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57
백무명과 생사신의가 성녀와 매영설을 만난 것은 저녁 무렵이었다.
비상 통로를 통해 백무명과 생사신의가 성녀전 안으로 들어왔었는데, 그곳이 바로 성녀의 침실이었던 것이다.
성녀 침실이라는 사실은 다행히 생사신의가 알고 있었고, 두 사람은 일단 성녀를 기다렸다.
침실 밖에는 성녀전 무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았다.
성녀전 무사들 역시 대부분 실종된 교주 수색에 투입되었기 때문이었다.
은잠술을 펼쳐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백무명은 본격적으로 생사신의에 대한 치료에 들어갔다.
이미 백무명의 도움으로 회복한 생사신의였지만 내공 치료를 좀 더 해 원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서였다.
하기야 다시 역용술을 펼쳐 천마 교주 행세를 하려면 확실한 회복이 필요했다.
게다가 아직 백무명은 생사신의의 몸 상태에 대해 의문점이 남아있었다.
무형지독을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정신이 들지 않았던 이유를 밝혀보려 했던 것으로, 그것이 금제가 아니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금제가 남아있다면 또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조사 겸 치료가 이루어졌고 의문점은 성녀와 매영설이 오기 직전 풀렸다.
그것은 바로 고독이었다.
알고 보니 일반 무형지독이 아니라 특수 무형지독에 중독되었으며, 일반 무형지독과의 차이는 바로 고독의 유무였다.
이는 생사신의 역시 몰랐으나 그가 정신을 차린 후 팔대호법을 실신시키고 밀실과 비상 통로를 통해 성녀전으로 가려 할 때 드러났다.
다시 말해 생사신의가 쓰러져 죽음 직전에 몰렸던 것은 무리했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고독 때문이었다.
이 고독은 무형지독이 해독될 때 어느 순간 발작하는 특징이 있어 생사신의가 철문을 보고 긴장이 풀린 순간 기혈을 막아버렸던 것이다.
그렇게 백무명이 생사신의의 몸속에서 고독을 배출해 제거하자, 생사신의는 그제야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생사신의는 백무명의 의술에 감탄했고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얼마 후 성녀와 매영설 두 사람이 함께 침실로 들어왔다.
두 사람이 생사신의를 보고 깜짝 놀라며 기뻐한 것은 물론이었다.
수색에 실패하고 돌아오면서 불현듯 생사신의의 죽음을 예상했던 두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기뻐했고 이후 생사신의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다.
성녀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정말 다행이에요. 아직 신의께 무형지독을 뿌린 범인을 색출해내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무사하시니 정말 기뻐요.”
“모두 여기 계신 부교주님 덕분이지요. 부교주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죽음을 피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한데 이제 어떻게 하지요?”
“어떻게 하긴요? 다시 교주님으로 역용해 천마전으로 복귀하셔야지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셩녀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매영설 또한 마찬가지였다.
백무명이 물었다.
“혹시 다시 역용하는 데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겁니까?”
“네. 부교주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교주님 얼굴로 역용한 방식은 특수 역용술로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같은 얼굴로 두 번 역용을 할 수 없지요.”
“그게 정말인가요?”
성녀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생사신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절대 내공을 지녔다면 별문제 없이 일반 역용술로도 가능했겠지만 아시다시피 그 정도로 원로원과 장로원 고수들을 속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누구도 알 수 없게 특수 역용술을 펼쳤는데 그게 이번에 한 번 역용이 풀리는 바람에 같은 얼굴로 역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좋겠습니까?”
“골치 아픈 문제군요.”
성녀가 안색을 굳혔다.
지금 백무명도 천마전에서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서둘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부교주께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요. 난감한 문제인 것은 확실하군요. 일단 천마 교주님 얼굴로 신의께서 역용을 할 수 없게 된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전처럼 천마 교주님으로 행세하는 것은 안 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조만간 탄로 난다면 자칫 반역죄를 뒤집어쓸 수 있으니까요.”
“으음, 하기야 역용한 것이 드러나면 우리가 아무리 해명해도 교주님을 시해한 것으로 오해할 사람이 많을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할까요? 이대로 교주님이 실종된 것으로 하는 게 최선인가요?”
