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51
교주 침실로 들어간 성녀가 다시 집무실로 나온 것은 한시진 후였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아무도 기다리는 것을 지루해하지 않았다.
“성녀. 어떻게 되었소? 교주님이 회복하실 수 있겠소?”
태상원로 고목노인의 물음이었다.
태상장로 불패검객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지려 한 듯 대답을 기다렸다.
성녀가 담담히 말했다.
“죄송해요. 저 역시 방법이 없네요. 다만 교주님께서 주화입마되신 것은 확실해요. 지금으로서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듯하네요.”
“불사신공이 효과를 발휘할 때를 기다리자는 것이오?”
“네. 지금은 그 수밖에 없어요. 물론 매일 제가 와서 성력으로 교주님의 회복을 돕겠어요.”
“으음, 나는 혹시라도 교주님께서 암습을 당하신 게 아닌가 했는데 그건 아니라는 것이오?”
“네. 공격을 당한 흔적은 전혀 없어요. 다만 저의 의술 역시 한계가 있어 확실하다고는 말씀드리기 어렵군요.”
“으음, 이럴 때 생사신의가 있어야 하는데, 대체 어디에 갔기에 소식이 없는 것이오?”
불패검객이 탄식을 터뜨렸다.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불사신공 이야기가 나오고 암습을 받은 게 아니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다시 몸을 사리는군. 성녀에 대한 살기가 매우 옅어졌다. 이자들의 속셈을 쉽게 알기 어렵군.’
백무명이 유심하게 보고 있는 사람은 바로 고목노인과 불패검객이었다.
두 사람의 기도가 매우 뛰어난 것도 있지만 이미 원로원과 장로원의 권력을 차지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저들 두 사람 간의 신경전 때문일 수도 있겠군. 아무튼 성녀의 존재가 저들에게 가장 큰 장애물임은 분명한 것 같다.’
백무명이 나름대로 추리하며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 혹시라도 반역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던 것이다.
만약 원로원과 장로원 두 곳이 작당하여 성녀를 제거하려 한다면 그 결과는 파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
성녀전의 무사가 일만이나 되는 것도 있지만 일반교도들의 성녀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기에 어느 쪽이 승리한다고 장담하기 어려웠다.
‘하기야 이미 천마가 쓰러진 마당에 서둘러 야욕을 드러낼 필요는 없겠지. 다만 성녀의 말이 진짜인지는 나중에 다시 설명을 들어봐야겠구나.’
백무명이 잠시 생각에 잠겼을 때.
매영설이 교주를 보러 침실로 들어갔다.
백무명 역시 교주의 상태를 보고 싶었으나 그의 신분으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 때문일까.
조금 전부터 침실 쪽을 집중하여 보기 시작했다.
얼마 후 매영설이 집무실로 돌아오자, 성녀에 대한 본격적인 추궁이 시작되었다.
바로 삼파동맹 건이었다.
“성녀. 무슨 이유로 삼파동맹을 추진한 것이오? 위임을 받았다고 했지만, 교주님께서는 그와 관련해 아무 말씀도 없으셨소. 그런 중대한 일은 교주님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니오? 원로원과 장로원은 이번 동맹 체결을 성녀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불패검객의 말이었다.
교주의 몸 상태와는 별개로 이번 기회에 성녀를 추궁할 생각을 굳힌 것 같았다.
성녀가 무심히 말했다.
“교주님께선 분명 제게 국지적 동맹에 관한 권한까지 주셨어요. 제가 동맹을 추진한 것은 벌써 여러 날이 되었는데 교주께서 쓰러지시기 전에는 왜 여쭤보지 않으셨지요? 여러분이 하남성 분타에 동맹 참여 유보를 지시하는 바람에 제 입장이 얼마나 난처해졌는지 아세요?”
“무슨 말을 해도 성녀가 권한 남용을 한 사실은 변하지 않소. 교주 대행에 관한 율법에 따라 원로원과 장로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결정한 것이니, 지금 이 시각부터 삼파동맹은 공식적으로 무효가 된 것이오. 이의가 있소?”
“너무 일방적이군요. 불패검객께서는 혹시 차기 교주 자리를 노리시는 건가요?”
