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55
천마신교 부교주가 된 백무명은 곧바로 작전 회의를 개최했다.
그동안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던 대외정책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천마신교 취의청에 모인 인원은 대략 삼백여 명.
천마신교 지휘부 고수들이 대부분 모인 셈이었다.
참고로 고목노인과 불패검객 두 사람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역시 천마신교의 관례로 부교주 자리를 놓고 백무명과 다툰 그들이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었다.
다시 말해 평범한 원로원과 장로원 구성원으로 돌아간 셈이었다. 그 때문에 새로운 태상원로와 태상장로를 임명하는 문제도 이번 회의에서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삼파동맹 체결 문제였다.
물론 성녀의 추천으로 비무에 출전한 백무명이 부교주가 되었기 때문에 삼파동맹의 부활은 기정사실로 되고 있었다.
“부교주님. 이제 시작하시지요.”
집법장로의 말이었다.
평소 그 직책의 특성상 중립을 지켜왔던 그는 남달리 백무명에 대한 호의를 보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목노인과 불패검객이 노골적으로 그의 사임을 압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이제 고목노인과 불패검객이 태상원로와 태상장로 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사임 압박이 사라졌다.
성녀와 잠시 전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백무명이 담담히 말했다.
“좋습니다.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지금 올라온 안건이 뭐가 있습니까?”
“일단 공석이 된 태상원로와 태상장로 직을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목노인과 불패검객 두 분이 정말 사임했습니까?”
“네. 사실 부교주 자리에 도전할 때 그 직을 걸었던 셈이지요.”
“아, 그런가요? 저는 겸임이 가능하다고 말하기에 그대로 유지하는 줄 알았습니다.”
“겸임이 가능한 것은 그들이 부교주가 되었을 경우로, 실패하게 되면 원래 자리를 내놓게 되어있습니다. 이는 본교의 오랜 관례로 일종의 율법이지요. 직을 걸지 않는다면 부교주 자리에 도전할 사람이 너무 많아지게 되지 않겠습니까?”
“듣고 보니 그렇군요. 제가 입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것이 많으니 집법장로께서 잘 가르쳐 주십시오.”
“별말씀을. 교주께서 깨어나실 때까지 부교주께서 본교의 대표이시니 저는 명을 따를 뿐입니다.”
“네. 좋습니다. 그럼 신임 태상원로와 태상장로는 어느 분을 임명하는 게 좋겠습니까? 아니 원래 임명하는 방식이 따로 있습니까?”
“원래는 원로원과 장로원 자체 추대 또는 비무를 통해 뽑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시국이니 교주 대행을 맡고 계신 부교주께서 임명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으음, 이렇게 하지요. 아직 제가 본교의 고수들에 관해 잘 모르니 태상원로와 태상장로 자리는 성녀께서 알아서 지정해주십시오.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네. 명을 받들겠습니다.”
성녀가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 역시 공석이 된 두 자리를 서둘러 임명할 필요를 느끼고 있던 차였다.
원로원과 장로원을 장악해야 다시 분란이 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새롭게 태상원로와 태상장로로 임명된 사람은 교주 천마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는 충성파 고수들이었다.
태상원로로는 십만노인(十萬老人)이 임명되었으며, 태상장로 자리는 만검자(萬劍者)라는 고수에게 돌아갔다.
두 사람 모두 충성파이기도 하지만 성녀와도 친분이 두터워 적합한 인선이었다.
사실 두 사람은 몇 안 되던 삼파동맹 찬성자이기도 했다. 그 점이 이번 인선에 강력하게 고려된 것 같았다.
“십만노인입니다.”
“만검자라고 합니다.”
십만노인과 만검자가 백무명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비록 성녀에게 임명을 맡겼으나 절차적으로 그녀는 추천만 했을 뿐이었고 최종 결정은 백무명의 몫이었다.
백무명은 두 사람이 천마신교 고수답지 않게 그 기가 맑은 점에 호감을 느꼈고 추천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두 분께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본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제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지요.”
백무명이 집법장로를 쳐다보자 그가 말했다.
“다음은 삼파동맹 건입니다. 이 문제는 여러 번 논의가 있었으니 부교주께서 바로 결정해주십시오.”
“좋습니다. 다들 예상하다시피 삼파동맹은 즉시 부활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본교의 신의와도 관련 있으며 한번 맺은 동맹을 석연찮은 이유로 취소할 수는 없는 법이지요. 지금 소림사 상태는 어떠합니까?”
“전서구에 의하면 칠마종 놈들이 출정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놈들이 조만간 소림사로 진격할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이군요. 마침내 반선들이 온 것 같습니다. 지금 즉시 본교 하남성 분타들에게 명을 내려 병력을 소림사로 집결시키도록 하십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집법장로가 수하를 시켜 즉시 전서구들을 날리도록 했다.
백무명이 말했다.
“사천성 상황은 어떠합니까? 서장무맹 놈들이 어느 정도까지 세력을 확장했지요?”
“놈들의 힘이 예상보다 훨씬 강해 현재 사천 무림 절반 정도가 놈들의 세력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놈들에게 당해 전사한 무림인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그 피가 바다가 될 정도라고 하니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본교의 피해도 큽니까?”
“네. 사천성 각지에 있는 본교 분타 역시 놈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주로 서쪽 지역인데 벌써 전사자만 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아! 어찌 그런 일이······.”
백무명이 탄식했다.
회의에 참석한 지휘부 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천마신교 사천 분타 병력의 피해는 이전에 전해졌는데 고목노인과 불패검객의 명으로 비밀에 부쳐 이를 아는 자가 드물었다.
집법장로가 말했다.