“물론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겁니다. 신의께서 복귀해도 그다지 의심을 사지는 않을 겁니다. 문제는 교주님 실종으로 인한 본교 무사들의 사기 추락입니다.”
“하기야 아무래도 사기가 떨어지겠지요. 주화입마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교주님께서 누군가에 납치되었다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이니까요.”
“네. 맞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실종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모르겠으나 이렇게 된 이상 교주님은 반드시 복귀해야 합니다. 그것도 완전히 회복된 모습으로 말입니다.”
백무명의 말에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결론은 신의 대신 다른 분이 교주님으로 행세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혹시 그럴만한 역량이 있는 고수를 알고 계십니까?”
“네. 다행히 한 분 알고 있어요.”
“마침 잘되었군요. 그분이 누굽니까? 원로원 고수인가요?”
“아뇨. 그분은 바로 부교주님이세요.”
“저 말입니까?”
백무명이 깜짝 놀랐다.
처음 의견을 낸 사람은 자신이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교주 행세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성녀가 말했다.
“네. 농담이 아니에요. 부교주님 능력이라면 역용술을 완벽하게 펼칠 수 있을 것이니 지금은 그 수밖에 없어요. 본교 무사들의 사기도 올리고 말이에요. 하지만 부교주께서 교주 행세를 해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그게 뭡니까?”
“신의께 무형지독을 하독한 자와 그 배후를 찾기 위해서예요. 제 생각에 놈들은 다시 기회를 노릴 거예요. 어쩌면 본교 내부에 범인이 있을 수도 있을 터. 그자를 색출해내려면 부교주님 같은 절대고수가 꼭 필요해요. 그러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결과가 되풀이될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부교주 자리가 비게 되지 않습니까?”
“부교주는 교주님 명으로 범인 색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떠났다고 하면 될 거예요. 시간이 없어요. 어서 교주님 얼굴로 역용하세요.”
“역용하는 것은 쉽지만 교주님의 평소 습관이나 행동 등을 전혀 모르는 게 문제입니다. 신의께서는 교주님과 오래 지내봐서 잘 알겠지만 저는 아니지요. 역용은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탄로 날 겁니다.”
“그 문제라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번에 정신이 들면서 이전 기억을 대부분 잃었다고 하면 돼요. 그 부분은 신의께서 적절한 설명을 사람들에게 해주면 의심을 사지 않을 거예요. 시간이 없어요. 본교의 운명은 물론이거니와 무림의 운명과도 관련 깊으니 어서 결단을 내려주세요.”
“알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 * *
천마 교주의 귀환.
일시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천마신교 총단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천마가 하루 만에 돌아왔다.
그것도 완전히 정신을 차린 채 말이다.
물론 아직 후유증이 있어 지난 기억을 잘 못 한다고 하나 그래도 천마가 정신을 차렸다는 게 중요했다.
천마신교 총단 무사들이 열렬히 환호한 것은 물론이었다.
지휘부 고수들과 달리 일반 무사들의 천마에 대한 충성심은 견고했다.
이제 천마가 깨어난 이상 그의 행보를 막을 사람은 없어 보였다.
교주 천마로 역용한 백무명은 지휘부 회의를 마친 후 침실로 돌아와 있었다.
성녀의 부탁을 받아들여 교주로 행세한 지 벌써 사흘째.
우려와 달리 그를 의심하는 지휘부 고수들은 전혀 없었다.
아니 있다고 해도 그것을 표정으로 드러내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우려했던 천마의 기억과 습관 같은 것 역시 쉽게 해결되었다.
성녀와 매영설, 생사신의가 천마의 행동과 습관 같은 것을 기록해 책자로 만들어줬기 때문이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기존에 천마가 알고 있던 천마신교 지휘부 고수들에 대한 세세한 기록까지 제공되었다.
고수들에 대한 신상정보와 무공 등을 기록한 책자는 원래 교주와 성녀 두 사람만이 볼 수 있는 기밀문서였다. 백무명의 경우 예외를 인정해 열람이 가능했다.
