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58
다음날 성녀와 매영설이 천마조를 타고 소림사로 떠나자 배웅을 나갔던 백무명은 생사신의와 함께 천마전으로 돌아왔다.
소림사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에도 함께 가지 못하자 백무명의 속도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녀에게 자신이 실은 영웅맹주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을 밝히는 순간 아무리 성녀라 해도 속았다는 느낌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애써 이룬 삼파동맹도 물 건너가게 될 가능성도 있어 일단 무리하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천마조를 부리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천마조만 부릴 수 있다면 중원 어디든 반나절이면 날아갈 수 있으므로 공간의 제약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 때문일까.
백무명은 아까 성녀가 천마조를 피리로 부르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물론 특수한 곡조라 아무리 옆에서 지켜봐도 그것을 터득할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성녀 또한 다른 사람이 지켜봐도 피리를 부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생사신의와 헤어져 교주 침실로 들어온 백무명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성녀가 천마조를 불렀던 피리 소리의 곡조를 떠올리기 위해서였다.
특수 곡조였기 때문에 음과 음을 이어주는 비밀 곡조를 알아야 했다.
그것은 일종의 무공 구결과 같은 것으로 그걸 모르면 곡조는 일반적인 노래와 다름없었다.
‘뭔가 생각날 듯하구나. 믿기 어렵지만, 천마조를 부리는 곡조 또한 이전에 내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백무명이 침상 위에 가부좌하고 묵상에 잠겼다.
팔대호법은 집무실에 있었기 때문에 그를 방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백무명은 최대한 마음을 편히 하며 비밀 곡조를 알아내려 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깊은 밤이 될 때까지 백무명의 노력은 계속되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휴우!”
백무명이 심호흡을 하며 눈을 떴다.
아쉬워하는 표정이었으나 그렇다고 기가 죽은 것은 아니었다.
묵상을 통해 그래도 많은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비밀 곡조를 알아내지 못한 것은 바로 집착 때문이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아무리 마음을 편히 하려 해도 초조함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그 초조함을 그저 바라보면 어떨까.’
백무명이 자신을 객관화하며 마음을 비우기 시작했다.
자신을 한 발짝 물러나 보는 것으로 일종의 관조였다.
제삼자 처지에서 보기 때문에 흥분과 초조함을 최대한 없앨 수 있었다.
그러자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굳이 비밀 곡조를 스스로 깨닫는 것보다 훨씬 직접적인 방법이었다.
‘그래 천마조는 마교의 영물이니 그 부리는 방법이 적혀 있는 비급이나 기록이 따로 있을 것이다. 차라리 침실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큰 교주비고를 찾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비단 천마조 문제가 아니더라도 천마로 완벽하게 행세하려면 교주비고에 들어가 많은 무공을 섭렵해두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백무명이 침상에서 일어나 서고를 조작해 다시 밀실로 들어갔다.
교주비고가 있다면 그 안에 있을 거라는 것이 그의 예측이었다.
지난번에는 생사신의 때문에 비상 통로부터 찾았지만, 이번에는 교주비고가 목적이었다.
‘분명 이곳 밀실과 관련이 있다. 밤을 새워서라도 자세히 살펴보자.’
백무명이 결심을 굳히고 밀실 전체를 차분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 * *
교주비고를 찾으려는 백무명의 노력은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하지만 성과는 전혀 없었다.
하기야 교주비고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아무나 찾을 수 없는 게 맞았다.
‘휴우. 헛고생한 것인가. 아무리 찾아봐도 비상 통로로 내려가는 기관밖에 없구나. 하지만 이것도 말이 안 된다. 비상 통로뿐이라면 굳이 밀실을 만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지.’
백무명이 다소 허탈한 심정으로 휴식을 취했다.
이제 거의 포기를 한 표정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백무명의 눈길이 다시 왼손에 끼고 있는 반지, 즉 지존환으로 갔다.
최근 최후의 해결책 노릇을 톡톡히 했던 지존환이라 다시 한번 기대감이 생기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게 사실이었다.
물론 천마신교의 무공과 인물 정보 등 많은 것이 이전에 알고 있던 것이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이번은 그 성질이 달랐다.
교주비고의 경우 교주가 아니면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설마 내가 실종된 천마는 아닐 테고 그래도 여러 정황으로 봐서 마교와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듯하구나. 일단 시도를 해보자. 간절함이 제법 극한까지 도달했으니.’
