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5
백엽이 품속에서 구슬 하나를 꺼냈다.
바로 장강 이무기 뱃속에서 나온 사방주였다.
생사신의가 반색했다.
“허허허! 알고 보니 교주님께서 장강 이무기를 잡으셨군요. 어서 그 구슬을 제게 주십시오.”
“알겠소.”
백엽이 구슬을 건네자, 생사신의가 붉은빛을 뿜어내고 있는 구슬을 장씨부인의 단전 위에 얹어놓았다.
순간, 붉은빛이 장씨부인의 전신으로 퍼져갔다.
붉은빛은 이미 성녀의 성력으로 인해 덮여 있던 백색 빛과 어울려 환상적인 모습을 자아냈다.
장씨부인의 몸이 침상에서 석자 정도로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사방주의 가세로 삼십 년 동안 쌓였던 울화가 녹아내리자, 백엽이 그녀의 몸속에 넣어주었던 선천진기가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한 결과였다.
선천진기는 장씨부인의 생명을 연장하고 소멸한 것이 아니라 몸속에 흩어져 있었다. 한데 울화가 녹아내리자 본신 내공으로 변환된 것이었다.
선천진기의 내공 변환.
그것은 사실 매우 드문 일이었다.
선천진기와 내공은 엄연히 구별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혈족 간에는 간혹 그 법칙이 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이 바로 그런 특별한 상황이었다.
이는 장씨부인과 백엽이 모자 관계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본 백엽이 매우 기뻐했다.
잘만하면 장씨부인이 완치를 넘어 막대한 내공을 지니게 될 기회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같은 경우는 혈족이라고 무조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생사의 고비를 간신히 넘겼을 때로 한정되었다.
장씨부인은 죽음 직전에 이르러 모든 기가 소진되어 일시 내공과 선천진기의 구별이 없어졌다. 기적처럼 다시 살아나자 백엽에게서 받은 선천진기가 모두 내공으로 변환된 것이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순간, 장씨부인의 몸속에 꽂혀 있던 금침들이 모두 빠져나와 생사신의의 침통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스스로 살아서 움직이듯 제자리로 돌아가는 금침들의 모습에 백엽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장씨부인의 몸에 두른 백색과 붉은빛 역시 사라지자, 비로소 그녀의 몸이 다시 침상으로 내려왔다.
성녀가 손을 거뒀다. 생사신의 역시 사방주를 회수해 백엽에게 돌려주었다.
“어떻게 되었소?”
백엽이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생사신의가 미소를 지었다.
“성공입니다. 교주님께서 청룡주(靑龍珠)를 가지고 계셨을 줄이야. 정말 장강 이무기를 잡으신 겁니까?”
“그렇소. 여의주 이름이 청룡주였구려. 대부인은 언제 깨어나실 수 있겠소?”
“지금이라도 수혈을 풀면 깨어나실 겁니다. 다만 그 전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해보시오.”
“교주님께서 보내준 서신의 내용과 지금 대부인의 몸 상태를 볼 때 이제 완쾌는 되셨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무탈하시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울화가 다시 쌓일 수 있단 말이오?”
“네. 지금 당장 급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대부인과 교주님의 관계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이미 두 분이 예상하는 그대로요. 장씨부인의 나의 생모요. 삼십 년 전 보주 부부는 갓난아기를 잃어버렸고, 그 아이가 바로 나요.”
백엽이 자신의 출생기록이 조작된 사실을 알게 된 경위를 설명해줬다.
생사신의와 성녀가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백엽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 사실은 두 분만 알고 있어야 할 것이오. 아시겠소?”
“물론입니다.”
“네. 명심하겠어요.”
생사신의와 성녀가 고개를 숙였다.
백엽이 미소를 지었다.
생사신의와 성녀는 그가 천마신교에서 가장 신뢰하는 사람들이었다.
전서구를 보냈을 때부터 두 사람에게는 사실을 밝힐 생각이었다.
그래야 천마신교와 영웅보 일을 별 탈 없이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근원적인 치료 방안에 대해서는 천천히 숙고해보겠소. 가장 좋은 것은 내가 아들임을 밝히는 것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게 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소.”
“보안 때문입니까?”
“그렇소. 무림에서 영원한 비밀이란 없소. 벌써 며칠 만에 두 분이 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지 않았소?”