“나는 교주 자리에 욕심이 없소. 다만 본교가 함부로 다른 세력과 연합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말씀드리는 것이오. 이는 장로원과 원로원의 일치된 의견이니 성녀께서 반대한다고 변경될 수 있는 게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까? 태상원로님.”
“허허허. 물론이오. 모든 것은 율법에 따라 해결되어야 할 것이오. 교주님께서 명시적으로 교주 대행을 지명하지 않으셨기에 깨어나실 때까지 원로원과 장로원의 합의에 따라 본교의 일을 결정할 것이오. 성녀께선 따로 할 말이 있소?”
고목노인이 말을 한 후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노골적으로 성녀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그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보다 못한 매영설이 소리쳤다.
“보자 보자 하니까 너무 하군요. 교주님께서 깨어나시면 당신들 모두 중벌을 면치 못할 거예요.”
“후후후! 매 소저. 아무리 교주님 제자라 하나 말은 똑바로 하시오. 우리는 본교를 위해 성녀의 독단을 제어하고 있는 것이오. 교주님께서도 쓰러지시기 전까지 철저한 중립을 명하셨소. 이는 칠마종과 무림맹이 양패구상하는 것을 기대하셨기 때문이오. 한데 성녀는 교주님의 뜻을 어기고 마음대로 동맹을 추진했소.”
“삼파동맹의 상대들은 정파가 아니라 중도세력이었어요. 무림맹이라면 교주님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겠지만, 누가 봐도 하남성에 국한된 국지동맹의 성격이 짙은데 자꾸 이런 식으로 성녀님을 몰아세우다니 너무하시는군요.”
“매 소저는 조용히 하시오. 아무리 교주님 제자라 하나 아직 이런 중대한 일에 나설 지위는 아닌 것 같소.”
불패검객이 매영설을 노려봤다.
성녀가 말했다.
“좋아요. 동맹 건은 일단 유보하기로 하지요. 이미 소림사에서 삼파동맹 체결이 끝났지만, 낙양 분타 병력 삼천 명을 제외하고 다른 무사들을 동원할 수 없게 되어 실익이 없어졌으니까요. 제가 고집한다고 해서 가능해질 것이 아니니 어쩔 수 없지요.”
“생각을 잘했소. 하지만 그렇다고 권한 남용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오. 교주께서 깨어나실 때까지 성녀께서는 교의 일에 손을 떼기 바라오. 다만 교주님 치료는 계속해도 좋소.”
“저를 탄핵하는 건가요?”
“그렇소. 탄핵과 동시에 그 형량까지 결정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오. 다시 말하지만, 교주님 치료를 제외하고 성녀전에서 당분간 근신하도록 하시오.”
불패검객의 말에 이어 고목노인 역시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우리 원로원 역시 같은 입장이오. 감옥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오. 우리에게 할 말이 있소?”
“······.”
성녀가 대답 대신 안색을 굳혔다.
예상은 어느 정도 했지만 자신에 대한 숙청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진행할 줄을 몰랐던 것 같았다.
성화부인이 소리쳤다.
“성녀님의 권한은 오직 교주님만 통제할 수 있다. 지금 당신들이 하는 짓은 교주님의 뜻을 무시하는 것으로 반역이라 할 수 있다. 순순히 성녀께서 당하시리라 믿느냐?”
“네년은 조용히 있어라. 성녀전 부전주 주제에 어디서 나서는 것이냐? 다시 말하지만, 성녀의 근신을 명하는 것은 더 이상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서다. 본교는 맹주님의 명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중립을 지킬 것이다. 교를 위한 결정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
불패검객이 언성을 높였다.
백무명이 입을 연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럼 칠마종의 공격으로 낙양 분타 무사 이천 명이 전사한 것은 그냥 넘겨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본교의 율법 중에 당한 것보다 두 배 이상 갚아주라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성녀께서는 칠마종이 낙양 분타를 공격해 본교와 전면전을 개시했다고 판단하고 삼파동맹을 체결하셨던 겁니다. 자꾸 교주님의 중립 정책을 거론하시는데 그것은 칠마종이 본교를 공격하지 않았을 때를 가정한 겁니다. 이미 놈들이 우리를 공격했는데 복수도 하지 않고 그냥 참아라? 교주님께서 깨어나시면 그런 결정을 내린 자들을 용서하시겠습니까?”
