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50
십만대산.
봉우리만 십만 개가 넘는다고 해서 십만대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광대한 산이었다.
그 십만대산 상공에 커다란 새 한 마리가 나타났다.
바로 백무명과 성녀, 매영설을 태우고 소림사에서 날아온 천마조였다.
천마조의 비행 속도는 경이적이었다.
중원 어디든 반나절 만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었다.
물론 도중에 기상 상황이라든가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아 십만대산에 도착한 것이었다.
이곳에 오는 동안 백무명과 성녀, 매영설 세 사람의 대화가 계속된 것은 물론이었다.
주로 성녀가 설명하는 식이었는데 현 천마신교 지휘부의 상황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주화입마되었다는 천마가 실은 생사신의가 역용한 것이라는 점은 밝히지 않았다.
그 사실은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야 할 사항으로 아무리 백무명에 대한 신임이 두터워도 쉽게 가르쳐줄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곳이 바로 십만대산이에요.”
성녀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천마조 등에 앉아서 바라본 십만대산은 그야말로 광대했다.
끝없이 펼쳐진 숲과 계곡, 봉우리.
“정말 굉장하군요. 한데 천마신교 총단은 어딥니까?”
“총단 주위는 일곱 개의 절진이 보호막을 형성하고 있어 외부에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어요. 다만 천마조는 절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진입할 수 있지요. 일단 성녀전으로 가도록 하지요.”
“네.”
백무명이 고개를 숙였다.
천마신교 총단에 온 그로서는 성녀의 말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위 환경이 왠지 익숙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를 의아하게 만드는 것은 천마조의 행동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을 보고 반가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다들 긴장한 터라 그런 점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다.
특히 성녀와 매영설은 십만대산에 도착하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못했다.
성녀가 눈을 빛냈다.
‘생사신의의 상태부터 확인해야겠지만 이미 반역의 기운이 짙게 흐르는구나. 지금이라도 교주님께서 복귀하시면 모든 일이 풀릴 텐데······.’
성녀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천마조가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목표 지점은 바로 성녀전이었다.
* * *
“성녀전은 자체 보호진법으로도 보호되고 있어요. 성력진(聖力陣)이라고 하지요.”
성녀가 백색 섬광으로 둘러싸인 장소로 걸어가며 말했다.
백무명과 매영설이 그녀 뒤를 따랐다.
천마조는 성녀전 바로 앞에 세 사람을 내려놓은 후 어디론 가로 사라졌다.
성녀가 우수를 한번 흔들자 그녀의 장심에서 백색 섬광이 뻗어 나왔다.
그 순간 백색 섬광끼리 부딪치며 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문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성녀전 무사들이 일제히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성녀님을 뵙습니다.”
“성녀님을 뵙습니다.”
“수고가 많군요.”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로 성녀전 무사들은 모두 여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경계무사들 역시 여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성녀전에 배속되면 성녀전 고유의 무공을 배우게 되는데 대부분 여자만이 익힐 수 있는 것들이었다.
성녀전 무사들의 수는 대략 만여 명으로, 천마신교가 자랑하는 십만 정예도 두려워하지 않는 일종의 독자세력이라 할 수 있었다.
이는 천마신교의 역사와도 관련 있는데, 초창기 교주 휘하 무사들과 성녀 휘하 무사들의 수가 비슷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이는 교주와 성녀의 권력이 대등했다는 증거로, 그 균형이 깨어진 것은 교주와 성녀의 혼인이 성사된 이후였다.
부부가 된 두 사람 중 성녀가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기 시작했고, 성녀전은 차차 일종의 신성불가침 지역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교주와 성녀가 반드시 혼인해야 하는 율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역대 성녀 중에는 혼인하지 않고 혼자서 지내는 경우도 많았다.
성녀가 없는 동안 성녀전을 관리해온 성녀전 부전주 성화부인(聖火婦人)이 급히 달려왔다.