“하지만 교도들은 교주님의 출생 내력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을 겁니다. 본교의 전통상 출신이 중요한 게 아니라 힘이 우선하니까요. 실제 역대 본교 고수 중에는 정파 출신도 많았습니다.”
“그 점은 나도 잘 알고 있소. 교주비고에 그 많은 정파 무공이 비치되어 있는 게 다 그런 이유가 아니겠소? 본교 교도들의 반응은 크게 걱정하지 않소. 다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영웅보요. 본교와 달리 정파는 대의명분을 중요시하오. 내가 교주가 된 이후 십 년간은 본교와 무림맹 간에 큰 싸움이 없었으나, 지금은 일촉즉발의 상황이오.”
“하기야 교주님 명의로 직접 선전포고까지 하셨지요. 정정당당하게 선전포고까지 한 것은 아마도 교주님이 처음일 겁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오. 요컨대 내가 영웅보 출신이란 것이 알려지면 무림맹 총단에서 가만있겠소? 나는 그 점이 걱정되는 것이오. 이제 아시겠소?”
“듣고 보니 쉬운 문제가 아니군요. 그건 그렇고 천혈방의 공격이 임박한 것 같은데 교주님께서도 개입하실 겁니까?”
“두 분의 생각은 어떠하오? 솔직히 매우 난감한 상황이오. 다만 천혈방의 공격으로부터 영웅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하오. 그 때문에 경고의 의미로 어젯밤 천마살수를 시켜 천혈방 악양지부장을 죽였소.”
“천마살수가 본교의 표식을 남겼습니까?”
“그렇소. 경고장을 남긴 것은 아니나 일부러 본교의 무공을 사용하도록 지시했소. 하지만 아직 뚜렷한 반응이 없는 상황이오.”
“이제 하루밖에 되지 않았으면 좀 더 기다릴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무엇보다 본교가 움직였다는 사실 자체를 아직 믿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큽니다. 게다가 총단에 보고하는 절차도 있을 것이고, 최소 사흘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신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소. 한데 천혈방이 동정수로채, 장강수로십팔채, 녹림칠십이채와 동맹을 맺었다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것 역시 확인이 필요한 일입니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본교로서도 부담되는 일일 겁니다. 흑도들의 염원이라 할 수 있는 흑도일통의 서막일 수도 있으니까요.”
“흑도일통이라. 으음, 복잡하구려. 일단 시급한 일부터 해결해야겠소. 신의께서는 내가 영웅회를 이끄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백엽이 말을 한 후 위령제와 영웅회 결성, 그리고 자신을 회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했다.
“글쎄요. 장단점을 비교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장점은 천혈방 격퇴에 본교 무사들을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교주님 능력이라면 영웅회 무사들만으로도 천혈방을 물리칠 수 있으실 겁니다. 다만 동정수로채까지 끼어들면 화산파나 형산파 같은 외부 지원을 받아야 할 겁니다.”
“장강수로십팔채와 녹림칠십이채가 움직인다면?”
“그때가 되면 무림맹도 두고만 보지 않을 겁니다. 이미 호남 무림의 범위를 벗어나게 되니까요. 물론 맹의 힘을 빌리려면 본교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려 줄 필요가 있겠지요. 본교가 당분간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을 믿게 해준다면, 결국 정파와 흑도 간의 싸움으로 비화할 겁니다.”
“지금 나보고 어부지리를 얻으라는 것이오?”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된다는 겁니다. 교주님께서 원치 않으시면 실현되지 않겠지요. 교도들은 교주님의 뜻에 따를 겁니다. 다만 중원 정복 계획을 완전히 철회하신다면 일부지만 반발이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반발이라. 기껏 가족 때문에 대업을 저버린다고 비웃겠군.”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다시 말씀드리지만 모든 것은 교주님 뜻에 달려있습니다.”
“으음, 숙고해보겠소. 솔직히 출신 내력을 알고 난 후 마음이 흔들린 게 사실이오. 하지만 마음의 중심은 여전히 십만대산에 있소. 무엇보다 무림일통은 천마 조사님의 유언이었소. 내 어찌 그 명을 거역할 수 있겠소?”
