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63
‘일단 내가 영웅보 대공자 백동방인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천마 교주와의 관계인데 교주신물인 천마령이 내게 있었다는 것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실은 천마 교주였다는 것. 하지만 어머님 말씀에 의하면 나는 어린 시절 내내 동방에서 살아왔었다고 했다. 물론 내게서 들은 말이라고 하시지만, 그때 기억을 지금 내가 못해서 그렇지 당시 영웅보로 가족을 찾으러 왔을 때 거짓말을 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주 침실에서 밀실을 발견한 정황과 마교 무공의 익숙함 등을 생각해보면 여전히 내가 천마 교주였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못한다. 마지막 두 번째 가능성은 내가 천마 교주를 죽였을 가능성이다. 그를 죽이고 내가 천마령을 비롯한 그의 물건을 차지했을 수도 있다. 무공의 익숙함이나 기관 발견 등은 특수 대법으로 그의 기억을 일부 내가 습득했거나 그의 물건을 내가 소지하고 있어 벌어진 결과일 수도 있다. 천마 정도라면 그 소지품 역시 그의 혼이 스며들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지금으로서는 이 두 가지 가능성이 서로 비슷하다. 아무튼 신중히 행동해야겠구나. 내가 만약 천마 교주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영웅보 역시 피해를 볼 수도 있을 테니까.’
천리비마를 타고 북쪽으로 빠르게 나아가는 백무명이 상념에 잠겼다.
그의 뒤에서 함께 천리비마를 타고 있던 장씨부인이 물었다.
“방아. 무슨 생각을 하느냐? 아직도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느냐?”
“아,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소림사 상황이 걱정되어서 그럽니다. 더 빨리 갈 수 있었는데 지체하는 바람에 마음이 초조해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때문에 이 어미를 구하지 않았느냐? 아니 네 덕분에 일만 악양 무림인들이 목숨을 건졌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마음에 두지 말거라. 소림사는 아직 무사할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소림사에 네 아버지와 동생들이 있지 않으냐? 특히 여희는 지금 영웅맹의 수석 군사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게다가 삼파동맹을 맺어 그 병력도 칠마종에 비해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더구나. 내 말이 맞느냐?”
“네. 어머님. 삼파동맹 병력 역시 이십만이 넘으니 반선들만 잘 상대하면 승산이 있을 겁니다.”
“그래. 가장 중요한 것은 지휘부 고수들 간의 싸움이겠지. 악양에서 너의 활약을 직접 보긴 했지만 절대고수 한 명이 수천 명을 상대하는 것이 이제 더는 놀랍지 않구나.”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특히 반선들은 혼자서 만 명도 쉽게 죽일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추고 있지요.”
“나도 그놈들이 가장 걱정이다. 방이 네가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도 반선들의 합공을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아서 말이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각개 격파를 해볼 생각입니다. 제 예상대로라면 지금 반선들이 소림사 주위에 펼쳐진 보호진을 파훼하려고 할 터. 그 틈을 노려 놈들을 하나둘 제거한다면 승산이 있을 겁니다.”
“그래. 한데 놈들과 싸울 때 이 어미가 방해되지 않겠느냐?”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전에 제가 어머님부터 소림사 안에 넣어드리겠습니다.”
“진법을 뚫을 자신이 있느냐? 반선들 때문에 소림사 내부에서 잠시 우리를 위해 생문을 열어주기도 힘들 것 같은데······.”
“진법은 자신 있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소림사 안으로 들어가시게 되면 제가 반선들을 제거할 테니 그렇게 알고 지금 상태 그대로 진을 유지하라고 하십시오.”
“알았다. 네 말대로 하마. 방이 너와 함께 있으니 든든하구나.”
장씨부인이 백무명의 어깨를 살짝 두드려 주었다.
깊은 신뢰의 표시였다.
바로 그때였다.
백무명은 품속에 넣어두었던 모자옥패가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어렴풋이 자신이 영웅보에 삼십 년 만에 돌아와 장씨부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광경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어제 장씨부인에게 그때 상황을 들어서인지 점점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 내용은 바로 장씨부인이 이야기한 그대로였다.