“네놈은 누군데 함부로 그 주둥아리를 놀리는 것이냐?”
불패검객이 분노했다.
백무명은 태연했다.
“저는 백천이라고 합니다. 본교의 오층무사 신분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 질문에 대답부터 하시지요. 정녕 본교 낙양 분타 무사들의 복수를 하지 않으실 겁니까?”
“복수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칠마종과 전면전을 벌이면 무림맹에 기회를 주는 셈이기 때문에 때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이 교주님의 진정한 뜻이라고 확신한다. 그 때문에 제멋대로인 성녀의 권한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을 것 같군. 성녀는 매 소저와 수하들을 데리고 성녀전으로 가시오. 앞으로 하루에 한 번 교주님 치료를 위해 천마전을 방문하는 것만 허용할 뿐 그 외에는 성녀전 밖을 나와선 안 될 것이오. 이는 교주 대행을 맡고 있는 원로원과 장로원의 일치된 의견이니 만약 거역하게 되면 반역죄로 다스리겠소.”
“교주 대행 권한은 성녀인 저도 가지고 있어요.”
“알고 있소. 하지만 과반수 결정이니 앞으로 원로원과 장로원의 합치된 의견으로 모든 일을 결정할 것이오. 이만 가보시오.”
“흥!”
성녀가 코웃음을 친 후 백무명, 매영설, 성화부인과 함께 성녀전으로 돌아갔다.
* * *
성녀전으로 돌아온 성녀와 백무명, 매영설, 성화부인 네 명은 곧바로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성화부인의 말에 성녀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당장은 별다른 계획이 없어요.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군요.”
“그보다 교주님 상태가 아까 하신 말씀 그대로인가요?”
“네.”
성녀가 담담히 말했다.
짧게 말하는 것이 뭔가를 숨긴 것 같기도 했다.
매영설이 급히 전음을 날렸다.
「생사신의께서 정말로 주화입마되신건가요? 저는 얼굴만 봐서 도통 모르겠던데······.」
「일단 침실에 누워있던 사람이 생사신의인 것은 확인했어요. 다만 주화입마 여부는 아직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했어요.」
「한데 아까는 주화입마라고 사람들 앞에서 말씀하지 않으셨나요?」
「일단 더 이상의 동요를 막기 위해 그렇게 이야기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주화입마가 아니라 중독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 부분은 치료하면서 계속 조사해볼 생각이에요.」
「아, 신의께서 중독된 게 사실이라면 누가 감히 그랬을까요?」
「일단 원로원과 장로원 쪽은 아닌 것 같아요. 그들은 지금 차기 교주 자리에 대한 욕심으로 저를 몰아내기 위해 분주하니까요. 만약 중독이라면 흉수는 따로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이 정도로 해두지요.」
「네.」
매영설이 전음을 날린 순간.
성화부인이 말했다.
“성녀님. 아까보니 원로원과 장로원 쪽에서 성녀님을 너무 노골적으로 견제하던데,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제까짓 놈들이 뭔데 성녀님께 근신을 명하지요?”
“일단 참으세요. 근신이라 해도 천마전에 하루에 한 번 가볼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본교 자체의 내분이 더 있어서는 안 돼요.”
“그래도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공격이라도 받으면 큰일이 아닌가요?”
“성녀전 일만 무사의 힘은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본교 십만 정예를 이길 수는 없지만 일반 무사들의 지지세는 우리 쪽이 더 강하니 함부로 무력을 사용할 수 없을 거예요. 일단 상황을 좀 더 살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백 무사는 어떻게 보세요?”
“제 생각에 교주께서 주화입마되신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침실로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숨소리를 집중해서 들어보니 아무래도 중독당하신 것 같더군요. 그런 의심을 전혀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
성녀가 탄성을 터뜨렸다.
직접 진맥한 자신도 겨우 알아낸 것인데 멀리 떨어져 있던 백무명이 중독 가능성을 알아내니 놀랄 만도 했다.
“대단하군요. 사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백 무사 말대로 중독 가능성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파장이 너무 커질까 봐 말하지 않았지요. 이제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중독이 맞는다면 그 범인부터 색출해야겠지요. 내일 천마전에 갈 때 저를 치료 보조로 데려가 주십시오. 제가 직접 교주님 몸 상태를 살펴보고 싶습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