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39
“하오문 그놈들이 감히 본교를 배신해?”
백무명과 단목연의 보고를 받은 패환이 역정을 냈다.
“분타주님. 고정하세요. 자칫 분타 위치가 발각될 수 있으니 탐문 수색하러 간 무사들을 모두 불러들여야 합니다.”
“그보다 금마옥에 가신 성녀님이 무사하셔야 할 텐데······.”
“성녀님은 무사하실 거예요. 즉시 무사들에게 귀환령을 내리세요. 하오문의 성격상 일단 자신들이 정보 독점을 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서두르면 분타 위치가 발각되지는 않을 거예요.”
“단목 무사 말이 맞는 것 같군.”
패환이 수하를 불러 탐문 수색 작전에 투입된 무사 백여 명을 소환하게 했다.
분타 소환은 폭죽과 비밀 연락망 등을 통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으나 서둘러야 할 상황임은 물론이었다.
한숨 돌린 패환이 백무명을 쳐다봤다.
“백 무사. 자네의 무공이 그렇게 뛰어났다니. 단목 무사의 보고를 듣고 깜짝 놀랐네. 무엇보다 자네가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분타 위치가 발각될 뻔했네.”
“과찬이십니다. 은잠술에 조예가 조금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저도 성녀님처럼 금마옥에 다녀오고 싶습니다. 성녀님께 지금 상황을 보고도 할 겸 매 소저 구출도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자네가?”
패환이 반신반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백무명은 어제 갓 팔층무사가 된 신입무사에 불과했다.
물론 그 진급이 매우 빨랐으나 팔층무사 역시 여전히 하급무사임은 틀림없었다.
“그건 어려울 것 같네. 성녀님의 능력은 교주님 바로 밑이라 할 수 있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도록 하세.”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럼 일단 처소로 돌아가 쉬도록 하게. 두 사람 모두 수고가 많았네.”
“네.”
“네.”
* * *
밤이 깊었지만 천마신교 낙양 분타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매영설에 관한 탐문 수색에 나섰던 백여 명의 무사들은 귀환령에 따라 모두 복귀했지만, 유독 성녀만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녀와 늘 함께 있던 진국동과 철탑도 복귀해 있었다.
“저희는 무림맹 총단 인근까지만 따라갔고 그 후는 성녀님 혼자 들어가셨습니다. 워낙 은잠술이 뛰어나신 분이라 이후 상황은 전혀 모릅니다.”
진국동의 말에 취의청에 모여 있던 분타 무사들이 안색을 굳혔다.
취의청 안에는 분타주 패환과 장로 전붕 등 분타 지휘부 무사 백여 명이 모여 있었다.
나머지 무사들은 연무장에서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성녀를 제외하고 모두 무사히 복귀했으나 분타 위치가 칠마종 쪽에 알려지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상황에 따라 분타를 옮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성녀가 복귀한 후 결정할 일이었다.
“성녀께서 너무 늦으시는군요.”
전붕이 굳은 안색으로 말했다.
취의청에 모인 다른 고수들 또한 마찬가지로 긴장된 표정이었다.
그중에는 백무명도 있었다.
하오문 낙양지부 쪽에서 천마신교 낙양 분타 위치를 알아내려 한다는 사실은 이미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알린 바 있었다.
‘으음, 내 생각과 달리 분타 위치는 아직 발각되지 않은 것 같군. 이제 남은 것은 성녀의 안전인데,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금마옥으로 들어가 보고 싶구나.’
백무명이 왠지 초조해지는 마음을 달랬다.
그때였다.
취의청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들어왔다.
한데 그녀는 바로 성녀가 아닌가.
격렬한 전투를 치른 듯 옷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성녀님!”
“어떻게 된 겁니까?”
패환, 진국동 등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성녀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저는 괜찮으니 다들 앉으세요.”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옷에 묻은 피는?”
