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46
백여희의 설명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다만 동맹 체결의 중요성과 필요성, 시급성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을 뿐이었다.
특히 그녀가 강조한 것은 서장무맹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천마신교의 합류가 꼭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무림전쟁이 칠마종과의 싸움으로 끝나지 않게 되었다는 그녀의 주장에 낙양 무림 연합의 지휘부 고수 백여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십만여 낙양 무림 연합 무사들도 도열한 채 경청하고 있었다.
백여희의 말이 끝나자 백무명이 말했다.
“이제 본교와 영웅맹, 그리고 낙양 무림 연합 세 곳의 동맹 체결은 불가피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본교 낙양 분타가 공격을 받고 초토화가 되었지만 성녀님을 비롯해 상당수 무사는 탈출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니 그 점은 우려하실 필요가 없을 겁니다. 동맹이 체결되면 성녀께서 하남성 분타 병력 십만을 소집하실 계획이니 낙양 무림 연합 병력과 합치면 이십만 정도가 될 것이고, 그 정도 병력이면 일단 칠마종과 싸워볼 만할 겁니다.”
“우리 영웅맹도 이만 병력이 있어요. 게다가 맹주님의 무공은 절대적이지요.”
백여희의 말에 지하 광장에 모인 무사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천마신교보다는 영웅맹 쪽에 관심이 큰 모양이었다.
장생노인이 말했다.
“사실 여러분이 오기 전에 우리끼리 오랜 토론을 했소이다. 그 결과 지난번에 내가 말한 대로 천마신교와 영웅맹 두 곳이 동맹을 체결하면 우리 역시 따르기로 했소. 게다가 서장무맹까지 사천성을 침공했다고 하니 더욱더 동맹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하오. 결론적으로 우리 역시 동맹 체결에 찬성하겠소.”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짝짝짝.
십만 무사의 박수 소리가 지하 광장에 가득했다.
“동맹 체결 절차는 어떻게 진행했으면 좋겠소?”
장생노인의 물음에 백여희가 미소지었다.
“그 부분은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동맹 체결식은 소림사에서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소림사 말이오?”
“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백여희가 잠시 말을 끊은 후 천천히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장생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지금 가장 안전한 곳이 바로 소림사라고 알고 있소. 다만 우리 낙양 무림 연합이 성안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호응을 하는 작전은 조금 무리가 있는 것 같소.”
“무슨 무리 말인가요? 혹시 이곳의 위치가 발각될 우려 때문인가요?”
“백 소저의 말씀 그대로요. 우리와 보안 능력에 있어 큰 차이가 없는 천마신교 낙양 분타가 총공격을 받아 잿더미가 된 게 사실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는구려. 아직 천마신교 하남성 분타 병력 소집령이 발동되지도 않았고 실제 칠마종과의 싸움이 발발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한데 그때까지 기다릴 자신이 없소이다.”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백무명의 질문에 장생노인이 담담히 말했다.
“이왕 소림사에서 동맹 체결식이 열린다면 우리도 천마신교처럼 소림사로 병력을 집결시키고자 하오. 백 소저. 가능하겠소?”
“저야 무조건 찬성이긴 하지만 과연 십만 병력이 무사히 성 밖으로 나가 소림사로 갈 수 있을까요? 수천 정도는 모르겠으나 십만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소. 우리가 왜 이 지하 광장에 병력을 모두 집결시켰겠소?”
“아! 그럼 혹시 이곳에 성 밖으로 나가는 비상 통로가 있나요?”
“그렇소. 공격을 받기 전에 서둘러 성 밖으로 나가 소림사로 병력을 이동하고 싶소.”
“잘되었군요. 결심이 섰다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게 좋겠어요. 천마신교 낙양 분타가 그렇게 쉽게 공격을 받은 것이 자꾸 마음에 걸려요.”
“혹시 반선들이 다시 나타났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네.”
“으음, 백 소저 예상대로 반선들이 나타났다면 보통 일이 아니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지금 바로 소림사로 출발하도록 하겠소. 백 소저가 우리 무사들을 잘 안내해주시리라 믿소.”