백무명이 지존환에 손을 대고 내공을 실었다.
동시에 교주비고의 위치에 대한 마음을 극도로 높였다.
바로 그때였다.
지존환에서 예의 금빛 섬광이 터져 나오며 일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얼마 후 그의 앞에 드러난 것은 하나의 방울이었다.
‘이게 뭐지?’
백무명이 방울을 살펴보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성녀가 천마와 관련해 중요한 사항을 설명해주면서 교주신물 이야기를 해줬던 것이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교주신물은 천마음과 천마령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물건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천마령이었다.
‘설마 이게 천마령이란 말인가. 한데 이것을 왜 내가 갖고 있었지?’
백무명이 교주신물을 찾았다는 기쁨보다 소지 이유에 대해 큰 혼란을 느끼며 안색을 굳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천마일 리는 없다. 그렇다면 혹시 내가 천마를 죽이고 그의 물건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닐까. 아무래도 조만간 생사신의에게 부탁해 내 본 얼굴을 찾는 방법을 알아내야겠다.’
백무명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 일단 교주비고부터 찾아보자. 그 안에서 또 다른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 침착하자.’
백무명이 천마령을 들고 밀실 주위를 다시 한번 살펴봤다.
일단 천마령을 흔들기 전에 음파 차단부터 시켰다.
혹시라도 집무실에 있던 팔대호법이 방울 소리를 듣고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백무명이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천마령을 흔들었다.
딸랑딸랑.
경쾌한 소리가 났다.
바로 그때였다.
밀실 벽 한 군데가 그그응 소리를 내며 양쪽으로 갈라지며 통로 하나가 나타났다.
그 통로는 성녀전으로 통하는 예의 비상 통로가 아니라 새로운 것이었다.
‘교주비고인가?’
백무명이 눈을 빛내며 그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그그긍 소리를 내며 벽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이는 마치 밀실 벽이 백무명을 삼킨 것과 유사한 모습이었다.
새 통로 안으로 들어간 백무명은 다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단을 밟아 밑으로 내려가며 백무명이 생각했다.
‘또 지하로 연결되는 것인가. 하기야 지하가 가장 안전하다고 할 수 있지. 천마전 같은 경우 아무리 튼튼해도 목조 건물이라 화재에 취약하니까. 아무래도 교주비고가 먼저 지어지고 이후 교주 침실과 연결 통로가 만들어진 것 같구나.‘
백무명이 나름 확신을 하며 계속 밑으로 내려갔다.
한데 그 깊이가 이전 비상 통로와 달랐다.
같은 지하이지만 한참을 더 내려가야 했다.
느낌상으로는 지하 칠층 정도였다.
아무튼 그 정도 깊이까지 내려오자 비로소 방향이 달라지며 평탄한 길이 나타났다.
아직 이렇다 할 장애물이 없어 백무명은 호신강기만 두텁게 한 채 계속 걸어갔다.
그러기를 얼마나 걸어갔을까.
천마신교 총단 자체를 벗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먼 곳에 붉은색 철문이 하나 보였다.
정확히 말해 붉은색이 아니라 붉은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특수 문이었다.
백무명은 단번에 이 문이 마지막 관문이라는 것을 느꼈다.
백무명이 자신도 모르게 천마령을 흔들었다.
딸랑딸랑.
순간 육중한 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렸다.
백무명이 주저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든 생각은 만약 천마령을 흔들지 않고 억지로 문을 열려고 했다면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겠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특수 철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강력했다.
철문 뒤의 공간은 실로 광대했다.
한데 그 공간 절반 이상이 서고였다. 서고는 비급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중 한 권을 무의식적으로 꺼내 본 백무명이 깜짝 놀랐다.
천마신교 역대 교주 중 한 명의 무공이 수록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대 교주들의 무공이 비치된 곳.
그곳은 바로 교주비고밖에 없었다.
“아! 교주비고가 맞는구나!”
백무명이 탄성을 터뜨리며 교주비고 안을 둘러봤다.
서고가 반을 차지하고 있다면 나머지는 병장기와 영약, 보물 등이었다.
한눈에 봐도 최소 수백 년 이상 모은 것들이었다.
‘이곳에 있는 보물만 해도 황금열쇠로 얻을 수 있는 보물과 비슷할 것 같구나. 하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비급이다. 비급 중에 천마조를 부릴 수 있는 게 있는지부터 찾아봐야겠군.’
