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64
장씨부인을 소림사 안으로 들여보내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애초 백무명이 소림사 주위에 보호진을 칠 때 이런 경우를 대비해 비상통로가 있는 쪽에 생문을 하나 만들어놨기 때문이었다.
이 생문은 특수한 배치를 통해 백무명만 그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장씨부인은 쉽게 비상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비상통로 쪽에도 삼파동맹 무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장씨부인은 자신이 영웅보 대부인 신분임을 밝혔다. 마침 영웅보 무사 한 명이 그녀를 알아보고 지휘부 고수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백무명은 이 모든 과정을 은잠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지켜봤다.
이는 반선들부터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지금 모습을 드러내면 상황이 복잡해질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직감이었다.
장씨부인이 안전히 소림사 경내로 들어가는 것을 본 백무명은 다시 소림사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소림사 전체 규모는 웬만한 방파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한 번에 주위를 둘러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백무명은 이미 기파 탐지를 통해 반선들이 모여있는 곳을 간파한 바 있었다.
다만 너무 가까이 가면 자신의 위치가 탄로 날 위험이 있어 은잠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반선들이 한곳에 모여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되면 시작부터 내 계획과 달라지는구나. 각개 격파를 해야 무리수가 없을 텐데······.’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하지만 반선들을 향해 접근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공터에 반선 스무 명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공터는 일종의 사각지대로 소림사 내부에서 관찰할 수 없는 곳이었다.
참고로 소림사 내부에서 침입자를 제일 잘 볼 수 있는 곳은 대문이었다.
그 외 망루처럼 간격을 두고 외부 동향을 살필 수 있는 곳이 여러 개 있었다.
백무명은 백여희에게 생문의 위치와 진의 가동 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해줬었다.
하지만 워낙 상승 진법이라 완전히 이해시킬 수는 없었다.
예를 들어 진을 상황에 맞게 변화도 줄 수 있는데 이는 백여희도 아직 모르고 있었다.
‘총공격을 받아 진이 무너지게 되면 내가 안배한 기관 장치가 발동해 적에게 큰 타격을 주게 만들었지. 하지만 반선들이 이를 간파하고 자신들만 먼저 와서 진을 파훼하려 하고 있구나.’
최대한 멀리 떨어진 나무 위에 올라가 백무명이 은잠술을 펼친 채 반선들을 유심히 살폈다.
반선 중 안면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을 파훼하기가 쉽지 않자 다른 방법을 의논하는 것 같구나.’
백무명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보다 보호진의 균열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반선들의 공격을 받아 진의 강도가 약해지긴 했다.
하지만 이 정도 타격으로는 최소 일 년은 버틸 수 있었다.
‘신선계 반선들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파진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다른 방법을 고안해낼 것이다. 그 전에 놈들을 제거해야 한다.’
지금 그가 있는 나무 위는 반선들과 백장 정도 떨어진 거리였다.
은잠술 역시 최대치로 끌어올렸지만, 더 접근하면 발각될 우려가 있었다.
‘유인해야 할 것 같은데, 뭐 좋은 수가 없을까.’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악양에서는 도마종 무사 오천 명을 마주하고서도 자신감이 넘쳤던 그였다.
하지만 반선들 스무 명 앞에서 긴장하고 있었다.
반선 한 명이 일만 명의 무사를 상대한다고 가정하면 스무 명이니까 이십만 무사를 상대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반선들의 합공은 아직 그가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천하에 적수가 없을 거로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오만이었다. 저들의 진정한 능력을 모르는 것이 불안 요소이구나.’
백무명이 반선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이전 기억을 잃었기에 그가 알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피상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장씨부인과의 대화를 통해 기억 또한 그가 간절한 마음을 내면 일부 되찾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 때문에 혹시나 하고 집중을 하는 것이었다.
이는 왠지 이전에 신선계에 다녀온 적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 노인이었는데, 그의 이름도 생각났다.
‘아, 맞다. 평등반선. 내게 신선계에 대해 알려주신 분. 왜 이제야 그분이 생각났을까.’
백무명이 눈을 감고 다시 집중했다.
그 결과 전부는 아니지만 신선계에 관한 많은 내용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신선계는 백반선과 흑반선으로 나뉘어 있고, 그 원천은 은둔반선들이라고 하셨던가. 지금 무림을 흔들고 있는 세력은 흑반선들이라고 하셨지. 그렇다면 저자들은 흑반선들이겠군. 한데 내가 신선계로 들어간 전후 과정은 기억나지 않는구나.’
백무명이 아쉬워했다.
신선계 반선들에 관한 정보를 대략이나마 알게 된 것은 고무적이었으나 자신의 신분을 알만한 단서는 기억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평등반선 그분과 관련한 것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무슨 비급을 한 권 주신 것 같은데 잘 기억나지 않는구나.’
백무명이 다시 흑반선들을 주시했다.
다행스럽게 그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다.
소림사 주위를 넓게 에워싸는 형태였다. 그들이 하려는 것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반선들 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기회다.’
백무명이 가장 가까이 있는 반선 한 명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백무명이 첫 번째 목표로 삼은 흑반선은 바로 초극선인이었다.
성미가 다소 급해 보이는 그는 진의 가장자리 쪽으로 혼자 가서 한 지점을 향해 장력을 퍼붓고 있었다.
이는 소요선인이 흑반선회주로부터 파진옥을 빌려올 동안 진을 최대한 약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사실 진도가 거의 안 나가서 그렇지 보호진의 위력은 약해지고 있었다.
