무사들이 거의 모두 구층무사이기 때문에 좀 더 높은 등급을 받으려는 무사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마침 말 잘했다. 오늘 구결 해석 강의를 모두 마치고 승급 심사를 단체로 할 생각이다. 기본공 중 핵심인 십만공의 화후를 보고 승급 대상자를 뽑겠다.”
전붕의 말에 무사들이 웅성거렸다.
그중에는 오늘 처음 수련에 참여한 백무명도 있었다.
‘십만공은 특이하게도 그 화후를 몸 밖으로 드러낼 수 있지. 몸에서 우러나오는 붉은 광채가 얼마나 짙은가에 따라 그 성취 여부를 알 수 있게 되겠군. 이미 어젯밤 대성한 나로서는 괜찮은 심사 방법이군. 다만 지금 내가 갑자기 두각을 드러내는 것 또한 의심을 살 수 있으니 승급 기준선인 칠성 정도가 딱 좋겠다. 그렇게 한 단계씩 올라가야 의심을 사지 않을 것이다.’
백무명이 미소를 지었다.
어제 단목연을 통해 배운 기본공을 완벽하게 연마해서인지 여유가 있어 보였다.
다만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있긴 했다.
바로 이전에 이미 기본공 구결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강력한 추측이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구결을 듣기 전에 미리 안 것은 아니었기에 그저 이해도가 빨랐던 것으로 정리했다.
물론 여전히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지만 지금 그 외에 다른 설명은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리 알고 있었다면 그가 천마신교 출신이라는 말이 되는데 그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마교 출신이었다면 무명비급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자.’
백무명이 상념에 잠겨 있을 때 전붕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예고 대로 기본공의 구결 해석 강의였다.
구결 해석은 같은 무공이라고 해도 그 해석이 무사마다 다른데 고수일수록 그 의미가 심오했다.
혹자는 해석은 더욱 쉽게 구결을 습득하기 위해서인데 심오하면 문제가 있지 않으냐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기본 바탕이 된 무사에게는 구결 해석의 깊이에 따라 그 무공의 위력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그것은 깨달음의 영역이었다.
그런 깨달음이 깊을수록 그 성취도는 더 높아지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전붕의 강의가 영 도움이 안 되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바로 백무명으로 이미 대성을 이룬 그가 보기에 전붕의 구결 해석에는 상당한 오류가 있었다.
오히려 자신이 강의를 해줘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라 구결 해석 진도에 맞게 다시 한번 개인적으로 연습해보는 시간으로 삼았다.
오히려 그렇게 하자 그 이해도가 더 깊어지는 느낌이었다.
‘기본공이라고 해서 우습게 볼 게 아니구나. 완벽하게 터득한다면 무명비급 상의 무공과도 충분히 겨룰 수 있다. 다만 이들 무공이 기본공이 된 이유는 구결이 너무 단순해 거기에서 깊이를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겠군. 실은 이 기본공에 마교 무공의 시작과 끝이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백무명은 구결을 음미하고 다시 한번 체득함으로써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나절이나 걸린 강의가 모두 끝났다.
“수고했다. 점심을 먹은 후 아까 말한 대로 승급 심사를 하겠다. 말은 심사이지만 여러분이 지금까지 연마한 무공을 최종 정리하는 시간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이상. 오후에 보자.”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식사 시간이 끝났으니 그럼 예고한 대로 승급 심사를 하겠다. 여러분 모두 구층무사이니 십만공을 칠성 이상 달성한 자는 팔층무사로 진급하게 될 것이다. 시간은 단 일각이다. 십만공을 최대로 일으킨 후 몸 밖으로 기를 배출하라. 그 농도를 보고 합격자를 가리겠다. 시작하라!”
전붕의 말이 있자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둥둥둥.
오전과 달리 연무장 중앙에 마련된 단상 위에는 분타주 패환과 성녀, 진국동, 철탑 등도 앉아 있었다.
이중 성녀가 앉아 있는 것은 실로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연무장에 있는 무사 중 대부분이 아직 그녀가 성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다만 지극히 아름다운 여인이 상석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다들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북소리와 함께 무사들이 너도나도 십만공을 일으키자 곧바로 붉은 기운이 연무장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일각이라는 시간을 줬음에도 성급한 무사들이 일제히 공력을 폭발시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십만공을 대성하지 않는 한 이런 행동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기 마련이었다.
일각이란 시간을 준 것은 그전에는 판단하지 않겠다는 뜻도 포함된 것인데, 일각이 될 때까지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물론 그런 점도 고려해서 판단을 내려줄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라 다들 알아서 결정할 문제이기도 했다.
“무사들의 무공 수준이 생각보다는 높군요.”
성녀의 칭찬에 패환이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이게 다 전 장로 덕분이지요. 하지만 이들은 우리 분타 무사 중 가장 무공이 약한 자들로 그걸 고려해서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데 성녀께서 직접 참관하신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꼭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이번에 승급하게 되는 무사들을 실종된 매 소저 수색 작전에 투입하고 싶군요. 그래도 될까요?”
“어이쿠. 무슨 말씀입니까? 성녀님의 명이라면 무조건 따라야지요. 이왕 투입하려면 좀 더 무공이 높은 무사들을 동원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 어차피 탐문 형식으로 조사를 진행할 것이니까요. 오히려 무공이 너무 높으면 칠마종 쪽에 의심을 살 우려가 있어요.”