“당연하지요. 바로 출발하는 게 좋겠어요.”
“좋소. 모든 무사에게 명하겠소. 지금 즉시 비상 통로를 통해 성 밖으로 나간 후 소림사로 가겠소. 출발하시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낙양 무림 연합 무사들이 일제히 지하 광장 곳곳에 나 있는 비상 통로를 통해 성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백무명과 백여희 역시 그들을 따랐다.
* * *
낙양 무림 연합 무사들의 성 밖 이동은 대성공이었다.
본거지로 사용하던 장원이 성벽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데다가 그 비상 통로의 길이 또한 매우 길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백여희와 달리 백무명은 다시 낙양으로 돌아가는 결정을 내렸다.
“아무래도 저는 성안으로 다시 돌아가 성녀님을 비롯해 본교 무사들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칠마종 놈들에게 붙잡혔을 수도 있으니 정밀 수색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백 군사께서 이분들을 소림사로 잘 안내해주십시오. 저도 성녀님과 본교 무사들을 찾게 되면 함께 소림사로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알겠소이다. 나중에 또 봅시다.”
백여희와 장생노인 등의 배웅을 받으며 백무명은 낙양으로 돌아왔다.
그 전에 백여희와는 전음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결론은 하루빨리 성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성녀의 명이 있어야 하남성 천마신교 분타 무사 십만 명을 소집할 수 있기 때문으로 사실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
문제는 소림사에서 백무명을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것인데 이 역시 잠시 출타한 것으로 하기로 했다.
‘낙양 무림 연합과의 동맹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었다. 문제는 성녀를 비롯한 마교 낙양 분타 병력의 행방인데, 낙양 무림 연합 본거지에도 안 갔다면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설마 전멸을 당한 것은 아니겠지.’
낙양성 안으로 들어서며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그가 잿더미 속에서 파악한 시신의 수는 대략 이천여 구.
천마신교 낙양 분타 병력이 오천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직 삼천여 명 정도가 생존해 있어야 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백무명이 고민을 하다가 객잔 한 곳에 들어갔다.
모든 객잔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에 따라 쏠쏠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식사를 할 때도 되긴 했다.
“어서 오십시오. 뭘 드시겠습니까?”
“소면 한 그릇과 만두 한 접시 가져오시오.”
“네.”
점소이가 고개를 숙인 후 주방으로 달려갔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백무명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백여희가 옆에 없으므로 지금부터는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했다.
‘결국 칠마종 내부로 들어가야 한단 말인가. 마교 분타 무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실히 알려면 그 수밖에 없겠구나.’
백무명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그때였다.
옆 탁자에 앉은 대한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교 낙양 분타에서 굉장한 싸움이 벌어졌다고 하네.”
“그게 정말인가? 마교 낙양 분타가 칠마종의 공격으로 잿더미가 됐다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나도 처음에는 그 정도밖에 몰랐지. 하지만 격전 끝에 마교 무사 절반 가까이 척살하고 마녀를 사로잡은 모양이야.”
“헉! 마녀라면 마교 성녀 말인가?”
“그러하네. 어찌나 무공이 강한지 그녀에게 죽은 칠마종 무사가 죽은 마교 무사보다 많다고 하더군. 아무튼 마녀가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마교 무사 삼천 명 정도가 도주에 성공했다고 하더군.”
“마녀는 어떻게 붙잡혔다고 하던가?”
“원래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는데 검마종주와 광마종주, 독마종주 삼 인의 합공으로 겨우 생포할 수 있었다고 하네. 물론 그전에 칠마종 무사 이천여 명을 제거하느라 내공을 소모한 것이 가장 컸지.”
“어쨌든 마녀를 붙잡았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이 사실이 퍼지면 마교 무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게 분명하겠군.”
