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43
“이제 시작하려는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소. 나가 봅시다.”
“네.”
객잔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백무명과 단목연이 밖으로 나와 처형장 가까이 갔다.
아직 처형할 포로는 도착하지 않았지만 칠마종 무사 수백 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단상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 위에는 스무 명가량의 지휘부 고수들이 앉아 있었다.
다들 태양혈이 볼록 튀어나온 것으로 보아 상당한 고수 같았다.
‘낙양 무림 연합의 지휘부 고수 처형이라 그런지 칠마종에서도 고수들이 많이 왔군. 아마도 칠마종 측에서도 구출 작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 같다.’
백무명이 주위를 둘러보니 칠마종 무사만 이백 명이 넘었다.
“칠마종 병력이 이전보다 배는 더 온 것 같아요. 구출 작전에 대비하고 있는 걸까요?”
“그런 것 같소.”
백무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처형이 실제 이뤄질 처형대 쪽으로 다가갔다.
처형대는 마치 비무대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장방형 모양으로 한 번에 열 명도 집행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오늘 처형 대상자는 한 명으로 예고가 되어 있었다.
“앗! 저기 온다!”
몰려든 천여 명의 구경꾼 중 한 명이 소리치자, 다들 고개를 돌렸다.
마치 사형수처럼 온몸이 쇠사슬로 묶인 채 수레에 타고 있는 노인.
바로 오늘 처형당할 장본인이었다.
누군가 그를 알아보고 소리쳤다.
“장생문(長生門) 문주 장생노인(長生老人)이다!”
“중립을 지키던 장생노인마저 처형을 시킨다니!”
아직 처형 대상자가 누군지 모르던 사람들이 탄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생문은 낙양의 대표적인 중도 문파였다.
정확하게 말해서 정사지간이라 할 수 있었다. 특별히 양민을 괴롭힌 적이 없어 정파에 가깝기는 했다.
하지만 정마대전 발발 후 중립을 표방한 대표적 문파였음에도 칠마종이 낙양 무림을 장악하자 가장 먼저 숙청 대상에 올랐다.
낙양 무림 연합이 결성된 것도 장생노인이 칠마종에게 사로잡힌 직후였다.
다른 중도문파들이 자신들도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장생노인의 위상은 높았다.
사형 집행 책임자로 온 검마종 장로 양견(梁見)이 말했다.
“장생노인.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네놈들의 본거지를 어서 말해라.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네놈들에게 잡히고 난 후 낙양 무림 연합이 결성되었는데 어찌 내가 그 사실을 알 수 있겠느냐? 어서 죽여라. 더는 할 말이 없다.”
“후후후! 그렇게는 안 되지. 오늘은 죽을 놈이 네놈 한 명뿐이니 천천히 사지를 하나하나씩 잘라주마.”
양견이 집행패를 어깨 위로 들어 올렸다.
집행을 위해 거대한 칼 한 자루를 들고 있던 망나니가 물었다.
“장로님. 어떻게 할까요? 원래는 바로 목을 베기로 되어 있었는데, 지금 말씀하시는 걸 보면······.”
“저놈에게 알아낼 게 있으니 일단 왼팔부터 잘라라.”
“하지만 일단 집행패가 던져지면 목을 잘라야 하는 게 관례입니다.”
“그래? 망나니로 유명하다고 해서 일부러 고용했더니 그런 전통이 있었군.”
“장로님. 그냥 목을 베십시오. 낙양 무림 연합 그놈들이 겁을 먹고 이번에도 나타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저놈에게 알아낼 게 없는 것도 사실일 것 같고 말입니다.”
“으음, 그런가? 좋다. 일을 두 번 하는 것도 그렇게 좋지 못하지. 그래. 시원하게 목을 베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망나니가 처형대 위에 무릎이 꿇린 채 앉아 있는 장생노인 뒤에서 칼을 높이 들었다.
이제 집행패가 던져지면 곧바로 목을 칠 기세였다.
이미 유언을 남기는 것도 거절한 터라 이제 집행만 남은 상황이었다.
양견이 집행패를 막 던지려던 찰나.
군중 속에서 십여 명의 무사들이 처형대 쪽으로 뛰쳐나왔다.
“우리는 낙양 무림 연합 소속 장생문 무사들이다.”
“문주님!”
“문주님!”
장생문 무사 십여 명이 일제히 장생노인을 구하기 위해 달려들자, 칠마종 무사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와 벽을 만들었다.
장생노인 앞을 완전히 가로막은 셈이라 장생문 무사들로서는 그들을 돌파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단상에 앉아 있던 양견이 양손을 풍차처럼 휘두르며 지풍을 날렸다.
휙휙휙.
한 가닥 지풍이 아니라 연속 지풍이었다.
피피피픽.
지풍은 어김없이 장생문 무사들의 몸에 적중되었다.
