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49
“성녀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성녀가 의아한 눈빛으로 패환을 쳐다봤다.
“어제 성녀님 지시대로 하남성 각 분타에 소집령을 전하는 전서구를 날렸는데, 소집에 응할 수 없다는 답변이 날아왔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감히 교주님의 위임을 받은 저의 명을 어기다니. 항명하겠다는 건가요?”
성녀의 언성이 높아졌다.
좀처럼 침착성을 잃지 않던 그녀였지만 다소 흥분한 표정이었다.
매영설, 전붕, 진국동, 철탑, 단목연, 단목창 등 천마신교 주요 고수들이 성녀 처소로 들어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아무래도 그들 역시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 같았다.
“정말 각 분타에서 소집령에 불응했나요?”
매영설의 물음에 패환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소. 이게 각 분타들의 대표 서신이오. 성녀님께서 먼저 읽어보시지요.”
“네.”
성녀가 서신을 읽어본 후 안색을 굳혔다.
말없이 매영설에게 서신을 건네자 그녀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이 그 내용을 읽었다.
“말도 안 돼요. 총단 지시 사항으로 이번 삼파동맹에 참여하지 말라니. 도대체 누가 이런 명을 내렸지요?”
매영설이 흥분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한 가닥 불안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천마 백엽이 실종 상태이고 그를 대신해 생사신의가 교주 행세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생사신의가 백엽의 얼굴로 역용해 교주 행세를 하고 있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생사신의 본인 외에 성녀와 매영설 두 사람뿐이었다.
진국동이 말했다.
“교주님의 명입니까? 단순히 총단의 지시 사항이라고 하니 정확히 알 수 없군요. 혹시라도 장로나 원로들이 교주님 재가도 받지 않고 이런 말도 안 되는 명을 내린 거라면 묵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침착하세요. 곧 우리 쪽에도 전서구가 날라올 것 같군요. 뭔가 총단에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어요.”
성녀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천마신교 안에서 교주를 제외하고 그녀의 권한이 가장 강했다.
명실상부한 제2인자였다.
따로 총군사를 두지 않은 천마신교에서 그녀가 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천마신교에는 무시 못 할 세력인 장로원과 원로원이 있었다.
물론 평상시라면 장로원과 원로원도 교주와 성녀의 명을 거역하지 못한다.
하지만 교주의 신상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교주의 명시적인 지시가 없는 한 교주 대행의 권한이 성녀뿐만 아니라 장로원과 원로원에도 골고루 분배되기 때문이었다.
‘아차, 내가 실수를 했구나. 생사신의로 하여금 교주 대행 권한을 내게 맡긴다는 명을 내리게 해야 했는데, 의심을 살까 봐 그러지 못했던 것이 아쉽구나. 필시 생사신의의 신상에 변고가 생긴 게 분명하다.’
성녀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매영설이 그녀에게 전음을 날렸다.
「생사신의께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요? 아니면 사부님의 실종을 장로원이나 원로원 쪽에서 알게 된 것일까요?」
「아직은 알 수 없어요. 좀 더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성녀가 전음을 날렸을 때 백무명과 장생노인을 비롯한 삼파동맹의 지휘부 고수들이 처소 안으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소림사 전체에 소식이 퍼진 것 같았다.
“천마신교 내부에 문제가 생긴 것이오?”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자세한 사정은 몰라요.”
성녀가 말한 바로 그때.
천마신교 무사 한 명이 들어왔다.
“성녀님. 총단에서 지휘 서신이 날아왔습니다.”
무사가 서찰 한 통을 성녀에게 바쳤다.
성녀가 서찰의 내용을 읽어본 후 안색이 창백해졌다.
“성녀님! 괜찮으십니까?”
“아! 어찌 이런 일이······.”
성녀가 낭패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무슨 내용이기에 그러세요?”
매영설이 서찰을 건네받아 읽어봤다.
“아!”
그녀 역시 짧은 탄식과 함께 말을 잇지 못했다.
