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45
“백 군사. 무공이 출중한 오라비가 있다고 들었소. 아직 소식이 없소?”
“동방 오라버니 말씀인가요?”
“그렇소. 백동방 공자 말이오. 백 공자에 대해 이곳저곳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우리 영웅맹에 그런 고수가 한 명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소.”
“동방 오라버니는 아직 소식이 없어요. 지존회주란 분과 반선들의 동정을 살피러 가셨는데,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
백여희가 안색을 굳혔다.
백무명 역시 그녀의 마음을 아는 듯 위로해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무공이 출중하다면 반드시 무사할 것이오. 그나저나 이제 낙양 성문이 보이는군.”
백무명이 낙양성을 가리켰다.
소림사를 떠난 두 사람이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아 낙양에 도착한 것이었다.
백여희가 미소를 지었다.
“맹주님 말씀대로 제 오라버니는 무사할 거예요. 만약 오라버니가 복귀하면 반드시 맹주님께 소개해드릴게요.”
“기대하고 있겠소. 일단 성안에 들어가면 성녀부터 만나보겠소?”
“아니에요. 낙양 무림 연합부터 가볼 생각이에요. 그들의 본거지를 알고 계시지요?”
“아직 모르지만 찾을 수 있을 것이오.”
“역시 제 예상대로 낙양 무림 연합 무사들에게 천리향을 뿌려두셨군요.”
“어쩔 수 없었소. 마교의 특수 연락 방식은 내가 쉽게 알 수 없으니까. 낙양 무림 연합 무사들이 알게 되면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악의가 아니니 그들도 이해할 것이오.”
“당연하지요. 무엇보다 맹주님께서 그들의 목숨을 구해주신 게 아닌가요? 그런 것 정도 이해 못 할 분들은 아닐 거예요. 어서 성안으로 들어가요. 배가 고프니 정보도 얻을 겸 객잔에서 식사부터 하고 낙양 무림 연합 본거지로 가보죠.”
“그럽시다.”
* * *
“아니! 그게 정말인가? 서장무맹이 마침내 사천성을 침공했다고?”
“그러하네. 나도 조금 전 들었네.”
“이거 정말 큰일 났군. 그나마 사천성에 들어가면 칠마종 놈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는데······.”
“쉿! 조용히 하게. 칠마종 무사들이 곳곳에 깔려 있으니까 말조심해야 하네.”
“분통이 터져서 그러하네. 정마대전에 이어 외세무림의 침공이라니. 정말 무림이 멸망하려는 것인가.”
객잔 안의 손님들이 술렁이고 있었다.
원래는 칠마종 무사들이 들을까 두려워 무림 이야기 자체를 자제하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서장무맹의 침공 소식이 들리자 더는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다행히 객잔 안에는 칠마종 무사들이 없는지 별다른 저지가 없자 손님들의 술렁임은 극에 달했다.
다들 서장무맹의 침공을 두려워하는 동시에 칠마종을 성토하고 있었다.
조금 전 객잔에 들어와 한쪽 구석 탁자에서 식사하던 백무명과 백여희 또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맹주님. 서장무맹이 침공을 개시한 것 같네요.”
“그런 것 같소. 최소한 무림맹 총단을 탈환한 후 일이 벌어질 것을 희망했는데 상황이 복잡해진 것 같소.”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소림사에서 잠시 예의 인피면구를 썼던 그는 이제 다시 백천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백여희 또한 간단한 역용을 해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게 했다.
원래 그녀는 아직 역용술이 서툴러 인피면구를 사용할 생각이었는데, 낙양으로 오는 도중 백무명의 지도를 받아 역용을 하게 되었다.
사실 역용술은 내공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정교함으로 내공의 부족함을 충분히 메울 수 있었다.
더욱 정교한 역용술을 익히게 된 백여희가 매우 기뻐한 것은 물론이었다.
“서장무맹 침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음파를 차단했으니 마음껏 이야기해도 좋소.”
백무명의 물음에 백여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일단 사천 무림은 서장무맹의 공격을 당해내지 못할 거예요. 사천 무림 전체가 서장무맹의 세력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이오. 서장무맹의 병력이 삼십 만으로 알고 있는데, 그 병력이 모두 동원되었다면 아마도 파죽지세일 것이오.”
