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65
백무명의 두 번째 공격 목표는 바로 진법선인이었다.
백무명이 보기에 그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른 반선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자가 반선 중에서도 진법에 조예가 있는 자 같구나. 반드시 제거해야 할 자다.’
백무명이 진법선인을 보며 눈을 빛냈다.
하지만 섣불리 공격하지는 못했다.
십장 거리까지 접근했지만, 진법선인의 옆에 다른 반선 세 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법선인은 놓칠 수 없는 목표.
다른 반선들이 뭉치기 전에 제거해야 했다.
‘지존비수를 날려 단숨에 숨통을 끊어놓는 게 가장 좋겠군. 다만 그렇게 되면 나머지 반선 세 명과 겨뤄야 한다.’
백무명이 지존비수를 손에 쥐었다.
물론 다른 곳에 아직 반선들이 십여 명 있었지만, 지금 당장 제거해야 할 반선은 이들 네 명이었다.
‘언제까지 각개 격파만 노릴 수 없다. 최소 세 명은 한 번에 죽일 수 있어야 한다.’
백무명이 머릿속으로 공격 경로를 떠올렸다.
일단 지존비수로 진법선인의 목숨을 취한 후 지존검으로 나머지 반선 세 명을 제거하는 경로였다.
문제는 두 번째 공격이었는데, 아무래도 쾌검식이 필요해 보였다.
백무명이 지존비수를 고쳐잡았다.
조금 전 초극선인과의 대결에서 가벼운 내상을 입은 터라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눈빛은 살아있었다.
걱정이 많았지만 초극선인을 예상보다 쉽게 제거한 게 사실이었다.
그 덕분에 자신감이 많이 올라 있었다.
쉬이익.
백무명이 지존비수를 던졌다.
세게 던진 것은 아니고 손에 있던 지존비수를 그저 놓았을 뿐인데 빠르게 날아갔다.
그것도 아무 기척 없이.
사실 암기 공격에 있어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소리와 기운이었다.
아무 기척 없이 암기가 날아온다면 설사 속도가 느려도 상대는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진법선인이 비수가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느낀 것은 막 비수가 목에 파고들기 직전이었다.
도저히 피할 시간이 없었다.
이제 믿을 것은 바로 호신강기였지만 지존비수의 날카로움을 생각해볼 때 전망도 어두웠다.
“앗!”
진법선인이 짤막한 비명과 함께 몸을 움츠렸다.
평소 도력보다는 진법에 관심이 많아 호신강기의 위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그였다.
절체절명의 순간.
땅 하는 소리와 함께 지존비수가 뭔가에 가로막혀 튕겨 나갔다.
지존비수를 튕겨낸 것은 바로 호신강기가 아니라 개인 보호진이었다.
진법의 대가답게 비상시를 대비해 몸에다가 진을 설치해뒀는데 이번에 톡톡히 그 효과를 본 것이었다.
“웬 놈이냐?”
진법선인이 고함을 질렀다.
순간 옆에 있던 반선 세 명이 품자 형태로 진법선인을 보호했다.
조금 전 파진옥을 빌리기 위해 신선계로 돌아갔던 소요선인의 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존비수를 회수한 백무명이 애초 계획을 바꿔 은잠술을 강화했다.
하지만 지존비수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그의 위치가 드러났다.
반선 한 명이 백무명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향해 벼락같이 장력을 날렸다.
쏴아아.
일반 무림고수들이 날리는 장력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력했다.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백무명이 지존검으로 검기방패를 만들어 이를 막아냈다.
꽈앙.
폭음과 함께 백무명의 모습이 드러났다.
“영웅맹주냐?”
“그렇소.”
백무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그러고 보니 그의 얼굴이 어느새 영웅맹주의 것으로 바뀌어 있지 않은가.
그것은 조금 전 초극선인과의 대결 직후 백무명이 다시 예의 인피면구를 썼기 때문이었다.
이는 반선 개개인의 무공이 대단해 아무래도 소림사 내부에서 자신의 얼굴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백동방 신분으로 소림사 내부로 들어가면 이후 행동에 제약이 따르는 게 사실이었다.