“제 피가 아니에요. 금마옥에 잠입했다가 놈들의 매복에 걸려 힘들게 빠져나왔어요.”
“아!”
“저런!”
성녀의 말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매복에 걸렸다는 것은 애초 외부인의 침입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패환이 말했다.
“사실 하오문 놈들이 벌써 우리가 매 소저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사실을 칠마종 지휘부에 알려준 것 같습니다. 백 무사. 자네가 성녀님께 소상히 설명해 드리게.”
“네.”
백무명이 단목연과 함께 하오문 낙양지부에 다녀온 사실을 한 번 더 자세히 설명했다.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군요. 하오문 낙양지부가 칠마종 편에서 서다니 의외이군요.”
“성녀님. 죄송합니다. 제가 성녀님 말씀을 듣고 수하를 시켜 매 소저의 행방을 알아보라고 했는데, 그때 하오문 패거리에게 들킨 것 같습니다.”
패환이 얼굴을 조금 붉혔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의 실책이었다.
마교 분타에서 매영설을 찾고 있다는 정보가 새나가지 않았다면 금마옥에 매복이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성녀의 능력으로 금마옥 구석구석까지 수색할 수 있었을 것이고 매영설 또한 발견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한 번의 시도가 실패했고 놈들의 경계는 더 강화되었을 게 분명했다.
“분타주님 잘못은 아니에요. 아무튼 일단 매 소저가 금마옥에 있는 것만은 확실해진 것 같군요. 문제는 이곳의 위치가 발각되었느냐인데 아무래도 불안한 면이 있군요.”
“네. 놈들이 우리 무사 중 단 한 명이라도 뒤를 밟았다면 분타 위치가 탄로 났을 겁니다.”
“으음, 그게 사실이라면 저의 실책 같군요. 무사들을 동원해 수색하는 것은 제가 금마옥에 다녀온 이후에 해도 늦지 않는 것을.”
“성녀님. 자책하지 마십시오. 일단은 이곳 위치가 드러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오문 낙양지부에 다녀온 백 무사와 단목 무사가 빠르게 조처한 덕분이지요.”
“네. 오늘 두 분의 활약 덕분에 우리가 좀 더 여유 있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감사해요.”
“아닙니다.”
“과찬이세요.”
백무명과 단목연이 겸양을 했다.
성녀가 백무명을 보며 물었다.
“백 무사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뭘 알겠습니까? 다만 매 소저의 구출은 오늘 밤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왜인가요?”
“놈들이 매 소저를 같은 곳에 두려 하지 않을 겁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둬놓는다면 나중에 교주님의 약점으로 작용할 게 분명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가요?”
“아직 새벽이 되려면 멀었으니까 제가 한번 금마옥에 다녀오겠습니다. 은잠술이라면 자신이 있습니다.”
백무명이 말을 한 후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놀라운 은잠술이 아닐 수 없었다.
성녀가 감탄했다.
“정말 놀랍군요. 입교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입무사라고는 정말 생각 못 하겠어요. 한데 정말 자신 있으세요?”
“자신 있다기보다 지금이 가장 구출 가능성이 크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어쩌면 금마옥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서 매 소저를 구출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말씀은 놈들이 매 소저를 뇌옥에서 꺼내 다른 장소로 옮기려 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요?”
“네. 성녀님. 제가 다녀오는 것을 허락해주십시오.”
“허락은 어렵지 않아요. 그 정도 은잠술이라면 충분히 놈들의 눈에 들키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무슨 수로 매 소저를 구출할 생각인가요? 결국 무공을 사용해야 할 텐데 지금 백 무사의 무공으로 가능한가요? 이번에 팔층무사가 된 것을 보면 십만공이 이제 칠성에 도달했다는 건데 그게 좀 걱정이네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매 소저를 발견하게 되면 은잠술을 확장하면 됩니다.”
“아까 단목 무사의 손을 잡고 은잠술을 펼쳐 미행자를 따돌렸다고 보고하더니 그런 식으로 할 생각인가요?”