운이 따르면 파진옥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진을 뚫을 수 있으므로 초극선인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흑반선회주에게 할 말이 있기 때문이었다.
파파팡.
가죽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 났다.
보호진 표면을 강타하는 소리로 진법선인이 그나마 보호진 중 가장 약한 부분 중 하나로 지정해준 곳이었다.
사실 진법선인의 분석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진은 그물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게 대부분이라 그 이어주는 부분이 하나라도 찢기면 둑이 터지듯 무력화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한 곳이라도 성공하면 진 전체를 못 쓰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백무명이 쳐놓은 보호진은 일반 진과 달리 그 견고함이 탁월했다.
진법선인이 파진옥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한 것도 바로 그 이유였다.
물론 일 년간 지금처럼 시도할 수 있겠으나 그럴 시간도 없거니와 진을 만든 사람 즉 백무명이 언제든 보강할 수 있었다.
‘이까짓 진 하나 못 뚫어 회주님의 도움까지 받아야 하다니. 어떻게든 내가 뚫는다.’
초극선인이 도력을 끌어올려 계속 장력을 날렸다.
그 역시 절대 내공의 소유자인지 조금도 힘들어하지 않았다.
백무명이 그의 뒤에 나타나 목을 비튼 것은 바로 그때였다.
최대한 소리 내지 않기 위해 주위 음파를 차단한 후 기습적으로 초극선인의 목을 비틀어버린 것이었다.
이는 평소 백무명의 성격과 괴리가 있는 공격이었으나 반선들의 도력이 너무 강해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각개 격파를 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우두둑.
목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초극선인이 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이미 목이 부러진 후였다.
백무명 역시 첫 공격에 성공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초극선인이 죽었다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목이 완전히 한 바퀴 정도 돌아갈 정도로 확실히 타격을 가했지만 초극선인은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깨를 한번 흔들자 다시 우두둑 소리와 함께 부러진 목뼈가 원래대로 복구가 되었다.
“웬 놈이냐?”
초극선인이 신형을 돌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멀지 않은 곳에 동료들이 있으므로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하기야 아무리 기습이라도 자신이 당했다는 것은 적의 실력이 자신보다 높다는 뜻이었다.
초극선인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최대한 빨리 도움을 요청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가정해 백무명이 내공 소모를 무릅쓰고 주위 음파 차단과 함께 공간 은잠술을 펼친 후였다.
공간 은잠술이란 일정 범위의 공간을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으로 살수 무공 중 최고등급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공간 은잠술은 음파 차단보다 몇 배나 더 공력 소모가 심해 잠시만 가능했다.
초극선인이 백무명을 발견하고 주먹을 뻗었다.
기습 공격에 놀랐지만 그는 사실 온몸을 자유자재로 늘이거나 줄일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였다.
일종의 유가술인 셈인데 수도를 할 때 취하는 그의 독특한 자세와도 관련이 있었다.
그런 유가술이 없었다면 조금 전 아무리 반선이라 해도 즉사했을 것이었다.
쉬이익.
아무렇게나 뻗은 주먹이었지만 백무명이 피하기에는 조금 늦었다.
공간을 접으면서 날아왔기 때문에 아예 피할 시간이 없었다.
지난번 환영선인과의 싸움에서 초반에 당한 것도 내상을 입은 이유가 가장 컸지만 이런 믿기 힘든 속도가 한몫했다.
‘역시 반선이구나. 그 무공이 기본적으로 초절정 고수에 가깝다.’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하지만 그는 이미 자신이 무형검의 단계에 진입해있음을 나름대로 느끼고 있었다.
이는 며칠 전 자신의 본얼굴이 회복된 것도 있지만 천마신교 교주비고에서 수많은 무공을 섭렵할 때 알게 된 것이었다.
다만 그의 기억이 아직 불완전하므로 확실한 무공 수준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웠다.
이른바 무공의 경지라는 것이 주관적인 면이 크고 따라서 가장 확실히 알려면 실전을 겪어봐야 하기 때문이었다.
‘일대일로는 내가 밀리지 않는다.’
백무명이 오른 주먹을 뻗어 초극선인의 주먹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야말로 단순한 대결로 보였지만 두 사람의 주먹에 담긴 변화는 수백 가지가 넘었다.
마치 수백 가지 권법을 한꺼번에 펼쳐 단순해 보인다고나 할까.
‘이놈이 바로 환영선인을 죽인 영웅맹주구나!’
초극선인이 뒤늦게 백무명의 정체를 추측하고 안색을 굳혔다.
그도 그럴 것이 영웅맹주를 만나게 되면 싸우지 말고 즉시 다른 반선들에게 알리라는 소요선인의 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반선들의 무공 수준이 지휘부를 제외하고 비슷하기에 합공을 가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그들도 환영선인이 실은 지존환을 차지하려다가 내공을 흡수당해 죽은 것은 모르고 있었다.
꽈앙.
폭음과 함께 초극선인이 피를 한 사발 토했다.
백무명은 다소 안색이 창백했지만 원래 그대로의 자세였다.
“으으······ 대단하군. 영웅맹주냐?”
“그렇소.”
백무명이 입가에 묻은 피를 손으로 닦아낸 후 지존비수로 초극선인의 목을 잘랐다.
그 역시 조금 전 가벼운 내상을 입은 데다가 폭발로 공간 은잠술이 깨어지기 직전이었기 때문이었다.
백무명이 삼매진화로 초극선인의 시체를 한 줌 재로 만든 후 자리를 이동했다.
스스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