“당연하지.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이 오히려 마녀를 응원하고 있네, 칠마종 놈들보다 백배 낫다는 게 그 이유지. 사실 이름만 마녀로 불리지 그녀가 무림에 해악을 끼친 일도 전혀 없고 마교 내에서는 그야말로 선녀와 다름없이 아름답고 착하다고 하더군.”
“그래서 지금 마녀는 어디에 있나? 금마옥에 갇혔나?”
“금마옥 말고 다른 비밀스러운 곳에 가뒀다고 하네. 소문에 의하면 십만대산에 있는 천마에게 협박용으로 사용할 거라고 하니 앞으로 볼만할 걸세.”
“천마의 반응이 기대되는군. 천마가 분노하면 정말 무서울 텐데, 칠마종도 이제 간이 부었군. 영웅맹도 제거 못 하는 주제에 마교와 전면전을 시작하다니.”
“영웅맹 무사들이라 해봤자 이만 명 정도라고 하던데 그 정도면 무시해도 되지. 처음에는 영웅맹을 경계했는데 이제는 반선들에게 맡기고 본격적으로 마의 종주 자리를 놓고 마교와 다툴 것 같네.”
“당연히 그렇겠지. 천마가 그 수하들을 끔찍이 아낀다는데 이천 명이 넘게 죽었으니 어찌 보복하지 않겠나?”
“하지만 보복을 시도하는 순간 마녀 역시 처형당할 것이니 아무리 천마라 해도 고민이 될 거야.”
“그렇겠군.”
‘성녀가 잡혔구나. 마종주 세 명의 합공이라면 평상시 무공으로도 힘들었을 것이다. 다만 성력을 사용하면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도주는 할 수 있었을 텐데, 수하들을 위해 시간을 끌다가 때를 놓친 것 같군.’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성녀가 사로잡혔을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기에 그가 받은 충격은 매우 컸다.
‘역시 그동안 정이 든 것인가. 마치 내가 가장 아끼는 수하가 붙잡힌 것처럼 안타깝구나. 어떤 수를 써서라도 성녀부터 구해야겠군.’
백무명이 점소이가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궁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별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는 않았다.
‘일단 저자들의 말대로 금마옥은 아닐 것이다. 으음, 무작정 오늘 밤 무림맹 총단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겠군. 정 안되면 검마종주나 광마종주, 독마종주를 제압해서라도 성녀의 행방을 알아내야겠다.’
계획을 세운 백무명이 비로소 안색을 폈다.
상황이 매우 급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서둘러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무리했을 때.
그의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들렸다.
“지금 마녀의 시체가 무림맹 총단 대문 위에 걸려있다고 하오. 마녀가 자진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소.”
콰직.
백무명의 손안에 든 찻잔이 그대로 박살 났다.
백무명이 분노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힘을 준 것이었다.
‘믿기 어렵다.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다.’
백무명이 객잔에서 나와 무림맹 총단으로 향했다.
휙휙휙.
백무명의 경공 속도가 빨라졌다.
얼마 후 도착한 무림맹 총단 대문 앞에는 예상대로 성녀의 시신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정말 그녀가 자진했는지 알 수 없으나 구경하려는 사람들을 막지 않는 것으로 봐서 공개적으로 성녀의 죽음을 알리려는 칠마종 측의 의도가 느껴졌다.
하기야 이왕 성녀가 죽었다면 확실하게 알려 앞으로 전면전을 벌이게 될 마교 무사들의 사기를 꺾을 필요가 있었다.
‘아! 정말이었구나. 심맥이 완전히 끊겼다.’
백무명이 대문 윗부분에 매달려 있는 여인의 시신을 보고 탄식했다.
설마 했지만 정말 성녀의 얼굴이었다.
다만 죽은 사람답지 않고 마치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 때문에 혹시 살아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백무명은 알 수 있었다.
심장이 뛰지 않고 있다는 것을.
다만 부패의 조짐은 전혀 없었다.
‘성력 덕분으로 한동안 시신은 부패하지 않을 것 같구나. 아무래도 시신이라도 내가 수습해야겠다. 청룡주를 비추면 기사회생할 가능성도 있으니 서둘러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