삼십만 칠마종 무사들과 곧바로 전면전을 치러야 하는데 지휘권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다시 영웅맹주 얼굴로 역용한 것이었다.
이는 그의 직감과도 관련이 있었다. 왠지 백동방 얼굴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면 복잡한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역시 백무명 네놈이었군. 죽을 자리를 알아서 찾아오다니 고맙다. 네놈이 환영선인을 죽인 게 사실이냐?”
“그렇소. 그뿐만 아니라 조금 전 다른 반선 한 명도 제거했소.”
백무명이 초극선인이 있던 장소를 가리켰다.
“설마 초극선인을 죽였단 말이냐?”
“저곳에 있던 반선이 초극선인이었던 모양이구려. 그렇소. 그는 내게 죽었소.”
백무명이 양손에 지존검과 지존비수를 쥐었다.
검기방패 역시 그의 몸을 계속 보호하고 있었다.
이 검기방패는 외성과도 같은 것으로 일차 보호막 역할을 해주는 것이었다.
백무명은 호신강기도 두터우므로 이중으로 갑옷을 입은 셈이었다.
다만 반선들의 내공이 대단해 조금 전 격돌에도 약간의 내상을 입고 말았다.
검기방패 역시 백무명의 내공이 기반이 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라도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진법선인이 소리쳤다.
“합공을 가하시오! 그러면 놈을 죽일 수 있소!”
“알겠소.”
반선 세 명이 대답 후 빠르게 백무명을 향해 다가왔다.
품자 형으로 감싸며 다가왔는데 그 빠르기가 대단했다.
마치 공간을 접고 오듯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것이다.
반선들이 일제히 장력을 날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백무명은 지존비수와 지존검을 들고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물론 검기방패가 계속 보호를 하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반선 세 명의 합공이라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꽈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주위의 수목들이 뿌리째 뽑혀나갔다.
소리가 워낙 커서 주위에 있던 반선들이 모두 몰려올 기세였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대결의 결과였다.
뒤로 물러나 있던 진법선인이 보니 백무명이 비틀거리며 서 있는 가운데 반선들이 쓰러져 있었다.
합공을 가한 반선 세 명이었다.
승리를 자신했던 진법선인이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미 승부는 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무명이 조금 전 방어만 한 것이 아니라 지존비수와 지존검으로 검강을 발출했기 때문이었다.
진법선인이 쓰러져 있는 반선들을 보니 모두 즉사한 상태였다.
세 명 모두 내장이 터져 복부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조금 전 충돌로 인한 압력이 엄청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백무명은 좀체 떨림을 없애지 못했다.
이는 기혈이 흔들렸기 때문으로 사실 지금이 그를 공격할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진법선인은 서두르지 않았다.
우두머리라 할 수 있었던 소요선인이 특수 이동대법으로 조금 전 신선계로 갔던 터라 자신이 반선들을 지휘해야 했다.
일단 백무명에게 죽임을 당한 반선들의 수가 네 명.
남은 사람은 진법선인을 비롯하여 열다섯 명이었다.
‘반드시 열다섯 명이 합공을 가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확실히 저놈을 죽일 수 있다.’
진법선인이 백무명을 노려봤다.
벌써 주위에 있던 반선들이 날아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경공 역시 대단해 마치 허깨비가 날아오는 것 같았다.
백무명으로선 지금 진법선인을 죽일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그 역시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
그보다 흔들리는 기혈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조금 전 너무 무리했다. 이 상태에서 나머지 반선들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다.’
백무명이 내공을 끌어올렸다.
순간적이지만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후 이 자리를 피하려는 것이었다.
하기야 아직 소림사 주위의 보호진은 건재했고 시간적인 여유도 있었다.
굳이 내상을 입은 몸으로 무리해서 반선들을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후후후! 어딜 도망가려 하느냐?”
낌새를 알아차린 것일까.
진법선인이 소매 속에 감춰두었던 진법 올가미를 던졌다.
진법 올가미는 신선술 중 하나로 상대를 무형의 진에 가두는 것이 특징이었다.
올가미의 모양도 일반적인 것과 달랐다.
진기로 만들어져 마치 연기처럼 흐릿한 형상만 보였다.