갓난아기 때 동방으로 건너가게 되어 그곳에서 삼십 년을 보내다가 가족을 찾아 영웅보로 오게 되었다는 것.
시간이 지나자 자신이 했던 다른 이야기도 기억이 났다.
백운목, 백여희, 백여옥 세 사람과의 대화 또한 기억이 났다.
백무명이 자신이 백동방이라는 것을 더욱더 확신하며 눈물을 흘렸다.
가족들이 자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이제야 비로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제 모자옥패를 보여드려도 될 것 같구나.’
백무명이 품속에서 모자옥패를 꺼내 장씨부인에게 건넸다.
“아! 이것은? 잃어버렸다고 하지 않았느냐?”
“운이 좋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님.”
“방아. 이제 나를 네 어미로 인정하겠느냐?”
“네. 처음부터 마음을 열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아니다. 기억을 잃었는데 당연한 것이지. 한데 지금 보니 이전 기억을 조금 찾은 것 같구나. 내 말이 맞느냐?”
“네. 영웅보로 와서 어머님과 아버님, 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 기억만 찾은 것 같습니다.”
백무명이 자신이 되찾은 기억을 이야기했다.
장씨부인이 매우 기뻐하며 맞장구를 쳤다.
자신이 미처 이야기해주지 않은 것도 백무명이 말하자 그녀 역시 더욱더 아들에 대한 확신이 서는 표정이었다.
백무명 또한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한 표정이었다.
마치 모자 상봉을 두 번이나 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어릴 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매우 컸던 것 같구나. 내가 동방에서 살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아무래도 천마 교주는 내가 죽였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 같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성녀와 매 소저 등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걱정이 크군.’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천마 교주와의 관계는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무림이 내우외환을 겪고 있어 천마신교와 정파가 서로 협력 관계를 모색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근원적인 대립 구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너무 초조해하지 말자.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면 된다.’
* * *
“오늘이 사흘째인데 어째 아무 진전이 없는 것 같소. 진법선인. 이게 어떻게 된 것이오?”
“죄송합니다. 소요선인님. 생각보다 진이 너무 강해서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힘들군요.”
진법선인이 안색을 굳혔다.
소림사 주위에 펼쳐진 보호진 바로 밖 공터에 모인 반선 스무 명이 긴급회의를 열고 있는 상황.
물론 그 주제는 진법과 관련된 것이었다.
오늘이 벌써 사흘째인데 진법선인의 장담과 달리 전혀 진척이 없었다.
반선들이 진법선인의 지시에 따라 일정 지점을 공격해봤던 것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진은 견고했다.
조금의 손상도 없었다.
초극선인이 언성을 높였다.
“우리가 무한정 무림에 머물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소? 까딱하면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하고 신선계로 돌아가게 되었소. 다른 수가 없겠소?”
“으음,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
“그게 무엇이오?”
소요선인이 다소 언짢은 표정으로 물었다.
이번에 반선들을 데리고 무림으로 나오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졌던 이유가 바로 진에 밝은 진법선인 때문이었다.
진법선인이라면 그 어떤 진이라도 파훼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흑반선들의 모임인 흑반선회(黑半仙會) 회주에게 호언장담을 하고 반선들을 데리고 무림으로 왔었는데, 이대로 돌아간다면 그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참고로 흑반선회 소속 흑반선들의 수는 아무도 몰랐다.
하기야 흑반선들에 비해 세력이 약하다는 백반선의 수도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시작도 끝도 없다는 신선계 자체의 신비로움 때문이었다. 그중 가장 알려지지 않은 것은 바로 은둔반선들과 관련한 것이었다.
은둔반선들은 그 대략적인 수조차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따지고 보면 백반선과 흑반선의 모태가 되는 것이 바로 은둔반선들이었다.