백무명은 그 모든 기록을 빠르게 한번 읽었고 놀랍게도 그 모든 내용을 기억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내용이 이번에도 이전에 기억하고 있던 내용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백무명은 마치 이전 자신의 일기장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천마에 관련한 정보들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천마의 얼굴로 역용하는 것 역시 일사천리였다.
무엇이든 한번 보면 바로 기억하는 능력을 지닌 백무명은 생사신의가 역용했었던 천마의 얼굴을 그대로 만들었다.
그 결과는 성녀와 매영설조차 속을 정도로 완벽했다.
백무명 역시 단 한 번 그 얼굴을 떠올렸을 뿐인데 너무 쉽게 역용이 되어 속으로 매우 놀랐다.
실제 역용을 해보니 마치 자신의 얼굴처럼 편했다.
물론 그것이 자신의 본 얼굴이 아니라는 것은 느끼고 있었으나 그래도 왠지 매우 오랫동안 그 얼굴로 지냈던 것 같았다.
이처럼 백무명이 천마와의 동질감을 느끼게 되자 그의 연기는 그야말로 완벽해졌다.
지휘체계 등 교의 전반적인 사항과 지휘부 고수들에 대한 정보 등을 계속 습득하자, 주화입마 후유증으로 아직 지난 기억을 다 하지 못한다는 말도 엄살처럼 느껴졌다.
이처럼 불과 사흘 만에 명실상부한 교주 천마가 된 백무명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영웅맹주라는 정체성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밤늦은 시각.
백무명의 침실에 성녀와 매영설, 생사신의 세 사람이 찾아왔다.
천마의 복귀와 함께 무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생사신의는 부담을 덜었는지 편안한 모습이었다.
모든 화제가 백무명에게 쏠림에 따라 자신의 복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백무명이 지휘부 고수들에게 자신이 회복한 데는 생사신의의 도움이 무척 컸다고 밝혀 그 입지가 더욱더 공고해졌다.
“고생하셨어요. 지금까지는 매우 성공적이었어요. 음파는 차단하셨지요?”
“물론입니다.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네. 교주님.”
“교주님이라니요? 가당치 않습니다. 진짜 천마 교주께서 어딘가에 계실 텐데 교주 호칭은 불경합니다.”
“아니에요. 교주님께서도 이해하실 거예요. 이렇게 사석에서도 호칭을 정확히 해야 실수가 없는 법이지요. 아시겠지요?”
“알겠습니다. 다만 앞으로 교주님을 언급할 때는 천마 교주님으로 불러 혼동을 방지하겠습니다.”
“좋아요. 저도 그럴게요. 천마 교주님께서도 나중에 복귀하면 지금 상황을 재미있어하실 거예요.”
“성녀님은 천마 교주님의 복귀를 믿고 계십니까?”
“물론이에요. 잘은 모르지만 뭔가 비밀스러운 일을 진행하고 계신 것 같아요. 일단 그 부분은 다음에 이야기하고 소림사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들었습니다. 낙양에 있던 칠마종 무사 삼십만이 출정 준비를 마쳤다면서요?”
“네. 낙양과 소림사는 하루 거리밖에 되지 않아 언제든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어요.”
“본교 낙양 분타 십만 병력은 소림사로 모이고 있습니까?”
“네. 벌써 절반 정도가 도착했다고 하는군요. 사흘만 지나면 모든 병력이 소림사로 집결할 것 같아요.”
“사천성 상황은 어떠합니까?”
“십만노인이 원로원 고수들을 데리고 떠났으니 조만간 소식을 알 수 있을 거예요. 다만 사천성에 임시 총단을 세우고 항전하고 있는 무림맹 병력이 결사 항전을 하고 있어 쉽게 사천 무림 전체가 함락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것 잘 되었습니다. 일단 칠마종부터 제거할 시간을 벌 수 있겠군요. 그럼 내일쯤 우리도 소림사로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교주님은 안돼요. 여기 계셔야 해요. 저와 매 소저 두 사람만 가보겠어요. 소림사에는 영웅맹주가 있으니 큰 문제가 없을 거예요. 교주님께서는 총단에 남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주세요.”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