진법 올가미의 장점은 처음부터 사방을 뒤덮기 때문에 적의 도주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진법 올가미가 백무명이 있던 곳을 아예 처음부터 덮어 버렸다.
피할 공간 자체가 없어진 것이었다.
게다가 이 진법 올가미는 그 특성상 점점 목표물을 조이는 특징이 있었다.
백무명은 그대로 서 있다가 올가미가 좁혀 오자 지존비수를 휘둘렀다.
찌찌직.
진법 올가미가 찢어지며 파공음이 났다.
백무명이 올가미에서 나왔을 때.
반선 열다섯 명이 그를 에워쌌다.
함께 포위망을 구축한 진법선인이 껄껄 웃었다.
“어리석은 놈! 네놈이 우리 동료들을 죽였으니 사지를 찢어주겠다.”
진법선인이 백무명을 향해 장력을 날렸다.
나머지 반선들로 마찬가지였다.
무려 반선 열다섯 명의 합공이었다.
조금 전 진법 올가미를 찢으면서 내공 소모가 극심했던 백무명이 정면승부를 피하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한데 반선들이 날린 장력이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그를 쫓아오는 것이 아닌가.
백무명이 아래로 장풍을 날려 이를 막았다.
꽈아앙.
이번에는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지반이 흔들렸다.
“으음.”
백무명이 침음과 함께 줄 끊어진 연처럼 날아갔다.
“놈을 쫓으시오!”
진법선인이 추격을 명했다.
백무명은 추락을 하는가 싶더니 허공에서 한차례 몸을 솟구쳐 빠르게 도주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추격하는 반선들을 본 모양이었다.
‘저들 모두와 정면승부는 어렵다. 동귀어진은 가능할 듯하나 그렇게 되면 누가 있어 신선계에 있는 반선들을 상대한단 말인가.’
백무명이 산 아래로 빠르게 날아갔다.
휙휙휙.
백무명이 반선들의 추격을 피해 은신한 곳은 이름 모를 동굴 안이었다.
숭산에는 동굴이 수없이 많이 있었고 그중 한 곳에 들어가 몸을 숨긴 것이었다.
물론 그전에 동굴 입구에 진을 쳐둬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밖에서 볼 때는 동굴이라는 것을 모르게 한 것인데 물론 이 정도로 안심할 수는 없었다.
반선들의 능력이라면 이곳을 알아내는 데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최소한 한시진은 안전할 것이다.’
백무명이 동굴 가장 안쪽 장방형의 석실에 앉아 일단 내상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무명심법으로 운공요상을 시도한 것으로 내상을 치료하고 원기를 회복하는데 이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었다.
잇따른 반선들과의 충돌로 인해 그의 기혈이 지금 불안정하므로 내공으로 다스리려는 것이다.
‘예상대로 반선들의 합공은 대단했다. 특히 마지막 합공은 자칫하면 큰일 날뻔했다. 사량발천근의 묘리로 힘을 분산시켰기에 망정이지 정면으로 맞섰으면 죽음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다.
초극반선을 죽였을 때 가벼운 내상을 입긴 했지만 그렇다고 자신감을 잃지는 않았다.
내심 반선 수십 명도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열다섯 명의 반선을 한 번에 상대하면서 그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특히 반선들의 경우 신선술로 무장되어 있어 일반적인 공격이 잘 통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반선 네 명을 제거한 것도 어느 정도 운이 따른 결과였다.
‘평등반선께서 내게 주신 비급. 아마도 그 이름이 신선비급이었던 것 같다. 그걸 지금이라도 보면 좋겠구나. 반선들을 상대할 때 필요한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래도 이전에 읽어봤을 것 같으니 한 번만 읽으면 곧바로 써먹을 신선술이 한 개라도 있을 것이다.’
백무명이 어느 정도 기혈을 안정시킨 후 지존환에 손을 대고 내공을 일으켰다.
물론 지금 그가 바라는 것은 신선비급이었다.
곧이어 금빛 섬광이 터지고 한 권의 비급이 나타났다.
바로 신선비급이었다.
‘역시 내 기억이 맞았구나.’
백무명이 매우 기뻐하며 신선비급을 읽기 시작했다.