패환이 서찰을 읽어본 후 말했다.
“교주님께서 폐관 수련 중 주화입마되셨다고 하는군요. 원로원과 장로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성녀님의 총단 복귀를 요청했고요. 교주님께서 주화입마되시다니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군요. 이 내용을 믿어도 되는 겁니까?”
“아!”
“아!”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러는 동안 서찰은 여러 사람이 읽어보았고 그 내용은 조금 전 패환이 밝힌 그대로였다.
백여희가 물었다.
“성녀께 복귀 명령을 내린 것은 천마신교 지휘부에서 이번 삼파동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인가요?”
“네. 일단 원점에서 재검토될 것 같아요. 그들 말대로 교주님께서 주화입마되신 게 사실이라면 말이지요.”
다소 안색을 회복한 성녀가 담담히 말했다.
잠시 놀랐지만 곧바로 냉정을 찾는 게 역시 성녀다웠다.
백여희가 다시 물었다.
“천마 교주께서 정말로 주화입마되어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시게 되면 교주 대행은 누가 맡게 되나요?”
“사전에 교주님의 명시적인 지시가 없으면 저와 장로원, 원로원이 균등하게 그 권한을 나눠 가지게 돼요.”
“아, 그래서 장로원과 원로원의 의견이 일치되면 성녀님께 명을 내릴 수도 있게 되는 것이군요.”
“네. 성녀전, 장로원, 원로원 이렇게 세 곳 중 과반수의 찬성으로 교의 제반적인 사항을 처리할 수 있게 되지요. 다만 성녀전은 저 외에 따로 권한을 가진 자가 없기에 제 의견이 바로 성녀전의 의견이 된다고 할 수 있어요.”
성녀가 천마신교의 교주 대행 체제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설명해줬다.
아무래도 백무명과 백여희 등에게 의견을 구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하남성 각 분타에 우리 삼파동맹에 참여하지 말라고 명을 내린 것도 바로 장로원과 원로원의 일치된 의견이겠군요.”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교주님의 주화입마 소식이 사실인지 여부예요. 무엇보다 그 사실의 확인 여부가 우선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정말 총단으로 복귀하실 생각이세요?”
백여희의 물음에 성녀가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말했다.
“생각 중이에요. 워낙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사실 막막하네요. 총맹주님의 고견을 듣고 싶군요.”
성녀가 백무명을 쳐다봤다.
백무명이 담담히 말했다.
“귀교 상황에 대해 잘 알 수 없으나 아무래도 천마 교주님의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분명한 것 같소. 그것이 주화입마이든 다른 것이든 말이오. 아무래도 직접 십만대산에 가보셔야 확실히 알 수 있을 듯하오.”
“으음, 역시 직접 가보는 게 가장 빠르겠지요. 교주님 상태를 직접 볼 필요도 있고 말이지요. 하지만 제가 가게 되면 삼파동맹이 동력을 잃게 될 텐데 그래도 될까요?”
“귀교의 삼천 무사들이 있는데 무슨 걱정을 하시오?”
“그래도 칠마종 놈들이 언제 공격해올지 모르는데 이 정도 병력으로는 동맹의 효과가 없지요.”
“하남성 분타 병력 십만을 생각하시는 거라면 이번 기회에 총단으로 가셔서 확실히 동맹 체결을 매듭짓고 오면 되지 않겠소? 그렇게만 되면 귀교의 하남성 분타 병력도 마음 놓고 우리 쪽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오. 한데 십만대산까지는 어떻게 갈 생각이오? 생각해보니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구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행히 제게 반나절 만에 십만대산에 갈 방법이 있어요. 교주님 주화입마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 미처 그 생각을 못 했네요.”
“오! 그런 방법이? 전서구도 그렇게 빨리 가지 못할 것 같은데······.”
“천마조라고 본교의 영물이 있어요. 교주님을 비롯해 본교의 몇 분만 알고 있지요. 원래는 교주님의 명만 듣는데 이전에 교주님께 천마조를 부리는 방법을 배웠지요.”