“영명하십니다. 교주님께서 결심하시면 지금이라도 전 교도들이 움직일 겁니다. 십만 정예가 지금 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알고 있소. 하지만 내게 시간이 필요하오. 과연 내가 혈육의 정을 끊을 수 있을지, 어떨지 좀 더 지켜봐야 할듯하오. 지금 이 감정이 순간적이라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결단을 내릴 것이오. 하지만 나중에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당면한 천혈방 공격은 막아낼 것이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당분간 두 분이 내 옆에서 도움을 주셔야 할듯하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생사신의와 성녀가 고개를 숙였다.
백엽이 성녀에게 물었다.
“성녀께서는 왜 아무 말씀이 없으시오? 의견을 듣고 싶소.”
“제가 뭘 알겠습니까? 교주님께서 마음 먹은 대로 행하시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후회가 없지요.”
“하지만 내가 참고할 수 있게 말씀해보시오. 이전에도 성녀의 의견대로 했을 때 대체로 결과가 좋았던 기억이 있소. 일단 내가 영웅회주 자리를 수락해야겠소?”
“회주 자리를 원하시나요?”
“그렇진 않소.”
“마음이 불편하시다면 맡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다만 교주님 가족과 관련해서는 무례하지만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하시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했습니다. 가족을 버리고 어찌 천하를 평정하겠습니까?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조화를 이룬다면 그 끝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극단을 피하라는 뜻이오?”
“네. 그리고 대부인의 마음에 다시 울화가 맺히지 않도록 할 조처가 필요합니다.”
“내가 아들임을 밝히라는 뜻이오?”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아들이 살아있다는 것은 알려야 하지 않겠나요? 그래야 대부인께서도 마음을 편히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까 들어보니 모자옥패란 게 있다고 하던데 그중 자옥패를 교주님께서 갖고 계시는가요?”
“그렇소.”
“그럼 잘되었네요. 옥패를 이용해 영웅보 대공자가 살아있음을 알릴 방안을 생각해보시면 될 것 같아요.”
“좋은 생각이오. 역시 성녀요. 내친김에 천혈방은 어떻게 상대해야 하겠소? 놈들이 경고를 받아들이고 공격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겠소?”
“희박할 겁니다. 천혈방 단독 공격이라면 가능하겠지만, 흑도 대동맹이 결성되었다면 본교의 경고를 무시할 가능성이 더 크지요.”
“그 이유는 본교가 무림맹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오?”
“네. 무림맹 때문에 본교가 쉽게 개입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겁니다. 교주님께서 천마살수들을 통해 경고하셨으나, 그게 교주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기도 힘들 겁니다.”
“그 말은 내가 좀 더 직접적으로 경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오? 그렇게 되면 결국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겠소?”
“더 강한 경고를 해도 통하지 않을 겁니다. 이미 그들 역시 작정하고 세력 확대를 하고 있으니까요. 흑도들의 최종 목표는 아마 본교일 겁니다. 그러기 때문에 지휘부 고수 몇 명을 더 암살해도 큰 소용이 없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겠소?”
“글쎄요. 본교 병력을 대거 동원하는 것도 자칫 무림맹에 어부지리를 줄 수 있으니, 차라리 이 기회에 소수의 힘으로 악양 흑도부터 장악하십시오. 악양 흑도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천혈방 악양지부장이 죽었으니 좋은 기회입니다.”
“소수라 함은 우리 세 명이서 말이오?”
“네. 아니 열 명이 더 있네요. 실종되었다는 살수 조장을 포함한 열 명의 천마살수도 포함해야겠지요. 교주님 무공이라면 빠른 속도로 세력을 불려 나갈 수 있을 겁니다.”
“흑도로 흑도를 제압하는 격이군. 좋소. 한번 고민해보겠소. 다만 영웅회주 자리가 걱정이오. 영웅회가 건재해야 나중에 협력해서 천혈방을 제거할 수 있지 않겠소?”
“흑도 대동맹 소식이 퍼지면 무림맹에서도 이곳 악양을 중시할 거예요. 그러면 아마도 구파장문인 중 한 분이 오실 것 같네요.”
“화산파 장문인 매화검선?”
“네. 저의 추측입니다.”
“성녀의 추측은 빗나간 적이 거의 없으니 그렇게 알고 있겠소. 신의. 이제 대부인을 깨우시오. 나는 사람들을 방으로 들여보내겠소.”
“네. 교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