“네. 시간이 없습니다. 허락해주십시오.”
“좋아요. 다만 여의치 않으면 곧바로 돌아오도록 하세요. 제가 함께 가고 싶지만 사실 내상을 조금 입어 오히려 방해될 것 같네요.”
성녀의 말에 중인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성녀가 미소지으며 그들을 안심시켰다.
“저는 괜찮아요. 한시진 정도 운공요상을 하면 회복될 겁니다. 백 무사. 어서 다녀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백무명이 고개를 숙인 후 신형을 돌려 장원을 빠져나갔다.
그는 경공을 펼쳤는데 한줄기 유성처럼 빠르게 사라지는 그 모습에 분타 무사들이 다들 혀를 내둘렀다.
백무명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패환이 물었다.
“성녀님. 백천 저자를 믿으십니까?”
“믿지 못할 이유가 없잖아요? 분타 위치를 밀고할 것 같았으면 벌써 했겠지요. 단목 무사 생각은 어때요?”
“저도 백 무사를 믿어요. 함께 임무를 수행해보니 침착하고 총명해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단목연의 말에 패환도 더는 백무명을 의심하는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전붕이 말했다.
“다른 것은 모르겠고 처음부터 상승무공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경공이나 은신 능력만 뛰어난 경우는 극히 드물지요. 반드시 그에 걸맞은 공격능력을 지니고 있을 겁니다.”
“전 장로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군요. 하지만 의심할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일단 믿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들 그렇게 알고 제 생각을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 * *
스스슷.
백무명이 은잠술을 펼친 채 한 전각의 지붕 위로 내려앉았다.
새벽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남은 시각.
그가 있는 곳은 바로 칠마종이 장악하고 있는 무림맹 총단이었다.
그리고 백무명이 있는 전각 지붕 맞은편에 금마옥으로 내려가는 입구가 있었다.
입구를 지키는 칠마종 무사들은 백여 명으로 성녀의 침입으로 인해 그 경계 병력이 더 보충된 것 같았다.
참고로 경계무사는 입구에만 있는 게 아니라 지하에 있는 금마옥으로 내려가는 통로와 감옥 안에도 많이 있었다.
천마신교 낙양 분타에서 파악하기로는 금마옥 안팎에만 천여 명의 무사가 배치되어 있었다.
하기야 지금 무림맹 총단에는 칠마종 무사 삼십만 명이 주둔하고 있었다.
그중 천명은 사실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일단 침입자가 발생하면 인근에서 순찰 중인 병력이 대거 모여들어 금마옥 주위를 에워싸게 되어 있었다.
그런 면에서 매복에 걸린 성녀가 무사히 빠져나온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백무명이 금마옥 입구를 뚫어지라 보고 있을 때였다.
입구를 막고 있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그긍.
백무명이 눈을 빛낸 것은 물론이었다.
그가 기대하는 것은 바로 매영설이었다.
얼마 후 드러난 광경은 간수들이 자루 하나를 들고 입구 밖으로 나오는 장면이었다.
자루 모양으로 봐서 사람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정말 매영설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기야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이것 또한 적을 유인하는 미끼일 수 있었다.
‘내 직감을 믿자. 일단 구한 후 확인하면 되겠지.’
스스슷.
백무명이 지붕 위에서 내려와 간수들 쪽으로 접근했다.
수백 명의 무사가 간수들을 에워싸고 있었으나 백무명의 은잠술 앞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자루 근처까지 간 백무명이 금나수법으로 자루를 낚아챈 후 경공을 펼쳤다.
휙휙휙.
간수들 눈에는 자루가 갑자기 사라진 것으로 보였지만 문제가 생긴 것은 확실했다.
“죄수를 빼앗겼다!”
“어서 놈을 잡아라!”
칠마종 무사들이 사방으로 퍼지며 정체 모를 범인, 즉 백무명을 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