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52
다음날 날이 밝자 성녀는 백무명을 데리고 천마전으로 갔다.
교주 치료 목적이기 때문에 천마전 출입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교주 침실 출입이었다.
성녀와 함께 간 백무명이 집무실에서 저지되었던 것이다.
“교주님 침실에는 성녀 혼자만 들어갈 수 있소. 이자는 불가하오. 백천이라고 했나? 자네는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게.”
오늘도 여전히 상주하고 있는 태상장로 불패검객의 말이었다.
집무실 안에는 오십여 명의 고수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장로원 고수들이었다.
고목노인을 비롯한 원로원 고수들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오늘부터 교대로 교주 집무실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성녀가 말했다.
“백 무사를 데려온 것은 치료 보조 목적이에요. 교주님 상태는 매우 심각해 그 치료를 위해서는 꼭 보조가 필요해요. 그러니 백 무사의 출입을 막지 말아 주세요.”
“보조가 꼭 필요하다면 교주님 제자인 매 소저를 데려오시오. 교의 율법상 신원이 불확실한 자는 교주님 존체를 가까이서 볼 수 없소.”
불패검객이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교주님 회복을 방해하시는 건가요? 이는 대역죄에 해당한다는 것을 모르시나요?”
“하하하. 무슨 그런 말씀을. 오히려 신원이 불확실한 자를 들여보냈다가 사고가 나면 그게 대역죄가 될 것이오. 척 봐도 이자는 아무런 의술도 없어 보이는데 굳이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소. 매 소저를 부르고 싶다면 성녀전으로 사람을 보내주겠소.”
“아니에요. 저는 꼭 백 무사가 필요해요. 매 소저는 의술을 잘 몰라 데려와봤자 아무 소용이 없어요. 말싸움하고 싶지 않으니 어서 비키세요.”
“성녀야말로 고집을 부리지 마시오. 권한 남용죄로 근신 중인데 다시 월권하려는 것이오?”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군요.”
성녀가 노기를 드러냈으나 장로원 고수들이 많아 힘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백무명의 의술에 대한 확신도 없는 상황이었다.
“백 무사. 어쩔 수가 없네요. 일단 성녀전으로 돌아가 있으세요.”
“알겠습니다.”
백무명이 고개를 숙인 후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이후 일층까지 내려온 그는 천마전을 떠났다.
하지만 성녀전으로 향하던 그의 신형이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원래 성녀전 주위를 감싸고 있는 성력진 때문에 그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했는데, 입구 근처에 도착하기 직전 사라진 것이다.
그 위치가 절묘해 그가 사라진 것을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는 과연 어디로 갔을까.
* * *
스스슷.
천마전으로 은잠술을 펼친 채 은밀히 진입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백무명이었다.
이대로 성녀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판단한 그가 다시 신형을 돌려 천마전으로 온 것이었다.
성녀전 앞까지 갔던 것은 곳곳에 숨어 있는 경계 무사들의 이목을 속이기 위한 것으로, 다행히 성녀전 가까이에는 사각지대가 있었다.
성력진의 백색 섬광 때문에 외부에서 그 모습을 발견하기 힘든 곳으로 절묘한 지점이었다.
‘처음 들어와 봤다면 결코 진입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백무영이 은잠술을 펼친 채 천마전 칠층까지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이윽고 도착한 집무실.
성녀는 이미 침실로 들어간 후였고 집무실에는 불패검객을 비롯한 장로원 고수 오십여 명이 여전히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는데, 주로 교주의 회복 여부였다.
주화입마된 교주가 계속 깨어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특히 하루빨리 공석인 부교주를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부교주야말로 교주 대행의 적격자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번처럼 교주가 주화입마되어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경우 부교주가 권한 대행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혼란을 최소화할 방안이었다.
지금 성녀를 견제하기 위해 원로원과 장로원의 합의 체제를 가동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다수결도 아니고 두 곳의 의사가 합치되어야 하므로 의견을 일치시키기가 매우 힘든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인 바로 부교주 임명이었다.
원로원과 장로원 어느 곳의 고수이든 부교주를 임명해 그에게 권한을 몰아주자는 것.
그 원칙에는 원로원과 장로원 두 곳 다 찬성하는 분위기였지만 과연 누가 부교주가 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였다.
특히 부교주는 향후 정식 교주로 선출될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에 다들 그 자리를 탐내고 있었다.
물론 가장 부교주가 될 가능성이 큰 사람은 바로 고목노인과 불패검객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다른 고수들도 은연중 욕심을 내비치고 있었다.
단순한 원로원과 장로원 수장과 부교주는 그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출전자격을 고목노인과 불패검객 두 사람으로 한정하는 문제가 급격히 대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하는 자도 적지 않아 장로원뿐만 아니라 원로원에서도 지금 이 문제로 격론 중이었다.
백무명은 그들이 토론 때문에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생각보다 수월하게 교주 침실로 잠입할 수 있었다.
교주 침실 안에는 예상대로 침상에 누워있는 교주와 팔대호법, 그리고 성녀가 있었다.
백무명은 은잠술을 펼친 채 일단 구석 자리로 이동했다.
은잠술의 성공 여부는 고수와의 거리와 관련이 매우 깊으므로 일단 상황을 관망하기로 한 것이다.
하기야 지금은 성녀가 교주를 성력으로 치료하고 있어 그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역시 대단한 성력이군.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 같다.’