“으윽!”
“으윽!”
장생문 무사들이 미처 공격도 하지 못하고 맥없이 쓰러졌다.
군중들이 놀라서 보니 다들 혈도를 찍힌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양견이 껄껄 웃었다.
“하하하! 역시 내 예상대로군. 장생노인 네놈을 처형시킨다고 하면 반드시 수하들이 나설 줄 알았다. 여봐라. 저놈들을 모두 끌고 총단으로 돌아간다. 놈들을 고문한다면 낙양 무림 연합의 본거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존명!”
“존명!”
칠마종 무사들이 일제히 대답한 후 쓰러진 장생문 무사들을 향해 다가갔다.
참고로 오늘 처형장에 온 칠마종 무사들은 대부분 검마종 무사들이었다.
하지만 개중에는 광마종과 독마종 무사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삼종 간의 협약에 따라 현장 지휘자인 양견의 명에 복종해야 했다.
그렇게 장생문 무사들이 끌려가기 직전.
사내 한 명이 처형대 쪽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한데 그는 백무명이 아닌가.
“네놈은 누구냐?”
칠마종 무사들이 백무명을 향해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백무명이 끼어든 곳이 바로 장생문 무사들 바로 앞이었다.
그 때문에 은연중 백무명이 칠마종 무사들의 길을 막고 있는 형국이었다.
“내가 누구인지는 알 것 없다. 지금이라도 모두 떠나면 오늘 하루만큼은 목숨을 살려주겠다.”
백무명의 말에 양견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낙양성에 사람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별 미친놈이 다 있었구나. 뭣들 하느냐? 저 미친놈의 목을 베어라. 목이 달아나면 더는 헛소리를 지껄이지 못하겠지.”
“존명!”
칠마종 무사 한 명이 대답 후 검을 들고 백무명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는 이번 처형장 경계의 일차 책임을 맡은 조장급 무사로 백무명의 등장으로 가장 놀란 자였다.
백무명이 난입하는 것을 막지 못한 책임 때문에 안 그래도 처리하려던 찰나였다.
쐐애액.
칠마종 무사의 검이 비스듬한 각도로 백무명의 목을 베어갔다.
원래 두 사람 간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는데, 금세 간격을 좁힌 것이 아무래도 칠마종 무사가 신법을 펼친 것 같았다.
하지만 백무명은 그저 그대로 서 있을 뿐이었다.
마음속으로 백무명을 응원하고 있던 군중들이 다들 안타까워했다.
일말의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결국 아무 실력도 없는 자임이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초조해한 것은 단목연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자신이 먼저 나설 테니 기회가 되면 장생노인을 구출하라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던 그녀였다.
하지만 백무명이 목에 검이 닿기 직전까지 가만있는 것을 보고 그녀 역시 매우 당황했다.
더는 지켜볼 수 없어 단목연이 암기를 날리려던 찰나.
백무명의 신형이 갑자기 사라졌다.
스스슷.
“앗!”
“엇!”
사람들이 놀라는 가운데 그가 나타난 곳은 바로 장생노인 앞이었다.
장생노인 옆에는 망나니 한 명만 있었는데, 백무명이 우수를 한번 휘젓자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는 망나니 이전에 온갖 악행으로 악명이 높은 자였다.
백무명은 그에게서 느껴진 기로 그런 사실을 단번에 파악하고 주저 없이 살수를 펼친 것이었다.
“앗! 저놈이! 어서 죽여라!”
양견이 소리쳤다.
하지만 정작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는 조금 전 백무명이 보여준 신법 때문이었다.
나름대로 절정고수로 자부하는 그였지만 조금도 그 궤적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백 명이 넘는 수하들이 있었다.
그런 그의 믿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백무명의 손짓 한 번에 수십 명이 쓰러졌다.
어떤 무공을 썼는지 파악할 겨를도 없이 백무명의 무형지기에 의해 칠마종 무사들이 썩은 짚단처럼 쓰러졌다.
양견이 놀라서 보니 다들 심맥이 끊겨 즉사해 있었다.
단상에 함께 있던 지휘부 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장생노인의 몸을 묶고 있던 쇠사슬은 녹아내렸고 그를 비롯한 장생문 무사들의 혈도가 풀렸다.
단목연은 적시에 뛰어들어 장생노인을 부축하고 있었다.
“어찌! 이런 일이!”
양견이 비틀거렸다.
순식간에 이백여 명의 수하가 떼죽음을 당했으니 놀랄 만도 했다.
백무명이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양견의 눈에는 그가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역시 검마종 장로로서 절정고수였다.
목숨에 위협을 느끼자 정신을 차리고 검을 뽑았다.
쾌검식으로 유명한 그가 필생의 공력을 실어 검초를 뿌리려는 것이었다.
백무명은 그저 담담히 서 있을 뿐 그런 그를 저지하지 않았다.