“아, 정말 다행이군요. 가는데 반나절이라면 일을 보고 돌아오는데 하루 이틀이면 충분할 것 같소. 그 정도 기간이면 우리도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 어서 다녀오시오.”
“네.”
“한데 몇 분이나 데려가실 생각이오?”
“저하고 매 소저 두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백천 무사가 복귀한다면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데려가고 싶은데 그게 조금 아쉽군요.”
“언제 출발할 생각이오?”
“이것저것 준비해야 하니까 한 시진 정도 후가 될 것 같아요. 제가 없는 동안 본교의 일은 패 분타주께서 맡아주세요.”
“명을 따르겠습니다.”
패환을 비롯한 천마신교 지휘부 고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백무명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사실 나 역시 신공을 연마 중이었는데 칠마종 놈들이 공격을 해오지 않는 한 성녀와 매 소저께서 돌아올 동안 폐관 수련을 할까 하오.”
“반선들을 상대하기 위해서인가요?”
“그렇소. 내가 폐관 수련을 할 동안 영웅맹의 일은 백 군사가 처리할 것이오. 다만 삼파동맹 총맹주로서의 일은 장생노인께서 맡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 *
성녀가 천마조를 부르는 방식은 바로 피리 소리였다.
비록 천마음은 아니었지만 백엽이 성녀가 쉽게 천마조를 부를 수 있도록 쉽게 만든 곡조였다.
하지만 이 역시 성녀가 성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성녀가 성력을 담아 피리를 부르자 얼마 후 소림사 상공에 큰 새 한 마리가 나타났다.
온몸에 붉은 털이 덮여 있는 새, 바로 천마조였다.
금제가 풀린 후 천마조는 몸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세 사람 정도 태우기에 적합했다.
성녀를 배웅하기 위해 나온 고수들이 천마조를 보고 매우 놀랐다.
한편 성녀와 매영설을 배웅하는 자리에 백무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말이 나온 김에 곧바로 폐관 수련에 들어가겠다며 백여희에게 일을 맡기고 떠났기 때문이었다.
폐관 수련 장소는 면벽 수련할 때 사용하는 동굴 중 한 곳이었다. 다만 백무명이 직접 입구에 보호진을 설치해 아무도 그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동굴 안에는 물과 벽곡단도 충분해 몇 달이고 혼자서 생활할 수 있었다.
한데 아까부터 백여희가 다소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아닌가.
소림사 입구 쪽을 바라보며 그녀가 눈을 빛냈다.
‘맹주께서 어서 오셔야 성녀와 매 소저 두 사람과 함께 십만대산에 가실 수 있을 텐데······ 백천 무사로 역용하는데 시간이 걸리시나.’
백여희가 초조해하는 동안 성녀와 매영설은 천마조 등 위에 올라탔다.
그렇게 막 떠나려는 순간.
무사 한 명이 나타났다.
한데 그는 바로 백천으로 역용한 백무명이 아닌가.
그랬다.
백무명이 천마신교 총단에 가보기 위해 다시 백천의 얼굴로 역용한 것이었다.
성녀와 매영설 등 천마신교 무사들이 그를 보고 기뻐한 것은 물론이었다.
“백 무사!”
“무사하셨군요.”
환대를 받은 백무명이 간단히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성녀를 비롯한 천마신교 낙양 분타 무사들을 찾다가 실패한 후 소식을 듣고 곧장 소림사로 달려왔다는 내용이었다.
성녀가 미소를 지었다.
“마침 잘 돌아왔어요.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 일단 우리와 함께 십만대산으로 가요.”
“명을 따르겠습니다.”
백무명이 대답 후 천마조 등 위로 올라갔다.
바로 그때였다.
비교적 조용히 있던 천마조가 괴성을 지르며 백무명을 반겼다.
끼루룩.
마치 주인을 만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성녀와 매영설이 의아해했지만 지금 그런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천마조가 비상을 했기 때문이었다.
성녀가 말했다.
“가자! 십만대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