“네. 그래서 이번 동맹이 더욱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특히 서장무맹을 상대하기 위해 십만대산에 있는 마교 정예무사들을 반드시 동원해야 해요. 그 병력 외에 지금 서장무맹을 막아낼 힘이 없으니 나중에 성녀를 만나게 되면 설득해 보겠습니다.”
“마교 정예는 아마도 천마의 명만 따를 것이오. 천마의 신변에 어떤 문제가 있을 확률이 큰데 쉽지 않을 것 같소.”
“하지만 일단 시도는 해봐야지요. 그 방법 외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으음, 하기야 당장 하남 무림을 탈환하는 게 시급하니까.”
“네. 맞아요. 낙양에 있는 칠마종 병력만 격파하면 우리도 사천 무림을 지원할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거예요. 식사도 끝났으니 어서 낙양 무림 연합 본거지로 가요.”
“그럽시다.”
백무명과 백여희가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객잔 안으로 사내 한 명이 급히 들어왔다.
그는 각종 무림 소식을 퍼뜨리는 것을 일생의 낙으로 생각하는 자로 이번에도 가장 먼저 정보를 입수한 것 같았다.
“간밤에 칠마종이 마교 낙양 분타를 공격했다고 하오. 마의 종주 자리를 놓고 드디어 두 세력 간에 전면전이 벌어진 것 같소.”
“아!”
“그런 일이!”
사람들이 다시 한번 놀라며 웅성댔다.
하지만 그들 중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백무명과 백여희였다.
“큰일 났군.”
“마교 낙양 분타로 가보실 생각인가요?”
“그렇소. 일단 가봅시다. 이미 늦은 것 같지만 상황을 파악해야겠소. 황족이 사용하던 장원이라고 해서 안심을 놓았건만. 놈들이 내가 없는 동안 분타 위치를 알아내는 데 성공한 것 같소.”
“네.”
* * *
백무명과 백여희가 천마신교 낙양 분타로 갔을 때는 이미 잿더미뿐이었다.
분타로 사용하던 장원 건물이 모두 불에 타버려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잿더미로 변한 장원 주위에는 인근에 살던 양민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제는 분타를 공격했던 칠마종 무사들도 철수했고 폐허 속에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조금 떨어진 나무 위에서 피해 상황을 살펴보던 백무명과 백여희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안색을 굳혔다.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었군요. 황족이 사용하던 장원이라 수색이 힘들다고 하셔서 이런 결과는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어요. 무엇보다 분타 위치가 발각될 우려가 커서 최근 장원을 바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건 그렇지만 오천 명이나 되는 인원의 움직임을 어찌 완벽하게 숨길 수 있겠소? 생필품을 사러 분타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인원도 있었을 것이고, 칠마종 쪽에서 작정만 하면 발각은 시간문제였소.”
“하기야 분타 위치를 바꾸는 것도 한계가 있지요. 피해 상황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치열한 전투 흔적이 있는 것으로 봐서 상당수는 탈출에 성공한 것 같소. 하지만 최소 절반 이상은 전사한 것 같소.”
백무명이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잿더미 속에서 무수히 많은 유골이 있는 것을 조금 전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백무명의 기분 상태였다.
분명 천마신교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마치 자신이 아끼는 수하들이 당한 것처럼 분노를 느꼈다.
하기야 짧은 시간이지만 성녀, 단목연, 매영설 등과 정서적으로 가까워진 것 역시 사실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일단 예정대로 낙양 무림 연합 본거지로 갑시다. 희망 사항이긴 하나 혹시 마교 무사 중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이 그쪽에 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두 세력이 그동안 한번은 소통했을 테니 말이에요. 어서 가도록 해요.”
“그럽시다.”
얼마 후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낙양성 변두리에 있는 한 장원이었다.
워낙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 사람이 살지 않은 폐장원처럼 보였다.
실제 장원 전체가 관리가 되지 않은 듯 담벼락에 먼지도 많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 같은데, 정말 이곳에서 천리향이 나나요?”