“후후후! 지금 보니 내공을 벌써 소모한 것 같군. 어리석은 놈! 네놈이 비록 내 수하들을 모조리 죽였으나 우리는 여전히 삼십만 병력을 지니고 있다. 죽여주마!”
양견이 들고 있던 검을 빠르게 던졌다.
이는 그가 익힌 쾌검식의 최후 절초였다.
사실 검은 무사의 손을 떠났을 때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갈 수 있으므로 적절한 선택이었다.
양견은 내심 이번 공격이 실패하면 곧바로 도주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일단 그 결과를 주시했다.
백무명이 꿈쩍도 하지 않아 그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게 거의 확실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양견이 날린 검이 가슴에 닿기 직전 백무명이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
순간, 검이 그대로 방향을 바꿔 빠른 속도로 양견을 향해 되돌아갔다.
쐐애액.
“헉!”
양견이 급히 옆으로 몸을 피하려 했으나 이미 검이 그의 가슴을 관통한 이후였다.
“켁!”
괴성과 함께 쓰러진 양견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와아아.
참았던 함성이 군중 속에서 터져 나왔다.
칠마종 무사들이 한 명도 남김없이 죽자 눈치 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백무명이 단목연과 장생문 무사들에게 말했다.
“놈들이 몰려올 수 있으니 일단 이곳을 떠나 이야기를 나눕시다.”
“네. 대협.”
“네.”
* * *
“아! 그러니까 마교에서 온 분들이란 겁니까?”
장생노인을 비롯한 장생문 무사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처형장에서 멀리 떨어진 한 폐가 안에서 휴식을 취하던 그들은 단목연과 백무명이 천마신교 무사라는 사실을 밝히자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천마신교는 정파는 물론이고 중도 문파에게도 적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하지만 장생문 무사들의 어조는 예상보다 차분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백무명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죽은 목숨과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백무명이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지요. 본교 성녀께서는 낙양 무림 연합과 힘을 합쳐 칠마종을 상대하고자 하십니다. 공통의 적을 맞이해 힘을 합치는데 정사의 구별이 뭐 그렇게 중요하겠습니까? 하물며 여러분은 중도를 표방하시니 더 쉽게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낙양 무림 연합은 우리 장생문만 있는 게 아니라 수백 개가 넘는 문파로 이루어 있소이다. 두 분이 우리를 구해주신 점은 감사하나 동맹 체결을 약속할 수는 없을 듯하오.”
장생노인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구명지은을 입은 그였기에 백무명과 단목연에 대한 반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권한 밖의 일까지 약속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인 것 같았다.
“죄송하지만 문주께서는 낙양 무림 연합에서 어떤 직책을 맡고 계십니까?”
“으음, 사실 낙양 무림 연합을 가장 먼저 구상한 사람이 바로 나였소. 그 때문에 아직 형식적이지만 노부가 총지휘자 자리를 맡고 있을 것이오.”
장생노인이 말을 한 후 수하들을 쳐다봤다.
장생문 무사 한 명이 확인을 해줬다.
“문주님 말씀대로입니다. 낙양 무림 연합의 공식적인 대표는 바로 우리 문주님이십니다.”
“잘되었군요. 그럼 이렇게 하지요. 일단 본교의 제의를 공식적인 안건으로 올려 다른 분들과 의논해주십시오. 원래는 낙양 무림 연합의 본거지를 알아내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리려 했는데 내부 논의를 거치는 게 우선일 것 같군요. 일단 우리 성녀님의 친서를 드리겠습니다.”
백무명이 품속에서 서찰 한 통을 꺼내 장생노인에게 줬다.
장생노인이 보지도 않고 품속에 넣었다.
“감사하외다. 나중에 어디로 연락드리면 되겠소?”
“비상 연락수단을 말씀드리지요.”
단목연이 언제든 연락을 주고받을 방법을 가르쳐줬다.
그것은 특정 장소에 표식을 남기는 것으로 매우 효율적이었다.
“그럼 저희 먼저 가보겠습니다.”
백무명과 단목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마신교 무사임을 밝힌 후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져 일단 자리를 뜨려는 것이었다.
장생노인이 물었다.
“혹시 동맹을 추진하는 곳이 우리 말고 또 있소?”
“네. 아직 성사된 것은 아니지만 영웅맹 쪽에도 의사를 타진해볼 계획입니다.”
“오! 그것참 잘되었구려. 감옥에 있던 나 역시 영웅맹주에 관한 소문을 들은 바 있소. 만약 귀교에서 영웅맹과 동맹을 체결하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 낙양 무림 연합 역시 훨씬 수월하게 힘을 합칠 수 있을 것이오. 내가 다른 분들을 설득해보겠소.”
“알겠습니다. 일단 영웅맹과의 동맹 체결부터 노력해봐야 할 것 같군요.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살펴 가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