“성녀님. 장로원과 원로원의 복귀 요청을 받고 오신 겁니까?”
“그래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교주님께서 정말 주화입마되셨나요?”
“네. 지금 그 일로 총단 전체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한데 이분은?”
성화부인이 백무명을 가리켰다.
매영설과는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백천 무사라고 제가 신임하는 분이에요. 그러니 안심하고 말씀하셔도 돼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세히 말씀해보세요.”
“네.”
성화부인이 그간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그러니까 사흘 전 갑자기 천마 교주의 주화입마 소식이 총단 전체에 알려졌다.
신공 수련을 하고 있던 천마가 갑자기 주화입마에 빠져 가사 상태가 되었다는 것.
무의식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죽지만 않았지 시체와 다름없다고 했다.
그 발표는 장로원과 원로원의 대표 격인 태상장로와 태상원로 두 사람이 공동으로 했다.
그 외 여러 장로들과 원로들이 확인했기 때문에 교주의 주화입마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던 차에 소림사에서의 삼파동맹 문제가 이곳 총단에도 전해졌고 장로원과 원로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동맹 체결 보류 결정이 내려진 것이었다.
성녀에게 복귀 요청을 한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지만 교주의 치료 목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었다.
“으음, 그러니까 제게 교주님의 몸 상태를 살펴보게 하려고 복귀 요청을 한 거라는 건가요?”
“네. 복귀 요청 서찰에 그런 내용이 없던가요?”
“그런 내용은 없었어요. 단순히 교주님의 주화입마 소식과 저에 대한 복귀 요청만 있었지요.”
“저희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르군요. 저희는 교주님 치료를 위해 성녀님께 복귀 요청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태상원로와 태상장로 두 사람이 말인가요?”
“네. 지금 그들 두 사람은 각각 원로원과 장로원 소속 원로들과 장로들에게서 전권을 위임받아 사실상 교주 대행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삼파동맹에 부정적이었던 두 사람이 이번 기회에 성녀님이 추진하는 동맹 정책에 반기를 들 모양입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알겠지요. 일단 내부 반란은 없다는 것이지요?”
“네. 감히 누가 반역을 일으키겠습니까? 교도들 대부분은 비록 교주께서 주화입마되셨지만 곧 회복하리라 믿고 있습니다. 불사신공(不死神功)을 믿고 있는 것이지요. 그 때문에 후환을 두려워해서라도 태상원로와 태상장로 역시 제멋대로 행동하지는 못할 겁니다.”
“으음, 불사신공이라.”
성녀와 매영설이 안색을 굳혔다.
불사신공은 교주 독문무공 중 하나로 흡수대법과 함께 가장 유명한 무공이었다.
이는 몸이 천 갈래 만 갈래 찢겨도 한 가닥 진기만 남아있으면 부활하는 특징이 있었다.
하지만 성녀와 매영설이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나 당연했다.
주화입마에 들어 쓰러져 있는 사람이 진짜 천마 백엽이 아니라 생사신의이기 때문이었다.
생사신의가 불사신공을 익히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기에 그 회복이 쉽지 않을 것 또한 확실했다.
“지금쯤 제가 성녀전에 복귀한 사실을 원로원과 장로원에서도 알게 되었을 거예요. 태상원로와 태상장로는 지금 어디 있나요?”
“천마전에 상주하며 교주님 호법을 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원로들과 장로들도 마찬가지인가요?”
“네. 천마수호대 무사들이 천마전을 지키고 있지만 워낙 상황이 중대하여 원로들과 장로들 상당수가 천마전에 모여 있습니다. 아마 지금쯤 성녀께서 직접 천마전에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렇겠군요. 지금 가보도록 하지요. 성화부인과 매 소저, 그리고 백 무사 세 분은 나를 따르도록 하세요.”
“혹시 모르니 성녀전 무사들을 이끌고 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혹시 모른다니 그게 무슨 뜻인가요?”