쉽게 말해 신선계 초기에는 반선들이 각자 은둔하여 도를 닦는 게 보통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은둔반선이라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은둔반선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성향에 따라 백반선과 흑반선으로 나뉘게 되었다.
물론 이중 백반선은 아직 은둔반선의 성향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성향 때문에 역설적으로 세력 규합은 더딘 편이었다.
흑반선들이 빠르게 세력을 규합해 신선계 전체를 장악할 때도 그 대처가 미흡했다.
물론 흑반선회가 신선계 전반을 장악했다는 것은 외형적인 면에서 본 분석이었다.
여전히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은둔반선들이 곳곳에 은신해 수련을 하고 있었다.
진법선인이 말했다.
“법보를 사용해 진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아예 진을 날리려는 것이오?”
“네.”
“법보라면 어떤 것이 필요하오?”
“파진옥(破陣玉)이 필요합니다.”
“파진옥이라면 회주께서 가지고 있는 법보가 아니오?”
“네. 소요선인께서 회주님께 말씀드려 파진옥을 잠시 빌려오시면 안 되겠습니까?”
“내가 말이오?”
소요선인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흑반선회주는 소유욕이 강해 자신의 물건을 그 어떤 것도 빌려주지 않기로 유명했다.
“사적인 일이 아니니 회주께서도 흔쾌히 빌려주실 겁니다.”
“파진옥이 없으면 절대 불가능한 것이오?”
“네.”
“좋소. 회주께 한번 여쭤보겠소.”
“감사합니다.”
* * *
“여기가 바로 숭산입니다.”
백무명이 장씨부인과 함께 천리비마에서 내리며 말했다.
숭산에 도착하기 전 칠마종 병력 삼십만이 인근에 진영을 갖추고 있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여기서부터는 은잠술을 펼쳐서 올라갈 생각이었다.
자연스럽게 천리비마는 놓아두고 가게 되었는데, 한적한 곳에 묶어두려고 하다가 그야말로 깜짝 놀랄 광경을 목도했다.
백무명의 의도를 간파한 천리비마가 스스로 술법을 펼쳐 몸을 줄인 것이다.
장씨부인 또한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리비마의 크기는 급속도로 줄어들어 엄지손가락 크기까지 축소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몸 역시 변형이 가해져 예의 목마 모양이 되었다.
백무명이 그동안의 교감을 토대로 작은 목마가 된 천리비마의 몸에 손을 대고 의념을 낸 순간.
천리비마가 다시 조금 전과 같은 정상적인 말의 크기로 커졌다.
그 과정에서 목마가 아닌 진짜 말로 변한 것은 물론이었다.
‘이 녀석이 이제 나를 완전히 주인으로 인정했구나. 아무리 영물이라 해도 대단한 둔갑술이다. 마침 잘되었군. 급히 필요할 때 타고 갈 수 있을 테니까.’
백무명이 천리비마의 몸에 손을 대고 의념을 내 다시 엄지손가락 크기로 만들었다.
앙증맞은 목각 인형이 된 천리비마를 품속에 넣자, 장씨부인이 감탄했다.
“정말 놀랍구나. 정말 그게 우리가 타고 온 말이 맞느냐?”
“네. 어머님. 어서 가시지요. 소림사 뒤쪽에 비상통로가 있는데 그쪽으로 가면 최대한 빨리 소림사 안으로 들어가실 수 있을 겁니다.”
“비상통로까지 알고 있었느냐?”
“조금 전에 진 전체를 살피면서 알아낸 겁니다. 어머님께서는 걱정하지 마시고 저만 따라오시면 됩니다.”
“나와 함께 소림사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느냐?”
“네. 소림사 가까이 있는 기운을 보니 예상대로 반선들이 진을 파훼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놈들을 제거해야 칠마종 놈들을 상대할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알겠다. 몸조심해야 한다.”
“네. 어서 가시지요. 제 손을 잡으세요.”
“그래.”
장씨부인이 백무명의 손을 잡았다.
백무명이 장씨부인을 데리고 은잠술을 펼친 채 산 위로 신속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스스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