백무명이 성녀의 치료를 보며 눈을 빛냈다.
게다가 팔대호법이 침상 주위를 감싸고 있어 교주 옆으로 가는 것 또한 쉬워 보이지 않았다.
백무명은 일단 지금 거리에서 교주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게 가능한 것이 얼굴을 직접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기감이란 게 있어 내공이 강할수록 환자의 상태를 더욱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역시 중독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것은 진맥을 해봐야 알 것 같군.’
이미 생사금침대법을 기억해낸 그였다.
게다가 청룡주도 있으므로 충분히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었다.
다만 둘 다 은잠술의 한계 때문에 지금 상태로는 그 시전이 어려웠다.
‘일단 진맥부터 시도해보자.’
백무명이 더 기다리지 않고 침상 가까이 접근했다.
팔대호법이 호법을 서고 있었지만 호법들 사이에 틈이 있었다.
호법들 모두 절정고수 이상이었기에 극도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휴우! 겨우 성공이군.’
백무명이 침상 옆으로 가는 데 성공한 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의 은잠술은 가공할 정도라 팔대호법은 물론이고 성녀 또한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이제 문제는 치료 중임에도 불구하고 진맥을 시도하느냐였다.
백무명이 과감하게 교주의 손목에 손을 댔다.
성녀가 성력을 발휘하고 있어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진맥 결과는 예상대로 중독이었다.
하지만 독의 종류를 알기 어려웠다.
‘무형지독인가? 전설의 무형지독이라면 내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군.’
이미 독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기억해낸 그였기에 자연스럽게 최고의 독이라는 무형지독을 떠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놀란 것은 교주의 기운이었다.
‘아무리 주화입마되어 기가 약해졌다고 해도 천하제일 무공을 지녔다는 천마와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구나. 혹시 다른 누군가 역용을 한 게 아닐까.’
백무명이 진맥을 통해 역용을 알아보는 비술을 펼쳤다.
이는 그가 기억하고 있는 비술 중 상당히 특이한 것으로 상대의 역용술을 가장 정확하게 간파할 수 있었다.
다만 상대보다 원내공이 두 배 이상 강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이 현재 내공이 아니라 주화입마 전의 내공을 비교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는 역용술의 경우 아무리 주화입마가 되었다고 해도 가장 늦게 풀리는 특징이 있기 때문으로, 현재 발휘할 수 있는 내공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백무명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은잠술을 펼쳐 외부에서 알 수는 없었지만 미세한 기의 파동이 있어 팔대호법이 순간적으로 흠칫했다.
하지만 그들로서는 알기 어려운 성력 치료 중이라 외부인의 침입이 있다는 것을 알 수는 없었다.
‘설마 했는데 진짜 역용을 했구나. 매우 특수한 역용술이라 하마터면 알아차리지 못할 뻔했다. 성녀의 의술이라면 역용 여부를 알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혹시 교주가 가짜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게 아닐까.’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아무리 성녀의 성품이 좋아도 교의 비밀이 새나가는 것은 원치 않을 터. 천마가 실종되어 가짜를 내세웠다면 굳이 내가 밝힐 필요는 없지. 잘못하면 입막음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신중해야겠군.’
* * *
성녀와 백무명이 성녀전으로 돌아온 것은 오후 무렵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온 것은 성녀가 치료를 마치고 돌아올 때 먼저 성녀전 쪽으로 가서 그녀를 기다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백무명 혼자 교주를 더 살펴볼 수도 있었으나 성녀의 치료 도중 충분히 조사해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하기야 백무명이 계속 보이지 않으면 의심을 살 수도 있었다.
“백 무사. 여기서 계속 절 기다리신 거예요?”
“네.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네. 전반적인 성력 치료라 제법 걸렸어요. 성녀전 앞에서 무사들을 부르면 안으로 들여보내 줬을 텐데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성녀가 백무명과 함께 성녀전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아닙니다. 성녀전 안은 조금 갑갑한 느낌이 있어서 입구 부근에서 잘 쉬었던 것 같습니다. 교주님 상태에 대해 뭔가 알아내신 것이 있습니까?”
“잘 모르겠어요. 중독은 맞는 것 같은데 독의 종류를 전혀 모르겠어요.”
“아무 흔적이 없는 독이라면 혹시 무형지독이 아닐까요?”
“아!”
성녀가 탄성을 터뜨렸다.
“그럴 가능성이 있겠네요. 무형지독은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으니까. 하지만 무형지독은 상고시대 독이라 지금 그 독을 사용할 사람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군요.”
“만약 무형지독이라고 하면 해독방법이 있습니까?”
“없어요. 무형지독은 해독이 불가능해요. 정말 큰 일이군요.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형지독이라면 앞으로 사흘을 더 버티기 힘들 거예요. 혹시 백 무사는 방법이 있나요?”
“시도를 해볼 만한 게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보셨다시피 저는 출입이 안 되니 있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무형지독을 해독할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든 제가 교주 침실로 들여보내 드릴게요.”
“방법이 있습니까?”
“네. 백 무사가 저로 역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역용술을 아시지요?”
“아, 네.”
“그럼 됐어요. 내일 백 무사께서 저로 역용해 천마전으로 가세요. 사실 저는 더 치료방법이 없어요. 어떻게든 성력으로 현상 유지를 하려 했는데 무형지독이라면 그것도 불가능해요. 부탁드리겠어요.”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