“매 소저의 실종이 칠마종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매 소저는 교주님의 한 명뿐인 직전제자예요. 놈들로서는 매 소저를 인질로 데리고 있으면 나중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지요. 물론 당장은 본교와 전면전을 선포하지 않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거의 선전포고 직전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매 소저를 시급히 구출해야 할 것 같아요.”
“맞는 말씀입니다. 지금 대왕방 놈들이 공공연히 우리 분타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날뛰고 있는데 칠마종에서는 수수방관하고 있지요. 제 생각에는 칠마종 놈들이 대왕방을 이용해 본교의 허실을 탐색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한 판단이세요. 사실 놈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교주님이세요. 헛소문이긴 하지만 놈들이 이곳 낙양 분타를 건드리면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는 것 같아요.”
“그렇군요. 앞으로 성녀님께서 명을 내려주시면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감사해요. 아무리 제가 성녀라 해도 교주님의 명이 아닌 이상 어느 정도의 재량권이 분타주에게 있는데 그 권한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인가요?”
“네. 어찌 성녀님께 재량권으로 맞설 수 있겠습니까? 무엇보다 지금 성녀님께서 분타에 계신 것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심사가 끝난 후 무사들에게 정식으로 성녀님 소개를 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세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될 테니까.”
“감사합니다. 성녀께서 이곳에 계신다는 사실이 칠마종 놈들에게 알려지면 놈들도 함부로 쳐들어오지 못할 겁니다. 아, 물론 이곳의 위치가 놈들에게 드러나면 안 되겠지만 말입니다.”
“그건 아닐 거예요. 놈들이 본교와 전면전을 벌이기로 결정을 내린다면 오히려 저를 최우선 공격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더 커요.”
“으음, 하기야 성녀님의 존재가 본교 무사들의 사기에 미치는 힘이 매우 크다는 것을 놈들도 알고 있을 테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네. 이제 서서히 시간이 다 되어가네요. 승급자를 결정하셔야겠어요.”
“네. 전 장로. 시작하는 게 좋겠소.”
“알겠소이다.”
단상에 앉아 있던 전붕이 몸을 일으킨 후 십만공을 일으키고 있는 천여 명의 무사들을 쳐다봤다.
이 많은 무사 중 승급자를 어떻게 골라낼 것인지도 관심사였다.
하지만 그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전붕이 품속에서 큰 구슬 하나를 꺼내 무사들 머리 위 허공에 날렸다.
허공에 떠오른 구슬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모두 스무 개 정도였는데 그 빛이 몸에 닿은 무사 역시 스무 명이었다.
한데 그들의 몸에서 우러나온 붉은 빛이 다른 무사들보다 짙은 게 아닌가.
붉은빛은 십만공의 수준을 가리켰고, 전붕이 날린 구슬이 그 기운을 감지해 칠성 이상의 성취를 이룬 무사들에게 푸른 빛을 날린 것이었다.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십만주(十萬珠)가 각 분타 별로 하나씩 비치되어 있다고 하더니 그게 사실이었군요.”
“네. 확실히 십만주가 있으면 승급 판정을 하는 데 편하지요.”
전붕이 고개를 조금 숙인 후 소리쳤다.
“모두 운공을 멈춰라.”
무사들이 십만공을 중단하자 그들의 몸속에서 흘러나오던 금빛도 사라졌다.
하지만 십만주에서 뻗어 나온 푸른빛을 받은 무사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운공을 중단해도 금빛과 푸른빛이 어울려져 있었다.
그들의 수는 모두 스무 명.
전붕이 붉은빛의 농도를 일일이 확인한 후 말했다.
“모두 칠성에 도달했군. 수고가 많았다. 너희는 지금부터 팔층무사다.”
전붕이 우수를 흔들자 십만주가 다시 그의 손으로 돌아왔다.
동시에 승급자들의 몸에 서린 붉은빛과 푸른 빛이 모두 사라졌다.
승급에 성공한 사람 중에는 백무명도 있었다.
‘칠성에 맞춰놓은 것이 천만다행이었군. 하마터면 너무 돋보여 의심을 살뻔했다.’
“승급자들은 모두 단상 위로 올라와라. 분타주께서 직접 승급패를 하사하실 것이다.”
“네.”
“네.”
백무명을 비롯한 승급자 스무 명이 단상 위에 오르자 패환이 승급패를 한명 한명 나눠주었다.
패환이 성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무사들이여. 이분이 바로 본교 성녀이시다. 모두 인사를 올려라.”
“오! 성녀께서?”
“성녀이시여!”
무사들이 매우 놀라며 일제히 오체투지를 했다.
오체투지는 교주 앞에서 하는 예였지만 성녀에게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녀가 일어나 미소지으며 말했다.
“다들 일어나세요. 저 역시 교도의 한 사람입니다. 고생하셨어요. 총단에선 여러분의 노고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무사들이 감동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다들 성녀의 얼굴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성녀가 말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번 승급자 전원을 제가 데려가 수색 작전에 투입하도록 하겠어요. 아, 그리고 단목연, 단목창 무사도 포함입니다.”
패환이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