“서장무맹 놈들을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대외적으로 놈들은 사천 무림 외에는 더 욕심을 내지 않겠다고 하는데, 그 말을 믿어도 될까요?”
“집법장로 말씀은 일단 본교 병력을 사천성에서 물러나게 하자는 뜻입니까?”
“네. 칠마종과 전면전을 벌이려면 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선이 두 곳 이상 있게 되면 힘의 분산이 불가피하니까요. 물론 서장무맹 놈들에 대한 복수는 나중에 칠마종을 제거한 후 곧바로 이루어져야 할 겁니다.”
“으음, 그것도 일리가 있으나 이대로 우리가 물러나면 본교 무사들의 사기가 말이 아닐 겁니다. 성녀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백무명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누가 봐도 천마신교의 앞날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한데 실제로도 그랬다.
이는 백무명 본인도 조금 전에야 느낀 것으로 부교주가 되자 진심으로 천마신교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감정을 분석할 때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그였다.
어차피 칠마종과 서장무맹은 공동의 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서장무맹 측에서 사천 무림까지만 세력을 확장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거짓말이에요. 무엇보다 본교 무사들이 만 명이나 전사했다는 것은 실로 충격이에요. 칠마종이 본교 낙양 분타 무사 이천 명을 죽인 것보다 더 피해가 크니 무사들을 보내 놈들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집법장로의 말과 같이 전선이 두 개가 되면 힘이 분산되는 것도 사실이니 이에 대한 대처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의견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하남성과 마찬가지로 사천성에도 본교 분타 병력이 있어요. 일부 타격을 받았지만, 대부분은 건재하니 그들에게 명을 내려 서장무맹의 진격을 막으라고 하면 될 거예요.”
“혹시 놈들의 진격로를 예상하고 있습니까?”
“네. 여러 가지 상황으로 볼 때 놈들이 사천 무림을 장악하면 그다음 목표는 바로 이곳 본교 총단일거예요.”
“그 근거는 뭡니까?”
“다들 아시다시피 서장무맹은 지금 칠마종과 암묵적인 동맹을 맺고 있어요. 서로 힘을 합치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세력권을 인정해주는 것이지요. 칠마종 세력이 사천성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가장 유력한 증거예요. 그렇다면 서장무맹으로서는 사천성 다음으로 칠마종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이곳 십만대산을 탐낼 가능성이 매우 크지요. 명분상으로도 칠마종을 돕는 측면이 있으니까요. 하남성에서 본교를 비롯한 삼파동맹과 전면전을 치르게 될 칠마종 역시 반대할 이유가 없지요. 결론적으로 서장무맹을 사천성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계속 압력을 가해야 해요. 그건 병력을 동원해 실제 전투를 함으로써 가능해지지요.”
“좋습니다. 지금 당장 사천성 분타들에 전서구를 보내 소집령을 내리도록 하세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성녀가 수하를 시켜 백무명의 명을 곧바로 시행하도록 했다.
백무명이 물었다.
“사천성 지휘분타가 성도에 있다고 했던가요?”
“네. 소집령을 내리면 사천성 분타 병력이 그쪽으로 갈 거예요. 모두 합하면 십만 정도 되니까 서장무맹 측과 일전을 겨룰 수 있을 거예요.”
“서장무맹 병력이 삼십만이라고 했습니까?”
“네.”
“그 정도면 십만 병력으론 부족할 것 같군요. 사천성에서도 삼파동맹처럼 동맹이 필요할 듯합니다.”
“무림맹과의 동맹 말입니까?”
“네. 사천당문과 아미파, 청성파 등 사천성 일대에 그 세력이 강한 문파들이 있으니 무림맹과 일시 힘을 합쳐야만 승산이 있을 듯합니다. 성도 분타주에게 명을 내려 무림맹 지휘부와 만나 동맹 문제를 논의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부교주님.”
성녀가 재빨리 대답함으로써 분란의 소지를 차단했다.
원래라면 삼파동맹보다 더 심한 반대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외적의 침공에 맞서기 위해 정파와의 연합 작전을 펼친 전례가 있는 데다가 분위기 자체가 백무명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다.
“아, 그리고 사천성에 총단 지휘부 고수들을 보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십만노인께서 원로원 고수들을 데리고 가주시겠습니까?”
“명을 받들겠습니다.”
십만노인이 주저 없이 수락했다.
백무명이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조금만 버티시면 칠마종을 제거하는 대로 제가 직접 사천성으로 가겠습니다.”
“네.”
“좋습니다. 한시가 급하니 십만노인께서는 회의가 끝나는 대로 원로원 고수들을 데리고 사천성 성도로 가십시오. 현지에 도착한 후 병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전서구를 보내주십시오. 그러면 필요한 병력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네.”
“또 다른 안건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교주님 상태에 대해 다들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고비를 넘기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언제 깨어나실까요?”
태상장로 만검자의 물음이었다.
백무명이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목숨에 지장은 없으나 언제 깨어나실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이때를 노려 교주님을 시해할 불순세력이 있을 수 있으니 경계를 철저히 해야 할 겁니다. 천마전 경계는 지금처럼 관 대주께서 맡아 주시되 병력을 더 보강해주십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천마수호대주 관풍요가 고개를 숙였다.
원래 천마전에 있어야 했으나 이번 작전 회의의 중요성 때문에 직접 참석한 그였다.
“그럼 저는 다시 천마전으로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백무명이 말을 한 바로 그때였다.
무사 한 명이 다급하게 들어왔다.
바로 천마수호대 무사였다.
“무슨 일이냐?”
관풍요가 소리쳤다.
“교주님께서 사라지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