“그게······ 사실 분위기가 지금 좋지 못합니다. 지금 총단 내에 태상원로와 태상장로가 성녀님을 탄핵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탄핵이라니. 무슨 이유로?”
“그야 삼파동맹 때문이지요. 교주님 허락도 받지 않고 권한을 남용했다고.”
“교주님께 포괄적인 위임을 받은 것은 그들이 더 잘 알 텐데요?”
“하지만 교주님께서는 지금 주화입마 상태라 그 사실을 확인해줄 사람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요. 아무튼 무사들을 대동하고 가셔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안돼요. 천마전에 휘하 무사들을 대거 대동하고 가는 것은 반역으로 몰릴 소지가 있어요. 실제 데려가 봐야 우리 성녀전 병력이 열세이기도 하고요.”
“성녀전 일만 무사는 오직 교주님과 성녀님의 명만 따를 겁니다. 만약 원로원과 장로원 놈들이 만에 하나라도 성녀님께 해코지를 하려 한다면 절대 간과하지 않을 겁니다.”
“좋아요. 말씀만으로도 든든하네요. 일단 성녀전 무사들에게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도록 하세요. 성화부인도 나를 따라갈 테니, 성녀전 무사들의 총지휘는 백팔성화녀(百八聖火女)에게 맡기면 되겠네요.”
“명을 따르겠습니다.”
성화부인이 수하를 시켜 성녀의 명을 전하게 했다.
참고로 백팔성화녀는 성녀전의 지휘부 고수들로 그 무공이 대단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럼 바로 천마전으로 가도록 하지요.”
“네.”
“네.”
* * *
천마전.
천마신교 총단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지금 천마수호대 무사들의 철통 경계 속에 삼엄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교주가 주화입마되어 의식을 잃고 누워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말이 주화입마이지 정확한 원인은 아무도 몰랐다.
주화입마라고 발표가 난 것도 침입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감히 교주를 시해할 수 있겠냐는 생각도 크게 작용했다.
성녀와 백무명, 매영설, 성화부인 네 명이 천마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후 무렵이었다.
아무리 성녀라고 해도 천마전에 들어가는데 절차가 매우 까다로웠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시오. 성녀. 조금 전 소식은 들었소.”
“어서 오시오.”
천마전 칠층에 있는 교주 집무실로 들어가자 태상원로와 태상장로가 성녀 일행을 맞이했다.
집무실 안에는 그들 외에도 백여 명의 고수들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기도가 대단한 지휘부 고수들이었다.
집무실과 연결된 침실에 교주가 누워있기 때문에 다들 호법을 서고 있기도 했다.
“절 부르셨나요?”
“그렇소. 교주님 소식은 이미 아실 테고 어서 교주님 상태를 살펴주시오. 성력으로 치유가 가능한지 다들 궁금해하고 있소.”
천마신교 태상원로 고목노인(古木老人)의 말이었다.
마치 고목처럼 말라비틀어진 몸을 지닌 그의 나이는 백 오십 살로 알려져 있었다.
원로원 고수 중 최고 연장자라 그동안 형식적으로 태상원로 직을 맡고 있었는데, 이번에 예상 밖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그였다.
고목노인 옆에 있는 흰 수염의 노인은 태상장로 불패검객(不敗劍客)이라 했다.
“다른 문제는 나중에 논의하고 일단 교주님부터 치료해주시오. 서둘렀으면 좋겠소.”
불패검객까지 재촉하자, 성녀가 담담히 교주 침실로 들어갔다.
침실 안에는 침상에 누워있는 교주와 근접 경호 중인 팔대호법이 있었다.
성녀가 침실로 들어가자,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아무래도 한바탕 큰 소란이 일어날 것 같구나. 성녀를 보는 눈빛에 살기가 담겨 있는 자가 한둘이 아니다. 차기 교주 자리를 노리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