백무명이 비급을 차례대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역대 교주들의 무공뿐만 아니라 다른 무공도 방대하게 비치되어 있어 최소 십만 권은 되어 보였으나 백무명은 주저함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무명이 비급을 읽는 속도는 실로 경이적이었다.
내공을 사용해 저절로 책장을 넘겼으며 그것도 한 권씩이 아니라 동시에 백여 권을 넘게 독파해나갔다.
백여 권의 비급을 내공을 사용해 서고에서 꺼내 공중에 띄운 후 동시에 책장을 넘겨 그 내용을 파악하는 식이었다.
한데 어느 순간 백무명의 안색이 묘하게 번했다.
설마 했는데 비급들 대부분이 이전에 읽은 느낌이 났다.
하지만 한두 번 겪었던 일이 아니라 애써 무시하고 독파해나갔다.
이런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낮에 천마신교 지휘부 고수들에게 자신의 부재 시 생사신의에게 교주 대행을 맡긴다고 공표해놓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길 필요도 없었다.
‘일단 시작했으니 전부 읽고 암기한다. 다른 것은 나중에 생각한다.’
* * *
백무명이 교주비고에 있는 비급을 모두 독파하는데 걸린 시간은 정확하게 사흘이었다.
사흘이라고 하니까 그렇게 짧지 않다고 느껴질지 모르나 백무명이 읽은 비급의 수가 무려 십만 권이었다.
내공을 이용한 특수 독서법의 도움이 컸지만, 일반인이라면 평생을 걸려도 일부밖에 읽을 수 없는 한계를 뛰어넘은 셈이었다.
‘휴우! 이제 겨우 다 읽었군. 다시 실종 이야기나 나오지 않도록 매일 한 번 지휘부 고수들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면 더 빨리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백무명이 교주비고 서고에 꽂혀 있는 비급들을 쳐다봤다.
그의 표정은 시원섭섭한 표정이었다.
이전에 한 번 읽어봤다는 느낌이 매우 강했지만 그래도 수많은 비급을 독파하면서 자신의 무공 체계를 확립했다고나 할까.
특히 천마신교의 역대 교주들의 무공은 실로 대단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제1대 천마가 남겼다는 천마대장경의 부재였다.
천마대장경은 제1대 천마가 죽기 전 남긴 것으로 실종된 교주가 우연히 발견한 후 익힌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에 대해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 천마대장경 또한 내가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천마 교주를 죽였다면 천마령 외에 천마대장경도 챙겨두었을 것 같은데······.’
백무명이 지존환을 손을 대고 내공을 넣으며 천마대장경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무래도 간절함이 부족한 것 같군. 그래 너무 서두르지 말자. 중요한 것은 천마와 나의 관계다. 만에 하나 정말 내가 천마라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백무명이 복잡한 심사를 달래듯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지 않은 사실에 미리 고민할 필요는 없기에 천마와의 관계 파악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한편 처음 목표로 삼았던 천마조를 부리는 방법은 아직 진전이 없었다.
‘천마조를 부리려면 아무래도 천마대장경이 있어야 할 것 같구나. 천마대장경 속에 수록되어 있다는 천마음을 배우면 해결될 것이다. 일단은 다른 것도 살펴보자.’
백무명이 교주비고에 있는 영약과 보검, 그리고 보물들을 구경했다.
하나같이 진귀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백무명은 구경만 할 뿐 그것들을 챙기지 않았다.
당장 지존검이 있어 병장기가 필요하지 않았고, 절대 내공을 지니고 있어 영약 또한 그다지 필요 없었다.
보물 역시 지금 당장 챙겨야 할 정도로 급한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아직 칠마종 놈들이 출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군. 소림사로 진격했다면 꼼짝없이 여기서 전투 결과만 기다릴 뻔했다.’
백무명이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기념으로 보석 몇 개를 챙긴 후 교주비고에서 나와 침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후 생사신의가 다급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교주님. 낙양 칠마종 놈들이 삼십만 대군을 이끌고 소림사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신선계 반선만 스무 명 정도가 합류했다고 하니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하남 분타 병력 십만이 모두 소림사에 모였다고 했습니까?”
“네. 본교 병력 십만과 낙양 무림 연합 무사 십만, 그리고 영웅맹 무사 이만. 이렇게 모두 이십이만 병력이 소림사에서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정오에 긴급 작전 회의를 열 테니 지휘부 고수들은 모두 참석하라고 하십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