“그렇소. 아무래도 장원 지하에 비밀 시설이 있는 것 같소. 일단 들어가 봅시다.”
“네.”
백무명과 백여희가 장원 대문을 열려 했으나,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쳐다본 후 약속이나 하듯이 경공을 펼쳐 담을 넘어갔다.
장원 안은 그야말로 황량했다.
예상대로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폐장원이었다.
백무명이 내공을 실어 소리쳤다.
“저는 천마신교 낙양 분타에서 온 무사 백천입니다. 장생노인을 급히 뵈러 왔으니 모습을 드러내 주십시오.”
백무명의 목소리는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장원 곳곳에 빠짐없이 퍼져나갔다.
특히 신경을 쓴 것은 지하 쪽이었는데 내공을 이용해 음파가 바닥을 뚫고 전해지게 했다.
하지만 응답은 전혀 없었다.
백무명이 한 번 더 소리치려는 순간.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장원 마당에 있던 석탑 뒤쪽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아! 정말 백 무사님이셨군요.”
“아! 그때 그분?”
백무명이 반가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나타난 사람은 장생노인을 구출하러 왔다가 양견의 지풍에 당했던 장생문 무사 중 우두머리였다.
“장생문 총호법 방표(方票)라고 합니다. 저번에는 경황이 없어 인사를 드리지 못했지요. 어떻게 오신 겁니까?”
“혹시 본교 분타 무사들이 이곳으로 오지 않았습니까?”
“오지 않았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네. 칠마종의 공격을 받아 분타가 초토화되었습니다. 저는 성녀님의 명으로 소림사로 갔다가 지금 막 돌아왔는데 그렇게 되어 있더군요. 이곳은 안전합니까?”
“네. 아직은. 한데 이곳의 위치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직 우리 위치를 귀측에 알려준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긴급 상황에 대비해 여러분께 추적향을 묻혀두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 부분은 나중에 문주님께 말씀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따라오십시오.”
“네.”
방표를 따라간 곳은 예상대로 장원 지하였다.
석탑의 기관을 발동하면 출입구가 나타나는 식으로 설계가 되어 있었다.
지하 계단으로 내려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제법 긴 시간을 내려갔다고 생각했을 무렵.
거대한 지하 광장이 나타났다.
광장 벽에는 야명석이 박혀 대낮처럼 밝았다.
백무명과 백여희가 놀란 것은 광장에 모여있는 무사들의 수였다.
거의 십만 명에 달하는 무사들이 도열해 있지 않은가.
본거지에 어느 정도 병력이 있을 거로 예상은 했지만 전 병력이 모두 집결해 있을 줄은 생각 못 했던 것 같았다.
십만 무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생노인이 껄껄 웃었다.
“허허허. 어서 오시오. 백 무사. 어떻게 이곳을 알고 온 것이오?”
“저번에 헤어질 때 필요할 것 같아서 추적향을 장생문 무사들에게 뿌려두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허허허. 짐작하고 있었소. 원래 이곳 위치를 알려주려고 했었는데, 잘된 일이오. 한데 어떤 일로 온 것이오? 동맹 체결 문제 때문이오?”
“네. 하지만 그 전에 본교 낙양 분타가 공격을 당했습니다.”
백무명이 천마신교 낙양 분타가 잿더미가 된 상황을 설명해줬다.
장생노인을 비롯한 낙양 무림 연합 무사들이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놈들이 마침내 귀교와 전면전을 벌일 모양이구려. 아무튼, 잘되었소. 우리 역시 놈들과 사생결단을 내기로 했소. 이렇게 성안에 있던 모든 무사를 소집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오. 한데 옆에 있는 분은 뉘시오?”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영웅맹 수석 군사 백여희라고 해요.”
백여희가 말한 후 역용을 풀었다.
그녀의 얼굴을 알아본 무사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백 소저가? 혹시 벌써 두 세력 간에 동맹을 맺기로 한 것이오?”
“그렇습니다. 비록 분타가 공격을 받긴 했지만, 동맹 체결은 차질없이 진행될 겁니다. 백 군사의 말씀을 듣고 낙양 무림 연합 역시 최종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알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